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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홀릭] 14
씬1. 강욱의 집 대문 앞/13부 엔딩씬에 이어서/이른 새벽
율주, 멍하고 어이가 없는 얼굴로 강욱을 보고 있다.
강욱 무슨 일이에요. 왜 여기 있어요.
율주 (천천히) 강욱아.
강욱 (보는)
율주 강욱아..
강욱 (보는)
더 이상 말을 잃고 강욱을 바라보는 율주.
강욱 (율주가 이상하다.)
율주 (가만 보기만)
강욱 무슨 일이에요. 말을 해요 왜 그런지..
율주 (기가 막힌 듯 허하게 웃는다)
강욱 (보고 있으면)
율주, 천천히 일어난다. 강욱도 일어난다.
율주, 강욱을 빤히 보다가 아무런 말도 않고 내려간다.
강욱 !
씬2. 강욱의 집 일각 거리/이른 새벽 -대사 수정
율주, 천천히 걸어오고 있다. 강욱 뒤따라와서 율주를 잡는다.
율주 (보면)
강욱 선생님, 왜 그래요.
율주 (허한 표정으로 보기만)
강욱 여기 왜 왔냐고요.
율주 (빤히 보는)
강욱 네?
율주 (보기만)
강욱 ??
율주 강욱아.
강욱 네.
율주 (허하게 웃는)
강욱 ?
율주 강욱아.
강욱 !
율주 갈게.. (돌아서는데)
강욱 (잠시 보다가 쫓아가서 잡는다.)
율주 (보면)
강욱 무슨 일이에요.
율주 ……
강욱 (이상하다) 무슨 일 있죠.
율주 (고개 젖는)
강욱 (??한 눈으로 계속 보면서) 정말이에요?
율주 (끄덕이고)
강욱 ……
율주 갈게.
율주, 더 이상 아무런 말 않고 돌아서 간다.
강욱, 율주를 잡으려고 몇 걸음 따라가다가 멈춘다.
더 이상 잡지 못하고 터덜거리며 걸어가는 율주를 바라보는데.
씬3. 거리/이른 새벽 - E 로 처리
율주 천천히 걸어간다.
율주E (넋이 나간 표정이 되어) 내가.. 무슨 말을 하겠니.. (한스러운) 미안하다고 해야
하니.. 고맙다고 해야 하니.. 죽고 싶다고 해야 하니..
정신이 반쯤 나간 여자처럼 터덜터덜 걸어가는 율주.
씬4. 경찰서/오전
태현 들어선다.
태현 저, 어젯밤에 사고 신고 들어온 사람 좀 알아보려고 하는데요.
경찰 성함이요.
태현 이율주요.
씬5. 한강 다리 위/오전
율주, 멍히 다리를 건너고 있다.
율주 (정신이 반쯤 나간 듯)
율주, 갑자기 허한 웃음이 난다. 피식피식 웃는.. 그러다 눈에 눈물이 핑 돌고, 바람을 만들며 빠르게
지나가는 차들,
율주의 머리카락이 얼굴을 덮는다.
씬6. 8차선 이상 도로/오전
율주, 길을 건너고 있다. 차들이 빵빵거리며 율주를 피해간다.
율주 (신경 쓰지 않고 건너는)
계속 클락션을 울리며 가는 차들.
멀리, 교통정리를 하던 경찰, 율주를 봤다.
경찰 (율주를 향해 호루라기를 부는데)
율주 (여전히 차들을 보지 않고 길을 건너고)
차들을 보지 않고 길을 건너는 율주, 몹시 위태롭게 보이고,
씬7. 거리/오전
태현, 차를 세워놓고 앞을 응시하고 있다.
태현 (입이 타들어 가는데)
씬8. 권투도장/오전
강욱, 샌드백을 치고 있다. 연습을 하는 중이다.
빠르게 손을 뻗고 있는 강욱. 어느 순간, 손을 멈춘다.
강욱 (손을 뻗으면서 계속 방금전의 율주를 생각하고 있는)
강욱,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이상하다.
바로 멈춘다. 강욱, 벗어 놓은 옷을 입으며 바로 나간다.
씬9. 자경의 오피스텔/오전
벨 소리. 자경이 문을 연다.
자경 웬일이야? 이 시간에,
강욱 (들어와서는) 자경아.. 지난번에 선생님이 너 찾아왔을 때,
자경 (보면)
강욱 뭐 물어봤니?
자경 !
강욱 응?
자경 선생님이 너 찾아왔니?
