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부구조(竊符求趙)
훔친 병부로 조나라를 구했다는 뜻으로, 큰 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사소한 정이나 의리는 버려도 무방하다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竊 : 훔칠 절(穴/17)
符 : 부호 부(竹/5)
求 : 구할 구(氺/2)
趙 : 나라 조(走/7)
출전 : 사기(史記)
어떤 일이 닥쳤을 때 이치에 맞게 따져보고 처리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개인이나 조직의 생사가 걸렸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된다.
급하면 임금 망건 사러 가는 돈이라도 쓴다는 속담이 있다. 나중엔 어찌 되더라도 급할 때는 어떤 돈이든 가리지 않고 써 버린다.
사후에 일이 잘 해결됐을 때 임기응변이 능하다고 되레 칭찬을 들을 수도 있다. 실패했을 때는 비난을 덮어 쓰지만 모든 일이 잘 풀려 성공하면 하나하나 정의를 따지지 않는 법이다.
병부를 훔쳐(竊符) 조나라를 구했다(求趙)는 이 성어는 큰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사소한 정이나 의리는 버려도 무방하다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병부(兵符)는 발병부(發兵符)의 준말로 군대를 동원하는 패인데 가운데를 쪼개 왕과 지휘 장군이 한 쪽씩 갖는다.
이것을 훔친다면 필시 옳지 않은 일일 텐데 그 전말이 사기(史記) 위공자(魏公子) 열전에 기록돼 있다. 위공자는 전국시대(戰國時代) 사공자의 한 사람인 신릉군(信陵君)이다.
신릉군은 안희왕(安釐王)의 이복동생으로 사람됨이 어질고 선비를 존중하여 빈객이 3000명이나 모였다. 문지기 일을 하는 70세 된 은사 후영(侯嬴)을 삼고초려 했고, 힘이 장사인 백정 주해(朱亥)도 모셨다.
이웃 조(趙)나라가 강국 진(秦)나라의 침입을 받자 위나라에 구조를 요청했다. 조나라 평원군(平原君)은 신릉군의 매부였으니 도움을 주지 않을 수 없었다.
안희왕은 군사 10만을 보내는 중 진나라에서 조나라 돕는 나라는 멸할 것이라는 엄포에 진격을 중단시켰다. 급한 신릉군이 빈객만으로 조나라로 가려는 것을 후영이 ‘굶주린 호랑이한테 고깃덩이를 던져주는 격(肉投餒虎)’이라며 말렸다.
왕의 총애를 받는 여희(如姬)를 시켜 병부를 훔치게 하고는 역사 주해를 데려가라고 했다. 신릉군은 후영의 계책대로 병부를 훔쳐갔으나 장군이 의심했으므로 주해를 시켜 없애고는 병사를 이끌고 가서 위기에 빠진 조나라를 구했다.
신릉군의 행위는 위나라로 보면 반역이다. 하지만 조나라는 핏줄로 맺어진 이웃이라 수단방법을 안 가리고 구했다.
실제 뒷날 위나라에 진의 침입을 막은 것도 신릉군의 의리에 의해서였으니 조국을 도운 셈이다. 급할 때는 온갖 방법을 쓴다고 해서 옳지 않은 일을 저지른 뒤 핑계를 갖다 대서는 안 되겠다.
▶️ 竊(훔칠 절)은 ❶회의문자로 부수(部首)인 穴(혈)과 米(미; 쌀)와 나머지 글자(벌레)의 합자(合字)이다. 움에 있는 쌀을 벌레가 몰래 훔쳐먹음의 뜻으로, 훔침의 뜻에서 몰래의 뜻이 되었다. ❷회의문자로 竊자는 '훔치다'나 '도둑질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竊자는 총획이 22획이나 되는 매우 복잡한 구성을 하고 있다. 복잡한 구성만큼이나 복잡한 변화를 거친 글자이기도 하다. 竊자는 穴(구멍 혈)자와 釆(분별할 변)자, 그리고 쌀벌레가 그려져 있다. 竊자에 있는 자는 쌀벌레를 그린 것이다. 또 竊자에 쓰인 釆자는 米(쌀 미)자가 해서체에서 잘못 옮겨진 것이다. 釆자를 米자로 바꿔놓고 보면 竊자는 쌀벌레가 쌀을 갉아먹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그러니까 竊자는 곡식 창고에 있는 쌀을 벌레가 먹어치운다는 의미에서 '훔치다'나 '도둑질하다'라는 뜻을 표현한 글자이다. 그래서 竊(절)은 ①훔치다 ②도둑질하다 ③절취하다 ④도둑 ⑤도둑질 ⑥살짝 ⑦남몰래 ⑧마음속으로 ⑨슬그머니,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도둑 도(盜)이다. 용례로는 남의 물건을 몰래 훔치는 일 또 그 사람을 절도(竊盜), 남몰래 훔쳐 가짐을 절취(竊取), 남의 이야기를 몰래 엿들음을 절청(竊聽), 남 모르게 가만히 살펴 봄을 절관(竊觀), 도둑을 거느리는 우두머리를 절와(竊窩), 남이 모르게 이러쿵저러쿵 시비를 따지는 의논을 절의(竊議), 남이 모르게 부시어 헒을 절훼(竊毀), 저 혼자 가만히 생각함을 절념(竊念), 강도나 절도의 사건이 생김을 절발(竊發), 자격이 없으면서 벼슬 자리에 머물러 있음을 절위(竊位), 술을 몰래 마심을 절음(竊飮), 남의 창작물의 내용 일부를 취하여 자기 창작물에 제 것으로 삼아 이용하는 것을 표절(剽竊), 분에 넘치는 자리를 가짐을 참절(僭竊), 물건을 축내고 훔침을 모절(耗竊), 남의 시문을 베껴서 몰래 따다 씀을 등절(謄竊), 근거지를 정해 놓고 도둑질 함을 거절(據竊), 몰래 훔침으로 다른 사람의 시문을 따서 자기 작품인 체함을 양절(攘竊), 도둑으로 말미암아 생기는 근심을 이르는 말을 절발지환(竊發之患), 쥐나 개처럼 가만히 물건을 훔친다는 뜻으로 좀도둑을 이르는 말을 서절구투(鼠竊狗偸) 등에 쓰인다.
