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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굿 혹은 서울굿이라 불리는 서울과 근교의 경기지방에서 행하는 큰 굿의 전 과장을 '열두거리'라고 한다. 굿의 구체적인 거릿 수나 신령들의 명호가 '열둘'이라는 숫자에 머물지 않고 굿의 규모나 장소에 따라서 늘려지기도 줄여지기도 하는게 현실이므로 굳이 열둘이라는 숫자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애써 열두거리라 하여 굿의 과정을 나누다 보니 거리거리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심지어는 요즈음 행해지는 굿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설명이 생겨나기도 한다. 무속에서 흔히 쓰이는 '열둘'이라는 숫자는 '전체', '모든', '큰'의 뜻으로 이해하면 무리가 없겠다.
큰 굿의 열두거리는 특별한 경우을 제외하고는 보통 다음과 같은 제차들로 구성, 진행되어 진다. 재가집의 내력, 굿을 주관하는 무당의 문서와 경력, 굿의 성격에 따라 다소간의 변화가 있기도 하지만 큰 골격과 흐름은 거스르지 않는다.
이 열두거리의 소개는 굿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최대한 간단하게 굿의 거리거리의 구조와 흐름을 설명한 것이다. 제의를 수행하는 굿판에서는 굿의 목적과 성격에 따라 훨씬 더 복잡해 지기도 하고, 거리거리의 변화도 많이 있다.
주당물림
'주당살'이라 불리는 집안 구석구석의 무섭고 악한 기운들이 간혹 신이나 조상 또는 굿을 하는 당주의 집, 당주, 전물과 기물등 어느 곳 이라도 침범해 장난을 치고 있으면 그 굿은 무효가 된다고 하여 굿을 하기 전에 이 주당살을 풀어내는 행사로서 먼저 ‘주당물림’이라는 간단한 의식을 행하게 된다.
굿상이 차려지고 모든 굿의 준비가 끝나면 그 굿에 참석하는 무당들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을 집 밖으로 나가게 한 다음 흔히 산신의대로 불리우는 '홍철릭'을 당의 문 앞에 걸어 놓고 장고와 제금 등을 무악에 맞추어 시끌벅쩍하게 울려서 살귀들을 놀라게 하여 물려낸다. 놀라서 우왕좌왕하는 살귀들이 혹시 사람들에게 주당살을 때릴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무당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을 집 밖으로 내 보내는 것이라고 한다.
이때 장고, 제금, 징 등 악기를 잡은 무당이외의 다른 무당들은 신장기나 장군칼 등 무구중 하나를 반주가 끝나도록 잡고 있기도 하고, 반주에 맞추어 신장기와 칼을 휘저으며 잡귀들을 몰아내는 시늉을 하기도 한다. 이 주당물림소리가 그치면 밖에 나가있던 제가집 사람들은 다시 당 안으로 들어와 자리 잡고, 부정청배를 시작하게 된다.
부정청배
부정청배 굿상진설은 모두 완성되었지만 혹시 꺼려있을 깨끗하지 못한 부정을 걱정하여 촛불을 밝히지 않은 채로 잿물(잿가루+굵은소금+고추가루+물) 한 대접과 맑은 물 한 대접, 그리고 소지종이 세장 접은 것을 준비하여 굿당의 문앞 한쪽에 놓고, 주무가 장고를 잡고 앉아 굿판에 끼어들지도 모를 갖은 부정들을 늘어진 가락으로 하나하나 추들어 가며 어르기 시작한다.
옛날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에는 부정상을 따로 간단하게 차려놓고 부정청배가 끝나고나면 부정청배를 한 무당이 부정상에 차려 놓았던 전물들을 조금씩 떼버리고 챙겨가기도 했지만 요즘은 흔한것이 음식이고, 굿도 간소화되어 뒷전상으로 몰아서 대신하는것이 일반적이 되버렸다.
