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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소개]
재작년 경찰 통계에 잡힌 가출 청소년은 2만 9,281명. 이는 부모나 친권자가 신고한 경우다. 하지만 가출 청소년 대부분이 부모의 학대와 무관심 속에 거리를 떠도는 실정에 비춰보면 이 수치는 빙산의 일각. 현장 전문가들은 거리를 떠도는 가출 청소년이 20만을 훌쩍 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부모의 학대를 피해 집을 나온 ‘탈출형 가출’ 청소년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에서 그들을 따뜻하게 감싸 인도해줄 사회적 장치는 2만과 20만의 차이만큼이나 멀어 보인다. 집 나온 아이들이 맨 처음 겪는 것은 ‘생존’의 문제다. ‘숙식’이 막막해진 아이들이 범죄로 들어서는 시간은 만 하루. 어쩌면 그 하루라는 시간 속에 아이들은 새로운 인생을 찾을 수도 있고, 범죄자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 가출청소년 힐링 프로젝트 ‘컴백홈’은 그 하루의 절실함에서 시작됐다. 하루하루 꿈을 잃고 거리를 헤매는 아이들. 현재 벼랑 끝에 서 있는 아이들의 삶을 되돌릴 수 있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 무엇인지, 그들의 돌아갈 곳을 찾아주려는 작은 시도다.
제1부. 길 위의 아이들
1부에서는 집을 나와 거리에서의 생활을 해나가는 아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심각해져 가는 범죄력과 문제적 사항을 알아보고자 한다. 나아가 쉼터를 거부하는 가출청소년을 제도권으로 인도하기 위한 대안은 없는지도 살펴본다.
# 가정을 ‘탈출’하고 거리에 갇힌 아이들
원가정에서의 문제로 인해 거리로 뛰쳐나오는 아이들. 아버지의 폭력 탓에 집을 나온 누리(15)는 부산에서 올라와 일행과 함께 찜질방과 거리를 떠돈다. 모텔에서 생활하는 가출청소년 대엽(17)은 독립에 대한 욕구로 집을 나왔다. 대엽이는 아르바이트를 통해 생활비를 벌어보려 하지만 시급은 4천 원. 최저임금에 달하지 못하는 금액이다.
# “가출, 세상은 범죄라 하고, 우리는 생존이라고 부른다”
빠듯한 거리의 삶, 범죄로 가는 지름길인가
나이 제한, 부모 동의서 혹은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시급으로 ‘생활비’를 벌 수 없는 가출 청소년들은 범죄와 쉽게 손이 닿는다. 작게는 삥뜯기부터 폰팔이, 차털이, 가출 청소녀들의 경우는 성매매까지 그야말로 다양한 범죄들이 가출 청소년들을 기다리고 있다. 실제로 세계빈곤퇴치회에서 조사한 결과 생활비 마련을 위해 가출청소년 3명 중 2명이 범죄를 저지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와 현재 가출청소년 범죄의 문제의 심각성을 말해준다. 전문가들은(박진규/신림청소년쉼터 실장) 이미 외국에서도 여성 청소년들의 거리 성매매는 이른바 서바이벌 섹스라는 규정하고 있다고 말한다. 한편 부천 거리에서 만난 소녀, 하나(17)는 작년 초, 소년원에서 6개월을 보내고 나왔다. 이후 치료보호시설에서 또다시 6개월을 보내고 다시는 시설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는 하나. 하지만 거리에서 살려면 범죄를 피하기가 쉽지가 않다.
# 가출팸, 길 위의 대안 가정인가?
현재 가출팸에 속해있는 가출청소년은 58.1퍼센트.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원가정을 떠나 정신적 위로를 위해 또래끼리 유사가족을 형성한 것이다. 부모님의 이혼과 부재로 인해 외가와 친가를 오가며 정상적인 돌봄을 받지 못한 혜민(15)은 중학교 입학도 못하고 집을 나왔다. 이후 가출팸을 전전하며 생활하고 있다. 말하자면 가출팸에서 가족의 온기를 느끼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가출팸은 위험한 동거.
