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2 수호지 - 수호지 82
- 계략과 계략의 대결
유문충이 도망치고 있는데 갑자기 앞에 뽀얀 먼지가 일더니 한 떼의 군사가 길을 가로막았다.
이규와 노지심이 이끄는 송강군이었다.
"이놈들, 왜 이제야 오느냐 ? 언제서부터 기다렸는데 ....."
이규가 두 자루의 도끼를 휘두르며 날쌔게 달려들어 대뜸 북군의 장수 둘을 쓰러뜨렸다 .
유문충은 이미 넋이 나간 터였으므로 멍하니 있다가 노지심이 후려치는 선장의 일격을 받아 투구와
머리통이 한꺼번에 깨지면서 말에서 떨어졌다.
그를 따르던 군사도 남김없이 죽고, 겨우 우옥린만이 샛길로 빠져 달아났다.
한편 개주성에 입성한 송강은 즉시 명을 내려 불을 끄게 했다.
날이 밝자 방문을 써 붙여 주민들의 마음을 안심시키고, 석수, 시천, 해진, 해보의 공을 제일로 선언했다.
송강은 또 이번 승리를 숙 태위에게 알리는 한편, 창고에 있는 값진 재물을 꺼내 공에 따라 두령들에게
나누어 주고, 병사들에게는 솜을 넣은 속옷 한 벌씩을 하사했다.
그 해도 저물어 어느덧 정월 초하루가 되었다.
이른 새벽, 모든 장수들은 관복을 갖추고 나와 멀리 천자가 있는 곳을 향해 다섯 번 절을 한 다음
송강에게도 새해 인사인 세배를 했다.
이날 송강은 여러 형제들과 마음껏 마시며 취했다.
새해 들어 줄곧 눈이 왔기 때문에 송강군은 군사들을 훈련시키는 일로 세월을 보냈다.
오용이 송강을 보고 기본 전략을 말했다.
"눈이 멎으면 곧 진격을 하도록 해야겠습니다.
군사를 동방군, 서방군 둘로 나누어 공격을 하겠습니다."
송강은 붓과 종이를 가져오게 하여 장수들을 둘로 배치한 다음, 그 내용을 오용과 노준의에게 전달했다.
정선봉 송강이 거느리는 장수는 47명이었다.
군사 오용, 임충, 삭초, 서령, 손립, 장청, 대종, 주동, 번서, 이규, 노지심, 무송, 포욱, 항충, 이곤, 단정규,
위정국, 마린, 연순, 해진, 해보, 송청, 왕영, 호삼랑, 손신, 고대수, 능진, 탕융, 이운, 유당, 맹강, 연청,
왕정육, 채복, 채경, 주귀, 배선, 소양, 장경, 악화, 김대견, 안도전, 욱보사, 황보단, 후건, 단경주, 시천들이
그들인데, 송강은 항복한 경공도 동방군에 넣었다.
부선봉 노준의가 거느리는 장수는 40 명이었다.
군사 주무, 진명, 양지, 황신, 구붕, 등비, 뇌횡, 여방, 곽성, 선찬, 학사문, 한도, 팽기, 목춘, 초정, 정천수,
양웅, 석수, 추연, 추윤, 장청, 손이랑, 이립, 진달, 양춘, 이충, 공명, 공량, 양림, 주통, 석용, 두천, 송만,
정득손, 공왕, 도종왕, 조정, 설영, 주부, 백승이 다였다.
송강 쪽이 동방군이되고 노준의 쪽이 서방군이 되었다.
송강이 출동을 서두르고 있는데, 보고가 들어왔다.
"양성과 심수에 사는 주민들이 그 동안 전호의 박해에 시달려 오다가 천병이 토벌을 왔다는 소식을 듣고
두 성의 수비장을 산 채로 잡아 가지고 왔습니다."
송강은 그말을 듣고 뛸 듯이 기뻐했다.
"그렇다면 백성들의 손으로 성을 바치겠다는 .뜻이렷다."
송강은 백성들이 잡아온 두 수비장의 목을 베어 천군의 위엄을 보인 다음, 잔치를 베풀어 전쟁에 임하는
군사들의 사기를 돋우었다.
송강이 오용과 노준의에게 말했다.
"우리가 출전에 앞서 양성, 심수 두 성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손에 넣게 되었다는 사실은 여러가지로
좋은 조짐이요. 하루 빨리 적장 전호를 생포하여 조정에 바쳐 다같이 나라의 공신이 됩시다."
