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라부지의 생각
옆에 이 넘이 자고 있다.
"쌕~ 쌕~"
살며시 눈을 떠 소리를 들어본다. 천상의 소리, 달콤한 소리, 행복의 소리, 순수의 소리, 평화의 소리 그리고 아름다운 소리. 바로 그것이었다.
세상의 그 어떤 탁한 물질들이 들어있지 않은 순수한 그 자체의 아름다운 영육의 모습이 내 옆에 있었다. 나는 몰랐다. 나는 이미 더러워진 영육이므로 생각치 못했었다.
아침, 날이 밝고 눈을 뜨자 이 넘이 내 옆에 곤히 자고 있는 것을 나는 보았다.
지난 토요일이었다.오늘은 좀 편히 집에서 쉬자. 아내는 YMCA에 운동하러 간다고 했으니 가능하였다. 그리고 내일 일요일은 보통 일요일 같이 아내와 레슬리 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올라가다 경치 좋은 곳에서 스타벅스. 나는 팀하튼에서 커피를 사 마시며 다시 북쪽 심코 호숫가로 간다. 공기 맑고 조용하고 시야 퍼팩트하고...
겨울의 바람 없는 휴일 아침은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특히 9층에서 바라보는 넓게 펼쳐진 시야의 평온함은 너무 좋다. 게다가 밤새 눈까지 와서 온통 하얀 동네들. 저 멀리 30km되는 동네의 건물들도 선명히보여 눈 속의 그림 같은 동화로 고요히 자고 있다. 나는 더 욕심을 낸다. 이 좋은 날, 해 막 뜨는 새벽 같은 아침. 내가 창 밖만 보고 있으면 안되지. 곤히 자는 아내를 두고 거실로 나가며 안방과 붙어있는 작은 아들의 서있고 걸려있고 누워있는 카메라들과 4대의 컴퓨터 스크린과 전자피아노가 있는 작업실 방문을 열어 슬쩍 보고는 다시 가서 거실에 붙어있는 부엌에서 커피를 만들어 아직 자고 있는 작은 아들의 창가 방을 또 슬쩍 보고는 며느리가 사준 캐나다 구스를 입고 원피스 가죽으로 된 타즈메니아, 호주산 브렌든스톤 부츠를 신고 나간다. 주머니에 담배와 라이터가 있는지 확인하며... 무기없이 나가봐야 분위기만 깨니까.
바람없이 고요한 눈덮힌 정원에 서면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 담배를 피며 나의 운명의 신을 만난다. 나는 영육의 평화를 맘껏 느낀다. 그리고 가볍게 체조와 운동을 한다. 3그루의 키가 큰 캐나다 파인트리 밑에서 놀면 위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아주 좋다 ㅎㅎㅎ.
한 30분 동안의 내 시간을 즐기다 집에 들어온다. 아직 방안은 밤이다. 컴퓨터를 켜고 티비를 켠다. 소리는 모두 죽인 채. 24번 채널은 실시간 날씨와 기온 교통상황 사건 사고 뉴스 등 짬뽕으로 알려준다. 고마운 넘 ㅋㅎㅎㅎ. 그리고 CNN. 이 넘은 미국 좌파이다. 아내는 죽자고 보는 채널. 이 넘도 보면서 어떻게 오늘을 편하고 좋게 보내나. 둘째는 11시 쯤에 취재 약속이 잡혀 나간다고 했으니, 갑자기 혼자 이 낮을 어떻게 구워 삶아 먹어야 제대로 시원하게 먹었다는 소리를 할 수 있을까? 그렇게 궁리 하는데... '꺄꿍~ 꺄꺄꿍~'하며 카톡이 왔다. 지금 올 곳이라고는 큰 넘(큰 아들) 밖에 없다.
"엄마. 오늘 크로이 좀 봐 줄 수 있어. 아이키아(IKIA)에 가서 뭣 좀 사고 집안 청소 좀 하게."
크로이 봐 달라는데... 무조건 오케이 이다. 말 하나 마나다. 크로이 앞에서는 할무이나 하라부지나 깜빡 죽거든.
당연히 할무이 YMCA 나가리~ 내 하루의 멋진 꿈도 즐거운 나가리~
우리는 크로이(Chloe) 따라 걸어서 공원까지 가며 신나게 놀았고 크로이 카트(유모차)에 태우고 좀 더 걸어 스타박스에 가서 커피 핫초코 빵을 사서 먹으며 재밋게 놀다 다시 돌아오는 길에 우리 크로이는
"할무이 졸려~ 나 자야 돼~" 하고는 카트에 앉은 채 잔다.
저녁에는 큰 며느리가(아직 작은 며느리는 없지만, 곧 있을 것 같은 예감에) 생선회며 스시 등 큰 배에 가득 싣고 왔다. 할무이만 빼고 크로이까지 잘 먹는다.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들 하며 저녁 시간을 보냈다.
"할무이. 나 크로이 자고 가도 돼?"
"당연히 되지. 에니 타임 오케이~"
"나 할무이 하고 자고 싶어. 왜냐하면, 티비 봐야하거든."