또래 집단이 형성되면 책임감과 두려움이 줄어들며 범죄는 더욱 강력해지는 속성을 가진다. 가출팸의 가장인 진우(17)는 올해 처음 가출을 시작했지만, 가출팸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범죄력이 보다 빠르게 증가했다.
# 가출 청소년 힐링 프로젝트 ‘컴백홈’은 가능한 것일까?
집으로 돌아가지도, 돌아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사회가 마련한 쉼터에 가지도 않은 채 거리 생활을 지속하는 아이들. 과연 이 아이들은 그대로 두어야 하는 것일까? 현장 활동가, 정신과 의사, 사회복지사, 음악치료사, 쉼터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멘토단과 거리에서 만난 다섯 명의 아이들은 지금과는 다른 내일을 모색하기 위해 6주간 함께 생활하기로 결정한다. 생활에 앞서 멘토단과 함께 떠난 짧은 여행. 첫 시작부터 아이들의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하고 다사다난한 6주를 예고한다.
제2부. 길 잃은 아이들의 집
오리엔테이션 여행에서 돌아온 아이들, 청개구리 식당 밥집 아줌마를 자처했던 현장 활동가 이정아 선생님과 사회복지사 박민영 선생님을 주축으로 함께 생활할 선생님들이 정해졌다. 도심 주택가, 특별한 것도 하나 없는 공동 주택이 바로 아이들이 살 집. 일명 ‘우리 집’이다. 모텔, 원룸, 찜질방을 전전하던 아이들에게 과연 ‘집’이란 어떤 의미일까? 어른들과의 낯선 동거! 이제 본격적으로 6주간의 프로젝트가 시작되는데...
# 힐링 프로젝트 1주차 <서로 알아가기>
“서로서로 믿고 도와줘야 합니다. 그래야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할 수가 있어요.”
우리 집 원칙은 많지 않다. 약속을 지키는 모습. 서로 존중하는 것. 그리고 규칙은 가족회의를 통해 결정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첫날부터 아이들 스스로 만들어 내는 규칙은 그야말로 빡빡하다. 이미 정해진 규칙에 익숙해 져 있거나, 규칙은 엄한 것이라고 생각한 아이들은 지킬 수도 없는 규칙을 만들어 내고 어기기 일쑤다. 이로 인해 약속의 의미를 알게 하고 존중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보여주고 싶은 선생님과 무조건 구속이라며 자유를 달라고 투쟁하는 아이들 사이에서는 묘한 긴장이 흐른다.
결국, 함께 살기 시작한 지 며칠 되지도 않아. 진우(17세)가 집을 나가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어서 함께 사는 이들과 어떻게 소통할 줄 몰라 불안해하고, 관심을 받고 싶지만 표현할 줄 모르던 혜민(15세)마저 진통제 18알을 한꺼번에 삼키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이제껏 거리에서 봐온 아이들과 함께 살기 시작한 후 아이들의 모습은 또 달랐다. 가출청소년의 삶과 내면을 직면하게 된 생활선생님들. 아이들의 치유를 위한 과정이 시급하다.
#힐링 프로젝트 2주차 <나는 누구인가>
“나쁜 짓 해도 그런 거 인정해주는 애들이 좋고, 그래서 쟤들이랑 몰려다니는 것뿐이에요.”
우리 집에 돌아오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진우. 스스로 상담과 치료를 받을 것을 이야기하고 심리 상담을 받는다. 거칠기만 한 진우의 상처가 밝혀지고 선생님과 아이들은 진우를 따뜻하게 받아준다. 그밖에 혜민과 하나의 심리 상담을 통해 아이들의 문제를 알아간다.
#힐링 프로젝트 3주차 <일상생활 기술>
“자기 손으로 청소를 해보니 기분이 어떠십니까?”
“이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닌 거 같아요. 너무 힘들어요.”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 음식물 쓰레기 분리수거, 설거지, 밥 짓기 등 평범한 생활 기술에 도전하는 아이들. 청소는 거의 해본 적 없다는 하나(17세). 가정에서의 돌봄이란 바로 일상을 공유하는 것인데, ‘우리 집’ 아이들에게는 하나같이 일상생활의 기술이 부족하다. 미국, 프랑스 독일 모두 청소년 생활기술지원센터가 있다는 쉼터 전문가 유낙준 신부. “일상생활이 기술에 익숙해지면 자존감이 높아지고 자기 인생을 적극적으로 개발하는 밑바탕이 된다”고 조언했다.