부정거리가 시작되면 당주나 제가집에서 주무가 잡은 장고 줄에 수고비 얼마간을 끼워주며 굿에 부정이 타지 않도록 잘 빌어 줄 것을 부탁하게 되는데 이 돈을 '부정채'라 부른다. 부정채가 두둑하면 원무당의 부정거리 문서가 꼼꼼해 지고, 부정채가 소홀하면 아무래도 건성으로 부정을 치게된다하여 예로부터 부정채는 굿시작 전에 반드시 챙겨야만 하는 중요한 '뒷돈'이자 수고를 하는 무당에 대한 배려였다.
선거리 굿이지만 부정청배는 무당이 앉아서 장구를 덩기덩 쿵따쿵 쳐가며 느긋하게 독송을 하는 '앉은거리'형태로 진행된다. 먼저 갖가지 부정들을 하나하나 읊어 모아서 굿에 끼어드는 일없이 물러서 있길 기원하고나서 모든 신령님들을 차례차례 청하여 모시며 굿의 연유를 간단하게 고하고 굿덕을 입혀주시길 비는 내용으로 구성된다.
앉은 열두거리라 할 정도로 모든 신령님들을 부르고 소원을 빌고 하는 식으로 진행하지만 도무와 공수는 따로 없다. 굿의 시작이자 작은 열두거리로 왠만한 독경못지 않은 중요한 비나리 과정이므로 부정거리에 바치는 정성 역시 무시해서는 안될 일이다. 굿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거리이자 굿의 시작인 만큼 부정청배는 굿의 경험이 오래고, 문서가 풍부한 선생무당들이 주관하는 것이 관례이다.
'영정가망 놀아난다~ 부정가망 놀아난다' 하면서 잦은 장구장단과 바라장단이 울리면서 조무는 잿물을 돌려내고 소지를 올려 물과 불로써 부정을 쳐내고나면 다시 장고를 잡은 무당은 가망신을 청배하고, '가망노랫가락을 합창'한다.
[*법사를 대동한 양거리(앉은거리와 선거리) 굿일 경우 초경, 태을보신경, 부정경, 천수경, 영신대축강신주, 축원문 등 선거리 굿문서의 부정청배를 대신할 수 있는 갖가지 앉은거리 경문들을 독경하며 기원하는 것으로 대신하기도 하며, 법사의 독경을 이어 받아 선거리 무당이 가망청배와 가망노랫가락을 시작하여 굿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진작올리기
부정을 쳐낸 당 안은 이제 희고 맑은 도량이 되어 신이 강림할 수 있는 정화된 장소가 되었다. 굿을 준비한 재가집은 당주무당의 안내를 받아 굿상에 큰상을 기준으로 하여 골고루 촛불을 밝히고 향을 꽂은 다음 옥수와 술잔을 모두 올린 후 경건한 마음으로 절을 올린다. 그러는 동안 무당들은 둘러 앉아 재가집이 올리는 술잔과 절을 받으시는 신령님들을 청하기 위한 진적장단을 장중하게 울려드린다.
이렇게 하여 굿의 시작을 알리고 나면 무당들은 '산마누라 노랫가락을 합창'하며 내려오시는 신들을 한마음되어 맞이하고, 굿에 참여한 제관 만신들은 각자 자신이 맡을 역할과 거리를 합의하면서 굿을 시작하게 된다.
산거리(산맞이, 제당맞이, 본향거리, 도당거리)
한양의 '천신굿'에서는 굿의 서두에 사위제당맞이라 하여 사위삼당과 궁내제당의 신령들에게 굿을 고하는 간단한 거리를 따로 거행하기도 하지만 요즈음 일반굿에서는 굿의 겹치는 부분들이 많고 시간이 많이 걸리기도 하여 통상 제당맞이를 산거리나 천궁거리 서두에 합쳐 거행하기도 한다. 산거리
산거리를 거창하게 할 경우 마당에 모든 신령님들을 맞이하기 위한 맞이상(제당상, 본향상, 선수상, 산맞이상)을 대령하고, 열두반상이라고 불리는 뒷전상을 소반이나 바가지에 준비한다. 그러나 대부분 굿당에서 진행되는 요즘의 굿에서는 제단에 모든 제물을 몰아서 괴고 굿을 하는 형편이라 어지간한 굿에서는 맞이상을 보기 힘든것이 현실이다.