강욱 (그 말엔 대답 않고) 그날 뭘 불어본거야.
자경 ……
강욱 선생님, 알고 있지.
자경 (대답 않고 보면)
강욱 (순간 충격으로 굳어지고)
자경 알고 있으면, 뭐가 달라지는데, 이제 선생님이 알게 된다 해서 달라질 거 없잖아.
강욱 니가 얘기했어?
자경 아니.. 끝까지 말하지 않았어.. 이미 알고 계셨어. 확인하러 왔던 거야.
강욱, 갑자기 제 가슴을 팍팍 때리기 시작한다.
강욱 (미치겠는)
자경 .. 니 탓 아냐. 너 그렇게 괴로워할 필요 없어.
강욱 (숨을 몰아쉬며 어찌 할 줄을 모르겠는데)
자경 다 끝났어 이제. 어차피 알게 될 일이었어.
강욱, 빠르게 나간다.
자경 (무너지고)
씬10. 자경의 오피스텔 앞/오전
강욱, 어쩌지를 못하겠다.
안절부절하면서 왔다 갔다 하는.. 가슴을 팍팍 치고..
율주에게 전화를 건다.
E 전화기가 꺼져있으므로,
강욱 (소리라도 지르고 싶지만, 소리도 나오지 않고)
씬11. 태현의 집 앞/낮
태현, 손에 전화기를 쥔 채로 집 앞에서 서성이고 있다.
태현 (걱정으로 미치겠고)
전화가 온다.
태현 (얼른 받으며) 네.. 네?
씬12. 경찰서/낮
태현, 빠르게 들어온다. 둘러본다. 구석에 율주가 앉아있다.
머리도 헝클어지고 반은 정신이 나간 듯해 보이는,
율주 (멍한)
태현 율주야.
율주 (보곤) 어.. 태현씨..
경찰 (다가와서) 사고 크게 날 뻔 했습니다. 약간 정신이 없으신 거 같기에..
이리 모셨습니다.
태현 (율주 보고)
율주 (멍한 표정으로 뭔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씬13. 거리/낮
태현의 차가 달리고 있다.
태현 (율주가 알았다는 것을 알았다.) 밤새 어디서 뭐 한거야.
율주 (대답 않는)
태현 율주야.
율주 그냥.. 여기 저기..
태현 (마음 아픈데)
율주 태현씨.. 나.. 엄마 집에 좀 가있을 게.
태현 .. 그래.. 그렇게 해.
씬13-1 율주의 방/낮
율주와 태현 방으로 들어온다.
율주 (들어오자마자 이불 속으로 들어간다.)
태현 (보는)
율주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태현, 잠시 마음 아프게 바라보다가 나간다.
씬13-2 동장소 거실/오후
태현, 방에서 나온다.
영애 (기다리고 있다가) 쟤 왜 저래.
태현 좀 피곤 한가 봐요.. 집에서는 편히 못 쉬는 거 같아서요.
영애 어제, 무슨 일 있었어? 새벽까지 안 들어왔다며,
태현 나중에 연락 됐어요. 죄송해요. 어제 걱정 많이 하셨죠.
영애 정말 별 일 없는 거야?
태현 네.
영애 쟤가 잊을 만 하면 속을 한번씩 썩이네.. 정말...
씬15. 레스토랑 일각 구멍가게 앞/낮
강욱이 초조하게 서있다. 영길이 조리실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영길 웬일이냐?
강욱 싸부, 선생님 아직도 안 왔어요?
영길 안 왔어.. 갑자기 왜 이래, 아까부터 왜 이렇게 찾아.
강욱 선생님이 안 거 같아요.
영길 뭘, (하다가 놀라서) 뭐? 어떻게,
강욱 저 선생님 만나야 되거든요?
영길 안나왔어.
강욱 저기.. 집 전화번호 모르세요.
영길 야, 강욱아.
강욱 선생님 좀 만나게 해주세요.
영길 강욱아.. 차라리 잘 됐다. 지배인이 지금이야 힘들겠지만, 차라리 잘 된 거 야.
강욱 (정신없다.) 좀 만나게 해주세요.
영길 강욱아, 지배인, 이제 니 사람 아냐.
강욱 !
영길 니가, 보냈잖아.
강욱 (다시 한번 깨닫고)
영길 지배인 옆에 있는 사람은 니가 아니라 김검사야. 위로를 해도 김검사가 해 야 되는 거야.
