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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 피래우스에서 수도 아테네로 가는 전차, 오른쪽에 아크로폴리스
섬 이오스로 가는 페리
그리스 (Greece) 여행기 <1981>
우리의 그리스 여행은 1981년 여름 애개이해에 있는 돌섬 이오스(Ios)에서 시작한다 -
1. 애개이
(Aegaei) 海의 돌섬 이오스 (IOS) -
피래우스(Piraeus)에서 보낸 첫 밤은 선잠으로 보낸 매우 짧은 밤이었다.
우리가 투숙한 호텔은 부두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3등급의 호텔로서 호텔이라고 하기보다는 한 여인숙(旅人宿)이었다.
집은 5층의 사각형 건물로 이 사각형 안에는 해도 비치지않고 초목도 없는 시멘트로 깔린 조그마한 마당이 있었다. 그리고 모든 객실의 유일한 창문은이 마당으로 향하고 있어서 정말 옆방에서 누가 방귀를 뀌면 모두가 다 들을 수 있을 정도로 귀 밝은 방들이었다.
거기에다 창문에는 모기창도 붙어있지 않아서 더위 때문에 열어놓은 창문으로 밤새 드나들며
괴롭히는 지중해의 모기떼와 싸우면서 밤을 지새워야 했다.
선잠에서 깨어나 아침을 하려고 식당으로 내려갔더니 아직 새벽이어서인지 호텔직원들도 막
잠에서 깨어 나왔나 대접이 또한 그러했다. 그야말로 비스킷 몇 조각에다가 흐리고 흐린
가루커피를 아침식사라고 내다 놓는 것을 보니 그냥 구미도 가버리는 것 같았다.
하기야 그리스사람들은 여름에 한 낮 더위를 피하느라고 점심보다는 저녁을 하루의 정식식사로 하기 때문에 좀 서늘해진 저녁 8시부터 시작해서 10시 넘어까지 만복(滿腹)을 하고나면 아침에는 식사생각이 없기 마련일 게다.
나중에 배를 타고 가면서 점심이나 적당하게 할 생각으로 커피라고 내다 준 뿌연한 물을 그래도 몇 잔 마시고 무거운 여행가방을 들고 항구로 나갔다.
항구(港口) 피래우스(Piraeus)는 그리스 수도(首都) 아텐(Athen)의 항구로서 한국으로 말하자면 수도 서울의 항구 인천과 같은 역할을
한다.
어제 점심때 비행기로 아텐 국제공항에 도착해서 버스로 곧장 피래우스로 옮겨왔다. 그리스의 애개이(Aegaei)해에 있는 섬들은 몇 큰 섬들을 빼어놓고 그 당시 거의 다 훼리로만 연결되었다.
호텔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1980 년도에 그리스여행을 하려면 개인적으로 하던가 아니면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일괄여행(Pauschalreise 페키지여행)을 단체지만 개인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여행권을 살 수가 있었다. 그래서
여행 목적지와 목적지에 있는 호텔등급에 따라사 여행비의 차이도 컸다.
우리가 가는 섬 이오스(Ios)에는 그렇다할 고급의 호텔이 없었기 때문에
3등급의 호텔을 택해야 했는데 그 결과는 우리가 이오스로 떠나기도 전에 피래우스에서 이미
혹되게 체험해야 했다.
어제 우리가 피래우스에 있는 호텔에 도착한 때는 뜨겁게 내려 쏟는 햇볕이 곧장 머리위에 서
있을 때였다. 호텔수속이
끝나자마자 가방을 방에다 넣어두고 곧장 아텐으로 나가서 그 세계에서도 유명한 아크로폴리스(Akropolis)를 구경하려고 했다.