제3부. 집으로 가는 길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6주! 복잡다단한 문제를 안고 사는 가출 청소년들을 힐링한다고 하기엔 짧은 기간이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문제를 모두 드러낼 수 있을까? 또한, 그 문제를 직면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보다 새로운 꿈을 꿀 수 있을까?
하지만 여기 기다려 주는 것이 집이 아니겠냐며. 식구란 그런 것이라며 아이들을 다그치지 않고 기다려주는 선생님들이 있다.
달팽이처럼 느릿느릿 하지만 문제를 딛고 앞으로 나아갈 결심을 하기 시작한 아이들.
6주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면서 아이들은 저마다 꿈꾸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 힐링 프로젝트 4주차 <나도 꿈꾸고 싶다>
“문제가 많아도 받아주는 안전처 같은 형태로써 여기를 보여준다면
그것도 의미가 있는 거 같아요.”
꿈꾸는 법을 찾아가기 시작한 아이들. 혜민, 하나, 대엽은 각자의 꿈을 찾는 작업을 시작했다.
소설가가 되고 싶었던 대엽이(17세). 막연하게 바텐더가 되고 싶었던 혜민이(15세) 그리고 모델이 되고 싶었던 아이, 하나(17세) 어색하지만 꼬깃꼬깃 접어 넣은 질문지까지 들고 직업 현장을 찾는 아이들.
다시 우리 집으로 돌아온 진우는 변화를 위해 노력하지만 집단폭행사건에 휘말리면서 구속되고, 이어서 긴급 멘토단 회의가 열린다. 과연 건강한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은 무엇일까?
# 힐링 프로젝트 5주차 <가출, 지독한 성장통>
“더 좋아질 건데 진짜 너무 짧은 거 같아요. 그동안 지낸 시간이 너무 아까워요.
‘내가 왜 그렇게 행동했지?’, ‘왜 그렇게 보냈지?’ 아쉽기도 하고...”
집단폭행사건이 일어난 뒤, 부산에서부터 누리를 찾아온 누리 엄마. 누리(15세)를 위해 밥상을 차리고 누리와 대화를 시도하지만 누리는 엄마 얼굴을 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혹시 누리 마음속에 자리 잡은, 부모에 대한 깊은 원망과 분노가 세상으로 터져 버린 건 아닐까. 누리 엄마는 진심 어린 사과 편지를 남기는데... 한편 마음의 정리를 위해 고향을 찾은 대엽(17세). 가출로 인해 졸업하지 못한 중학교를 돌아보며 지난 잘못을 후회하고 아버지를 만나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다.
# 힐링 프로젝트 6주차 <집으로 가는 길>
“다음에 만날 땐 좀 더 멋진 모습으로 만났으면 좋겠어요.”
이정아 선생님은 아이들이 집으로 갈 수 있는지 가족들을 만나기 시작한다. 아버지보다는 어머니를, 안 되면 친척들을, 그것이 안 되면 그다음 대안을 모색해 보는 것이 그가 거리 아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작업이다. 그가 찾은 혜민(15세)의 외가. 혜민이를 찾아온 외할머니는 그동안 아이를 방치한 것을 사과하는데... 혜민이는 과거의 상처를 드러내고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는다. 마냥 짧게만 느껴지는 6주 프로젝트의 마지막 날, 아이들은 함께 살면서 참고 기다려온 선생님들을 위한 깜짝 쫑파티를 시작한다.
가출 청소년의 마음을 담은 혜민이 작사의 노래며, 촉법소년 기간이 끝나는 누리의 생일까지.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같이 찐하게 살아낸 6주간의 시간은 과연 어떤 의미가 될 수 있을까?
# 6주 프로젝트, 그 후
집에서 혹은 대안 가정에서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아이들. 자극적인 삶에 길들었던 아이들은 과연 평범한 일상을 잘 견딜 수 있을까? 아직은 교복 입은 모습이 어색하기만 하지만 내일을 꿈꿀 수 있다는 것만으로 아이들의 오늘은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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