강욱 (허해지면서) 그럼, 저는요? 지금 나 때문에 이렇게 됐는데, 내가 뭐라고 말을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 결혼했으면 뭐요.. 그거랑 이거랑 다른 거 잖아요. 저좀 만나게 해주세요.
영길 (얘를 어쩌면 좋나)
씬18. 한강 다리 위/오후
태현, 가다가 중앙에 차를 세웠다. 태현, 멀리 강물을 바라보며 서있다.
태현 (마음 무겁고)
씬19. 태현의 집 일각/오후
강욱, 집으로 들어가는 입구(13부에서 율주가 음료수를 마시던 장소 정도) 에서 서성이고 있다.
강욱 (애가 타고 초조한)
안절부절하지 못하고 계속 왔다 갔다 하는 강욱.
씬20. 태현의 사무실/오후
태현, 짐을 정리하고 있다. 필요 없는 서류들을 박스에 담고 있는..
춘천지검에서 보낸 5년 전 사건자료가 보이는.. 봉투에 담아 밀봉한다.
녹음테이프를 본다. 박스에 넣는다.
건실 뭐하세요?
태현 네. 정리요. (춘천지검 자료를 재철에게 주며) 이것 좀 춘천지검으로 보내 주시겠어요?
재철 이게 뭔데요?
태현 저, 지금 좀 나가보겠습니다.
씬21. 검찰청 복도/오후
사무실에서 나온 태현 전화하면서 걸어간다.
태현 예 어머님. 율주 좀 어떤가 해서요.. 아뇨, 제가 지금 가겠습니다.
수봉, 뒤쪽에서 오다가 태현의 뒷모습을 봤다.
수봉 (잠시 보곤 태현의 사무실로 들어가고)
씬22. 태현의 사무실/오후
재철, 막 나가다가 들어오는 수봉과 마주친다.
재철 안녕하세요.
수봉 오..
재철 안녕히 계세요. (나가면)
건실 김검사님 방금 나가셨는데,
수봉 아, 나 자네 보러 왔어.
건실 절요?
수봉 응.. (소파에 앉으며 잠시 망설이다가) 자네.. 김검사하고 술친구지.
건실 네.
수봉 (끄덕이곤) 우리가 술 친구 한테 속내를 털어놓기가 쉽지..
건실 ……
수봉 박계장.. 자네가 5년 전 어떤 사건에 대해서 춘천지검에 여러 가지를 부탁 했던데,
건실 (긴장하는)
수봉 그 사건이.. 우리 며늘아이하고 조금 관련이 있는 것 까지는 내가 알거든?
건실 (보는)
씬23. 태현의 집 일각/저녁
강욱, 집 근처를 떠나지 못하고 어느 한 곳,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있다.
강욱 (초조한/땅바닥만 보고 있다.)
씬24. 율주의 방/밤
율주, 몸을 더 웅크리고 자고 있다.
살그머니 문이 열리고 태현, 들어온다.
율주 (깊은 잠에 빠진 듯한)
태현, 잠시 바라보다가 나간다.
씬24-1. 율주의 아파트 앞/ 밤
태현, 벤치 앞에 앉아서 캔맥주를 마시고 있다.
태현 (생각에 빠져 천천히)
씬25. 거리/밤
강욱, 터덜거리며 걸어가고 있다. 전화를 걸고 있는,
E 메시지로 넘어가고,
강욱 (미치겠는)
전화가 온다. 자경이다.
강욱 (받으며) 응.
자경E 어디니.
강욱 왜.
씬26. 방송국 부스 안/밤
자경, 전화하고 있다.
자경 좀 만나.
강욱E 혼자 있을래.
자경 안 돼. 너 혼자 둘 수 없어. 어디야, 내가 지금 갈게. 어디서 뭐하고 있어.
(대답이 없자) 강욱아.. 강욱아.
전화가 끊겨버린다.
자경 (어이없는 듯 전화기 바라보는데)
씬27. 강욱의 집 마당/밤
강욱, 멀리 밖을 내다보고 있다.
씬28. 율주의 방/이른 새벽
율주, 어둠 속에서 우두커니 앉아있다.
처음보다는 정신을 조금 차린 상태다.
율주 (무엇을 어찌 해야 하는지)
씬28-1. 야외 물가/오전
율주, 물을 바라보며 서있다.
율주 경오야.. 미안해.. 내가.. 정말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었는데.. 너희 모두한 테.. 좋은
선생님이고 싶었는데.. (그렁해서) 내가 어떻게 너를.. 미안하다 경오야.. 정말.. 미안해.. 내가 이 죄 값을
어떻게 치러야 하는 거니 내가.. 경오야 미안하다.. 미안해..
