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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에 거주하는지라 원주는 너무나 먼 곳인데, 부모님이 마침 건아처리와 차로 20분 거리인 곳에 일정이 있으셔서 모시고(?) 따라서(?) 지난 14일에 방문했습니다.
냉방병을 좀 심하게 앓아서 기관지 약 부작용으로 손도 덜덜 떠는 상태였는데 에어컨도 미리 꺼주시고 여러 활 만져보고 당겨볼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신 사장님께 감사드립니다 원주가 멀긴 먼데... 다음에 또 찾아뵙고 싶네요 1시간 반이 정말 금방 갔습니다 가족들은 요 몇 달 내 가장 활기차 보였다네요ㅋㅋㅋ
오늘 저녁에야 집에 돌아와 방문기 겸 H1 구매 후기, 구경한 제품들의 개인적인 인상에 대해 적어봅니다. 다소 주관적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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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코 제품군
문을 열고 들어가면 가장 먼저 색색의 로빈이 반겨줍니다. 일단 팁이 불상 모양에 크기가 과하다며 좋아하지 않는 분들이 계신데... 실제로 보면 팁은 적당하고, 오버레이 모양이 요즘 리커브처럼 뾰족했다면 디자인을 망쳤을 것 같습니다. 지금이 딱 좋아요.
1. 로빈
전형적인 장궁 모양(이지만 아주 작은) 활인데 파운드가 낮아 유스보우지 완성도가 높습니다. 형상이 전형적인 롱보우라 발시 직후 핸들이 튀어나가는 듯한 느낌이 있으나 파운드가 낮아서 전혀 불편하지 않아요. 이 정도 느낌도 없으면 활을 쏜 기분도 안 났을 거 같네요
보기보다 얄쌍하고 단정한 원목색도 있어서 취향대로 골라 하나 가지고 놀고 싶습니다. 재밌어요 정말. 기본 쉘프 제품도 애로우패스 폭이 1인치인 국궁 개량궁 정도라 몽골리안 사법에도 전혀 이질감이 없고요, 그래도 시각적으로 거슬린다면 쉘프리스 옵션이 있습니다. 저도 데이라이트 아처리에서 산 오스만 보우가 있던 게 아니었다면 이것도 샀을 겁니다
국내 공인 받지 않은 국궁 수련궁이 딱 15만원인데 완성도와 마감은 비교도 안돼요. 드로우가 30인치 넘어서 팁(고자) 모양이 달라야 하는 게 아니라면 국궁보다 나아요.
2. 스톰 오리지널(버전1)
로빈의 고급버전이랄까, 화살을 제대로 채주는 현대적인 느낌이 좋습니다.
모양도 고전적인 장궁 스타일에 그립도 피스톨처럼 파인 게 아니라 클래식한 활을 좋아하신다면 오리지널도 좋은 선택인 것 같아요.
3. 스톰 2
사장님의 배려로 체험해봤는데 이건... 오리지널과 성향이 완전 다르네요. 화살이 채찍치듯 경쾌히 촥 나가면서 밸런스가 좋아 발시 후 윗장이 슬쩍 앞으로 기울어지는, 쏘는 맛이 일품이에요. 핸드쇼크는 신나서인지 몰라도 전혀 못 느꼈습니다. 사일런싱 안 한 상태였으니 사일런싱까지하면 정말 무소음 무진동일 거 같아요.
제 손이 손목에서 중지 끝까지 18cm 정도로 평균 수준인데 피스톨그립이 정말 손에 착! 감깁니다.
56파운드였는데 제가 쓰는 매그넘 52파운드보다 더 편안히 당겨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사장님께서 활 길이 때문은 아닐거라 하시니 아마 매그넘이 초중반부터 장력이 짱짱히 붙는 스타일이고 마지막이 더 빡빡해서 그런 것 같아요. 스톰2는 드로우커브가 사선으로 정말 주우욱 늘어나는 듯 부드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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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어 제품군
염사장님이 리뷰에 좋다좋다 하시며 최애인 이유가 있습니다 과장 한 스푼도 안 들어간 말이었어요;
1. 프레드 아이클러 라이저
처음 라이저만 찍힌 제품 사진으로 보니 라이저가 좀 커보였는데 절대 아닙니다. 림까지 끼워서 보면얄쌍하고 미려한 디자인이에요.
