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기대되는 개봉예정작 가운데 에니그마라는 영화가 눈에 띄네요. EBS다큐'2차대전사'하고영화 'U-571'을 보신분이라면 2차대전중에 에니그마라는 독일군의 암호해독기가 차지하는 비중을 잘 아실겁니다. 예고편을 보니까 전쟁장면은 전혀 안나오고(배경이 1938년 폴란드이기 때문) 폴란드정보부에서 입수한 독일의 암호해독기를 수학자들을 동원해 암호해독을 하는 과정중에 독일과 폴란드의 스파이들간의 치열한 첩보전을 그린 영화같습니다. 미국은 10월에 개봉하는것 같은데 한국은 미확정이네요
아마 겨울에나 개봉할것 같습니다.
제목이 생각이 안나는데 예전에 TV에서 해준영화가 있는데 배경이 중동인가 카이로였던것 같습니다. 거기서 연합군하고 독일군하고 첩보전을 다룬 영화인데 연합군 정보장교가 카이로에서 첩보활동을 하는데 당시 카이로에서 활동하는 독일측 스파이명단을 입수하게 되는데 불행히도 모두 암호로 돼있습니다. 이 암호를 풀기 위해서는 영어사전이 있어야되는데
이 영어사전은 특수하게 제작된 암호책으로 사용할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물론 일반사람들이 보면 보통 사전처럼 보이지만 이 사전은 두권만 제작되어서 자국내 스파이들끼리만 사용할수 있게 되었습니다. 연합군 장교는 이 암호책자를 입수하는게 임무인데.... 대충이런 내용같은데 오랜전에 본거라 기억이 잘 안나네요.. 영화내용중에 연합군장교의 애인(댄서였던것 같습니다) 독일군 스파이에게 인질로 잡히고 연합군 장교는 자기 애인을 구출하기 위해 계속 추적하는데, 도중에독일스파이에 협력한 여자를 붙잡아서 심문을 하다가 정보를 얻을수 없으니까 그 여자의 머리카락을 자르게 해서 결국 자백을 받아내고 자기 애인도 무사히 구출하게 되면서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영화였던것 같습니다.
수수께끼라는 뜻의 그리스 어 에니그마(Enigma)는 적어도 2차대전 중의 독일군 및 각 연합군 정보국 요원들에게는 피를 말리게 했던 단어임에 분명하다.
가로, 세로 30cm, 높이 15 cm, 무게 30kg의 겉보기에는 둔탁한 타자기로 보이는 에니그마라는 이름의 이 기계는 2차대전 중 독일 군에 의해 사용된 암호(해독)기이다.
1910년대부터 에니그마의 초기개념은 독일, 미국, 네덜란드, 스웨덴 등지에서 연구되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이후 최초의 에니그마는 1920년 아르투르 세르비우스(Arthur Scherbius)라는 독일인에 의해 만들어진다.
초기에는 상업적 목적으로 만들어져 팔렸는데 우수한 성능과 많은 광고에도 불구하고 별 재미를 보지 못하다가 1930년이 되어 빛을 보게 된다. 독일 해군에서 에니그마를 받아들인 것이다. 그 이후 육군, 공군도 잇달아 에니그마를 사들이고 개량해 성능은 전에 비해 향상하게 된다.
사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자판의 원하는 알파벳을 두드리면 일련의 작업을 통해 뒤에 있는 전구판의 해당 알파벳에 불이 들어오게 된다. 그러면 처음의 알파벳을 대신해 문구를 만들면 되는 것이고, 멀리 떨어져 암호화된 문구를 접한 사람은 위와 똑같은 작업을 통해 원래의 문장으로 해독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된다. 암호문은 대부분 공중파를 통하므로 제3국 즉 적성국에게도 전달되어진다고 가정해야 함이 옳다. 그렇다면 이 암호기의 밀반출은 곧바로 모든 암호화된 문구의 노출을 의미한다. 그리고 꼭 밀반출이 아니더라도 꾸준한 감청을 통해 데이터베이스를 쌓아 분석하면 어떤 글자가 어떤 글자로 연결되어지는지는 쉽게 알 수 있다.
처음으로 에니그마의 중요성을 인식한 나라는 폴란드였다. 독일이 처음으로 에니그마를 군사용으로 개량하였을 때부터 폴란드 쪽에서는 에니그마의 암호분석을 위한 부서를 만들었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에니그마의 복잡성 때문에 쉽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럭저럭 별 성과 없는 3-4년이 지났다. 독일군의 에니그마는 난공불락으로 보였다. 그러나 수학자 르옙스키(Marian Rejewski)가 팀에 합류한 뒤로 양상은 틀려지기 시작했다.
