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6월 26일 일요일 날씨 - 기온 높고 하늘은 맑았음
다시 걸어보는 서울둘레길
오늘은 양재동 시민의 숲에서 시작해 우면산을 지나 사당사거리까지 걷는 20여리 길입니다
윤봉길의사 기념관 근처에서 하늘을 올려다 볼때 어쩐지 기분좋은 하루걸음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프라타너스 숲사이로 빠꼼히 열린 남빛 하늘이 너무 맑고 고왔기 대문이지요.
아하 ! ~ 웬 일로 서울하늘이 저럴때도 있네 - 하면서 둘레길 들머리에서 인증스탬프를 찍었습니다.
선명하게 찍힌 문양이 참 재미있습니다.
우면산 - 산자락을 벼개삼아 드렁드렁 코를골며 세상에서 가장 편하게 잠을자는 소 한마리 -
첫 느낌이 좋고 공기맑고 햇살 좋으니 사진도 잘 찍히겠습니다.
시민의 숲을 벗어나기전에 바라본 잔잔한 풍경 한폭이 걸을을 멈추게 합니다.
할머니 - 아가 - 아가아빠 - 아가엄마 - 간이 테이블 - 강아지.....
광선이 좋아서 그런지 오늘따라 유난히 초록빛이 곱고 그 속에 머무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림같이 평화롭습니다.
양재천 둑을 넘어섰을때 만난 [해바라기 있는풍경]입니다
늘씬하게 큰 키에 쟁반같이 큰 꽃을이고 둔치에 서 있는 해바라기들.....
잠깐 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눈길을 주었더니 꽃송이들이 모두 나를 보고 배시시 웃는것 같습니다.
사진으로 찍어 달라고 ?
그림으로 그려 달라고 ?
~~ 안돼 - 오늘은 안돼
나는 오늘 좀 걸어야 될 일이 있거던 ......
양재천 징검다리를 건너다 말고 물길 중간에서 6월의 아침나절을 바라봅니다
여기도 곱디고운 초록세상입니다.
늘어진 수양버들가지,아담한 갯버들포기,진초록 줄풀줄기,투실하게 자란 잡초- 개여뀌풀까지 내 눈에 비치는건
모두가 여름날의 멋진 그림으로 다가옵니다.
오늘 우면산길은 나무가 많아 그늘이 좋습니다
그래서 선크림도 대강대강 바르는둥 마는둥 했습니다
사실 여름철에 둘레길 걸으면서 전혀 햇살을 피할수는 없는 일입니다
서울둘레길 코스중에 햇볕을 노다지로 받으며 걸어야 하는 그늘없는 구간이 몇군데 있지요.
암사동 한강변 지날때,석수역에서 안양천을 따라 구일역 사이 천변길과 가양대교 건널때 등등....
그래서 암사동 지나올때도 그랬지만 나는 햇살을 가리기 위해 우산을 양산삼아 들고 갈 생각입니다
남자가 양산을 ???
뭐 어때요 -
꼭 여자만 양산 들고 가라는 법이라도 있남요 남자도 필요에 따라 들만하면 드는거지요.
양재동 교육문화회관 뒷편을 돌아 우면산 기슭을 접어듭니다.
둘레길 걷기가 아니더라도 관악산과 함께 자주 찾는산이 우면산입니다.
관악산은 사당동 바로 앞에 있기때문에 우리동네 앞산이라 부르고 우면산은 길 건너에 있기 때문에
우리동네 옆산이라는 이상한 이름까지 붙여놓고선 먼곳 먼산 갈일 없으면 별 계획없이도 훗딱 찾아가는
산이 관악산,우면산입니다
그만큼 접근하기 쉽고 마음 편하게 걸을수 있는산이기 때문이죠.
요즘 서울 근교산 곳곳에서 볼수있는 [검은붕대 감은 나무]
참나무가 많은 우면산에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참나무 시들음병]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 합니다.
굴참나무,떡갈나무,상수리,신갈나무,졸참나무등 도토리가 열리는 참나무중에 유독 신갈나무가 이 병에
잘 걸려서 시들시들 죽어 간다고 합니다 - 시들어가는 나무들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우면산에서 가장 멋진 길은 예술의 전당내 오페라 하우스 윗쪽에 있는 숲길입니다.
동쪽능선을 오르다가 관문사 넘어가는 길목에서 소망탑이 있는 정상쪽 길로 가지말고 서울둘레길이 있는 옆길로 들어서면 대낮에도 어둑컴컴할 만큼 깊은 숲길이 꿈길같이 이어집니다.
송진향이 진하게 흘러오는 잣나무 군락지,상수리나무 숲,떡깔나무숲, 등등 빽빽하게 들어 찬 나무들 사이로 이어지는 오솔길을 걷노라면 잠시나마 시끄러운 세상을 벗어난 분위기를 맛볼수 있습니다.