[맞이상 - 마당에 자리를 깔고 정방형의 상 중앙에 쌀 한말을 말이나 불기에 바치고 수팔연을 꽂는다. 상의 사면에 각각 떡 세켜, 삼색과일, 국수 세 그릇, 옥수 세 그릇, 술 석잔 씩을 올려 어느 방향에서 보아도 상차림의 모습이 같도록 진설한다. 전과 적, 나물, 유과 등 준비된 제물들을 모두 골고루 올린다는 것이 구법이지만 그러다보면 상만 좁아지고 일만 번거로워 지므로 간단하게 대표적인 제물만을 정성껏 올려 상징하여도 무방하다. 주무당이 사방요배를 하며 모든 신령들을 청하여 내림을 받아 맞이를 끝낸 후에는 다시 상당으로 모든 제물을 자리잡아 올리거나 큰상 앞으로 맞이상을 모신다.]
본향을 지키고 사는 사람들을 찾아 보기 힘든 요즘의 세태에 산거리는 본향이 어디든간에 '산문이 열려야 신들이 왕래할 수 있다' 고 하여 굿의 서두에 제일 먼저 놀아지는 거리로써 팔도명산의 모든 산신제군님들과 재가집을 존재하게 해준 양산본향신령과 도당신, 부군신, 군웅신, 산신신장, 산대감, 호구말명들을 모두 불러 모시고, 이 제가집이 굿판을 펼치게 된 연유를 여러 신들께 고하며 소원을 비는 가장 중요한 거리이다.
복색은 홍치마를 입고 전복과 쾌자, 그 위에 홍철릭을 걸친 후 홍갓을 쓴다. 큰거리에서와 달리 홍띠를 매지 않으며 창호지를 삼각형으로 접은 산종이(가망지, 본향지)를 양 손에 들고 사방으로 돌며 절을 하여 신을 맞아 들인 다음 이어지는 거리에 따라 부채와 방울, 창검, 오방기 등을 교대로 든다.
부정청배에 이어 또 하나의 작은 규모의 열두거리가 산거리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가집의 본향이 대대로 서울이며, 오랫동안 한자리를 지키고 살 경우 불사거리를 먼저 하고, 도당거리로 대신하기도 하지만 일부이며, 어느 덧 산거리는 굿의 첫거리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제가집의 사정을 속속들이 파헤치며 고통과 우환이 무엇이고, 굿을 하여 이루고자 하는 소원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가리잡아 굿의 주제를 설정하고, 천지간의 제위 신령님들을 굿하는 장소로 청하여 들이는 첫 거리인만큼 경험이 많은 노만신이나 굿을 맡은 당주무당이 거리를 주관하는 것이 보통이다.
당주무당이 애동제자일 경우 산거리에 먼저 세우기도 하지만 애동제자의 신을 풀어 영험한 공수를 받아 보고자 하는 것이지 거리의 마무리는 통상 선생무당들이 빠트린 것 없이 다시 절차를 밟아 마무리 하는것이 일반적이다.
불사거리(천궁맞이, 제석거리, 칠성거리)
불사거리불사거리는 굿에 따라 천궁맞이, 제석거리, 칠성거리등 으로도 불리운다. 조상대대로 옛날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천신신앙, 불교신앙, 칠성신앙, 삼신신앙, 도교신앙 등의 우주관이 두루 자연스럽게 복합되어 어우러진 굿거리이다.
위로는 겸허하게 하늘을 받들어 천신들을 모시고, 유구한 부처님의 뜻도 거스르지 않고 함께 받들어 미미한 중생의 소원을 간절하게 염원하고자 하는 소박한 의미가 있어 정결하고 장중한 굿마당이 펼쳐진다. 복색은 흰색 장삼과 가사를 메고, 고깔을 쓴다.