율주, 물가를 바라보며 오래 서있다.
씬28-2. 율주의 아파트/낮
영애, 태현과 통화하고 있다.
영애 얘가 계속 잠만 자네.. 밥도 안 먹고, (율주의 방문을 열며) 율주야,
(하다가) 얘, 없네, 아니 언제 나간 거야?
씬28-3. 검찰청 앞/낮
태현, 전화를 하면서 나오고 있다.
태현 (걱정의) 알겠습니다.. 바람 쐬러 갔나보죠 뭐..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조금 있다 갈게요.. 네.
전화를 끊고는, 바로 율주에게 건다.
E 전화기가 꺼져있으므로,
태현 (걱정의)
씬28-3. 버스 안/오후-오후
율주, 힘없이 창문에 머리를 대고 앉아있다,
율주 (멍한 상태에서 빠져나와 이성을 찾아가고 있는 중)
씬28-4. 율주의 아파트 앞/오후
율주, 고개를 숙이고 힘없이 걸어들어 온다. 멈칫 하는..
낯익은 발이 보인다. 보면, 강욱이 앞에 서있다.
강욱 (마음 아프게 보는)
율주 (보는)
두 사람 한동안 말이 없다 서로 보기만 한다.
씬28-5. 아파트 일각/낮 -
강욱과 율주가 서있다. 두 사람 여전히 말이 없다.
강욱 (율주를 바라보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율주 (천천히 입을 떼는) 강욱아.. 나는 내가 참 싫다.. 그리고 니가.. 원망스러 워..
강욱 ……
율주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너는 인생을 버리고, 나는, 그것도 모르고,
(기막혀 말이 안나오고)
강욱 (차분하게) 단 한번도 내 인생을 버렸다고 생각한 적 없어요.
율주 (보는)
강욱 ……
율주 너 그거 아니? 그런 너의 희생이 나한테는 뼈에 사무친 고통이 된 걸?
너는 사랑해서라지만, 그럼, (슬픈)나는?
강욱 ……
율주 나는 뭐니, 나는 뭐야.
강욱 ……
율주 니 인생을 뺏은 내 사랑은 뭐니. (원망의) 내 사랑은 도대체 뭐냐고.
강욱 (차분하게) 만약 선생님이었다면, 어떻게 했을 건데요.
율주 ……
강욱 아마 선생님도 나처럼 했을 거예요.
율주 ……
강욱 만약, 지금 당장 똑같은 일이 생겨도, 난 그렇게 해요. 나한테는 다른 선택 없어요. 지금도
마찬가지에요.
율주 (기막힌)
강욱 (쓸쓸하게) 대빵.
율주 ……
강욱 (오히려 웃으며) 태어나서 한번도 사랑이라는 걸 못해본 사람도 있대요. 근데 나는,
사랑이라는 걸 했어요. 나를 전부 건 사랑을 했어요. 그걸로 됐 어요. 후회하지 않을 만큼 했으니까.
율주 서강욱.
강욱 선생님을 다시 보낸 거.. 그건 (아픈) 후회했어요. 가슴을 치며 후회 했어 요.
율주 (원망의) 말하지.. 그냥 나한테 말하지.
강욱 ……
율주 날 다시 보내지 말고, 나한테 말을 하지!
강욱 그땐 선생님이 알아선 안 된다는 생각 밖에 없었어요.
율주 (기막혀) 내가 죽기라도 할 줄 알았니? 니가 같이 있었으면, 지금보다 훨 씬 났어. 이렇게
까지, 니가 원망스럽진 않았을 거 같다.
니가 나 대신 교도소에 갔다는 것 보다, 그것 때문에 날 다시 보낸 게,
나는, 더 사무쳐.
강욱 ……
율주 이게 뭐니.. 대체 이게 뭐야.
강욱 미안해요.. 그땐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어요.
율주 너, 내가.. 널 잊으려고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 줄 아니?
솔직히 말해볼까? 내가 널 아직 다 못 있었어.. 아주 조금씩, 조금씩 잊고 있어.. 요만큼이라도 잊기가 얼마나
힘들었는데,
강욱 (아픈)
율주 이제 내가 널 어떻게 잊을 수 있겠니. 앞으로 내가 널 어떻게 잊을 수가 있어.
강욱 ……
율주 니가 정말 원망스럽다. 니가.. 너무 밉고. 내가 너무 싫어!
