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는 안테나를 달지 않겠다던 제 생각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갑자기, 1993년인가 우리나라에서도
햄들에게 자동차이동국(Mobile국)을 처음으로 허가해 주었을
때가 생각이 났습니다. 우리 햄들의 오랜 숙원을 이루었다며 모두들 기뻐하고 너도나도 자동차에 무전기
장착하고, 보란 듯이 안테나도 높이 달고 차만 타면 CQ를
외쳐대던 그런 시절이 있었지요.
그 이후 2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르면서
삐삐를 거쳐 휴대폰이 나오고 2G가 나오더니 곧 3G로 바뀌고, 얼마 안가 다시 4G LTE스마프폰으로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나가고
있습니다. 인터넷도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한국은 인터넷 보급율이나 속도면에서 세계의 톱을 달리고 있습니다. 이제는 밥은 못 먹어도 인터넷 없이는 못사는 세상이 되어버렸지요. 이제는
인터넷과 결합된 스마트폰 하나만 들고 있으면 못해낼 일이 없을 정도로 세상이 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한국은 인터넷과 이동통신 분야에서 세상에서 가장 앞서가는 나라 중에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아마추어 무선계에서는 그 반대로 갈수록 무선국 수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언제부턴가
자동차에 무전기를 장착하는 아마추어 모바일 햄들도 하나 둘 줄어 들고 있습니다.
저 역시도 그 동안 자동차를 서너 차례 바꾸게 되면서 차를 바꿀 때마다 무전기를
떼냈다가 붙이는 일을 반복했었는데 언제부턴가 자동차에 무전기를 다는 것이 귀찮아 지면서 최근 1년간은
무전기를 달지 않고 그냥 지냈습니다. 그냥 핸디 하나 차에 실어두고 필요한 경우에만 꺼내서 잠시 잠시
쓰는 정도였었지요.
그렇게 된 이유 중에는 예전보다 아마추어무선사들의 숫자가 많이 줄어들어 자동차에서 CQ를 내봐도 응답을 받기가 점점 어려워 진 것도 하나의 원인이 될 것이고, 한편으로는
휴대폰만 있으면 누구라도 수많은 정보를 쉽게 주고받는 세상이 되다 보니 무선통신의 선각자처럼 보이던 우리 아마추어무선이 이제는 구시대의 조금은
낡은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모처럼 새 차
구입했는데, 새 차에 어울리도록 새 무전기라도 장착하면 모를까, 앞차에서
쓰던 낡고 먼지 묻은 헌 무전기와 안테나를 새 차에 옮겨 다는 것도 썩 내키지 않는 일인데다가, 새
차에 무전기 달자고 여기저기 구멍 내면서 차를 망가뜨리면 차의 가치가 떨어질 지도 모른다는 염려도 없지 않았겠지요.
무엇보다, 운전하면서 교신하는 것에 대해
강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XYL의 곱지 않은 시선도 한 몫 했음을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40년 가까이 한집에 살았으면 이제는
익숙해 질만도 한데, 본인도 햄 Callsign까지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직도 무전기에서 나오는 QRM섞인 교신소리는 견디기가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하긴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닙니다. 별로
중요한 이야기도 아닌데, 맨날 하는 소리 또 하느라고 한 손에 무전기잡고 한 손으로 불안하게 운전하는
모습이 옆에서 보면 결코 좋아 보이지 않았을 겁니다. hi
아무튼 그랬던 제가 다시 마음을 고쳐 먹고, 자동차
외부에 안테나를 달기로 결심을 하였습니다. 마음먹은 김에, 쇠뿔도 단김에
뽑으랬다고, 지난 주말을 이용하여 전격적으로 실행에 옮겼습니다.
최대한 차에는 손상이 가지 않도록 하되 너무 티나지 않게 적당한 길이의 안테나를
달기로 한 것이지요. 제가 이렇게 마음을 바꾼 이유는 간단합니다.
곰곰히 생각해 보니, 제가 좋아서 40년가까이 즐겨온 취미이고, 앞으로도 죽을 때까지 즐길 취미인데
이런 저런 사소한 이유 때문에 하고 싶은 것을 못한다면 죽어서도 후회할 것 같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Hi
얼마 전, 신문에서 읽은 서울대학교의
곽모 여교수가 쓴 글에 “덜 후회하는
삶을 위하여” 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
글에서, 지나간 젊은 시절 가장 후회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다들 “그때 그 시절 해보지 못한 것이 많아서 가장 후회스럽다” 라고 했다네요. 미국 코넬대에서 조사한 바로는 사람들은 자신이 한일과 하지 않은 일 모두를 후회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질러서 후회하는 일과 저지르지 않아서 후회하는 일 중에서, 어떤
것을 더 많이 생각하는지 알아 본 결과, 65%가 하지 않은 일이라고 합니다.
