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비온 뒤의 푸른 덕유 능선을 거닐고 싶었다.
새벽같이 준비하여 육십령으로 향한다.
서봉과 구름에 가린 남덕유산, 그리고 함양, 거창의 명산들
3년전에는 서울에서 직접 차를 운전하였고
실제 산행은 육십령에서 향적봉까지만 진행했었다.
오늘은 울산에서 출발한다.
구름으로 어둑한 새벽녁에 울산역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휴일 새벽인데도 승객들로 분주한 울산역이다.
울산역은 시내에서도 자가용으로 30분을 넘게 이동해야한다.
06:08분에 KTX를 타고 동대구에 06:33분에 도착한다.
동대구역에서는 지하철 1호선으로 갈아타고 대구서부정류장(성당못역)에서 내린다.
근처 분식집에서 라면 한그릇으로 아침을 해결하면서
추가로 시킨 김밥 두 줄을 들고 육십령을 넘어가는 전주행(07:24) 시외버스를 탄다.
시외버스는 고속도로를 타고 거창(8:20)까지는 막힘없이 내달렸고
거창에서 한참을 쉬다가 8:45이 되어서야 안의로 출발한다.
버스는 함양군 서상면을 거쳐 마침내 육십령 고개에 나를 떨구고 고개 너머로 사라진다.(09:40)
지리 천왕봉에서 출발한 백두대간이 지리서부능선을 거쳐
여기까지 와서 이 굴다리를 지난다.
굴다리 오른쪽으로 등산로에 접어든다.
아직 날씨는 흐리고 바람이 거세다..
등로에 접어든지 얼마되지 않아 은방울꽃이
그 모양 그대로 앙증맞은 얼굴을 내비치고
초반에 몸이 덜 풀린 상태로 숨을 헐떡이며 등로를 오르는 중에
잠시 열린 조망터에서 육십령 넘어에 있는 전북 장수 장계면이 눈에 들어온다.
서봉으로 향하는 등로에 잠깐잠깐 트이는 조망터에서는
할미봉의 기암들이 눈에 들어오고
멀리 서봉과 남덕유산은 구름으로 얼굴을 가렸다.
남덕유산에서 함양 서상면쪽으로 이어지는 월봉산, 거망산, 황석산도 구름에 가려져있다.
할미꽃 씨방으로 보이는 데..맞는지 모르겠다.
가까워진 할미봉..
제비꽃 종류인데.. 졸방제비꽃인가?
둥글레
육십령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길..
구시봉 넘어 백운산과 영취산이 희미하다.
3년전 (2015.5.24) 비슷한 시기, 비슷한 지점에서 찍었다.
육십령넘어 구시봉,
그 뒤로 오른부터 장안산, 영취산, 백운산,대봉산(계관산)이다
그리고 아주 멀리 지리산 라인이다.
PeakFinder로 확인하자.
할미봉오르는 길에 서상면 쪽에 솟은..
구시봉이 이제는 머리에 구름모자까지 썼다.
육십령에서 1시간 거리의 할미봉..
할미봉에서 보는 서봉과 남덕유산은 아직 구름사이로 숨어있다.
이렇게 보여야 하는 데...
솜털처럼 보송보송한 느낌의 노리재 나무는
바람이 많이 불어 이렇게 하고 사진에 담았다.
바람에 떨어져버린 철쭉꽃잎들이 등로를 장식한다.
깨끗한 서봉과 구름에 가린 남덕유산
3년전에는 이러했다.
남덕유산에 가로막혀 동쪽에 형성되었던 구름이 힘들게 넘어오고 있다.
그 구름띠는 거망산, 황석산 능선을 따라 길게 늘어서
서상면 전체를 감싸는 형국이다.
서쪽 장수군쪽으로는 영취산에서부터 이어지는 호남정맥의 산군들이 늘어서 있고
남쪽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산군들은 구름에 가려져 있다.
다시 남덕유산, 구름이 물러서지를 않는다.
연분홍의 철쭉이 군데군데...
서봉이 가까워졌다.
참꽃마리?
4시간이 걸렸다. 육십령에서 7.6km.
이제 덕유능선이 눈에 들어오지만
멀리 향적봉을 제외하고는 동쪽에서 밀려오는 구름으로 가려져있다.
중앙 멀리 적상산도 눈에 들어오고
육십령에서 이어져오는 대간 능선은 뚜렸하다.
당겨보면
설천봉의 팔각정과 향적봉의 우뚝한 바위가 뚜렷하다.
내가 좋아하는 금강애리나리
손톱만한 꽃이 바람에 흔들려
촛점을 맞추기가 힘들다.
서봉에서 8백미터 거리의 남덕유산 봉우리..
병꽃나무는 지천이고
능선길에는 풀솜대가 그 앙증맞은 꽃으로 맞이하고 있다.
큰앵초
이름처럼 바위에만 붙어있는 바위떡풀.
서쪽은 구름이 없고.
동쪽에서 넘어오는 구름은 재빠르게 계곡으로 사라지고.
삿갓봉 근처에서 잠깐 보았던 이것..
고광나무라고 하는 데... 확신은 서지않고..
삿갓봉에 이르러서야 뚜렸해진 무룡산
역시 구름모자를 쓰고 있다.
동쪽, 황점마을 너머 금원산..
월봉산,거망산 너머..희미하다. 지리산??
삿갓재대피소에서 저녁을 먹고 나오니
별이 쏟아진다.
그런데 바람이 너무 세다.
새벽 3시에 일어나
무룡산에의 일출을 볼 준비를 하고 아침을 먹는다.
대피소 밖에 나왔다가 화들짝 놀랐다.
강풍과 기온 급강하.
무룡산쪽으로 20분정도 가다가 대피소로 다시 되돌아왔다.
6시까지 기다리다가 다시 시도했으나..
바람이 세찬 삿갓재대피소에서 남쪽으로 바라본다.
거망산 너머 지리산이 뚜렷해졌다.
결국 북진을 포기하고 황점마을로 하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