강욱 (아프게 보는데)
율주 (격해져서) 내 병이.. 단순히 남보다 잠만 많이 자는 게 아니었어, 남의 인 생을 뺏는
병이었어, 정말 너를 옭아맨, (하는데)
강욱, 순간 율주를 와락 안는다.
율주 !
강욱 (이러면 안 되지, 하는 생각/얼른 떨어지며) 미안해요.. (어색해 지면서)
나도 모르게..
율주 (아픈)
강욱 (어색하고 씁쓸하게 웃는)
율주 ……
강욱 내가 잘못 했어요.. 그러니까 그런 생각은 제발 하지 마요.. 제발요.
율주 (눈물 맺혀 보는데)
강욱 (엷게 웃으며) 울지 마요.. 차라리 나를 때리고, 욕해요.
율주 너 정말, 나쁘다.. 나더러 이 빚을 어떻게 갚으라고..
강욱 빚 같은 게 어딨어요.. 내가.. 살아가는 힘이 뭔지 아세요?
율주 ……
강욱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내가 뭔가를 할 수 있었다는 거, 그것만 생각하 면 전 지금도
행복해요.. 난 앞으로도 그거 하나만으로도 살 수 있어요.
율주 너 정말.. (기가 막힌데)
강욱 (웃으며) 이제야 다 끝났어요.
율주 ……
강욱 미안해요.. 이렇게 힘든데.. 내가 더 이상 위로해 줄 수 없어서..
율주 (보는)
강욱 (아프게) 김검사님 계시니까.. 김검사님한테 의지하면서..
(웃으며) 그냥.. 참 이상한 사랑을 한번 했구나, 그렇게 생각 하세요..
율주 너.. 끝까지 사람 미치게 하는 구나.
강욱 미치지 마요.
율주 ……
강욱 (웃음기 있는 얼굴로 보는)
율주 서강욱 잘 들어.. 이제부터 나는 니 말 안 들을 거야.
강욱 !
율주 이제야 끝이 났다고? 아니.
강욱 (보는)
율주 그래.. 너의 실순지, 나의 실순지 모르겠지만, 너하고 나, 허락받지 못한 사 랑이었다고 치자,
그래도 아직 남은 것이 있어.
강욱 ……
율주 (잠시 보다가) 갈게.
율주, 가버린다.
강욱, 잠시 서서 걸어가는 율주를 바라본다.
씬28-6. 거리/오후
강욱, 걸어가고 있다.
강욱 (마음 아픈)
강욱, 걸음의 속도를 낸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심정이다.
빠르게 빠르게 마치 경보라도 하듯이 걷는다.
씬28-7 아파트 벤치/오후
율주, 생각에 빠져 앉아있다.
율주 (생각할수록 그렁해지는데)
태현 (O/S) 율주야.
율주 (그렁해진 눈으로 보면)
태현, 가까이 와서 서있다.
태현 (율주의 그렁해진 눈을 보면)
율주 (눈물 안보이려고 시선 피하고)
태현, 말없이 율주 옆에 앉는다.
태현 ……
율주 ……
태현 .. 율주야.. 사람은 누구나.. 가슴속에 상처 하나씩을 가지고 산대.
그 상처를 안고 평생을 살면서, 살다가 또 다른 아픔이 오면 그 상처를 꺼 내보면서, 아 내가 이런 때가
있었지.. 지금은 그보다 났네.. 하고, 위로를 받는대.
율주 태현씨.. 태현씨도 알고 있었지.
태현 (보는)
율주 (보는)
태현 그래.
율주 (원망의) 왜, 말 안했어?
태현 어떻게 말하니.
율주 ……
태현 내가 내 입으로.. 그걸 어떻게 말하니, 그냥.. 니가 영원히 모르고 살기를 바랬어. ..
율주 다 알면서 나랑 결혼한거야?
태현 그래.
율주 검사가.. 사람을 죽인 여자랑 결혼을 했단 말야?
태현 (강한) 죽인 게 아니라, 사고였어.
율주 그래서 그만 두겠다고 했던 거야?
태현 ……
율주 그래서 떠나려고 했던 거야?
태현 ……
율주 왜 그래.. 태현씨도 강욱이도 왜 그래.. 왜 나 하나 때문에.. 내가 뭐라고..
둘 다 왜 그래~
태현 사랑하니까.
율주 (보는)
태현 다른 이유 더 필요하니?
율주 사랑이 뭔데? 사랑이 뭔데, 둘 다 제 인생을 망쳐.. 사랑이 대체 뭔데?
태현 율주야.
