주님께서 이루신 일 내 눈에는 놀랍기만 하네
박정계 율리아 (2구역 3반)
‘꾸벅꾸벅’ 아침수업 시작 전부터 조는 소리.
구역장을 그만두고 가기로 마음먹은 교리신학원. 신학원 입학시험을 치르고 수업료까지 다 낸 상황에서 코로나가 왔고 우리의 1학기 공부는 코로나에 갇혀 학교에 갈 수가 없게 되었다. 2학기부터 수업이 시작되었는데 나는 우울증이 재발되었다. 1학년을 마치고 신경을 쓰고 리포트를 써내다가 나는 다시 더 깊은 우울에 빠지게 되고 잠도 오지 않고 온몸이 아파서 견딜 수 없는 고통의 시간이 찾아왔다. 학교에도 갈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지만 학교에만 가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교수님의 강의 시간에는 밤에도 오지 않던 잠이 그렇게 쏟아지는지, 아침이 오면 무조건 가방을 들고 도시락을 챙겨서 신학원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점심시간에는 헬레나 수녀님, 형님들과 도시락을 나누어 먹고서 성곽을 걸으며 서로 웃고 떠들고 하면서 힘든 시간들을 조금은 잊을 수 있었다. 학교 근처에 사시는 수녀님 덕분에 우리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근처의 유적지, 공원, 사찰 등을 다니며 옛날에 학교 다닐 때 맛보지 못한 아기자기한 시간들을 보낼 수 있었다.
신학원을 다니며 무엇을 배웠느냐고 물으면 나는 대답할 말이 없다. 아무것도 생각나는 것이 없기에... 그래도 신학원 공부가 나에게 무엇을 해주었느냐고 물으면 나의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디게 해 준 공부이며 시간이고, 주님께서 우울증의 강물에 휩쓸려 떠내려가지 않도록 지켜준 “구원의 방주”라고 말할 수 있다.
졸업할 때 리포트를 쓰지 못해서 선교사 자격증도 교리교사 자격증도 받지 못하고 수료만 했다. 그렇지만 졸업 전 경찰사목 신부님께서 신학원에 오시어 봉사활동에 관하여 요청하신 대로 졸업 후 곧바로 천주교 경찰사목위원회에서 교육을 받고 신학원에서 받지 못한 선교사 자격증을 받아 경찰서에 파견되어 유치인을 돌보는 선교활동을 하고 있다. 유치장 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내가 고통 속에 있을 때 나를 돌보아 주신 것 같이, 상처와 실수와 잘못된 선택으로 인하여 어둠 속에 앉아 있을 수밖에 없는 유치인들에게 베푸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더 깊이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주님은 고통받는 이들에게 끊임없이 당신의 손길을 베푸신다는 것. 또한 신학원에서 헬레나 수녀님의 권유로 재대 일을 배워서 본당에서 제대 회원으로도 활공하고 있다. 좋으신 주님께서 이루시는 일은 인간의 눈으로는 알 수 없음을 새삼 느끼며 성가대 활동을 통해 주님께 찬미와 찬송을 올려드린다.
당신께선 저를 모질게 다루셨어도 죽음에 부치지는 않으셨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