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7월 21일 일요일 괴산 이만봉 솔나리 탐방
윤이와
산행코스 : 충북 괴산군 분지리 연풍산장에서 이만봉 능선까지 올랐다가 원점회귀
https://www.ramblr.com/web/mymap/trip/371711/1602838
거리 7.2 km
소요 시간 4h 3m 37s
이동 시간 3h 35m 18s
휴식 시간 28m 19s
평균 속도 2.0 km/h
최고점 957 m
총 획득고도 549 m
난이도 보통
엄니 아랫집 아줌마팁 :
적합 :
태그 :
7월 17일(수요일)부터 19일(금요일)까지 중국 우한(武漢)에 출장을 다녀왔다. 아니, 그 전에 7월 15일(월요일)에 발생한 일에 대해 먼저 얘기 해야겠다. 지금은 좀 담담하게 얘기하지만 월요일 형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을 때 정말 만감이 교차하는 기분이었다. 엄니집 아래층에 사시는 ‘아랫집 아줌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알려왔다. 평소 엄마보다도 더 정정하시고 농사일도 많이 지으면서 한시도 몸을 쉬지 않고 근면하게 사시던 분이라 쉽게 믿어지지 않았다. 엄마와 아래 위로 살면서 벌써 수 십년을 자매처럼 지낸데다 식사도 함께 하시던 처지라 결코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아니, 다른 생각보다도 우선 앞으로 우리 엄니는 어떻게 지내야 하나 하는 걱정이 들었다. 서로 얼굴이 안보이면 찾아가서 별 일이 없는지 확인하고 지냈는데 갑자기 돌아가셨으니 이를 어떻게 이해할지 난감했다.
아랫집 아줌마는 엄마보다 네 살이나 아래다. 귀가 어두워 큰 소리로 말을 해야 알아듣는다. 남의 것을 탐하지 않고 정말 정직하게 사시는 분이다. 내가 뭐라도 드리면 꼭 농사 지은 것으로 손에 되돌려주신다. 재작년까지도 논농사 밭농사를 직접 짓다가 작년부터 논농사는 수지가 맞지 않는다며 소작을 맡겼다고 한다. 그래도 추수하고 남은 논에 다니면서 벼 이삭을 주워 모아 양식에 보태기도 하고 또 가을에 도토리를 주워다 묵가루를 만들어 돈을 사는 억척스러우신 분이었다.
<복분자딸기>
방울토마토가 잘 익었어요?
봉갑리
사고는 지난 토요일(7월 13일)에 일어났다고 한다. 아니 그 전날 감자를 캐서 자녀분들에게 가져다 먹으라고 연락해서 가까이 사는 딸이 토요일에 찾아와 보니 고열에 설사 그리고 구토를 하시더란다. 부랴부랴 가까운 병원을 찾아 갔는데 증상을 보더니 큰 병원으로 가라고 했단다. 어느 병원인지는 모르지만 큰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그 결과가 화요일에 나온다고 했다는데 그만 월요일에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목뒤에 진드기한테 물려서 바이러스에 전염되어 사망에 이르렀다고 한다. 정말 순간적이고 허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유구에 가까이 살고 있는 누나들이 엄마를 모시고 조문을 다녀왔다. 고인의 얼굴을 봐야겠다고 우기는 엄니를 달래서 모시고 나왔다지만 엄니는 전화통화 할 때마다 아랫집 아줌마가 죽었다는 얘기를 반복한다. 기억력이 떨어진 탓도 있지만 그 만큼 큰 충격으로 작용한 것 같다.
참 신기한 일이다. 이승과 저승 사이에는 찰나(刹那)의 순간이지만 그 경계가 엄연하여 한 번 넘어가면 다시는 되돌아올 수 없는 지경이다. 정작 고인이 된 본인은 순식간에 망각의 강을 건너 이승의 모든 것을 잊고 새로운 윤회의 길을 걷겠지만 뒤에 남겨진 유족을 비롯한 지인들에게는 너무 허망한 일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이미 삶과 죽음에 대해 알 만큼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 금방 체념하고 고인과의 작별을 인정하게 된다.
