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 날이 다가 온다고 딸이 내가 좋아하는 에코 가죽 운동화를 사 준다. 이번주에 여고 동기 네 명이 신안군 순례자의 섬 여행 갈 때 신으라고.
봄이니까 계절에 맞게 밝은 색으로 해보라고 한다.
이제 쪼그리고 앉아 신발 신고 벗는 게 힘들어 진 나이라고 고무줄로 된 운동화 끈까지 따로 사 준다.
머리도 좀 가볍고 젊고 세련되게 해보자며 목동 미용실로 데려간다.
약손명가 에스테틱과 연결된 그 미용실은 시설부터가 럭셔리하다.
CBS방송국 옆의 그 미용실은 가죽소파랑 실내인테리어도 멋있지만 가로수들이 창가로 잎사귀를 흔들며 들어오는 풍경이 아름답다.
그러니까 요즘 시대에 딸 없으면 폭망이다.
딸이 있으니까 별거별거 다 해 본다.
베이킹을 배웠다며 르뱅 쿠키도 구워 주고, 아웃백도 가서 스테이크랑 파스타, 치킨 샐러드도 먹었다.
나는 아웃벡이나 빕스도 괜찮지만 베니건스 폭립이 진짜 특별하고 맛있었는데. 그 가게는 한국 땅에서 언제 사라졌는지도 모르게 안보인다.
사실 스테이크나 파스타, 샐러드는 내 취향은 아니다. 먹고 나면 언제나 익은 김치와 밥 생각이 난다.
그래서 딸 집에 와서 김장김치 쫑쫑 썰고 무 잔잔하게 썰어 뽑아 놓은 맑은 청어 육수를 넣고 푹 끓였다. 거기에 이번에 띄운 햇 청국장을 2숟갈, 집된장 담은 것 2/3숟갈을 넣고 청국장을 끓였다.
갓 지은 밥과 함께 저녁을 먹으니 속이 진정되고 살 것 같다.
역시 밥이 최고다. 국물 있는 찌개와 국이 있으면 그저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