▶️ 符(부호 부)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대 죽(竹; 대나무)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붙인다는 뜻을 가진 付(부)로 이루어졌다. 맞붙여 증거를 확인하는 부절(符節)을 말한다. ❷형성문자로 符자는 '부호'나 '기호', '증표'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符자는 竹(대나무 죽)자와 付(줄 부)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付자는 누군가에게 물건을 건네주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주다'는 뜻이 있다. 符자는 본래 병력을 이동하는 데 쓰였던 '증표'를 뜻했었다. 고대에는 상급기관이나 국왕의 병부가 있어야만 병력을 이동할 수 있었다. 符자는 그 병부를 뜻하는 글자로 '대나무로 만든 병부를 주다'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병부에는 특수한 기호가 있어서 진위를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래서 符자는 후에 '기호'나 '부호', '공문'이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符(부)는 ①부호(符號), 기호(記號) ②증거(證據), 증표(證票) ③부적(符籍) ④예언서(豫言書), 미래기(未來記) ⑤도장(圖章) ⑥부절(符節: 돌이나 대나무·옥 따위로 만들어 신표로 삼던 물건) ⑦조짐(兆朕), 징조(徵兆) ⑧법(法), 법도(法度), 규율(規律) ⑨씨방 ⑩껍질 ⑪귀목초(대나무의 일종) ⑫공문(公文) ⑬나타난, 드러난 ⑭들어맞다, 부합하다(들어맞듯 사물이나 현상이 서로 꼭 들어맞다) ⑮명령하다 ⑯확실히, 틀림없이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틀림없이 서로 꼭 들어맞음을 부합(符合), 일정한 뜻을 나타내기 위하여 정한 기호를 부호(符號), 악귀나 잡신을 쫓고 재앙을 물리치기 위하여 붉은색으로 야릇한 글이나 그림을 그린 종이를 부적(符籍), 길흉화복이나 흥망 등 뒷날에 나타날 일을 미리 알아서 해석하기 어렵게 비밀로 적어놓은 글을 부참(符讖), 뒷날에 나타날 일을 미리 알아서 남모르게 적어 놓은 글을 부서(符書), 음표의 검거나 흰 둥근 부분을 부두(符頭), 음표기둥에 꼬부려 덧붙이는 줄을 부미(符尾), 어떤 증표를 찢거나 나누어 서로 지니다가 뒷날 맞추어 증거로 삼은 물건을 부신(符信), 믿음이나 부처나 신령에 통함을 부응(符應), 좋지 않은 일에 어울려 한통속이 됨을 부동(符同), 서로 들어맞음을 상부(相符), 보배로운 부적을 보부(寶符), 악보에서 소리를 내지 않고 쉬는 사이를 나타내는 표를 휴부(休符), 부호가 같음을 동부(同符), 이름과 실상이 서로 들어맞음을 일컫는 말을 명실상부(名實相符), 부절을 맞추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꼭 들어맞아 조금도 틀리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약합부절(若合符節), 초나라 왕비가 부를 지킨다는 뜻으로 명분에 사로잡혀 실을 잃음을 일컫는 말을 초비수부(楚妃守符), 부절을 맞추는 것과 같이 사물이 꼭 들어맞음을 일컫는 말을 여합부절(如合符節) 등에 쓰인다.
