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행기는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 말레이시아를 여행하고자 하는 회원들을 위하여 올립니다. 말레이시아는 이슬람국가로 태국보다 더 안전하고 도로망이 잘 갖추어져있어 여행하기 참 편리한 나라입니다.)
2007년 1월 1일
배낭여행을 떠나자는 남편의 제안에 난 선뜻 응답할 수 없었다. 그동안 그리 많지 않은 경험이긴 해도 늘 호화롭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호텔에서 풍성한 음식을 느긋하게 즐기는 패키지여행을 다녀오곤 했기 때문이다. 비행기 표를 예매했다는 소식을 듣고 알지 못할 두려움에 휩싸였다(717,000원*2=1,434,000원).
별개 다 걱정이다. 거기 날씨는 덥다는 데 옷은 어떻게 준비할까? 원래 까다로운 입맛은 아니지만 그래도 낯선 음식들에 잘 맞을까? 게스트 하우스란 곳에 벌레가 스멀스멀 기어 다닌다면 어쩌나!
신년 감사예배도 드리는 둥 마는 둥하고 2007년 1월 1일 오후 2시 52분, 우리 부부는 시동생 가족이 이미 타고 있던 차에 곁다리로 올라탔다. 공항 가는 리무진을 타는 곳까지 5분여 달렸다. 아이 셋을 키우느라 바쁜 동서에게 미안한 생각도 약간 들고 계절이 불분명한 내 꼴도 무척 웃긴다 싶었다. 검은 스타킹, 두꺼운 반바지, 얇지만 긴 팔을 속에 입고 겉에 한 꺼풀 더 걸쳤다. 정각 4시에 공항까지 여유롭게 도착하였다.(6,500원*2=13,000원)
수속을 마치고 신랑은 어디론가 자리를 떠나고 난 짐을 지키고 있는데 아까 수속을 담당했던 아시아나 직원이 누군가를 찾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반가운 듯 다가온다.
“걸리면 걸리고.......”
하면서 남편이 가방에 슬쩍 넣었던 부탄가스 2개와 스프레이 모기약이 걸린 것이다. 누가 볼세라 얼른 받아 챙겼다. 그거 껌으로도 바꿀 수 없고 어딘가에 그냥 버렸다. 아깝다!
신랑이 도착하자마자 필요할 것이라고 700바트를 바꿨다(28.27원*700=19,789원). 뭐하기도 마땅치 않아 괜히 공항 아래로 내려가 좀 먹었다(김밥 1줄*4,000원, 호빵 1,000원, 바밤바 500원=5,500원).
드디어 오후 7시 45분. 비행기가 태국을 향하여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도 조금씩 설레기 시작했다.
* 2007년 1월 1일 총 경비 = 1,482,220원
? 왕복 비행기 삯 : 717,000원*2=1,434,000원
? 여행자 보험료(AIG) : 14,860*2=29,720원
? 인천 공항 행 리무진 : 6,500원*2=13,000원
? 김밥 1줄*4,000원, 호빵 1,000원, 바밤바 500원=5,500원
2007년 1월 2일
6시간 5분 걸려 드디어 태국 푸켓에 도착했다. 시계를 거꾸로 2시간 돌려 1월 1월 오후 11시 50분에 맞췄다. 택시를 잡아타고 푸켓 타운에 있는 ‘크리스탈 게스트 하우스’로 향했다(600바트). 이곳은 작년에 신랑이 머물면서 좋은 인상을 받은 곳이어서 주저 없이 선택했다. 키 크고 잘생긴 청년이 졸린 눈을 비비며 우리를 맞아 선풍기, 찬물 조건으로 방 하나를 빌렸다. 바트가 이미 떨어져 일단 미국 달러를 주었다가(1,200,000원:1271달러-1달러 944.14원 한국에서 바꿔 감) 내일 바꾸기로 했다(350바트).
나는 짐을 풀고 신랑이 혼자 나가 먹을 것을 사왔다(핫도그 47바트, 샌드위치 5바트, 아이스크림 20바트). 샌드위치가 좀 조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숨 자고 일어나 아침 시장에 나가 보았다. 갖가지 과일이 풍성하다. 귤, 망고스킨, 람부탄, 두리안, 모두 먹음직스럽다. 특히 주머니에 돈이 없어 더 그래 보였을 것이다. 귤을 예닐곱 개만 사고(10바트), 나머지 돈으로 내가 좋아하는 땅콩을 사 먹었다(18바트). 귤 맛이 달아서 신 과일을 싫어하는 신랑도 먹었다. 땅콩은 소금 간해서 삶은 것이다. 볶지 않고 삶은 땅콩은 처음 먹어본다. 재밌다. 소화에는 이 방법이 더 낫지 않을까 싶다.