백설기 세켜, 백색 지화, 생미, 고깔, 옥수, 삼색나물, 오색과일과 밤, 대추 , 곶감, 두부지짐, 후추차, 대추차 등등 누리고 비린 육공양과 술은 피한채 깨끗한 소찬상차림이 특징이다. 수명장수와 부귀다산을 기원하는 마음이 하늘에 닿기 위해 제석전을 한지로 오려 천정에 걸기도 하고 명실(흰 무명실타래), 명전(고깔에 끼워넣는 지전), 명필(무명필, 명다리)도 고루 갖추어 바친다.
불사거리가 진행되는 동안 '누리고 비린 것은 마다하신다'는 불사님의 성격에 따라 불사거리가 끝나도록 안주상의 육고기들은 창호지로 덮어 놓기도 한다.
항아리에 물을 담고 밤과 대추와 지전을 띄운 다음 창호지로 봉하여 '천궁동이'를 만들어 마당이나 당의 한가운데 놓고 '만수받이'라 하여 먼저 장고무와 원무가 신들의 명호를 주고 받고 하며 신을 청배한 후, 신이 오르면 동이위에 올라가 사방요배를 하고 공수를 주는데 이를 '천궁탄다'고 한다. 땅에 발을 딛지 않고 깨끗한 물위에 올라가 고귀한 천신을 맞이하는 제계의 의미가 있다.
칠성님과 제석님, 천왕님과 중상이 거리거리 모셔지며, 바라타령을 하면서 바라시주도 하고, '명산복산을 내린다' 하여 밤대추를 가지고 홀수 짝수를 가려가며 산점을 치기도 한다.
서울이 본향인 재가의 천신굿에 불사거리를 진행할 경우 산거리와 마찬가지로 작은 열두거리가 선행되어 천궁의 신장, 대감, 호구, 말명, 대신, 창부 등 모든 신령들은 물론 간단한 뒷전까지도 조목조목 놀아진다.
대신거리
만신의 몸주신인 여러 대신들이 놀려지는 거리이다. 의대는 홍치마에 노란색의 몽두리로 왼손 방울과 오른손 부채를 든다. 천하대신, 지하대신, 벼락대신, 각국나라 열두대신등이 모셔지고, '무당의 근본이 되어 영검을 주는 몸주신' 이 모셔지는 거리인 만큼 제가집의 여러가지 가내 대소사에 대해 예언과 충고를 하게되며 무당에 따라 각기 다른 몸주대신이 모셔져서 거리를 이끌게 된다.
특히 신을 모신지 얼마 되지않은 애동제자들이 맘껏 자신의 신도 풀고, 영검을 자랑할 수 있는 필수 굿거리이며, 도사신령, 제장신령, 동자나 선녀등 제자가 모신 몸주신 성격의 다른 신들도 이 대신거리에 놀려진다.
호구거리
여신의 성격으로 잘 못하면 심술도 많이 부리고, 악한 일도 많이 생기게 하는 신이다. 옛날에 많았던 '홍역마마를 주관하는 신' 으로 전해지며, 의대는 홍치마에 원삼과 족두리를 쓰고 호구보라고 불리는 커다란 보자기와 부채방울을 든다.
춤과 공수를 주는데 특이한 것은 '호구보라 불리는 너울' 이나 홍치마를 벗어서 뒤집어쓴 무당이 제가집을 얼른다.
얼굴이 홍역마마를 앓아서 박박 얽었기 때문에 이렇게 뒤집어 썼는데 이것을 쓰고가면 제가집이 답답하니 얼른 벗고가게 해달라고 한다. 그러면 제가집은 그 얽은 얼굴을 다 가릴만큼의 분을 사라고 우둔높은 천량(화장품값)을 부채위에 얹어주며 액운을 거두어 갈 것을 사정한다.
이내 그 보자기는 벗겨지고 호구신은 답답한 너울을 벗고나니 사방이 다 휘황찬란 하다고 하며 제가집이 편안하게 도와 줄 것을 약속하고 춤을 춘다.
