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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조금 흐리지만
산책길에 나섰다.
버릇이다.
하루도 걷지 않으면 발바닥에 무좀꽃이 필 것 같아서다.
그것도 그녀가 오기 몇 시간 전에.
그녀.
그저 사랑하는 그녀다.
늘 그렇지만 우리가 만나면 약간은 허기가 찾아 오는 시간이다.
더구나 그 시간에는 마땅히 찾아갈 식당도 없는 식당이다.
그래서 가장 가기 좋은 곳이 롯데백화점 식당가다.
조용하고 가격도 적당하고
메뉴도 많다.
오늘의 메뉴는 고갈비와 떡갈비
그리고 사이드 메뉴로 연어구이다.
거의 질리지 않는 메뉴이기도 하다.
그리고는 백화점 구내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 한 잔.
그게 우리가 만나서 처음 하는 일이다.
그리고 집에 오는 길에는 간단한 장보기를 한다.
그녀가 늘 말하기를 자기가 오기 전에 장을 미리 좀
봐 놓으면 밑반찬을 몇 가지 해 주고 갈 수 있을텐데
오고 나서 장을 보게 되면 밑반찬을 해 줄 시간이
별로 없어 그게 아쉽다고 한다.
그런 밑반찬을 정성들여 해 주는 것은
너무나 고맙고 감사한 일이지만
그냥 나를 보러 와 주는 것만 해도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모른다.
대신 백화점에서 식사를 한 후에는 시내 구경을 한다.
남포동과 광복동을 구경하기도 하고
국제시장과 우리나라 최초의 상설 야시장이 있는
부평시장을 두어 바퀴 돌며 간단한 장을 보기도 한다.
그리고 집에 와서는
아주 간단하게 달걀 한 개와 과일 몇 조각으로
저녁을 대신 한다.
그리고 다음 날.
우리는 광안리 해수욕장으로 갔다.
해변을 거닐기도 하겠지만
집에서 이 곳까지 거리와 시간이 꽤 걸림에도 오는 이유는
중국집 자오준에서 간단한 식사를 하기 위해서다.
젊은이들에게는 꽤 핫한 식당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는 유린기와 해물누룽지탕을 주문했다.
탕수육의 주 재료가 돼지고기라면
유린기는 주 재료가 닭이다.
그리고 찾아간 카페 필소굿.
식사를 한 후 소화도 시킬 겸 찾아 갔다.
바다 뷰를 보며 차를 마시기에는 참 좋다.
물론 카페에서의 야경을 바라 보는 것도 좋다.
광안대교도 한 눈에 들어 온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카페에서 바라 보는 것 보다.
바닷가 모래밭을 걸으며 시시각각 변하는 광안대교의 불빛을 바라보고
바닷가 밤풍경을 즐기기에는 직접 움직이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청춘남녀라면 사랑을 고백하기에도
더없이 좋으리라.
그러나
내 사랑은 고백을 하기 전에도 떠났다.
횡한 집에 홀로 남은 몸.
\하지만 바깥 날씨는 더없이 좋다.
아침을 선식과 달걀 한 알로 간단히 때운 탓일까.
기름진 음식이 생각 난다.
남포동으로 나왔다.
삼계탕과 오리탕 그리고 갈비탕.
무엇을 먹을까.
사람 몸에 가장 좋다는 옻삼계탕을 주문했다.
낮술 한 잔과 삼계탕 한 그릇.
거리로 나섰다.
울긋불긋 수국 세상이다.
가끔은 내 사랑 볼 색깔과 같은 앙증맞은 풀꽃도
눈에 들어 온다.
그러나 이 계절 가장 즐길 수 있는 꽃은
활짝 피어 난 수국이다.
내 삶도 지금이 한창이다.
가장 행복하게 즐길 수 있는 청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