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만어사萬魚寺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5교구 본사인 통도사通度寺의 말사다. 이 절은 46년(수로왕 5) 가락국의 수로왕이 창건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수로왕 때 옥지玉池라는 연못에 살던 독룡毒難과 하늘을 날아다니며 사람을 잡아먹는 나찰녀羅刹女가 서로 사귀면서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와 우박을 내려 4년 동안 농사를 망쳐 놓았다. 수로왕은 주술呪術로써 이를 막으려 했지만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예를 갖춰 인도 쪽을 향해 부처를 청했다. 부처가 신통으로 왕의 뜻을 알고 여섯 비구와 1만의 천인天人들을 데리고 와 독룡과 나찰녀의 항복을 받고 설법 수계說法授戒로 모든 재앙을 물리쳤다. 이때 동해의 수많은 물고기와 용들이 불교 교리에 영향을 받아 만어산으로 모여들어 돌이 되었다. 수로왕은 부처님의 이런 은덕에 감사하며 이곳에 만어사를 지었다고 한다.
또 다른 전설도 있다. 옛날 동해 용왕의 아들이 수명이 다한 것을 알고 낙동강 건너에 있는 무척산無隻山의 신승神僧을 찾아 가 새로이 살 곳을 마련해 줄 것을 부탁했다. 신승은 길을 가다가 멈추는 곳이 인연 터라고 일러주었다. 왕자가 길을 떠나니 수많은 종류의 물고기떼가 그의 뒤를 따랐는데 머물러 쉰 곳이 바로 만어사였다. 그 뒤 용왕의 아들은 큰 미륵바위로 변했고 물고기들은 크고 작은 화석으로 굳어 버렸다고 한다. 만어사가 있는 계곡을 따라 첩첩이 깔린 수많은 바위들이 일제히 머리를 산 정상으로 향하는 장관을 연출하고 있는 바, 이게 바로 물고기들이 변해서 된 만어석萬魚石*이라는 것이다. 신기하게도 이 바위들을 두드리면 종소리와 쇳소리, 옥소리가 울려 퍼진다. 또 새벽녘과 봄비 내리는 날에는 만어사 주변에 피어오르는 운해가 천지를 뒤덮어 장대한 풍경을 만들기도 한다. 현재 절의 미륵전彌勒殿 안에는 높이 5m 정도의 뾰족한 자연석이 솟아 있는데 이게 미륵바위다. 이 바위에 기원하면 아기를 낳지 못한 여인이 득남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만어사는 창건 이후 신라 시대에는 왕들이 불공을 올리는 장소로 이용됐다. 1180년(명종 10) 중창되고 1506년(중종 1) 화일化日이 중건했다. 이어 1879년(고종 16)에 중건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현존하는 이 절의 당우로는 대웅전·미륵전·삼성각·요사채·객사 등이 있다. 문화재로는 보물 제466호로 지정된 만어사 삼층석탑**이 눈에 띈다. 이 석탑은 1180년 중창 때 건립한 것으로 전체적으로 균형이 잘 잡히고 견고하게 정제된 탑이다. 또 산 위에 있는 수곽水廓의 물줄기는 매우 풍부한데 이곳은 부처가 가사를 씻던 곳이라고 전해 온다.
*만어산 암괴류
암괴류岩塊流는 암석 덩어리들이 집단적으로 산 사면이나 골짜기에 아주 천천히 흘러내리면서 쌓인 것을 가리킨다. 만어산 암괴류 역시 바윗덩어리들이 산비탈을 따라 무리 지어 강물처럼 흘러가다 멈춰 선 암석 지대다. ‘돌강’이라고도 부르는 이것은 만어사 미륵전 아래 너비 100m·길이 500m의 크기로 자리 잡고 있다.
암괴류는 땅 밑 깊은 곳에 있던 화강암이 땅 위로 올라오고 팽창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틈이 생기고 이 틈으로 풍화와 침식 과정이 진행되면서 만들어진 바윗덩어리들이다. 비탈을 따라 계곡 아래로 서서히 이동하다가 빙하기가 끝나면서 그 자리에 멈췄고 빗물과 계곡물에 모래 등이 씻겨 내려가면서 바위만 남게 된 것이다. 약 3만 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암괴류는 섬록암·반려암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형태는 거무스름하고 등근 편이다. 바위를 두드리면 종소리처럼 맑은 소리가 난다 하여 경석磬石이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화강암의 성분 차이에 따른 현상이다. 미륵전에 있는 미륵바위는 풍화 때 부서지지 않고 남은 돌알(핵석核石·corestone)로 보인다.
이 암괴류는 독특한 경관을 지닌 우리의 자연 유산이자 한반도의 지질 형성 과정을 보여주는 학술 자료다. 대표적인 암괴류로는 달성 비슬산 암괴류(천연기념물 제435호)와 부산 금정산 암괴류 등이 있다. 한편 만어산 경석은 여름에도 얼음이 어는 남명리 얼음골, 땀 흘리는 표충비와 함께 밀양의 3대 신비로 불린다. 경상남도 기념물 제152호이다.
만어산 암괴류는 ‘어산불영魚山佛影’으로도 불린다. ‘어산에 서린 부처님의 그림자’라는 뜻이다. 만어사와 어산불영 이야기는 <삼국유사>에 실려 있다.
**만어사 삼층석탑
고려 중기의 석탑으로 만어사를 지을 때 함께 세웠다고 전해진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만어사는 고려 명종 10년(1180)에 지어졌고 삼층석탑 뒤편 넓은 터가 법당 자리였음이 확인되면서 처음부터 그 자리에 계속 있었음이 밝혀졌다. 단층 기단 위에 3층 탑신을 올렸는데 이는 고려 시대 석탑에 흔히 보이는 양식이다. 또한 각 층의 몸돌과 지붕돌은 하나의 돌로 이루어져 있다. 기단이나 몸돌은 비교적 온전하나 꼭대기 부분은 후대에 석재를 다듬어 얹은 것이다. 신라 시대 석탑에 비해 조형미는 다소 떨어지지만 전체적으로 안정적인 비례와 균형을 보여 주는 우수한 작품이다. 보물 제46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