금강산(金剛山) 구경도 식후라고 했겠다. 호텔에서
나와서 처음으로 발견되는 음식점에 가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호텔 앞 네거리 건너편에 옛 서울 문리대 동숭동의 중국 자장면집 비슷한 음식점이 하나
있었다. 그리스의
음식점들은 여름에 어디를 가거나 음식점 안 보다는 좀 시원한 바깥 길바닥에 손님들이 식사를 하게끔 식탁과 의자들을 차려놓고 있다. 그래서 길 바깥에서 식사를 하려면 자동차의 폐기(廢氣)와
먼지를 각오해야 한다.
우리도 좀 시원한 바깥에 앉아서 식사를 하려고 바깥에 앉았다. 한동안 기다려도 아무도 오지를 않았다. 배는 고프고 해서 식사를 주문하러 음식점 속으로
들어갔더니 주인이 "깔리메라!" (Kali mera! -me 에 악센트 'Good Day!') 하고 소리를 지르며 인사를 하더라.
그러면서 식사
주문을 받으려고 했다. 식사메뉴를
요구했더니 부엌으로 직접 들어가 보라고 부엌있는 쪽으로 손짓을 했다.
처음 그리스 여행하는 사람들이여!
그리스는 여느 딴 나라와는 달라서 손님이 음식점에 가면 우선 찾는 곳이 부엌이다. 부엌에서 요리사가 오늘은 무슨 요리를 했나 구경을 하고 난 뒤 "나 저 음식 하겠오" 하고 손가락으로
음식을 가리키면 된다. 참 편리한 제도같이 느껴졌다.
메뉴도 있지만 직접 부엌으로 들어가서 자신 음식을 찾아주기를 원하고 있다. 그래서 점잔
피운다고 "뽀이"를 기다리고 있다가는 밥 못 얻어먹을 수도 있다. 손님들이 음식점에 들어오자마자 부엌을 찾는다는 것이 우리에겐 체면 없는 행동이듯 보이겠지만 그리스는 그러한 실용적인 나라다.
부엌 냉장고에 손바닥 반 정도의 도미 비슷한 생선이 보였다. 둘이면 너무 작아서 세 개를 골라서 구어달라고 했다. 독일에서야 싱싱한 생선을 만나기
힘드니까 바닷가로 여행을 가는 목적이 우선 싱싱한 생선을 많이 먹고 싶은 데에도 있었다.
다시 한번 처음 그리스 여행하는 사람들이여!
그리스는 한국과 같이 바다로 쌓인 반도(半島)이지만 애개이해에는 물고기가 없다. 옛날에 물정 없는 어부(漁夫)들이 다이너마이트로 물고기를 몽땅 다 잡아냈기 때문에
아직도 바다 속이 비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리스라는 나라에는 생선 값이 엄청나게 비싸다. 음식점에 가서 물고기를 주문하려면 우선 값을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음식점의 생선이 어디에서 온 것이냐고 물어 봐야 한다.
딴 나라에서 수입한 생선이 많아서 여름철에는 값이 엄청날 뿐 아니라 냉동에서 풀어놓은 생선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처음 그리스를 찾아온 촌놈이 이러한 사정을 몰랐던 탓이라서 구운 생선 세 조각에 큰 바가지를 쓰고 나온 뒤에야 그 이유를 알았다. 값은 비쌌지만 오랜만에 먹어보는 생선구이 맛은 그래도 좋았다.
관광객들이 음식점에서 얻어먹는 그리스 음식들은 몇 종류가 되지 않는다.
그 음식들마저 진짜 그리스식으로 맛있게 먹으려면 외국에 (독일에) 있는
그리스 음식점들이 더 낫다.
그리스라는 나라 땅에는 반도에나 섬들에나 물론하고 여름에는 온 세계에서 찾아온 관광객들로 북적거려서 어디를 가나 거의 다 Fastfood 이다. 그러니 대우도 마찬가지다. 너 한번보고 다시 더 보지 못한다는 격이다.
그래서 그리스 본토백이들이 찾는 음식점을 찾아가야 한다.
수 백 년동안 터-키(오스만터-키)족들의 영향을 받아서 그리스 음식에도
터-키의 음식들이 많다.