시골 집에서
난 정신적인 충격이 클 수 밖에 없는 엄니가 걱정되어 출장에서 돌아온 다음날 일찍 유구로 향했다. 길지 않은 출장이지만 여독으로 피곤함이 온 몸에 뭉쳐있다. 윤이가 함께 가면서 옆자리에 앉아 여러가지 얘기를 하면서 가니 졸음은 떼어낼 수 있었다. 가면서 누나들과 점심을 함께 하자고 전화로 약속하고 윤이를 엄니집에 올려 보내고 곧바로 큰누나를 모시러 갔다. 엄니는 윤이가 혼자 왔다고 너스레를 떨자 믿고 있다가 우리가 가니 속았다며 나무라듯 재미있어 하신다. 예산으로 넘어가 작은 누나 매형과 함께 횟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작은 누나집에 가서 과일을 먹고 여러가지 챙겨주는 것을 받아 싣고 봉갑리 큰 누나집으로 가면서도 엄니 눈치를 살펴 보니 큰 걱정은 안해도 될 성 싶다. 이미 아랫집 아줌마의 죽음을 많이 잊어버린 듯해 보인다.
금요일부터 제주도에 상륙해 많게는 1,000 미리까지 물을 쏱아붓고 토요일 남해에 상륙하여 북상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태풍 ‘다나스’가 여수쯤에서 소멸하였다고 한다. 유구에 내려올 때는 단단히 마음먹고 일요일 아침에 충북 괴산에 있는 이만봉에 솔나리 탐방을 가겠다고 했는데 막상 떠나려니 살살 눈치가 보인다. 이제까지는 토요일에 간단하게 산행을 마치고 내려왔다가 일요일 오전에는 엄니와 드라이브를 가던가 마곡사 절에 들르곤 했었는데 이처럼 아침 일찍 가겠다고 말하려니 좀 뜬금없어 보이고 또 야속해 하실 것 같아 망설여진다. 윤이가 어떻게 할거냐고 묻길래 지금이 아니면 솔나리를 볼 수 없을 거라며 강행하겠다고 선포하고 말았다.
유구 엄니집 앞 <방풍나물>
봉갑리 묵은 논에서 <한련초>
<외풀>
<개갓냉이>
<담쟁이덩굴>
누나들이 담가준 열무김치를 차에 싣고 산에 가면 금새 쉬어서 못 먹을 거라며 이번에는 그냥 서울로 곧바로 가는게 어떠냐며 큰 누나가 돌려서 말한다. 내심 상미에게 갖다 줄 것도 챙겨서 싣고 가길 바라는 마음이 엿보인다. 그리고 약한 내마음도 그렇게 따라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아직 단호함이 남아 있었는지 좀 늦더라도 산에 들렀다가 가야겠다고 말했다. 나의 꺽을 수 없는 의지가 엿보였는지 큰 누나가 산행하면서 먹을 수 있게 떡을 찌고 참외를 깍아 싸 주신다. 김치가 쉬지 않도록 스티로폼 박스에 담아서 테잎으로 단단히 밀봉해 준다. 냉동보관한 강낭콩과 이 것 저 것 바리바리 싸주는 것을 받아 차에 싣고 엄니를 모시고 유구로 나왔다.
내가 산에 가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엄니는 밭에 파를 뽑아 챙겨주시며 집에 들어가서 좀 쉬었다 가라 하신다. 헤어지기 싫어하는 눈초리가 내 몸 구석구석에 날아와 꽂힌다. 이미 팔부능선을 넘은 내 결심이 더욱 단호해지고 엄니의 아쉬워하는 눈초리를 억지로 외면하고 나는 다음에 또 오마고 엄니를 위로하고 멀찍이 시야에서 벗어난다.
충북 괴산군 분지리에서 이만봉을 찾아서
이만봉은 솔나리 꽃을 찾는 사람들의 메카처럼 여겨지는 산이다. 백두대간 이화령 – 희양산 산줄기에 들어 있는 봉우리다. 내가 작년 인도에 출장을 다녀오는 바라에 이 구간을 빼먹어서 낯이 선 산이다. 램블러에서 다른 사람이 다녀온 탐방코스를 다운받아 들머리를 찾아가는데 이리 저리 엄청 헤매었다. 길거리에서 자동차를 수리하고 있는 사람에게 한 번 묻고는 엉뚱한 방향으로 갔다가 뒤돌아 오기도 하고, 정자에서 쉬고 있는 노인이 가르쳐주는 대로 갔다가 산 위로 이어지는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따라 가기도 하고, 밭에서 일하는 부부에게 물어 마침내 분지리 저수지까지 찾아갔다. 램블러에서 다운받은 코스의 시작점과 일치한다.