▶️ 求(구할 구)는 ❶상형문자로 짐승의 가죽으로 만든 옷에서 몸에 감다, 정리하다, 모으다, 구하다의 뜻이 있다. 모피를 달아 맨 모양이다. ❷상형문자로 求자는 '구하다'나 '탐하다', '빌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求자는 水(물 수)자가 부수로 지정되어 있으나 '물'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求자의 갑골문을 보면 衣(옷 의)자에 여러 개의 획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털 가죽옷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求자의 본래 의미도 '털 가죽옷'이었다. 먼 옛날 동물의 가죽으로 만든 털옷은 추운 겨울을 이겨낼 수 있는 옷이었지만 쉽게 구하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가격도 비쌌다. 求자에서 말하는 '구하다', '탐하다', '청하다'라는 것은 비싼 털옷을 구하거나 원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求(구)는 ①구하다 ②빌다, 청하다 ③탐하다, 욕심을 부리다 ④취하다 ⑤모으다, 모이다 ⑥나무라다, 책망하다 ⑦가리다, 선택하다 ⑧묻다 ⑨부르다, 불러들이다 ⑩힘쓰다 ⑪갖옷(짐승의 털가죽으로 안을 댄 옷) ⑫끝, 종말(終末)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빌 걸(乞), 찾을 색(索), 구할 호(頀)이다. 용례로는 남에게 물건이나 돈, 곡식 따위를 거저 달라고 비는 일을 구걸(求乞), 사람을 구한다는 구인(求人), 구하여 얻어 들임을 구입(求入), 구해 벌어옴이나 휴가를 원함을 구가(求暇), 직업이나 직장을 구함을 구직(求職), 중심으로 쏠리는 힘으로 참된 마음을 찾아 참선함을 구심(求心), 이성에게 자기의 사랑을 고백하여 상대편도 자기를 사랑해 주기를 바라는 일을 구애(求愛), 벼슬자리를 구함을 구사(求仕), 배상 또는 상환을 요구함을 구상(求償), 구하여 얻음을 구득(求得), 먹을 것을 구함을 구식(求食), 혼인할 상대를 구함을 구혼(求婚), 산소 자리를 구함을 구산(求山), 살길을 찾음을 구생(求生), 필요하여 달라고 강력히 청함을 요구(要求), 재촉하여 요구함을 촉구(促求), 상대방에 대하여 일정한 행위를 요구하는 일을 청구(請求), 목적한 바를 이루고자 끝까지 좇아 구함을 추구(追求), 몹시 애타게 구하는 것을 갈구(渴求), 본능적으로 충동적으로 뭔가를 구하거나 얻고 싶어하는 생리적 또는 심리적 상태를 욕구(欲求), 구하기 힘든 것을 억지로 구함을 강구(彊求), 강제로 구함을 강구(强求), 돈이나 곡식 따위를 내놓으라고 요구함을 징구(徵求), 바라고 요구함을 희구(希求), 도를 구하는 사람을 구도자(求道者), 구하려고 하여도 얻지 못함이나 얻을 수 없음을 일컫는 말을 구지부득(求之不得), 팔고의 하나로 구하려 해도 얻지 못하는 고통을 일컫는 말을 구부득고(求不得苦), 몸과 마음을 닦아 온전히 하려다가 뜻밖에 남으로부터 듣는 욕을 일컫는 말을 구전지훼(求全之毁), 예를 찾아 의논하고 고인을 찾아 토론함을 일컫는 말을 구고심론(求古尋論), 인을 구하여 인을 얻었다는 뜻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었음을 일컫는 말을 구인득인(求仁得仁), 논밭과 집을 구하고 문의하여 산다는 뜻으로 자기 일신 상의 이익에만 마음을 쓰고 국가의 대사를 돌보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구전문사(求田問舍), 무엇을 구하면 이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을 구즉득지(求則得之) 등에 쓰인다.
▶️ 趙(나라 조/찌를 조)는 형성문자로 赵(조)는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달아날 주(走; 달아나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肖(초)로 이루어지며 '빨리 달아나다'의 뜻이다. 그래서 趙(조)는 (1)중국 전국시대(戰國時代)의 나라 이름 전국 칠웅(戰國七雄)의 하나로서, 한(韓), 위(魏)와 함께 진(晉)을 삼분(三分)하여 성립(成立)됨. 산서성, 하북성에 걸쳤으며, 한단(邯鄲)에 도읍(都邑)했음 10대, 176년으로 진(秦)나라에게 망(亡)함 (2)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나라의 이름 ②조(趙)나라 ③성(姓)의 하나 ④긴 모양 ⑤걸음걸이의 느린 모양 ⑥찌르다 ⑦빠르다, 날쌔다 ⑧흔들다 ⑨땅을 파다 ⑩작다 ⑪넘다 ⑫미치다(공간적 거리나 수준 따위가 일정한 선에 닿다), 닿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구슬을 온전히 조나라로 돌려 보내다는 뜻으로 흠이 없는 구슬이나 결점이 없이 완전함 또는 빌렸던 물건을 온전히 반환함을 이르는 말을 완벽귀조(完璧歸趙), 겉으로는 그것을 위하는 체하면서 실상은 다른 것을 위함 곧 속과 겉이 다름을 이르는 말을 위초비위조(爲楚非爲趙), 훔친 병부로 조나라를 구했다는 뜻으로 큰 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사소한 정이나 의리는 버려도 무방하다는 것을 비유하는 말을 절부구조(竊符求趙)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