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 하던 옛 친구에게서 톡이 왔다
군더더기 없어 우아하기 까지한 딱, 한 문구, "잘사냐?"
반가운 마음에 정성스런 답 했다
"살아는 있는데 로또는 조또 안맞는다"
그러고는 또 연락 두절이다
수년 후에나 또 한번쯤 다정스런 톡 주고 받겠지 아닐수도 있겠고
아이들 어릴적 (초등,중등) 시절엔 토욜마다 목욕탕엘 갔었다
내가 녀석들 등 밀어주면 녀석들이 내등 밀어주는 방식이니 난 두번 등을 밀렸다 해서 내등은 늘 깨운하고 깔끔했다 등드리 가려울일 없었고 그런고로 등드리 긁어줄 마누라도 필요없었다 따라서 새로 장가갈 맘도 없었다 암만,
자신보다 커버린 고등학생쯤 되는 아들녀석 머리통을 가냘픈 넓적다리에 올려놓고 때수건으로 정성것 문지르며, 아프다 칭얼거리는 소리를 행복히 들으며 묵묵히 나름의 의무를 다하는 어느 부자지간의 모습을 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미간 찡그리는 큰녀석을 보며 생각 했다
난 아들둘 자립심 북돋으며 잘 키워내고 있으며 이런 추세로 조금만 더 뚜두리 잡으면 앵버리 애비로서의 안락한 노후가 보장되리란 흐믓한 기대감이 충만했고 행복에 겨웠다
목욕을 마치고 나면 늘 맞은편 국밥 집에서 밥을 먹었다
큰녀석은 돼지국밥, 입맛이 날 닮은 작은녀석은 내장국밥 나 또한 내장국밥에 소주한병,
식당 할배는 아이들을 무척이나 귀여워 해주셨다 내눈에는 (징그러웠는데)
황토 돼지국밥
어찌보면 좀 까탈스런 밥집이다
이른아침 일정량의 사골 한솥 끓이고 다 소진하고나면 사정없이 문닫는다 저녁은 말할것도 없고 운이 안따르면 점심도 못얻어 먹는 집이다
구수 하면서도 잡내없이 깔끔한 육수는 특유의 칼클한 감칠맛 까지 더해지며 숨어있던 미각 세포들의 집단적 환희를 발현 시킨다
거기에 더해 이집의 내장수육은 그야말로 천하일품이다 정갈한 칼질로 담아낸 한접시의 내장수육은 눈시울을 붉게 만들고, 쫄깃하며 부드러운 식감은 잇몸에 새살을 돋게하며,
담백하며 꼬소함이 깊은 맛은 세치혀를 놀래킨다 천상의 신들이 놀랠맛이다
그래서일까 난 그 이후로 돼지 내장수육을 무척이나 좋아하게 됐다
이후 언젠가 김해시 보건소에서 돼지내장 수육에 대한 위생 감사가 있었고 김해시 전역에 수십곳이 위생불량으로 부적격 판정을 받았으나 딱 두곳, 합격 판정을 받았으니 그 두곳중 한곳이 황토 돼지국밥 집이었다
그러나 어느날 주책없는 손님이 술먹으며 뱉어낸 말 한마디가 화근이었다
"딴집은 돼지내장 제대로 안씻어서 벌금내고 난리도 아니던데 이집은 개안능교?"
그말 한마디에 긍지를 품고 살던 '장인정신'에 상처를 받은 할배는 당장 삶아논 내장 다 내다 버리고 뒤로는 내장 취급 안했다
덕분에 나도 못얻어 먹게됐다
언제 어디서든 그놈에 주듸가 문제다
지난 여름 찌는 더위에 질려 오르다 만 장산을 오르고자 했다 비싸보이는 등산화를 새로 내리셨다는 여사1 은 이경규의 복수혈전 이라며즐거워 하신다 새신을 신어서일까 깡총 깡총 뛰는 몸놀림이 가벼워 보였다
해서 오늘의 밥은 여사1이 사는걸로 합의봤다
정상에 오르니 수년전과 많이 다르다
산 정수리를 군부대가 장악하고 있었기에 경계하고 있는 철조망 밑에 어중간한 지점을 정상이라 여기고 만족할수 밖에 없었건만,
지금은 어찌 군부대와 관청이 합의를 봤는지 철책을 열고 실질적인 정상에 정상석까지 심어놓았다
단, 오후세시 까지만 개방한다는 전제하에...
어쨌건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
어디서든 여러번 본듯한 풍경이지만 철지난 억세밭을 지날때의 풍경은 또 감회로웠다
산행이란게 늘 그렇지
저 언덕 넘어는 어떤 풍경이 있을까하는 호기심으로 힘겹게 마루를 넘고 또 넘는다 늘 익숙한 풍경이긴 해도 턱밑까지 차오르는 거친 숨결을 견디며 보는 풍경들은 매번 다르고 아름답다
새신을 신은 여사1은 유명 돼지국밥 집이라며 우리를 안내 했다
늦은 점심때라 그런지 손님들이 없었고 직원들끼리 식사중이라 미안한 맘이 들어 차림 되는가 하고 공손히 물었더니 된다한다
차림표를 보니 내장국밥은 있는데 내장수육이 없어 내가 물었다
내장국밥은 있는데 왜 내장수육은 없냐고, 그랬더니 냉랑한 표정으로그냥 없다하고 마신다 서운하지만 웃어드렸다
여사1은 그냥 돼지국밥
여사2는 섞어 돼지국밥
노익장 형님도 그냥 돼지국밥
나는 또 내장국밥
더해서 수육 한접시와 소주 한병과 맥주한병,
즐거운 하루였지만 한켠 불만스럼이 있었다
돼지내장 수육 제대로 하는집 어디 없을까?
첫댓글 여사1ㅡㅡ순대국밥
도전 ㅡ돼지국밥시키는 그날까지 도전
사주신 돼지국밥 맛나게 잘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