이제까지 보슬보슬 내리던 빗방울이 갑자기 굵어진다. 차를 고속도로 아래에 주차하고 산행채비를 갖추고 도로를 따라 한참 걸으면서 생각해보니 이대로 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긴 산행시간을 맞출 수 없을 것 같다. 어짜피 솔나리를 만나보는 것이 이번 산행의 목적이니 산행 들머리에 차를 주차하고 잠시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다시 차를 타고 분지리 마을 끝까지 가니 계곡이 시작되는 지점에 팬션이 있고 산행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빗방울이 굵어졌다 가늘어졌다를 반복한다. 윤이는 우산을 받쳐 들고 나는 비닐우비를 입고 다시 산행에 나섰다. 비에 흠뻑 젖은 풀에 등산화가 금방 질척거린다. 옆으로 흐르는 계곡물은 우랑탕탕 폭포수 떨어지는 듯 큰 소리를 내며 흐른다. 하천 정비를 한다고 계곡 바닥을 시멘트로 매그럽게 다듬어 놓았으니 거칠 것 없이 빠른 속도로 흘러간다. 약 50여 미터나 걸어갔을까. 산길은 계곡을 넘는데 빠르게 흐르는 계곡물을 섣불리 넘어가기가 꺼려진다. 무엇보다도 지금 등산화를 물에 흠뻑 적시게 되면 남은 산행이 불편해질 것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다시 차로 돌아가면서 살펴보니 그 계곡물의 반대편을 따라 오르면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첫 번째 산행시도에서는
계곡에 물이 많이 포기하고 되돌아온다.
밭에 난 <곰취>꽃
그래서 이번에는 반대편 길을 따라 산행을 이어본다. 하지만 한참 올라가다가 산길은 또 다시 계곡을 넘는다. 계곡을 버리고 오른쪽 산비탈을 타고 올라 본다. 임도와 이어지기에 윤이에게 올라오라 하니 이런 길은 걷지 못하겠으니 그냥 내려 가자며 앞장서 간다. 비만 오지 않아도 계속 올라가자며 버텨보겠는데 비까지 내리니 어쩔 수 없다.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와 차를 타고 집으로 갈 참이었다. 헛걸음에 마음이 착잡하다.
그 때 마침 산에서 내려와 출발하려는 산님에게 다가가 상황을 물어봤다. 그 사람은 저 아래 마을 중간쯤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이만봉을 거쳐 사다리고개를 지나 이곳으로 하산했다 한다. 솔나리를 보았느냐고 물으니 핸드폰에 담긴 꽃사진을 보여준다. 솔나리, 동자꽃, 자주꿩의다리, 은꿩의다리, 참배암차즈기, 병아리난초, 나나벌이난초 등 다양한 야생화 사진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솔나리 등 대부분의 야생화는 능선에 올라가야 볼 수 있다는 귀띔을 해준다.
도막에서 원점회귀 산행을 하다
오후 1시 30분이 지난 시간이라 조금 망설여진다. 더구나 많지는 않지만 가랑비가 계속 내린다. 윤이에게 물어보니 일단 두시간만 산행하고 돌아가야 한다며 산으로 오르는데 동의한다. 난 이미 젖은 몸이지만 비옷을 입고 윤이는 우산을 쓰고 다시 산행을 시작했다. 연풍별당이라는 팬션이 있는 도막을 들머리로 삼아 정상까지 3.1 km 코스를 오르기로 한다.
산 입구에 제법 큰 규모의 팬션이 자리잡고 있다. 마당에 풀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데다 주변에 인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이미 문을 닫은 건지도 모르겠다. 숯가마가 세 개나 갖추어진 찜질방 기능도 있는 듯 한데 이렇게 큰 규모로 시설을 갖추고 영업이 부진하여 폐업을 했다면 정말 아찔한 상황이 펼쳐지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 본다. 내 일이 아닌데도 남의 일 같지 않은 것은 요즘 내 나이 사람들이 퇴직금을 식당이나 팬션 등에 투자하여 원금도 회수하지 못하고 문을 닫는 사례가 더러 들려오는 까닭이다.
산행 들머리 도막에서
이만봉까지 3.1 km 다.
<쥐방울덩굴>
<삼잎국화>
벌꿀통
울타리에 <쥐방울덩굴>이 무성하게 벋어 있다. 혹시 아직 한 번도 본적이 없는 꽃이 달려 있는지 잎사귀를 들춰보니 정말 아주 작지만 신기하게 생긴 쥐방울덩굴 꽃이 많이 피어 있다. 어찌하여 꽃 모양이 이렇게 생겼을까. 모양은 마치 <등칡> 꽃과 비슷하다. 꽃의 입구가 널찍한 깔때기처럼 생겼고 나팔처럼 굽은 대롱으로 이어져 있고 그 끝은 다시 뭉툭하게 굵어진다. 전체적으로 귀여우면서도 기이한 모습이다. 처음 보는 것은 언제나 반가운 법이다. 예전에 이미 말라 버린 쥐방울덩굴 열매를 보았을 때 그 꽃이 궁금했었는데 이렇게 만나게 되었다.
