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여행 다녀왔습니다. 지난 8월 7일 송파구의 올림픽 공원 내 국민체력센터에서 종합검진을 받은 후 곧바로 강원도 화천으로 떠났습니다. 남편이 저더러 계획을 짜 보라는데 영 귀찮아서 뭉갰더니, 인터넷으로 여기저기 뒤지더니만 화천으로 방향을 잡았더군요. 가는 길에 춘천을 지나 애니메이션 박물관 앞 식당으로 들어갔습니다. 신체검사하느라 아침도 못 먹고 간식만으로 여기까지 왔더니 몹시 지치는군요. 우리는 식당에서 막국수와 된장찌개를 시켜서 먹고는 식당에 네 식구가 모두 드러누워 버렸습니다. 주인 아줌마도 우리가 힘들어 보이니까 누워서 쉬었다 가라며 먼저 누워 버리는겁니다. 우리도 체면 불구하고 모두 누워서 딸들은 tv 보고, 우리는 그냥 좀 쉬었습니다. 식당에 드러눕기는 또 처음이네요.
화천은 물을 이용한 여름 피서 인파를 유치하기 위한 행사를 많이 벌이고 있습니다. 계곡도 많고 물도 참 많더군요. 우리가 찾아간 곳은 구운리 산천어 마을입니다. 차가 밀려 오후 5시 정도에 도착하니, 산천어잡기 행사는 모두 끝이 났고, 사람들도 다 떠나 썰렁하더군요. 그래도 아이들 데리고 물가로 갔습니다. 저희 남편 특이한 행동 잘 합니다. 돈 만 원을 주고는 산천어 한 마리를 잡아다가 가두리를 만들어 놓고 아이들과 잡기 놀이를 하자는 겁니다. 저야 물론 시큰둥하지요. 저는 물고기와 별로 친하지 않거든요. 그런데 정말로 양동이에 어른 손바닥보다 조금 큰 산천어를 사다가는 누군가 돌로 만들어 놓은 엉성한 가두리에 넣는 겁니다. 당연히 넣자마자 산천어는 튀어 나갔지요. 그 산천어를 잡는다고 우리 네 식구 저녁 시간을 다 보냈지만 끝내 잡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모두 탈진하여 숙소를 구하러 다시 마을을 찾아 나섰습니다. 조금 올라가서 도담마을에 숙소를 잡았습니다. 아담한 흙집이었습니다. 소나무에 그네도 매어져 있습니다. 저녁에 뭐 할 꺼리가 없느냐고 했더니, 주인 아저씨가 장작불을 피워 줄테니, 감자를 구워 먹으라는군요. 우리는 신이 났지요.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오자마자 장작불에 감자를 굽기 시작했습니다. 저 감자 굽는 거 무지 싫어합니다. 제가 구워서 제대로 익혀 본 적이 없거든요. 여하튼 장작불에 감자를 올려 놓고 아이들은 옆에서 춤추고 노래하고 신이 났습니다. 마치 오지 마을 원주민들 놀이 같았습니다. 어느 정도 장작이 타서 숯불이 만들어졌을 때 감자를 불 속에 묻었습니다. 이런! 감자가 숯검댕이가 되었네요.
이 감자를 우리 숙소 앞 테라스에서 먹기로 했습니다. 방에 들어와 쟁반을 찾는데 우리 큰 딸이 소리소리를 지릅니다. “아빠, 나 가시 찔렸어. 으앙! 아야! 아빠 어떻게, 가시가 다섯 개는 되나 봐.” 하며 소리소리 지릅니다. 남편이 큰 딸 바지를 올려 보니, 세상에나 집게 벌레를 우리 큰딸이 깔고 앉는 바람이 이 집게벌레가 생명의 위기를 느껴 우리 아이 엉덩이쪽 허벅지를 정말 세게 찝고는 집게를 풀지 않고 있었던 겁니다. 남편이 강제로 집게 벌레를 떼어냈습니다. 우리는 옆에서 웃음이 나오는데 웃을 수도 없어 꾹 참으며, “어디서 이런 경험을 해 보니? 괜찮아, 집게벌레는 독 없으니까 좀 지나면 아무렇지도 않을거야.” 하며 딸을 위로했습니다. 시커먼 감자를 들고 무섭다고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눈물 범벅이 되어서 얼굴에 검댕이를 묻혀 가면서 노는 큰딸을 보며 우리도 함께 웃었습니다.