조상거리
조상거리는 굿의 백미다. 제가집의 선대로 부터 후대까지 돌아가신 선영들을 모두 모셔내어 헌옷은 벗으시고 마른 옷, 새옷 입고 가시라고 조상옷을 마련하여 대접하며 산 이와 죽은 이가 한자리에서 만나 맺힌 '고'도 풀어내고(고풀이) 교류하는 마당이다. 죽은 이는 원정을 늘어 놓고, 산 이는 다 못한 정을 아쉬워 하며 울고 웃는다.
고풀이혼백의 원한을 들어주고 풀어주며 같이 아파하고 기원함으로써 죽은 이는 천도하고, 산 이는 그 공덕을 받아 소원을 이루고자 하는 목적이 있다.
우환굿에 있어 조상이 응감하지 않은 굿은 굿이 아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당에게 넋이 실려 살아 생전의 넋두리와 행동들을 그대로 하면서 슬퍼하는 조상을 맞이하며 굿판은 초상집 분위기가 되기도 한다.
조상거리를 제대로 하고나면 제가집의 그 굿에 대한 신뢰가 달라진다. 조상을 잘못 뽑아내어 엉뚱한 짓거리를 하다가 그 와중에 맞네 틀리네 하면서 제가집과 다툼이 일어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상황이 이러할진데 조상거리라고 들어서서 옷만 들고 흔들며 왔소갔소 하며 조상을 논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왠만한 제자라면 그만큼 쉽게 달겨들기 어려운 거리가 바로 조상거리이다.
그러나 우환별고가 없이 좋은 일로 바치는 천신굿이나 재수굿등 경사굿에서는 굿이 곧 신령님들과 조상님들을 대우하는 기쁜 잔치인만큼 조상이 들어 울고 짖고 하면 좋지 않다고 하여 호명만 짓고 의련을 바치며 술과 안주로 즐겁게 대우하기도 한다.
조상거리는 웃자리로 먼저 가망, 본향신을 청하고 아랫자리로 말명을 청하여 굿의 연유를 고하고 공수를 받는다. 다음 조상거리에 들어선 제자의 몸주대신을 놀리고 제가집의 선후망 조비조상을 넋이 실리는대로 한분 한분 옷을 들고 모셔 들여 '넋두리'를 한 다음, 하나하나 눈물수건(소창과 삼베를 두자정도의 길이로 잘라 찢기 좋게 가위밥을 넣어 준비한다.)을 준비해 찢어주며 뒷전으로 물린다.
큰거리(장군거리, 대안주거리, 대거리, 상산거리)
한양굿에서 가장 크게 치르는 굿거리이므로 이름도 '큰거리' 이다. 이 큰거리에는 역대 영웅과 장군신들을 모시는 '장군거리', 한이 많아 원통하게 죽은 왕조나 장수들을 모시는 '별상거리', 액을 소멸하고 재수와 소망을 관장하는 능력을 가진 신들을 모시는 '신장거리', 오복과 재수를 담당하는 대감님들을 모시는 '대감거리' 등이 한 거리에 집합되어 모셔진다.
이 거리에 모셔지는 신령님들이 무신의 성격이 다분하여 '장군거리', 네 거리가 한데 모여 크게 치루어 진다고 하여 '큰거리', 덕물산의 최영장군을 모시는 거리라 하여 '상산거리', 왼소, 통돼지 등 큰 안주들을 맏으시는 거리라 하여 '대안주', 큰거리의 한자어로 '대거리'라고도 불린다.
거릿수와 문서, 춤사위와 동작 등이 복잡하고 다양하여 경륜이 오래거나 굿을 제대로 배워 익힌 큰무당이 아니면 수행하기 어려운 거리이기도 하므로 대부분 애동무당들 보다는 굿판의 큰무당들이 주관하게 되는 거리이기도 하다.