산길은 중간에 능선길과 그 아래 산허리를 따라 이어지는 길로 갈라진다. 길이 좀 뚜렷한 산허리 길을 따라 걸으면서 비에 젖어 눅눅한 숲 속에 <병아리난초>가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려 보지만 어두운 숲에서 보이는 것이 없다.
좀 떨어진 왼쪽 계곡에서는 물 흐르는 소리가 크게 들린다. 뒤 따라오는 윤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기다렸다가 가길 반복한다. 산 허리를 타고 가는 길이 능선길로부터 점차 멀어지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능선길과 가까워졌을 때 살펴보니 능선길로 이어지는 작은 흔적이 보이길래 비탈을 타고 올라 가 보니 능선길이 뚜렷하다. 그리고 아래 길을 따라 오고 있을 윤이를 한참 기다려도 기척이 안보인다. 큰 소리로 불러도 대답이 없다. 능선길을 따라 조금 더 내려가서 불러보니 호루라기 부는 소리가 들린다. 윤이는 전에 명지산에 갔을 때 길을 잃고 헤맨 뒤로 호루라기를 갖고 다닌다. 다시 한 번 불렀으나 호루라기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다시 능선길을 따라 올라가서 다시 불러본다. 호루라기 소리가 다시 들린다. 카카오톡으로 능선길로 올라오라고 하고 계속 소리를 지르는데 호루라기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그렇게 약 20 여분을 걱정하면서 위 아래로 뛰어다니는데 능선길 윗쪽에서 호루라기 소리가 들린다.
<나나벌난초>
비를 맞은 숲은 맑고 깨끗하다.
<속단>
이것도 <속단>
<산수국>
<말나리>
<일월비비추>
<병조희풀>
시간이 촉박하여 서두르다 보니 서로 길이 엇갈렸나보다. 오후에는 비가 그칠거라는 일기예보가 무색하게 오히려 빗줄기가 더 굵어진다. 비옷 속에 얇은 셔츠가 이미 땀과 빗물로 다 젖었다. 흠뻑 젖은 모자에서도 빗물이 얼굴로 흘러내린다. 길은 점점 가팔라지고 윤이는 뒤에서 힘들게 따라온다. 길가에 이미 져버린 난초 ( 나중에 알고보니 <나나니벌난초>였다 ) 한 포기 외에는 별다른 야생화도 눈에 띄지 않는다. 아무리 꽃이 귀한 계절이라지만 이만큼 올라왔으면 마지 못해 <자주꿩의다리>나 아니면 적어도 <기린초> 정도는 보여야 하는데 아예 씨가 말랐다.
윤이가 힘에 부치는지 나에게 혼자서 올라갔다가 오라 한다. 한 시간 올라갔다가 내려오라는 말을 귓전으로 흘려듣고 나는 배낭과 비옷을 벗어 두고 부리나케 자리를 떴다. 아까 산님이 보여준 것처럼 능선길에 가면 <솔나리>가 피어 있을거라는 확신을 갖고 좀 빠른 속도로 걸었다.
아직 능선에 닿기 전에 급경사 오르막이 끝나고 펑퍼짐한 넓은 장소가 나타난다. 산길과 주변이 흐르는 빗물로 흥건하다. 길을 따라서 물이 흐른다. 왼쪽으로 꺽인 길을 따라가면서 스마트폰의 앱을 보니 이미 능선길을 만난 것이었다. 시루봉에서 이만봉으로 오르는 길이다.
<속단>이 막 피기 시작했다. 아직 꽃망울이 터지지 않은 것이 마디마다 돌려서 맺혀 있다. 비만 내리지 않았다면 지금쯤 활짝 피어서 숲속을 밝혀줄 것이다.
<산수국>꽃도 군락을 이루어 피고 있다. 이 시기가 되면 어딜 가나 피고 있을 꽃인데 이렇게 높은 곳에 올라와야 만날 수 있다니 참 신기하다. 산수국은 여기 저기 큰 군락으로 피어 있다. 어느 것은 파란색으로 또 어떤 것은 분홍색으로 아마 앞으로 두 세 주는 이렇게 피고 질 것이다.
올 해 처음으로 <말나리>를 만났다. 진노랑 꽃잎이 물에 젖어 휘어져 있으면서도 바람에 흔들려 사진에 담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짙은 구름으로 인해 빛이 없으니 예쁘게 담으려 해도 소용없다. 그저 꽃을 봤으니 반가움만 표시하고 또 서둘러 길을 재촉한다.