다음 날 우리는 첫날 못 잡은 산천어를 잡기 위해 어제 그 장소로 갔습니다. 물안경까지 준비해서요. 남편이 다리 밑을 훑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더니 “저기 있다.” 하며 환호를 지릅니다. 우리는 또 온 가족이 이 산천어를 잡기 위해 물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밤새 휴식을 취한 이 녀석이 우리 가족을 갖고 노는군요. “글쎄 못 잡는다니까. 산천어가 웃는다.” 하며 남편을 놀려 보지만, “잠자리채가 있으면 잡을 수 있어.”하며 잠자리채를 찾습니다. 마침 한 가족이 잠자리채를 가지고 있어 이것을 빌려서는 잡았습니다. 어제 그 가두리를 보수 공사하여 이 놈을 가두었습니다. 우리 딸들 등을 만져보며 부드럽다고 좋아합니다. 우리 큰딸은 이따 회 먹을 수 있다고 벌써부터 흥분합니다. 우리는 불쌍하니까 놀다가 그냥 놓아 주자고 했지만 안된답니다. “내가 얼마나 회가 먹고 싶었는데.”하며 꼭 먹어야겠답니다. 그래서 “네 맘대로 하세요.” 해 버렸지요. 해가 뜨거워 그늘진 계곡으로 자리를 옮겨 좀 놀다가 점심 때가 되어 정말 이 고기를 들고 식당으로 갔습니다. 우리 큰딸 회 뜨는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키고 서서 봅니다. 그리고는 직접 들고 와서는 맛있다고 입을 못 다뭅니다. 내려오면서 하는 말, “엄마, 다음에는 놀다가 그냥 놓아줄까? 회가 맛있기는 한데 좀 불쌍해.” 이러는 겁니다. 병 주고, 약 주고, 나발 불고 다 합니다.
산천어 마을을 뒤로 하고 춘천인형극제 행사장으로 향했습니다. 해마다 열리는 이 행사는 올 해로 20회랍니다. 마침 김덕수 사물놀이패가 온다고 하기에 숙소를 정하고는 좀 쉬었다가 개회식 시간에 맞추어 행사장으로 왔습니다. 사람들이 꽤 많더군요. 시상식이 끝나고 비나리를 시작으로 사물놀이, 판굿까지 김덕수패의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이 공연 하나만으로도 여기에 온 보람이 있었지요. 이어 한 밤의 불꽃놀이가 시작되었습니다. 바로 머리 위에서 터지는 불꽃놀이는 정말 짱~이었습니다. 옥수수 나눠 준다고 해서 옥수수 받아서 먹고, 컵라면 하나씩 먹고는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저는 안 먹었습니다.
다음날 인형극을 하나 보기로 햇습니다. “마늘 먹는 호랑이”라는 인형극을 네 식구가 구경하고는 거리 공연도 보고, 프레스 플라워도 해 보고, 알뜰장터에서 시장 놀이도 해 보고는 가평으로 향했습니다. 가는 길에 에니메이션 박물관에 들러 또 한참을 구경했습니다. 볼 만 하더라구요. 거기에서 1년에 한 번 정도 먹이는 햄버거를 먹였더니 큰녀석 또 입을 못 다뭅니다. 먹는 것만 주면 입이 닫히지 않지요. 가평 현리 계곡에서 물놀이 좀 하고는 가평 시내에서 저녁 먹고 하루 더 잘까 하고는 숙소를 찾으러 다니는데 방이 없다는군요. 핑게김에 잘 되었다 하고는 집으로 향했습니다. 밤 10시 정도에 출발했는데 그 시간까지도 차가 밀려 집에 들어오니 밤 12시가 넘었더군요.
집 떠난 지 3일 밖에 안 되었는데도 무척 오래 떠나있었던 느낌입니다. 집에 들어오니 무척 편안하고 좋습니다. 그런데 문을 꼭꼭 닫아 놓고 가서 집이 엄청 덥네요. 사우나가 따로 없더라구요. 내일은 정리하려면 또 한참 고생을 해야겠지요? 올 가족 여행은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내년에도 여행할 때 축제하는 곳을 찾아서 여행을 잡으면 참 좋을 듯 합니다. 이번에 산천어마을 축제와 춘천인형극제를 구경하면서 다닌 여행은 참 보람있고 뿌듯했습니다. 내년에도 휴가 때 어디에서 무슨 축제가 있는지 알아보고 떠나기로 했습니다. 일석이조라니까요. 회원님들도 이렇게 해 보세요. 절대 후회하시지 않을겁니다.