로우리스트 그립도 불편할 거라 생각했는데, 팔코가 손에 착 감겨붙는다면 이쪽은 슬며시 걸쳐져서 활 쥔 손에 힘이 자동으로 빠집니다 손에 힘이 들어가 자세가 무너지는 걸 완벽한 무게 밸런스와 그립으로 미연에 방지해줘요. 체감 무게는 스펙상의 반 밖에 안되는 것 같습니다... 완벽한 균형감이에요.
화살 비행 잡는 스트라이크 플레이트며 크라운 기능 다 빼고 봐도 가치가 충분합니다. 라이저의 스펙상 무게와 체감 무게는 라이저의 균형에 따라 반비례할 수도 있다는 걸 알았네요.
오리지널(?) 우드 라이저도 잡아봤는데 균형감 마찬가지로 좋지만 좀 더 묵직합니다. "난 무조건 목재가 좋다!"가 아니면 아이클러 라이저를 추천드려요. 전 금속보다 나무가 좋아파인데도 아이클러가 더 좋습니다.
2. 베어 테이크다운 림.
사실 오래되면 글라스파이버의 헤어라인이 생기는 외관 때문에 당겨보기 전까진 별 생각이 없었는데, 성능은 정말 물건입니다. 마침 35파운드 림이 아이클러에 끼워져있어 쏘아볼 수 있었는데 이건 뭐...
적정 드로우에서 더 당겨도 빡빡하지 않고 그냥 쑤욱 더 들어와요. 이게 미끄러지는 것도 아니고 드로우커브 끝단이 수평인 것 처럼 느껴집니다. 일반적인 리커브는 질렸고, 수퍼 리커브 질감이 좋다던데 그렇게 주문제작하긴 부담스럽다 하면 한번 사장님께 양해 구하고 그냥 한 번 쏴보세요.
3. 69년산 코디악 매그넘 (이건 제가 들고간 활입니다.)
좋은 활들 다 들어보고 제 활 만져보니 실망스럽지 않아서 놀랐습니나. 매그넘 굉장히 고급 활이에요. 이베이 판매자가 사진을 못 찍어서 염가로 구한 게 행운인... 제 건 빈티지 모델이라 요즘 나오는 활처럼 가볍게 촥 채주는 맛은 덜합니다만 사장님 목시를 빌려 쏴보니 그냥 슈욱~ 쑬렁~ 나가는 게 궁합이 아주 좋더군요! 목시 한 타 살까 고민 중입니다.
밸런스도 비싼 제품들이랑 비슷하고 가벼워서 핸들링은 더 편합니다만 그래서 진동은 더 있고, 그립이 좀 두꺼운 게 단점입니다. 신품으로 구매하면 이런 부분도 요즘 활처럼 개선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정확하고 자세한 정보는 010 6747 4686 염사장님께 전화로...
• 준싱 (H1)
억까(?)당한 비운의 활...
1. H1 라이저
입문기에 가성비가 좋다 정도가 아닙니다. 이번에 들여오신 신상 컬러버전은 기존 블랙보다 그립도 훨씬 편안해서 위의 몇 배 차이나는 활들과 비교해서 꿀리지 않아요. 도장은 컬러버전 출시로 완전 해결된 듯하고 뭐 림 포켓이 안 좋다, 나사가 서걱거린다 하는 말들은 객관적이지 못합니다.
이 라이저가 10만원이라니... 림과 세트로 35만원에 팔아도 샀을 거예요. 그런데 그 가격이면 딱 지금은 단종된 마틴의 재규어가 같은 ilf죠. 마틴은 마감이 거칠어도, 심지어 스트링 그루브가 거칠어 짜맞춘 플래미시 스트링이 끊어져도 성능은 좋다하는데 이거 너무 이중잣대 같습니다.