사실 모든 암호 시스템이 그러하듯이 시스템의 취약점은 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인간적인 실수'이다. 위에서 말했듯이 암호병은 전문을 암호화하여 보내기 전에 에니그마의 초기설정 값을 암호병 자신이 결정해서 그날의 초기설정 값으로 두 번 반복해서(위의 예를 보면 'YUNYUN') 보내야 한다. 암호 병들은 한번 사용한 설정 값은 다시는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지침에도 불구하고 자주 같은 값을 반복하여 사용하였던 것이다. 더군다나 병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특정 문자나 간단한('AAA'같은) 문자들을 사용하였다. 르옙스키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자주 사용되는 처음의 6자에 무슨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러던 와중에 프랑스 정보국으로부터 뜻하지 않은 정보를 받게 된다. 독일 군이 병사들에게 나누어준 에니그마의 사용설명서를 접하게 된 것이다. 이에 힌트를 얻어 모든 통신문의 처음 6자를 모아 분석하기 시작했고 결국은 이 6자는 3자가 2번 반복된다는 사실과 회전자의 초기상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아내었다. 에니그마는 서서히 해독되어져 갔다.
분석은 계속되어 일 년의 시간이 지난 후 결국에는 105,456개의 회전자의 모든 초기상태를 한 도면에 정리하기에 이른다. 그리하여 독일군의 암호문은 폴란드측에 의해 20분 안에 해독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런 폴란드 측의 해독 방법은 독일이 에니그마의 운용 방법에 조금이라도 손을 대면 폴란드 측의 노력이 헛수고가 될 수 있는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1937년 말에 가서 독일 군은 암호기의 초기설정(Grundstellung) 운용 방법을 변경하였고 또 1938년 12월에는 회전자의 수를 3개에서 5개로 높였다. 매번 폴란드 측에서는 새로 시작해야만 했지만 결국에는 에니그마를 해독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들기까지는 하였다. 비록 해독을 위한 시간이 너무 길어 실용성이 없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1939년 9월 독일의 폴란드 침공이 있기 전에 다행히 폴란드는 영국과 프랑스의 정보국 사람들을 초대하여 자신들의 작업을 모두 전수하는데 성공한다. 그후 독일의 폴란드와 연이은 프랑스의 점령으로 에니그마에 대한 연구는 바다 건너 영국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어진다.
1939년 전쟁 발발이후 영국에서 내노라하는 과학자들이 한 곳에 모여진다. 장소는 런던 근교의 블레츨리 파크, 하는 일은 일급비밀. 이곳에는 현대 컴퓨터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앨런 튜링(Alan Turing)도 불려와져 있었다. 과학자들은 폴란드의 해독기(Bomba)를 발전시켜 이름도 비슷한 봄베(Bombe)를 만들었다. 재미있는 것은 이 기계는 언제 작업을 끝내고 멈출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길면 언제까지라도 계속 동작을 해대는 것이다. 그래서 이 기계는 비밀 장소에 놓여져서 그 기계가 무엇을 하는 것인지 전혀 알지 못하는 민간인 여자들로부터 관리를 받게 된다. 그들의 임무는 기계가 멈추면 과학자들을 부르는 것이었다.
그 이후 침몰된 독일 군함에서 에니그마 기계와 코드 책을 얻어 한달 동안의 모든 전문을 해독한다거나, 독일 U-보트에서 암호 병의 실수로 전혀 암호화되지 않은 전문과 그 이후 실수를 알아차려 다시 암호화한 전문을 얻는다는 등의 독일군의 실수를 통해 영국 팀은 에니그마의 정복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그 이후 봄베를 개량하여 해독기를 만들기는 하지만 1939년 이전의 폴란드와 같이 실용성이 없었다. 즉 계산 시간이 너무 길었던 것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새로운 빠르고 자동화된 해독기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는데 이것이 오늘날 컴퓨터로 이르는 큰 발걸음의 시초인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 이후 영국 팀은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1942년 말에 성능이 훨씬 향상된 봄베를 선보였고 1943년 이후로는 모든 에니그마의 코드를 해독할 수 있었다. 즉 에니그마를 정복한 것이다.
독일 쪽에서는 일찍이 여러 가지 정보들이 새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것이 스파이로 인한 정보의 누출이지 문제가 에니그마에 있다는 것은 의심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독일이 일찌감치 에니그마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면 1943년 이후의 연합국의 정보활동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고 전쟁의 양상 또한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