관성제군을 전안에 모신 제자는 제일 먼저 '성제거리'라 하여 황룡포나 황철릭에 금관이나 빗갓을 스고 청룡도와 삼색기를 들고 관운장을 포함한 와룡선생, 소열황제, 오호장군, 삼부인 마마님 등 중국의 제신들을 모셔들여 재가집의 부귀공명을 기원하는 거리를 선행한다.
장군거리'장군거리'를 수행하는 큰무당은 남치마에 전복과 쾌지를 걸치고 홍때를 맨 후, 장군님의 복색인 남철릭을 걸친다음 술띠를 매 의복을 갖춘다. 홍갓이라고 불리는 적색의 호수립을 왼손에 들고, 오른 손에는 갓끈을 받쳐들고 반주에 맞추어 거상하기 시작한다.
다른 거리들의 장단과는 다르게 큰거리에는 상산장단과 별상장단이 추가되어 반주된다. 곧 갓을 머리에 얹어 쓰고, 소매자락과 술띠, 옷고름, 부채 등을 번갈아 가며 들고 천천히 춤을 추고 난 후, 청룡도와 삼지창을 들어 시위하며 춤추다가 신이 내리면 장군님 공수를 준다. 장군님의 공수가 끝나면 무당은 장군상에 올렸던 술잔을 집어 재가집에게 '명잔복잔'이라고 하며 복술을 내리기도 한다.
사슬세우기이어지는 '별상거리'는 한을 품고 죽어간 옛 왕조와 사신행차를 하시던 무관신령들, 호국전사 신령들을 모시는 거리로 본다. 사도세자를 위시하여 국대부인, 중전마마, 선왕마마와 제위 별상신들이 모셔지는데 복색은 전복과 쾌자차림에 벙거지를 쓰고 부채와 삼지창을 든다. 호구별상을 놀 때는 홍역마마도 곱게 나게 도와준다고 공수를 내리기도 한다. 여러 별상님들이 계시어 인물고사도 하시고 인간사를 돌보지만 서운하게 대접하면 벌전도 많고, 심술도 많다고 한다.
이 별상거리에서는 '비수거리' 혹은 '작두거리'라 하여 무당이 신의 위엄과 신비함을 보이고자 날이 선 작두칼날위에 맨발로 올라가 공수를 주기도 하며, 안주로 바쳤던 통돼지나 왼소, 갈비 또는 돼지머리 등을 삼지창에 꽂아 세워보고, 월도도 세워보아 길흉을 점치며 공수를 주기도 한다. 이를 '사슬세운다'고 한다. 물론 사슬이 빨리 서야 좋고, 너무 늦게 선다거나 세우는 도중 쓰러지면 흉하다고 믿어 제대로 잘 설 때 까지 반복하여 세운다.
별상거리 뒤에 '신장거리' 가 이어지면 여러 신장님들을 청배하여 놀고 '오방기' 라는 적, 백, 황, 청, 흑(또는 녹색)의 다섯가지 색깔의 깃발을 들고 오방신장을 불러 재가집에게 그 중 하나를 뽑게 하여 뽑혀지는 깃발의 색깔로 길흉을 점치기도 한다.
