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생활사박물관은 1974년 출범 이래 2010년 3월, 현재의 위치(서울특별시 도봉구 도봉2동 626, 서울북부지방법원)로 이전하기까지 36년간 서울 북부의 각종 사건과 송사를 담당했던 옛 북부법조단지에 조성된 복합문화공간이다. 서울역사박물관의 여러 분관 중 서울의 가까운 과거, 즉 근현대 생활사에 대해 궁금하다면 이곳을 방문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서울역사박물관(본관), 경희궁, 돈의문역사관과 함께 '가족과 함께 방문하기 좋은 곳'으로 이곳을 꼽으며 인근에 있는 경춘선숲길을 따라 화랑대철도공원(노원불빛정원)까지 함께 방문한다면 더욱 알찬 경험이 될 것이다. 서울생활사박물관은 노원구 공릉동에 위치해 있으며 지하철 6, 7호선 '태릉입구역'에서 하차하면 된다.
※ 서울역사박물관 분관 : 경희궁, 경교장, 백인제가옥, 청계천박물관, 한양도성박물관, 동대문역사관·운동장기념관, 돈의문역사관, 공평도시유적전시관, 서울생활사박물관, 군기시유적전시실, 딜쿠샤
서울생활사박물관
○ 주소 : 서울 노원구 동일로174길 27(공릉동 622)
○ 교통편 : 지하철 6호선 태릉입구역 5번 출구, 7호선 태릉입구역 6번 출구
○ 관람시간 : 9:00 ~ 18:00 (주중 · 주말 동일)
○ 휴관일 : 공휴일을 제외한 매주 월요일, 1월 1일
○ 관람료 : 무료
○ 홈페이지 : https://museum.seoul.go.kr/sulm/index.do
전시실 1층은 ‘서울 풍경’이라는 주제로 한국전쟁 직후, 폐허와 재건이 혼재하는 1950년대 서울의 모습부터 천만의 도시로 성장한 현재까지의 역사적인 순간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의 모습이 본격적으로 변하기 시작한 1960년대와 서울 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한 1970년대, 산업 · 토지개발이 병행되면서 부자와 중산층이 늘어난 1980년대 서울 풍경을 생생한 사진 기록들로 확인할 수 있다.
사진에 관심이 많은 필자는 1층 전시실에 들어설 때부터 흑백사진들에 절로 시선이 갔다. 이미 익숙한 사진들도 있었는데 서울역사박물관이나 국립현대미술관 등에서 근현대 서울의 모습을 기록해 오신 정범태, 한영수, 김한용 작가님의 사진들을 종종 보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격동기에 자신이 가진 도구로 충실히 기록해 오신 분들 덕분에 자칫 남아있는 모습이 없을 뻔한 과거 서울의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참 귀한 사진들이다.
아래 사진들을 한 번 보자. 왼쪽 상단에 있는 사진은 1969년 4월 준공된 금화아파트 일대의 모습이다. 아파트를 사이에 두고 앞으로는 한옥이, 뒤로는 산동네가 보인다. 이는 서울이 본격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한 때, 다양한 모습이 공존해 있는 서울의 주택 현황을 잘 보여주는 사진이라고 한다. 세운상가와 주변 건물들, 여의도 윤중제 공사 현장, 서대문·의주로 도로확장공사 현장 사진은 현재의 모습과 오버랩되면서 묘한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1950년대 서울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왠지 눈물이 핑 돌았다. 불과 60 - 70년 전 서울의 모습이다. 우리나라가 얼마나 빠르게 발전을 이룩했는지 깨닫는 동시에 치열했던 과거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이 시기를 보낸 사람들은 전쟁 직후 폐허가 된 도시를 재건하고 어떻게든 삶을 이어나가야 했다.
여의도로 가는 마포나루터 전경, 한강에서 얼음낚시를 하는 사람들, 물을 이고 언덕을 오르는 사람들, 소가 끄는 통나무를 실은 달구지 등 1950년대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은 마치 까마득한 옛날 이야기처럼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이 사진들은 사진기자로서 한국사회의 격동기를 생생하게 기록하신 정범태 작가님(1928.9.2. ~ 2019.9.15.)의 작품으로 서울역사박물관(본관)에 별도의 전시실이 마련되어 있다. 정범태 작가님의 더 많은 사진들이 보고 싶다면 서울역사박물관을 방문해 보도록 하자.