물론 사토리를 그대로 카피해서 오리지널을 선호하거나 짝퉁이라고 하는 거야 당연합니다. 그런데 성능이 떨어지고 마감이 별로다...는 동의하지 못합니다. F185는 그럴 수 있는데 H1은 아니에요.
ilf 결착감 착 끼워지고 착 빠지고 균형도 좋습니다 물론 90만원 아이클러 라이저랑 비교하면 무게감은 스펙상 무게처럼 느껴져요. 근데 그립에 손을 걸치면 뒤로 기우는 게 기본기가 좋다고 느꼈습니다.
f261을 고민했는데, f261이 카피가 아닌 오리지널 디자인인 것 빼고는 품질이야 비슷하고 H1의 탄 색상이 좋아 이걸 샀습니다. (탄 색상.. 개인적으로 검정은 무난하지만 활의 특징이 안 살아 안 좋아하는데, 적당히 튀면서 세련되고 여기저기 잘 어울리는 참 좋은 색입니다.)
2. H1 & F261 림
이제서야 밝히지만 방문 목적은 지금 쓰는 매그넘 50파운드가 버거워서 파운드가 낮은 활이 필요해 서브 아닌 서브활 구매였습니다.
베어 테이크다운 35파운드의 느낌이 좋아서 35파운드로 할까 하다가 고급 제품에 비해 림이 무른 편이라 40파운드 추천해주셔서 그걸로 샀네요.
확실히 고급림에 비해선 드로잉이 무르고 적층면 칠이 매끄럽지 않다거나 플라스틱 느낌이 나긴 해요 다만 데칼이 과하지도 밋밋하지도 않고 림팁 마감 등은 디자인적으로도 좋아 보입니다.
이걸로 자세 잡고 추후에 Das나 Wns림으로 바꿔보려 합니다.
H1 기본 세팅으로 날이 어두워져 두세발만 쏴보니 물건 맞습니다. 손에 뭐가 안 느껴지고 아주 편해요..
물론 고성능림이 아닌 기본이고, 아직 스트레칭이 덜 된 다크론 스트링이라 쏘는 순간 스트링이 늘어나 진동이 덜할 수 있겠습니다.
기본 림에 다크론 스트링이 드로잉감이 좀 부족하고 짱짱함하거나 확 채주는 느낌은 없지만 기본 구성품들도 훌륭해요.
• 여담
H1은 라이저만 필요하시더라도 세트로 가장 낮은 파운드 림을 구매하시길 추천드립니다. 누가 쏴보고 싶다하면 그거 끼워서 줄 걸고 쏴보게 하고, 동봉되는 스트링어도 좋아요.
보통 스트링어가 1만원에서 가죽제품의 경우 2만원 이상인데, 림팁을 줄 걸 쪽에 끼우면 제대로 안 들어가서 스트링어가 벗겨져 애매한 빈활이 나기도 하는데요.
H1 구성품은 포켓이 나일론이지만 깊어서 한쪽 림을 빠지지 않게 확실히 잡아주고 반대편에는 삼각형의 고무 재질이 림을 위에서 눌러주어 안정적이라 스트링어가 벗겨져 림이 튀어나올 염려가 없어요. 오히려 스트링어가 안쪽으로 들어온다면 모를까...
스트링어만 따로 팔면 2만 5천원에 팔아도 되겠습니다. 사진 올리는 김에 라이저 확대 사진도 올립니다. 렌치도 현장에서 쓰는 작은 것들은 분실 대비 2개씩 주네요.
• 그 외
1. 사토리를 많이 쓰는 이유
차로 비유해주셨는데 그쪽은 문외한인지라 어떤 뜻인지만 기억나네요. 풀어 말하자면 누구한테 쥐어줘도 불만없는, 모난 곳 없이 좋은 활인 거 같습니다.
맘 편히 좋은 거 사려면 사토리고, 그 이상이나 사수 취향과 특징에 정확히 맞으려면 각종 커스텀 들어가는 미려한 주문제작 활이나 수퍼 리커브가 되기에 커스텀 활과 아닌 활을 나누는 기준점 역할인 것 같아요. 무난히 좋기에 많이 쓴다!로 이해했습니다
2. 비싼 활이면 다 좋은 건...
성능이 대체로 가격대 따라가긴 하는데, 그게 꼭 구매 만족도로 이어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특히 활은요.
