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낼 수 밖에 없는 난
함리화.. - <2001.5.1>
<떠나는 모습까진 볼수 없어요. 꼭 그래야 할 필요 없다면.
차라리 내가 먼저 돌아서는게 서로를 위해 좋을것 같아.>
#D-48
"왜 그래..?"
"........."
"왜 이러고 있어...? 궁상맞게...."
"나....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느낌이야...."
"내가 다시 사줄께. 얼마면돼~ 얼마면 되겠니~?"
".........."
"정말...심각한거야...?"
"도대체...니 삶의 의미가 뭐였는데????"
"너........"
볼을 타고 추락하는 눈물.
소용없는 짓이란걸 알면서도, 결국엔 입밖으로 새어나오는 고백아닌 '고백'.
<난 준비가 되지 않아서, 흐르는 눈물일 뿐이에요. 나를 편하게 떠나요. 어차피 돌이킬수 없다면.....>
# D-25
"오늘 티켓 끊었어. 10월 28일이 출국이야."
"정말....가는구나."
"응."
"미안해...약속 못지켜서....가지 않는다고 하고선....."
"너야 늘 구라쟁이 였는데, 뭐. 아직 너 비행기 탄거 아니니까, 아직도 난 못믿어."
"나...진짜.....가...."
부정.
세차게 고개를 흔들지 않아도, 침묵만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한 질긴 '부정'.
<보내야겠지.. 떠나고 싶어 떠나는걸 이해해야지
...하지만 다신 내가 볼수없는 먼 곳으로 떠나줬으면 해...>
# D- 16
"뭘 그렇게 쳐다봐?"
"니 모습....머릿속에 넣어두려고... 니 갈색안경....지금 입은 스웨터...반바지...그리고....니 눈.."
"뭐 죽으러 가냐?"
".....얼마나 지나야 와....? 1년? 2년?"
"글쎄......"
"거긴...멀어? 미국이....그렇게 먼가....?"
"비행기 타고 한 17시간 쯤 걸린데. "
"공부 마치면...돌아올꺼야....?"
".............."
기대.
0%의 확률에도 절대 져버릴수 없는.
<날 사랑한다던 그말도, 그대의 따뜻한 그 숨결도...
모두 잊어야 하기에 조금은 힘이 들것 같지만......>
# D-10
"어쩜....이렇게 시간이 빨리 가지....? 준비는.....잘....되가?"
"구럼~. 이제 짐만 싸면돼."
"벌써....새벽4시다....조금있으면....아침이네...?"
"어머 그러네? 자자, 그만...."
"성미야....나 한번만 안아줄래?"
"징그럽게 무슨..."
"한번만...."
"자.... 됐어...?"
"더 꼭....꼬..옥...."
바램.
이대로 시간의 발목이라도 붙잡고 10월 28일까지만 가둬두고 싶은 소망.
온몸에 꿰메서라도 절대 놓치고 싶지않은.
<보내야 겠지...떠나고 싶어 떠나는걸 이해해야지
...하지만 다신...내가 볼 수 없는 먼 곳으로 떠나줬으면 해>
# D-3
"안녕하세요, 아줌마?"
"어~ 진선이구나, 지금 성미 없는데...?"
"그냥...인사 여쭐려고 전화 드린거에요. 이제 갈 준비 다 되셨죠?"
"응. 에휴...그나저나 섭섭해서 어쩐다니~ 그래도 니가 우리 성미한테 젤 친한 친구였는데..
많이 섭섭하지? 5년이나 알아온 친구 떠나보내려니까..."
"아뇨~ 성미 없어지면 살이 다 찔것 같은데요, 뭐~ ^ ^
근데......만의 하나라두요.....
.....성미....
안가면....안되는거죠....?"
<마지막 남은 마음으로 그댈 잡아보고 싶지만....>
# D-1
하~얀 생크림 케익위에 한개의 촛불. 다같이 둘러앉은 친구들.
"야, 강성미! 넌, 오늘 다시 태어나는거야~"
"그래. 이제 다른세상에서 니 인생 다시 시작되는거니까, 그래서 촛불은 1개야.
너 이제부터 우리더러 언니라고 불러야돼~!"
"알았다, 알았어. 이 씨발 언니들아~!"
자지러지는 웃음들. 오가는 술잔들.
"잘 살아. 가서 멋진 금발의 미남 있으면 소포로 부쳐라~! 시집좀 가게."
"편지 자주 하구, 우리 놀러가면 잘해줘야돼~"
"야, 이제 니차례야, 이진선!"
"항상...행복하구....."
"야~ 야~ 넌 왜 또 심파조야~~~!"
하면서도 하나둘 붉어지는 눈시울.
"항상 웃고.....그렇게.....니모습 그대로 간직해. 꼭.
그리고....사...사...."
한마디.
소리가 되어 나오지 못하는.
맥주와 함께 꿀떡 목구멍으로 삼켜버린 '사랑해'란 한마디....
<보내야 겠지. 돌아 오기엔 너무 멀리 가고 있잖아.
...참아야 겠지....함께 한 시간이 짧기에 그댈 잊을 수 있겠지....>
# D- Day
분주한 공항.
이별의 장면은 언제나 시려운듯, 서로를 품에 안고 한동안 체온을 나눠갖는 곳곳의 이별풍경.
"나 들어간다~"
한발짝 한발짝.
쩍 벌어진 자동문 사이로 먹혀들어가는것만 같은 끔찍한 뒷모습.
한번만 안아주지....
내게도...이별은 시려운걸.....
"야!!!!!!! 박성미~~~~~~"
굳게 닫히는 그녀를 삼킨 까만문.
'다.녀.와.......'
<하루종일 그대 생각만 하네요
솔직히 너무 두려워 져요
함께한 시간이 짧다 믿었는데
이제 와 보니...아닌것 같아....>
<널 보낼 수밖에 없는 난... 종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