1955년 중구 만리동에서 촬영된 사진이다. 이 또한 정범태 작가님의 사진으로 프레임 안에 아이들로 빈틈없이 채워졌다. 우유 배급을 받으러 온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한참 동안 서서 바라보았다. 네다섯 살로 보이는 사진 속 아이들은 지금쯤 칠순이 훌쩍 넘으셨으리라.
한영수 작가님(1933년 ~ 1999년)의 사진은 조금 달랐다. 정범태 작가님과 동시대를 살아오신 한영수 작가님은 남다른 세련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셨다. 정범태 작가님이 사진 기자로서 생생한 현장을 담아내셨다면 한영수 작가님은 광고 · 패션 사진 작가, 예술가로서 서울의 모던함과 아름다움을 포착했다.
▼ 1960년대 명동 풍경
아래, 한영수 작가님의 사진 속 사람들은 모두들 미소를 짓고 있다. 시대와 상관없이 삶에는 희로애락이 모두 담겨 있다.
휴전 이후 사람들은 열악한 환경 속 국제사회의 원조품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했다고 한다. 폐허가 된 도시에서 어떻게든 삶을 이어가야 했던 사람들은 구호물자용 밀가루 포대, 분유 깡통, 군용 담요, 탄피 등을 재가공하여 생활필수품으로 만들어 사용했다고 한다. 1950년대 사용되었던 구호물자용 옥수수 가루 부대, 호주국민 기증 밀가루 부대, 탄피 재떨이 등을 볼 수 있다.
▼ 1975년 개발된 대한민국 최초의 고유 모델 자동차 ‘포니원 택시’와 1974년 10월 출시된 기아자동차 최초의 승용차 모델인 ‘브리사’.
김한용 작가님은 19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매년 남산의 동일한 장소에서 파노라마 카메라로 서울을 촬영하셨다고 한다. ‘서울파노라마’는 그 사진들을 한데 모은 영상으로 40년간 건물이 계속해서 들어서고 점점 높아지며 급격한 변화를 겪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긴 세월 동안 매년 빠짐없이 기록한 작가님의 열정 덕분에 이런 귀한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이 광고포스터들은 김한용 작가님의 작품이다. 모나미 왕자파스, 서흥보온병, 금성사 전자제품들, 샘표식품 포스터들은 당시의 기업과 인기 제품들을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1959년 11월 15일 최초로 라디오가 제작되었는데, 금성사 진공관식 A501형 라디오 80대가 첫 생산이었다고 한다. 라디오, 라디오 텔레비전, 카세트 레코더, 카세트 플레이어 등 다양한 전자제품을 볼 수 있다.
▼ 10원(1963년)부터 100원(1984년)에 판매되었던 옛 삼양라면과 조미료 미원
▼ 과거의 각종 음료 및 주류병, 약병
▼ 1997년 시티폰과 무선호출기 ‘삐삐’
생활사전시실 2층은 ‘서울살이’라는 주제로 서울에서 성장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며 살아가는 ‘서울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서울토박이 시민에게 수여하는 다양한 시상품들이 인상적이었다. 이는 1910년 이전부터 한성부에 살고 있었던 ‘한양 사람’의 후손들만을 서울의 토박이로 인정하여 수여한 것으로 고도성장기(1980년대) 동안 지방에서의 유입인구가 크게 늘면서 서울토박이의 희소성이 부각되었기 때문이라 한다.
▼ 레코드
▼ 이제는 가정에서 사용이 드문 비디오 테이프
이 전시실에는 시기별로 결혼 문화의 변천사를 다루고 있으며, 사람들이 기증한 사진, 물품들로 보다 생생한 결혼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 故 이영희 한복디자이너가 제작하신 웨딩 한복이 색다르고 아름답다. (1990년대)
서울생활사박물관 이야기는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