이미 알려진 이야기입니다만 영국극작가 조지 버나드쇼의 비석에는 “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고 합니다. 일생을 우물쭈물 하다가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죽으면 나도 저런 말을 하고 죽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 그래서 안해 보고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 저지르기로 했습니다.
토요일 오후 잠시 시간 내서 외부안테나를 달고 나니 차안에서 핸디로 교신하던 때
와는 신호가 판이하게 다릅니다. 지난
일요일 부산 동래의 영락공원을 출발하여 울산까지 오면서 FM mode로 울산 문수산의 U/U 중계기(439.9/434.9 MHz)를 통해 CQ를 냈는데 HL5PMM om을 비롯하여 울산의 여러OM들이 줄줄이 응답을 해주시더군요. 국도를 타고 울산까지 오는 내내 59으로 교신이 되었습니다.
마이크도, 손에 잡고 사용하는 브루투스
마이크나 Handy마이크를 쓰는 대신, 20년전에 사용하다 10년 이상 쓰지않고 박스에 넣어둔 아도니스 社에서 만든 스피커가 달린 플렉시블 타입(자바라식) 마이크를 찾아내서 이용하니, 별도의 다른 고정장치 없이 그냥 선바이저(햇빛가리개)에 끼워 주기만하면 바로 사용할 수가 있었습니다. 오래돼서 색깔이
좀 바래기는 했지만 아직도 마이크음질은 이상이 없더군요.
리모트 컨트롤 PTT스위치도 10년전에 쓰던 것을 꺼내보니 아직 쓸만하여 그대로 사용하기로 하였습니다. ICOM장비에 맞는 Modular
jack Mic케이블만 하나 15,000원에 구입하니 맞춘 듯이 딱 제대로 작동하더군요.
PTT 스위치는 검은 고무 링을 이용하여
변속기 레버 앞쪽에다 고정시켰습니다. 이제는 편안한 자세로 운전하면서 변속레버에 손만 올린 상태에서
손가락만 까딱하면 송수신 변환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왼손으로 운전대 잡고 운전하면서 오른손으로 잡은 주먹마이크를 입 가까이 대고 교신하던 것에 비하면 이것은 정말 편해도
너무 편합니다. 왜 진작 이렇게 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 모빌 운용하시는 분들!! 제발
주먹마이크 쓰지 마시고 저처럼 “리모트 PTT”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정말 강추합니다 !!!)
뒷트렁크에 있는 무전기 본체로 부터 끌어와야 하는 마이크 선은 인터넷용 LAN선을 이용하여 연결잭으로 연장하니 무난히 해결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마음 한번 고쳐먹고 돈 만오천원과 시간을 투자하니 운전 중 무전기 조작이
이렇게 편하고 쉬워지는 것을 왜 그 동안은 그렇게 위험하고 불안하게 교신을 했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의 삶은 어차피 후회의 연속이니 완벽히 후회 없는 인생이 어디 있겠습니까만 한번
가면 못 돌아오는 인생, 이왕이면 덜 후회하면서 살아야겠지요.
그러려면 망설이지 말고 저지르고 봐야겠습니다. 앞으로도 몇 가지 더 저지를 것이 있는데 언제 저지르면 좋을지 XYL 눈치를 보고 있습니다. He He !!
첫댓글 축하 합니다
ㅎㅎㅎ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
아주 야무지게 설치 하셨네요
옛 풍경이 그립습니다.
이동운영시 자바라는 필수인것 같구요
라즈베리파이 까지
세팅을 하셨네요
멋집니다.
1. 저는 오늘도 안테나 자작에 관심을 가집니다.
모빌에서 소형이면서 성능이 우수한 것을 만들기 위하여...
그래서 저의 차량에는 주기적으로 모양이 상이한 안테나가 부착됩니다.
2. 안전운전을 위하여 마이크를 입에 가까이하면 송신, 멀리하면 수신되는 ptt(근접센서)를 사용 중입니다.
상기 글이 맘에 와닿아서 행복한 시간을 가집니다.
감사합니다.
FSR om님의 안테나사랑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시군요. 모양 좋고 성능좋은 안테나가 개발되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