송강은 이어 소양을 시켜 허관충의 그림을 베껴 둔 것을 가지고 오게 하여 노준의에게 건네 주었다.
정선봉을 맡은 동방군 3대는 개주를 뒤로 하고 진군을 계속한지 어느덧 50 리, 송강이 말을 몰며 바라보니
눈앞에 우뚝 솟은 산이 보였다.
산의 이름은 천지령이었다. 천지령의 관문은 그 모양이 흡사 항아리 같다고 하여 호간이라고 불렀다.
천지령의 왼쪽은 포독산, 송강이 공격하려는 소덕성은 그 두 산 가운데 위치하고 있었다.
소덕성의 맹장이란 산사기, 육휘, 사정, 오성, 중량, 운종무, 오숙, 축경으로서 이 중 산사기는 맹장 중의
맹장이었다.
산사기는 송강군이 싸울 적마다 승리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신이 한번 송강군의 기세를 꺾어
놓아야겠다고 잔뜩 벼르고 있었다.
송강군이 이미 관문 밖 5리 지점에 당도하여 진을 치고 있다는 소식을 듣자 산사기는 사정, 축경, 중량 등과
함께 문 밖으로 나와 송강과 마주보는 곳에 진을 쳤다.
산사기는 송강 진영 앞으로 가까이 나가 우레 같은 소리로 적진에 대고 욕설을 퍼부었다.
"이 썩은 물의 구더기 같은 놈들아, 남의 땅에 발을 들여놓았으니 살아서 돌아갈 생각은 아예 말아라."
송강군에서는 임충이 군기를 활짝 열어젖히고 앞으로 나갔다.
"선뜻 항복을 할 일이지 무슨 잔소리가 그렇게 많으냐 ?"
임충과 산사기는 양쪽 병졸들이 손에 땀을 쥐고 구경하는 가운데, 창과 창을 맞닥뜨리기를 50여 차례나
싸웠으나 좀처럼 승부가 나지 않았다.
임충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이놈이 이 정도로 강하리라고는 상상하지 않았는데, 여간이 아닌데."
북군에서 축경이 산사기를 도우러 나오자, 임충 측에서는 장청이 바람을 가르며 달려나와 축경과
싸움을 벌였다.
장청은 축경과 겨우 20여 합을 겨루고는 힘이 달리는지 말머리를 돌려 도망쳤다.
축경은 신바람이 나서 장청을 추격했다.
창 싸움에는 다소 달리는 장청이지만 돌팔매질이라면 천하에 당할 자가 없는 그가 아닌가.
'요놈아, 맛 좀 봐라.'
장청은 비단 주머니에 담아 두었던 차돌 하나를 꺼내 축경의 얼굴을 향해 던졌다.
돌은 화살보다 빠르게 날아가 영락없이 축경의 얼굴에 명중했다.
"아이구 !"
축경은 말에서 곤두박질을 하면서 땅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장청이 달려가 창으로 찍어 내리려 했으나 북군에서 중량과 사정이 필사적으로 덤벼드는 바람에 그만
후퇴를 하고 말았다.
시간이 흐르자 산사기는 임충에게 밀리기 시작했다. 오숙이 산사기를 응원하러 나왔다.
송강 진영에서 삭초가 말에 박차를 가하며 임충을 도우러 나갔다.
"놈들아, 비겁하게 한사람에게 둘이 덤벼들겠다는 거냐 ?"
삭초는 나오자마자 도끼를 내리쳐 오숙을 반 토막 내었다.
산사기는 도저히 이길 수 없음을 깨닫고 말에 채찍을 가해 자기 진으로 달아났다.
그때 장청이 산사기의 뒤통수를 겨냥하여 돌맹이를 던졌다.
"퍽 !"
돌맹이는 그대로 산사기의 뒤통수에 정통으로 맞았다.
그러나 투구를 쓰고 있었기 때문에 치명상은 입지 않았다.
산사기는 두 번째 돌이 날아올까 무서워 말 등에 찰싹 엎드린 채 죽어라 하고 달아났다.
저희 장수가 달아나자 북군은 먼저 도망가겠다고 야단법석을 이루었다
임충과 장청은 달아나는 적군을 뒤쫓아 마음껏 짓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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