나는 우면산길을 밤에도 자주 찾아갑니다
음력으로 열 사흘쯤에서 열 여드레 사이 - 그러니까 달이 휘영청 밝은 달밤에 우면산이나 관악산을 찾아가서
이름하여 [달빛산행]을 한답니다
국립국악원이 있는 뒸쪽길입니다.
년전에 억수같은 비가 쏟아졌을대 엄청난 산사태를 겪었던 지역이지요.
잣나무숲이 통째로 뭉텅 쓸려 내려가서 남부순환로를 가로막고 근처 아파트까지 덥쳤던 [우면산 산사태]....
이제 그 상처가 어느정도 아물고 할퀸 자국은 다시 녹색옷을 입기 시작했습니다.
젊음적 암벽등반을 배울때 선배로 부터 등산상식을 들은게 생각납니다.
지금 걷고있는 우면산 산길을 해가 지고있는 시각에 혼자 지나 간다고 하자 - 숲속은 평지보다 빨리 어두워
지겠지요.
그럴때 이상하게 약간 으스스한 느낌도 들고 갑자기 머리끝이 쭈볏하니 무서운 생각도 들기 시작할때가 있습니다
그때 저쪽 약간 어두워지는 숲속에 뭔가 있는 느낌이 듭니다.
짐승, 사람, 귀신,도깨비 등등 별별 상상을 다하게 되고 드디어는 공포의 그 물체가 나를 향해 다가오는듯한...
그러나 알고보면 아무것도 아닐경우가 많답니다.
뭔가 무서운게 꼭 지켜보고 있는듯한 이런 현상을 [어둑서니 현상]이라 한답니다.
이럴때는 가까이 가서 확인을 하는것도 좋습니다
다가가 보니까 별것 아닌,그냥 작은 수풀 또는 어두워지기 시작할대의 착시현상일 뿐입니다
그러나까 자기 가위에 눌리지 말라는 거지요.
또는 어두워 지는 저쪽 모퉁이에 키가 큰 도깨비, 덩치큰 귀신이 가만히 서서 이 쪽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때도 가까이 가서 확인을 해 버리면 두려움이 없어진다고 합니다.
그러나 가까이 가 보니까 마른 나무가 서있다든가, 비죽한 바위나 돌무더기가 있는게 꼭 뭐 같이 보였을 뿐입니다.
이러한 현상을 [몽달이 현상]이라고 한다 그러데요.
숲길 걸을때 가끔식 열리는 빠꼼한 공간
녹색창문을 열어 젖힌듯한 그 공간속으로 하늘이 보이고 서울이 보입니다.
늘상 보던 풍경이지만 이 공간속으로 다가오는 그 모습들은 전혀 다른풍경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이곳은 경부고속도로 초입 서초동에서 양재동으로 넘어가는 작은 고갯마루 풍경입니다
양재천에서 우면산 우면동을 바라본 풍경
우면산 동쪽 자락에서 서울의 동쪽을 바라본 풍경
떨갈나무 숲 사이로 보이는 타워펠리스
오늘은 가시거리가 좋아서 북한산의 백운대.인수봉.만경대,보현봉이 다 보입니다.
명품길 오페라 하우스 뒷쪽을 지나면 잠시 숲을 벗어난 곳에 대성사란 사찰이 있습니다
절 마당 통나무 원두막에서 땀도 식히고 물도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하며 걸어온 길을 돌아봅니다.
둘레길 들어서서 지금까지 75km를 걸었으니 좀만 더 가면 전체구간의 절반을 넘어서는 샘이군요.
이제 며칠후엔 진짜로 우리동네 앞산인 관악산을 지나가게 됩니다.
눈만 뜨면 건너다 보는 산이지만 [서울둘레길 걷기]로 만나게 된다니까 괜시리 설렙니다.
꼭 먼먼길을 떠났던 사람이 오랫만에 고향을 찾아가는것 처럼....
- 다음글에 계속 -
게시자 가인재 김학수
우면산 구간에서 남긴 사진몇장을 더 첨부합니다.
첫댓글 좋은 글과 사진 감사합니다 ^^
사진 진짜 멋집니다. 선생님 글 둘레길 체험후기에 꼭 응모하시기 바랍니다..^^
4코스 대모, 우면산 코스는 조금은 지루한 코스인데 여유롭게 걷는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관악구에 시시는 군요. 저는 6코스 끝날 때와 7코스 시작할 때가 가장 좋터군요. 집이 가까워서, 잘봤 습니다. 서울 둘레길 길동무 카페에도 한 번 찾아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여유와 고즈넉함이 묻어있는 글 잘 봤습니다. 오늘 서울둘레길 8코스중 도봉산구간을 잘 걸었습니다. ㅎㅎ 시간이 맞아 함께 걸었었으면 했던 바램을 더 아쉽게 하네요.
건강한 걷기 행복한 걷기의 바탕에 서울 둘레길이 함께여서 정말 기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