시간을 기다려(아침 10시 이후) 환전했다. 장소마다 조금씩 가격이 다르고 달러 액면가에 따라 비율도 조금씩 달랐다(100달러:35.75바트, 50달러 35.37바트, 11달러 35.33바트 1달러 평균 35.60바트. 1바트:33.6원 ). 오늘 말레이시아 페낭으로 떠나기로 했다. 마음이 바빴다. 아침을 먹고(65바트), 가까운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 페낭행 버스표를 구했다(871바트*2=1742바트). 신랑이 시계를 떨어뜨렸는데 고장이 나버려 수리 점에 맡기고(50바트), 느긋하게 점심을 먹고(물10바트, 음식75바트+35바트), 로빈손 백화점에서 몇 가지 물건을 샀다(스노쿨링 장비 265바트 camp 반바지 299바트, 부탄가스 45바트*2=90바트, 생과일 쥬스*2병=55바트 총 709바트). 점심 먹을 때 맛있다고 음식 한 가지를 더 시켰다가 배부르다 면서 그냥 남길 때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숙소로 돌아가 짐을 싸서 체크 아웃한 후 짐을 그 곳에 놓고 또다시 나왔다. 페낭행 버스는 저녁 9시 30분 출발이어서 여행사를 돌아다니면서 fishing tour 와 스노쿨링(snorkeling)에 관한 정보를 좀 얻고 낮에 빠똥(patong) 해변에 나가 보기로 했다.
우리가 빠똥 가는 버스표를 창구에서 구하니 택시 기사들이 달려들고 창구 직원은 신통한 대답을 하지 않는다. 한 젊은 여성이 우리더러 따라 오라더니 손가락으로 다른 버스들 뒤편에 있는 파란색 버스를 타라고 일러 주었다. 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한 택시기사를 만나게 되었는데 영어를 잘했다. 친구들은 학원이나 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친다 - 주변에 제법 크고 규모 있어 보이는 영어 학원들이 보였다. 태국도 역시 영어와 씨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짐작하게 했다. -고 하기에 의아한 얼굴을 했더니 자기는 20대 초반에 총으로 누군가를 쏴서 감옥에 가서 5년 지내고 나온 후 이 모양으로 산다고 했다. 택시가 많이 헐고 누가 탈까 싶었다. 버스가 안 오는 것에 조바심을 내고 있으니 결국은 올 거니까 실망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하면서 무슨 나뭇잎 같은 것을 씹으라고 권한다. 이거 마약 종류 아닌가하고 의심하면서 진짜 먹어도 되느냐고 물었더니 자기가 먼저 씹으면서 졸음을 깨우는 효과가 있어서 여기선 흔히 쓴다고 한다. 나도 따라 씹어봤다. 좀 떫은맛이 났지만 각성제 역할을 하는 지에 대해선 확실히 느끼지 못했다. 택시나 오토바이 기사들은 버스 터미널 근처 커다란 나무 그늘에서 함께 모여 있다가 대형 버스가 도착하면 줄을 서서 손님을 각기 데리고 자기 수송 수단으로 이동했다. 운송 조합원들인 것처럼 주황색 조끼를 너나없이 입고 있었다. 카론 해변 행 버스는 자주 있는데, 빠똥 해변 행은 한번 떠나는 뒷모습을 보인 이후 오래 기다려도 종무소식이어서 결국 택시를 타기로 했다(300바트).
신랑은 전에 여기 왔다면서 어느 거리인가 번화한 곳이 있다고 내게 보여주려 두리번두리번 찼는데 밤에 본 모습과 너무 판이하다면서 결국 찾기를 멈췄다. 특별히 그곳이 아니어도 볼 만한 모습은 여기 저기 많았다. 가까운 운동장에서 이곳에서 유명한 축구팀인 듯 보이는 두개 팀이 서로 경기를 하기도 했고, 모터 싸이클이 즐비하게 서서 빌려가기를 기다리고 있다. 태양빛에 구릿빛으로 잘 그을린 젊은 육체들이 넘실댔고, 그 중에서 몸매가 빼어난 한 젊은 여성이 요가인 듯 특별한 행동을 취하며 열심히 자기 몸을 여러 모양으로 만들어 주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푸켓 시내보다 물가가 좀 더 비싸서 어묵 하나만 사 먹고(20바트) 저녁은 다시 푸켓으로 나가서 먹기로 했다.
돌아오는 길에는 미니버스처럼 생긴 툭툭이를 탔는데(300바트) 속도는 택시보다 못하지만 사방이 툭 트여 바람을 충분히 느끼며 탈 수 있고, 중간에서 동승했던 사람들이 내리니 우리 둘만 남아 역시 낭만적인 분위기를 느꼈다. 동승했던 사람들은 스웨덴에서 온 모녀였는데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빠똥 해변에 방을 얻고 낮에 실컷 수영을 즐기고 숙소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14살, 18살 소녀들은 호기심 가득한 모습으로 엄마와 내가 하는 얘기를 들었다. 눈이 마주치면 살짝 웃는 모습이 귀여웠다. 빠똥에서 돌아오자마자 제대로 여행도 해 보기 전에 잘 아는 안마소가 있다면서 나를 안내했다. 메크로폴 호텔 부속 건물인데 ‘썬 라이즈’에서 왔다고 하면서 미리 책정된 가격으로 받았다(300바트*2=600바트, 팁 100바트*2=200바트).
짐을 챙겨 터미널에 가서 저녁을 먹는데 간판에는 음식 거의 대부분이 30바트라고 써 있는데 우리들의 음식 값을 계산하니 예상과 달랐다(85바트). 시간이 다 되어 서둘러 버스로 향하느라 그 가격에 대하여 미심쩍은 맘을 해결하지 못하고 일어섰다. 훔! 우리는 오늘 말레이시아 페낭으로 간다!
* 2007년 1월 2일 총 경비 = 164,338원
? 교통비 : 택시 900바트, 툭툭이 300바트, 버스 1,742바트 = 2,942바트
? 안마 : 800바트
? 음식 : 445바트
? 물품구입 : 654바트
? 시계 수리 : 50바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