산천어 잡기를 하며 우리 작은딸이 요염을 떠네요.
도담마을에 숙소를 정하기도 전에 우리 아이들은 그 집에 매어 놓은 그네를 타느라 바쁩니다.
저희 가족이 하룻밤 신세진 황토집입니다. 산이 깊어서 그런지 무척 시원했습니다.
단지 벌레가 많아서 우리 애들이 무서워했지만요.
저희 부부는 딱 좋더라구요. 밖의 모습도 방 안에서 아주 잘 보이구요.
작은딸이 감자굽기에 도전했습니다. 뜨겁다고 하면서도 재미있어라 합니다.
이 날 우리는 유성도 보고 북두칠성도 보았답니다.
참으로 오랜 만에 유성 구경을 했습니다.
또 기다렸는데 더는 안 떨어지더라구요.
우리 큰딸 엉덩이쪽 허벅지를 물고 있던 놈입니다.
어찌나 세게 물고 있던지 떨어지지도 않더라구요.
그런데 정말 독이 없더라구요.
다음날 보니 물린 자국만 남고 아루렇지도 않았습니다.
감자 엄청 태웠습니다.
칼로 쪼개어 보니 먹을 것도 없더군요.
그래도 먹겠다고 네 식구가 들러붙었습니다.
애들은 애들입니다.
집게 벌레에게 물려 아프다고 울고불고 난리를 치고서도 바로 감자 가지고 장난입니다.
계곡의 나뭇가지를 점령한 벌레 가족입니다.
이 녀석들은 이 여름에 덥지도 않은지 이렇게 닥지닥지 붙어 살더군요.
요즘은 칡꽃이 한창입니다.
이 꽃 따다 말려서 칡꽃 차 만들어 먹고 싶더라구요.
해바라기 예쁘지요?
키다리, 도라지, 코스모스와 함께 도담마을의 가을을 풍요롭게 만들더라구요.
춘천인형극제에 초청되어 온 김덕수 선생이 공연에 앞서 비나리를 하고 있습니다.
정말 잘 봤습니다. 12발 상모 돌리기까지 끝내 주던걸요.
사물놀이 후 불꽃놀이 참 근사했습니다.
불꽃놀이는 역시 바로 머리 위에서 터져야 제 맛이 납니다.
늘 시간이 짧다는 게 안타깝기는 하지만요.
춘천인형극제에서 작은 나무판에 그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 프레스플라워 목걸이도 만들고 1000원 가지고 시장 놀이도 하며 잘 놀았습니다.
헝가리팀의 거리 공연입니다.
하늘은 깨끗하고 예쁘고, 그리고 높았습니다.
김덕수 사물놀이 때 만난 아줌마가 준 선물입니다. 공연에 맞춰 작은딸이 신나게 춤을 추었나 봅니다.
옆에서 보던 분이 이 인형극제 그림을 그리던 분이었는데 다음날 안내소에 선물을 맡겨 놓을테니 찾아가라했다더군요.
이렇게 글까지 써서 예쁜 티를 선물로 주셨더라구요.
우리 작은딸 시켜서 감사의 글을 쓰라고 했더니, "아줌마 고마습니다. 원주연." 이라고 맞춤법도 엉망으로 쓰더군요.
꼭 전해 드리라고 안내원에게 맡겨 놓고 만나지도 못하고 왔습니다.
첫댓글 풋풋함과 싱그러움과 생동감이 넘치는 알뜰한 여행을 하고 왔군요. 산천어 축제는 언젠가 꼭 가보고 싶네요. 토담집에서 하룻밤 묵고싶다는 생각도 들고요~~ 이쁜 딸들의 웃음이 한여름의 더위를 시원하게 만들어 줍니다. 오늘 소리랑에서 봅시다.
산천어 축제는 우리만의 축제였던듯 싶습니다. 오후 3시부터 피서팀이 산천어 잡기를 시작했는데 잡은 팀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얼마나 빠른지 바위 틈으로 모두 숨어서 관광객들의 힘만 뺏습니다. 우리는 일찌감치 만 원 주고 한 마리 사서 놀기를 잘했다는 생각입니다. 재미있었어요. 우리 큰딸 일기에 뭐라 썼는 줄 아세요. 산 놈 잡아 먹으니까 불쌍해서 죽을 때 까지 갖고 놀다가 죽으면 잡아먹어야겠답니다. 결국은 잡아먹겠다는 얘기지요. 정말 회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