신장거리적색기는 재수기라고 하여 굿덕을 입혀서 재수가 만당하게 도와준다고 하며, 백색기는 불사기라고 하여 집안의 바람과 우환을 재우고 병을 낫게 해주며, 황색기는 조상기라고 하여 한맺힌 조상이 앞장을 서니 조상을 잘 풀어 줘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청색기는 신장대감기라고 하여 이 기 역시 재수를 주고 액란을 막어 주는 것을 의미한다. 흑색이나 녹색의 기를 뽑는 것을 제일 경계하고 두려워 하는데 이는 서낭에 맺힌 청춘귀들이 많아 안좋은 일들이 많이 생기고, 손재와 병고로 고생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적색기나 백색기가 뽑히면 굿덕을 입을 것이라고 좋아들 하며, 무당은 재수기를 주었으니 재수값을 내놓으라고 재가집을 어르며 재가집과 함께 흥겨워 하기도 한다. 아무리 뽑아보아도 녹색기나 조상기만 뽑는 사람들의 경우 이 거리에서는 '청계를 벗긴다' 고 하는 특수한 행사가 벌어지기도 한다. 몸에 살귀가 씌여서 많이 아프다거나, 꿈자리가 사나워서 잠을 잘 못자고 정신이 온전치 못하다거나, 하는 일 마다 일이 꺼여 되는 일이 없는 당사자를 굿청의 문 밖을 향하게 앉혀 놓고 오방기로 덮은 뒤 오곡 볶은 것, 조밥, 붉은 팥, 검정 콩, 미나리, 북어, 소금 등을 머리 위로 던져내고, 심한 경우는 '대신(대수대명) 물린다' 하여 산 닭이나 북어의 입에 당사자의 손, 발톱 자른 것, 머릿카락, 쌀 등을 물리고 삼베나 오색천으로 일곱매를 묶어 둘러내어 땅을 파고 묻기도 한다.
다음은 재물과 명예와 복록을 가져다 준다는 대감놀이로 유명한 '대감거리' 이다. 벼슬대감을 비롯하여 천하대감, 지하대감, 등 수 많은 대감들이 모셔지는데 복색은 쾌자와 벙거지 차림에 부채를 든다. 처음에는 홍철릭을 걸치고 어전대감 법전대감 등의 위엄있는 벼슬대감님들이 젊쟎게 모셔지지만 이내 아흔아홉 도대감님들과 몸주대감님들이 모셔지면서 굿판은 떠들썩한 타령과 춤과 재담, 덕담등이 어우러진 놀이판으로 변한다.
이 대감거리에서는 '먹는것은 뉘것이고, 쓰는 것은 뉘것이냐~ 요것만 도와주고, 요것만 생겨주었느냐~' 하면서 투정을 부리는 대감신과 '없는 것은 많고, 있는 것은 적사와서 그랬으니 대감님이 도와만 주시면 이 다음 시절에는 만만히 대령하겠다'는 재가집 간의 애교섞인 흥정도 벌어지며, 술과 고기와, 돈이 소원성취를 위한 인간적인 흥정의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대감거리수차례에 걸친 타령과 춤으로 판이 달아 오르면 굿판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하나가 되어 흥겨워 하며, 무당은 대감님이 내려주는 술잔이라고 하면서 굿청의 사람들에게 복잔을 나누어 주기도 하고, 이 때 무당이 아닌 일반 사람들도 '무감선다'고 하여 쾌자만 걸치고 신나게 춤을 추기도 한다. 재수굿이나 경사굿에서는 이 대감거리가 얼마나 걸판지고, 흥겹게 놀아졌느냐에 따라서 굿을 잘 했는가, 못 했는가가 판단되기도 한다.
이토록 아주 인간적인 신으로 대접받는 대감신이 놀려지고 나면 무당은 다음으로 재가집의 터주대감, 집주대감, 도깨비대감, 차대감, 장사대감 등도 불러모셔 놀리고, 대감시루와, 북어, 우족 등을 머리에 이고 순력을 돌며 온갖 재수를 퍼다가 재가집에게 건내준다.
신장거리와 대감거리에서 특징적인 것은 '사망을 준다' 고 하여 무당이 부채를 들고 무엇인가 퍼담아 오는 시늉을 하면서 재가집에 건내주면 재가집은 치마폭을 벌려 그것을 받는 시늉을 하게 된다. 이것은 신령님들이 사방에 흩어져 있는 재수를 긁어와서 재가집에게 넘겨준다는 의미가 된다. 지나친 격식이나 위엄이 없이 그저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으로 울고 웃으면서 재가집과 하나가 되는 거리가 대감거리이다.
