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는데 비가 한 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늘을 보니 먹구름이 내려 앉기는 했지만 많은 비를 몰고 올 구름이 아니라 '이 정도는 맞고 가도 되겠다' 싶었는데
조금후에 소나기가 내릴 듯이 비가 몰아치더라.
그런데 이 동네는 비 피할 곳이 없다...
돌아서 집까지 오는 동안 비는 그쳤다가 또 내리고.. 하더라.
좀 더 걸어야겠다는 생각에 집 뒤를 돌아 걷는데 어제까지 만개했던 벛꽃이 점점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고 내 눈 앞에서
벛꽃이 바람을 타고 그 작은 오솔길에 내려 앉더라.
나는 꽃을 보고 전혀 감동도 없고.. 가슴에 울리는 감탄사도 없는 사람이다.
그냥 남들이 예쁘다고 하니까
"꽃은 예쁜거야. 저 꽃은 엄청 예쁜 꽃이야. 이 풍경은 마음에 벅찬 감동을 주는 아름다운 풍경이야 "
라는 생각이 있을 뿐이다.
오늘처럼 내 눈 앞에서 벛꽃이 바람을 타고 내려 앉고 있고 오솔길은 그린 듯이 꽃잎으로 단장했는데
내 마음은 무감하다.
문론 내 마음이 움직일 때도 있다.
끈질기고 강한 생명력으로 바위틈 음지에서 뿌리를 내린 작은 생명체..
살아가기 힘든 바위 틈에 떨어진 씨앗이 힘겹게 뿌리를 내려 가며 힘겨운 몸짓으로 살아 남은 풀꽃들..
아름답다거나 보암직한 것이 없어도 난 그런 한 포기 풀에 감동을 받는다.
아주 가끔.. 돌산에서 보게 되는 작은 나무와 풀들이 내게는 감동이다.
문론 돌산에 피는 야생화를 보고 아름답다는 감동은 없다.
집에 오는 길에 집 앞에서 사진 몇 장을 찍었다. 꽃을 좋아하는 엄마께 보내 드리기 위해..
엄마는 거리거리에 활짝 피어난 이 꽃들을 보고 정말 행복해 하실 분이라서 그렇다.
어제도..
오늘도...
속이 뒤집어 지고 구역질이 나고.. 머리가 아프고.. 할 때 나는 그런 생각이 든다.
'주님이 나를 좀 빨리 불러 가시려나??'
몸이 여기저기 막 삐그덕 거리면.. 막 좋다. 조금은 행복하다.
"주님 앞에 갈 날이 더 가까와진 것 맞지??"
확실히 나는 정상은 아닌 것 맞다.
나는 정말 이 땅에 마음이 1도 없는 것 같다.
하나님 나라가 그리워서...
눈물이 나도록 그리워 하며..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것 같다.
사랑하는 주님,
주님이면 충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