ㅎㅎㅎ 모두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삼촌 찾는다. 나는 '포 페트롤(Paw Petrol)'을 못 켠다. 할무이 하고 삼촌이 켜고 찾아서 보게 할 수 있거든. 나만 채널을 틀 줄 모른다.
밤이 늦어서 떠나는 저그 아빠에게 우리 크로이가말했다.
"아빠. 엄마! 내일 아침 늦게 나 데릴려 와~ 왜냐하면, 아침에도 티비 봐야 돼서. 알았지? 꼭 데리려 와!"
이 넘이 도대체 몇 살인가? 4살 된지 이제 겨우 한달하고 10일. 캐나다 나이로 4 years and 10 days old. 나는 속으로 말했다. 니가 그렇게 빠르게 자라면 안되는데...하라부지가 빨리 늙는데... 이건 순전히 내 생각이다. 한 분(?)도 이런 내게 관심이 없다. 그래도 그 날 밤에는 안방의 킹 싸이즈 침대에 할무이 하고 하라부지 사이에 누웠다.
우리 크로이 잠 잘자게 하려고 그 뭐시냐? 산토끼 이야기에서 엄마 잡아 먹은 늑대 이야기(이건 하다가 할무이가 크로이한데 좋지 않다 해서 하다 말고) 등 하여튼 내가 아는 옛날 이야기(나도 내 할무이한데 들은 이야기에 살 보태서)모두를 다 했는데도 자지않고 눈만 말똥 말똥(자라는 얼라는 안자고 할무이만 코를 골며 자더라)해서 가슴에 안고는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는 혼자남아 집을 보지요~' 하는데 우리 크로이 눈에서 거렁 거렁하던 눈물이 맑간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언제 잠에서 깼는지 할무이가 "그 노래 하지마~ 우리 크로이 울어~" 하고는 자기 가슴에 안는다.
ㅎㅎㅎ 참 나 원. 내가 음치인데... 그렇게 할무이 가슴에 안겨 그렇게 저렇게 하더니 결국 자던 넘이었다.
아무리 봐도 천사 같은 넘이다. 요렇게 이쁜 넘이 있을까? 어디서 요런 넘이 왔을까? 그렇게 고개를 숙여 우리 크로이 얼굴을 보고 있는데 할무이가 손바닥으로 내 얼굴을 밀어내며 "할배 냄새 묻으니 저리 가요~" 한다. 그 말 소리를 들었는지, 요 넘이, 아~ 글쎄, 요 요 넘이 눈을 뜨는 거라. 그리고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웃는데... 내가 미치고 팔짝 뛰겠 는 거라. 가슴이 왜 그렇게 쿵쿵 뛰던지...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미소가 또 있을까? 이렇게 평화로운 얼굴이 또 있을까?
내가 너무 놀라고 가슴이 두근거려 뭔가 할 말을 찾는 사이, 요 넘은 눈을 다시 스스르 감고 잔다. 햐~ 기가 막힌 짜장면이다. 내가 짜장면을 너무 좋아 하는데... 아직까지 제대로 못 먹었거든... 나는 다시 누워 고개를 돌려 우리 크로이를 봤다. 참 좋은 넘. 니 때문에 내가 산다.
그러던 이 넘이 이제 9살이 되어 4학년(Grade 4)이다. 이 넘이 저거 아빠가 아마존 (amazon.com)에서 산 책을 보고있다.
하라부지가 1월 29일 자로 아마존에 의하여 출간한 "Blue Worm who came from Cosmos" 라는
제목의 영어 공상 과학 소설책이다.
얼마나 고마운지 가슴이 뜨겁더라. 조만간 PDF로 프레임된 한국어 소설 원본을 이메일로 보낼 생각이다.
한글도 쓰기 읽기를 많이 배웠으니 참고될 것 같아서 이다.
여기 하나 더 밝히면, 작년 년말 amazon에서 책 판매 대금 받을 구좌를 달라하기에 본인 이외에는 곤란하다 하여 노인 연금 받는 구좌를 보냈다. 그러면서 아내에게 그리고 큰 아들에게 말했다.
얼마가 들어오든 30%는 둘째, 30%는 클로이네 그리고 40%는 할머니 꺼요. 내가 없더라도 돈은 있어야 하니까. 나는? 원래 나는 빈 손이다. 내꺼는 없다. 그렇게 살아왔는데... 지금 돈이 필요하겠냐? 저거 엄마 우리 클로이 할매는 수 억의 돈이 있다. 그건 그거고. 이제 방법을 알았으니 계속 출판할거다.
그 다음에 E book과 한국 교보문고에 출판을 알아 볼거고(될 것 같지는 않지만).
일 하는 동안 계속 소설을 쓸거다. 공상 과학 소설 2050 Chloe(클로이)도 올해 안에 마칠 생각이다.
이렇게 쓰고 보니 언제까지 일 할지? 언제까지 글 쓸지? 장담 못한다. 자고 안 일어나면 나는 간 것이니까.
그런 예상을 하며 하루 하루를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일하고, 쓴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