안당제석
가택신인 안당제석과 칠성, 불사, 삼신제왕 등 에게 가솔들의 수명장수와 부귀겸전을 기원하는 말미를 안방에서 드리는 제차이다. 요즈음은 집에서 굿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굿당에 나가서 하는 만큼 굿초반의 불사거리에 안당신들을 추들면서 간단하게 기원하는 형태로 변형되어 가고 있는 추세이다.
성주군웅거리
가택을 지켜주는 성주신이 모셔지는 거리이다. 성주대신, 성주군웅, 성주별감, 성주대도, 성주부인 등이 모셔진다. 이 성주거리는 다른 거리에 비해 비교적 간단하게 놀아지지만 집을 새로 지었을때나 새로 이사를 했을 때는 '성주맞이굿' 으로 성주대를 잡아 내림성주를 모셔오고, 천석만석 억만석을 불려달라는 기원의 의미로 성주를 봉안하는 의식과 황제푸리를 추가 하는 등 거리의 규모가 확대되기도 한다.
보통의 경우에는 '흘림성주'라하여 한거리 노는 것으로 대신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 거리 만큼 현실적이고 우리의 실생활에 중요한것이 또 있을까? 성주는 가내 가솔들의 안전과 가정의 안녕을 돌보는 신이니, 이 성주의 자리가 편안하지 못하면 대주를 포함하여 모든 식구들이 되는 노릇이 없고 집안에 우환이 끊일 새가 없는것이다. 이 거리에서는 운도 받아주고 조왕신을 비롯, 오방지신, 터주왕신, 화덕장군, 굴대장군등도 모두 모셔저 액살은 물리치고 길복을 불러들이게 된다.
성주가 뜬집(큰 공사를 하거나 초상등의 큰 일을 치룬뒤)은 성주를 다시 모셔오는 `성주 봉안` 의식이 행해지기도 하고, 대주에게 성주운이 드는 집은 이 거리에서 성주운을 따로 받아주기도 한다.
창부거리
기예와 예능의 신격인 '창부씨와 광대씨' 가 모셔지는 거리이다. 주무의 의대는 원삼에 초립을 쓰고 부채를 든다. 대감거리와 같이 사망을 주고 춤과 공수가 있은 후 '창부타령'이 불려진다.
이 거리의 특색은 홍수맥이 라 하여 일년의 '홍수(횡액수)를 막고 도액' 을 하는 것이다. 거리거리해도 창부거리가 제일이라는 말 처럼 타령장단에 맞추어 일년 열두달의 액을 막아내고 삼재와 직성, 동토, 홍수지액등 제가의 모든 액을 몰아 내고 나면 이제는 굿판도 막바지에 접어들게 된다.
뒷전 뒷전
이 거리에서는 굿청에 들어서지 못한 서낭, 걸립, 말명, 맹인, 터주, 상문, 영산, 수비, 허주, 잡귀등의 하신들이 놀려지며 대접을 받는 거리이다.
굿을 하고 난 뒤에 잘먹었네 못먹었네 옆나고 귀난 소리 하면서 늘어지고 쳐지지말고 잘들 먹고 놀고, 제가집의 악한 기운들 모두 거두어서 돌아가라고 축원하고 뒷전상에 차렷던 음식들을 골고루 풀어 먹이며 삼색천과 삼베를 찢어 제가집을 둘러 낸다.
주무가 징을 두드리고 앉아 축원하거나, 장구장단에 북어를 들고 간단간단히 추들어 가면서 소박하게 치루기도 하지만 굿에 따라서는 각 하신들의 거리거리를 만수받이와 덕담과 재담을 섞어가며 길게 하기도 한다.
삼색천 찢은 것을 뒷전상에 놓았던 북어 몸통에 묶어 제가집의 머리위로 돌려내어 문밖으로 집어던져 머리가 밖으로 향해야 하신들이 잘 받아 먹고 간 것이라 하며, 북어의 머리가 안쪽을 향하게 떨어질 경우 다시 액살을 풀어가며 되던진다.
뒷전상에 놓았던 전물들을 골고루 조금씩 모두 떼어서 바가지에 담고 술 한잔을 부어 내버리면 굿은 끝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