예를 들어 한국 사람들 구미에 맞는 음식으로 "돌마데스" 혹은 "돌마다끼아"
라는 음식이 있다.
"돌마데스" (Dolmades)는 삶은 포도(葡萄)잎에다 다진 양고기나 소고기와 밥을 섞어서 둘러싸 오리브기름에다 익힌 것으로
(그리스말 돌마데스 "둘러싼 것" 은 터-키어의 돌막 Dolmak "둘러싸다"에서 온 말) 좀 짭짤한 삶은
포도잎 맛이 한국 사람들의 구미에도 맞는다.
"수부라끼" (Souvlaki) 는 양고기나 소고기 조각을 꼬치에 꾀서 구운 것으로
터-키어로 케밥 (Kevap) 혹은 발칸나라 (유고)들에서 체밥치치 (Cevapcici)라고 하는데 이것도 터-키에서 온 음식이다.
"무싸까" (Mousaka) 라는 다진 양고기나 소고기에 가지 (Aubergine)를 섞어서
오리브기름으로 익힌 것인데 너무 오리브기름이 많이 들어가서 오리브기름 먹는 버릇이 익숙해야 잘 먹을 수 있다. 물론 이 음식들에는 삶은 감자가 나오기
마련이다.
샐러드로는 "그리스 샐러드" (Salad grec)라고 해서 어느 음식에나 빠지지 않고 같이 주문하게 되는데 큰 토막으로 쓴
토마토와 양파에다 깔라마따 오리브 몇 개와 염소젖으로 만든 치-즈 페타 (Feta '조각')몇 조각, 거기에다 오리브 기름을 쳐서 나오는 것이다. 보통 샐러드와 다르다는 것이 다만 이 염소젖
치-즈 페타가 같이 나온다고 해서 "그리스" 다.
음식점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피래우스에서 아텐으로 가는 전차정류소를 찾았다.
길 찾는 우리를 본 어느 한 그리스사람의 친절한 안내로 전차정류소를 쉬이 찾았다. 피래우스와 아텐 사이를 왕복하는 전차라서 전차가 자주 다녔다. 표를 끊고 전차에 올라탔다. 옛날 서울 동대문 경마장에서 왕십리를 왕래하던
빵차가 연상되었다.
그러한 고물전차가 아니라 탄 전차의 분위기가 그러했다. 텅텅텅
흔들리면서
몇 정거장을 달리니까 갑자기 오른쪽 산 위에 웅장하게 아크로폴리스가
나타났다. 흰
대리석의 석조가 햇빛을 반사해서 더 희게 보였다.
아텐에 도착하는 비행기는 이 아크로폴리스를 한바퀴 돌아서 착륙했다. 어제 비행기에서 본
아크로폴리스를 이제 전차에서 내려 한 반 킬로미-터 산 위로 걸어
올라가야 했다.
오후 한참 뜨거울 때였다.
아크로폴리스에 올라가는 산이 다 대리석(大理石)같이 반질반질해 보였다.
도중 왼쪽 오른쪽으로 쭉 늘어서있는 음식점과 카페에는 관광객들로 웅성거렸다. 이러한 뙤약볕에 밖에서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필시 관광객뿐이라고 했겠다.
땀을 흘려가며 아크로폴리스에 다 올라가니까 수리(修理)중이라고 문이 닫혀있었다. 큰 실망을 했다. 아크로폴리스 속을 구경도 못하고 다만 아크로폴리스 주위의 경치만 구경하다가 다시 산을
내려와야만 했다.
유감이었으나 다음 기회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아크로폴리스는 영원(永遠)한 수리장(修理場)이다. 그렇기
때문에 땀 흘리고 올라가기 전에 문이 열렸나 우선 알아보고 가는 것이 현명하다.
아크로폴리스 속으로는 들어가 보지 못했지만 산 위에서 내려다보는 주위의 경치만이라도 땀 흘리고 올라간 보람이 있었다.