그 동안 배앓이를 하던 <병조희풀>도 마침내 꽃을 피웠다. 호리병같이 생긴 보라색 꽃이 앙증맞다. 꽃을 모를 때는 그냥 지나쳤을 병조희풀도 꽃가뭄철에 피어나니 저절로 몸이 숙여진다. 정성스레 꽃을 사진에 담는다.
백두대간 능선길을 만나고부터
야생화가 보이기 시작한다.
<바위채송화>
사진에 찍히지 않으려 몸부림치는 <며느리밥풀꽃>
마침내 <솔나리>를 만났다.
벌써 꽃이 지고 거의 마지막 봉오리가 터진 것 같다.
<민백미> 꼬투리
<돌양지꽃>은 아직도 많이 보인다.
바람이 세지 않은 곳에서는 <며느리밥풀꽃>이 얌전하게 포즈를 취해준다.
3시 40분 마침내 이만봉 – 구왕봉으로 이어지는 대간 갈림길에 닿았다. 바람이 거세진다. 빗방울도 굵어진다. 그리고 길가에 이미 져버린 <솔나리> 한 포기를 만났다. 벌써 꽃이 져버렸다. 꽃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고 종의 유지를 위한 수정이 끝나면 꽃문을 닫아버리고 꽃은 땅에 지고 만다.
비맞은 <바위채송화>도 예쁘다. 그 옆에 <꽃며느리밥풀>꽃도 피기 시작한다. 올 해 처음 만난 기념으로 예쁘게 사진을 찍으려 하니 거세게 도리질한다. 이 궂은 날씨에 이렇게 능선까지 올라와 예쁘게 사진을 찍겠다는데 막무가내로 거부한다.
그리고 마침내 고대하던 <솔나리>를 만났다. 능선을 따라 조금 올랐을 뿐인데 길가에 숱하게 피어 있다. 모두 물에 젖어 무거운 몸을 깊이 숙인 채 바람에 흔들린다. 내가 솔나리를 좋아하는 것은 꽃잎의 색깔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나리꽃은 주황색인데 비해 이 솔나리는 연보랏빛이다. 옅은 것은 핑크색이라고 할 수 있다. 이태전 월악산에서 솔잎처럼 기다란 잎이 무성하게 자란 솔나리 어린 싹을 처음으로 보았고 설악산 공룡능선에서 다 지고 한 송이 달려 있는 것을 보았을 때 정말 신비하다고 생각했다. 올 해는 꼭 이 꽃을 다시 봐야겠다고 별렀는데 기상조건이 여의치 않은데다 시간에 쫒겨 이렇게 짧은 대면을 하자 마자 내려가야 한다.
갈림길을 지나 하산길에서
귀하신 몸을 만났다. <두메닥나무>는 처음 보는 나무다.
비내리는 숲속을 지나
마을에 다 내려올 즈음 <배풍등>도 만나고
<종덩굴>꽃도 보았다.
마치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 격이다. 이만봉 정상까지 금방이라도 다녀올 수 있겠지만 올라오는 중에도 벌써 전화를 해서 빨리 내려오라고 협박하는 윤이의 짜증에 더 이상 버틸 수 없다. 하산을 결심하고 내려오는 길에 <돌양지꽃>과 <바위채송화>를 덤으로 사진에 담고 부지런히 걷는다. 그래도 혹시나 <병아리난초>가 눈에 띌까 기대하면서 두리번거리지만 바쁜 걸음에 그런 작은 꽃이 눈에 보일 리 없다.
두 번이나 길에서 벗어나 되돌아오길 반복하며 윤이 기다리는 곳에 오니 꼬박 두 시간 동안 그 곳을 지키고 있다. 비가 와서 몸이 추워질까 걱정했는데 그나마 우산을 쓰고 있어 몸이 젖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리고 기다리는 동안 두어 번 산길 따라 올라갔다가 내려왔다고 한다.
연풍별당
이제 다 내려왔다.
마을 집들이 보이고 사람들 떠드는 소리도 들린다.
5시 40분 마침내 산행을 마무리한다.
올라온 거리가 짧으니 하산길도 빠르다. 내려오는 길에 칡 잎을 몇 개 따고 길가에 곰딸기도 따먹으면서 내려와 5시 40분에 산행을 마쳤다. 산행으로 흠뻑 젖은데다 내려오면서 넘어져 흙으로 범벅이 된 옷가지를 벗어 비닐 봉지에 담고 간편복으로 갈아입으니 좀 살 것 같다.
서울로 오는 길은 생각보다 교통이 원활하여 8시 전에 도착하였다. 누나들이 바리바리 싸준 물건들을 내려놓고 서초동 동생에게 가서 한 짐 전달해주고 9시 넘어서야 하루 일과를 마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