이 브랜드에서 중요치 않게 여기고 설렁설렁 하는 부분(마감 스타일이나 진동, 소음 등등)이 구매자가 보기에 중요하게 여기는 지점이면 활 값이 백이든 이백이든 무슨 소용인가요 받고 실망만 할테니...
(어쩌면 사토리가 이 부분에 있어서도 두루두루 괜찮아서 많이 쓰는 것도 같네요)
가게 들러서 여럿 구경해보고 사장님께 조언을 구해서 취향 맞는 업체나 브랜드를 찾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그래도 사토리 라이저를 사시려거든 H1 컬러버전은 한번 만져보심이 어떨런지요. 아낀 돈으로는 팔코 제품 하나 서브로 들이시고(?)
3. 캐나다 제작 베어 활?
제가 가져간 활을 유심히 보시더니 미국이 아니라 캐나다로 쓰여있다고 특이하다시더군요 전 원래 캐나다에서 만들었는 줄 알았습니다(...) 농담 삼아 짝퉁 아니냐고 여쭈었더니, 매그넘의 형상이 그때 이렇게 만들 수 있는 업체가 없다고 짭일 순 없다고 못 박으시더군요. 얼결에 구매한 골동품이 희귀품인 걸 쓴지 1년만에 알았습니다.
첫댓글
와!!! 필력!!! 제가 한 리뷰보다 가독성이 몇 배 좋네요 ^^
활 진짜 사랑하는 분들은 오시면 뭔가 쿵짝이 맞아 신이 납니다. ㅋㅋㅋ
너무 멀어서 자주 오시라 부탁드리긴 어렵지만
그래도 기회가 되면 자주 놀러오세요~
정말 멋진 리뷰입니다.
감사합니다. ^^
덕분에 귀한 시간 보냈습니다^^ 색 취향도 저랑 비슷하신 것 같고 참 재밌었어요 기회 되면 또 놀러가겠습니다~ 원주로 이사를 가야할까봐요 ㅋㅋㅋ
h1구입해야쓰것네요 ㅎㅎ
컴파운드 쓰시는데 서브로 베어보우도 한번 쏴보고 싶으시다면 h1 아주 좋은 선택 같습니다^^
라이저 품질이 좋아서 리커브든 롱보우든 제대로 즐기고 싶어질 때 림 바꿔도 손색 없을 것 같고요
@신환 안그래도 f183쓰다가 바꾸려고 했는데 샵 들러서 봐야겠네요^^
제가 로빈으로 30~31인치 오버드로우 국궁식으로 즐겨씁니다 (아마 여기 카페에도 올려둔 글영상 있을겁니다
거기다 쉘프리스 사양이라 좌우 다 쓰죠 ㅎㅎ
그립토크(국궁의 줌 밀고 짜주는 기법)만 과하게 쓰지 않으면 괜찮아여
ㄴ 저는 윗장이 앞으로 홱 채면서 떨어젤 정도는 될만큼 살짝 밀고 살짝 짜주며 쏘는 스타일입니다
로빈 스피릿(둘다 쉘프리스) 가지고 국긍식으로도 쓰지만 여튼간에 너무 과하게만 암하면 얼마든지 다른 사법도 되여 ㅎㅎ
시위 이탈 걱정은 안해도 되나보군요 참 하나 집어오고 싶은 활이었습니다 ㅎㅎ
글을 숨도 안쉬고 읽었습니다...
잡스럽게 난잡하게,
초딩처럼 적는 제 글을 보다가
신환님의 진중한 리뷰를 보니
제 글들이 부끄러워 집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렁에 jys8111님은 직접, 자주, 재밌게 쏘시는 분 아니십니까? 구럴듯한 백마디 말보다 제대로 즐기는 한 순간이 더 값지죠^^
활 쏜 이야기 공유해 올려주시는 덕에 저도 활 쏘고 싶어지고 재밌게 잘 읽고 있습니다!
아 저도 당근 눈팅하다가 체육관 매트 얻었습니다 ㅎㅎ 차에 싣고 다닐 타겟 만들어서 얼른 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