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땀도 좀 식힐 겸 음료수를 마시려 한 아늑한 분위기를 가진 음식점에 들어갔다. 온 정원이 울창한 포도나무 줄기와 잎으로 덮여서
시원했다.
우리 귀에는 좀 묘하게 들렸지만 그리스 사람들은 마시는 물(水)을 "네로" (Nero, 악센트가
ro에) 라고 한다. 그래서
광수(鑛水 Mineral Water)를 "네로
메딸리꼬" (nero metaliko
ko에 악센트)라고 한다. 직역해서 “금속의 물”이 된다.
식수(食水)로서 커다란 1.5 리터 들어가는 플라스틱병이 한 병 나왔다. 앞으로 이 플라스틱
물병이 우리의 20여 년 그리스 여행을 동반할 줄이야 이 때는 아직 모르고 있을 때였다.
그리스말로 'yes' 를 '네' 라고 해서 한국말을 듣는 것 같다. 하지만 독일사람들에게는 '네' 가 속어로 '나인
no' 의 뜻이라서 좀 어색하게 들리게 마련이다.
다음날 아침 이른 아침이었으나 피래우스의 부두는 여행가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먼 애개이
해에 있는 섬들로 왕래하는 훼리는 무척 큰 배들이었다. 섬 이오스(Ios)로 가자면 크레타
(Kreta)로 가는 훼리를 타고 중간에서 내려야 했다. 한나절
배를 타고 가야했다.
지중해의 애개이해에서 처음으로 배를 타고 여행하는지라 이 날의 바다 여행에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매년 여름방학 때 스칸디나비아의 여러나라로 배를타고 여행하면서 경험하든 즐거운 해상여행을 생각했다. 무거운
가방을 들고 배에 올라서 어디 편히 앉아 갈 자리를 찾느라고 객실로 들어갔다. 커다란 영화관 비슷한 객실에는 냉동장치도 없었다.
객실에 들어서자마자 그야말로 헬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의 호흡하는 열기(熱氣)가
사우나 (Sauna) 의 뜨거운 증기(蒸氣)와 같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목을 조리는 것 같았다.
배를 탄다고 해서 일부러 일찌감치 서둘러서 왔는데도 어디 앉을 자리라고는 찾을 수도 없이
대만원이었다. 바깥
선두에도 마찬가지였다. 일광욕을 한다고 젊은 사람들이 (주로 배낭여행객들) 수영복들만 입고 구석구석까지 온 자리를 빈틈없이 차지해서 누워있었다.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아마
여기서 밤샘을 한 것 같았다. 이른
아침이었으나
땀 내리는 더위에다 배는 만원이고 앉아 갈 자리도 없다는 것을 보자 그만 눈앞이 아찔해졌다.
댓글:
이희우... <14-12-12 01:57>
내가 쓴 30 여년
전의 첫 그리스 여행담이다.
'이오스' 섬에 도착해서 배에서
내리니까 우리가 살 호텔(여숙)
주인
아모도로스 라는 남자가 당나귀 (그리스말로 '물리')를 데리고 와서
우리 가방을 호텔까지 운반해 주더라. 주인 이름이 그렇듯 호텔 아니
여숙 이름도 그래서 ‚아마도로스’ 더라고.
강신표... <14-12-12 11:25>
30년 전에 있은 일이 오늘 같이 들린다. 그곳 세상은 먼 나라 이야기다.
그래서 재미있게 읽었다. 지도에서 Ios 섬을 찾아 봐야겠구나.
조두영... <14-12-12 12:26>
그걸 다 기억하는구나. 명문이다. 재미있게 읽고있다.
이희우... <14-12-12 23:23>
강신표, 조두영 두 홍현다랑 거장이 댓글을 올려주니 그냥 '당케',
'당케' 다. 내가 30 여년 즐겨 찾아간 그리스의 얘기를 다시 한번
정리해 보려 한 계획일세.
신표야, 이오스 섬은 피래우스에서 크레타 로 직선을
지어보면
그 중간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