율주 사랑하지 말지.. 태현씨도 강욱이도.. 날 사랑하지 말지..
태현 (지그시 보면)
율주 멈추지.. 포기 하지..
태현 멈추고 싶어도 멈춰지지가 않았어.
율주 (본다.)
태현 율주야.. 지금 너한테 아무것도 위로가 되지 못한다는 거 아는데,
율주 ……
태현 나한테 조금만 기대면 안 되겠니?
율주 (보면)
태현 지금 니가 받는 아픔, 내가 대신 앓고 싶어..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누가 나한테 영혼을 팔라면, 그렇게 해서라도, 니 아픔, 내가 앓고 싶어.
율주 (보는)
태현 .. 내 솔직한 심정이야.
씬36. 강욱의 방/밤
강욱, 샤갈 화집을 머리 위에 펼쳐 놓은 채, 웅크리고 자고 있다.
(시간경과)-오전
강욱, 같은 자세로 누워있다.
강욱 (눈을 뜨고 있는)
밖에서 갑자기 인자의 기침소리가 심하게 들린다.
씬37. 강욱의 집/오전
인자, 마루에서 심하게 기침을 하면서 숨이 막히는지 색색거리고 있다.
강욱이 방에서 나와 인자에게 가는..
강욱 할머니, 할머니 아파?
기침을 하면서 기도가 막히는지 가슴을 치는 인자, 기침 끝에 피가 쏟아진 다.
강욱 (놀라) 할머니.
씬38. 병원 응급실/오전
누운 인자에게 응급조치 취해진다. 의사, 기도에 관을 꼽고 기도 확장제 투입하고, 피 뽑고, 정맥주사
놓는..
의사, 인자의 손끝, 발끝, 입술 색이 파래지는 것(청색증)을 확인한다.
강욱 (미치겠는 심정으로 보고)
씬39. 응급실 앞/오전
의사와 강욱이 서있다.
의사 (폐 엑스레이 사진 들고 있다) 지난 번에 응급실에 오셨을 때 찍으신 건데
아무래도 천식이 폐렴을 동반한 것 같네요. 백혈구 수치도 높고,
강욱 (불안) 그래서 어떻다는 거죠?
의사 지금 항생제 주사를 놓고 있는데 항생제라는게 하루 이틀 만에 효과를 보 는 게 아닙니다.
버티셔야 하는데, 연세가 많으셔서 약효가 들 때 까지 버 틸 수 있을지 걱정이네요.
강욱 (무너지는)
씬40. 레스토랑/낮
율주, 복잡한 표정으로 밖을 보고 있다.
율주 (가슴 먹먹한)
율주 뒤에서 누군가의 핸드폰소리가 울린다.
영길 (소리) 여보세요.. 이니 윤자경씨가 웬일이세요? 강욱이요?
율주 (그제 서야 돌아보면)
영길 (지나가면서 저화를 받고 있는) 아니, 모르겠는데?
율주 (무슨 일인가 싶은데)
씬41. 방송국 복도/낮
자경, 전화를 하면서 가고 있다.
자경 도장에도 안나왔다고 그래서요.. 혹시나 해서 해봤어요..
아니에요.. 실례 했습니다. (전화 끊는)
씬41-1. 레스토랑/낮
영길, 전화를 끊는데,
율주 주방장님 왜요, 강욱이한테 무슨 일 있대요?
영길 아니.. 뭐 급한 일로 찾나본데, 연락이 안 되나봐.. 그럴 수도 있지 뭐..
율주 (끄덕)
영길 저기.. (조심스럽게) 지배인,
율주 (보면)
영길 아, 아냐.. (강욱이 만났냐고 묻고 싶지만 그만두고)
오늘은 손님이 없네에~ (조리실쪽으로 가고)
율주 .. (다시 창밖으로 시선 돌린다.)
씬41-2. 레스토랑 일각 동네 놀이터/오후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다.
율주, 한곳에 우두커니 앉아서 아이들을 보고 있다.
율주 ……
씬42. 병원 응급실/낮
인자에게 응급 상황이 벌어졌다.
인자의 호흡이 가쁘다. 의사, 팔에 주사를 더 놓고 있다.
강욱 (옆에서 보며 입이 타고)
씬43. 레스토랑 앞/밤
율주, 안에서 나온다. 걸어가는데, 클락션 소리.
율주 (돌아보면)
태현 (차 안에서 보고 있는)
씬44. 태현의 집 앞/밤
태현의 차가 선다. 태현과 율주가 내린다.
태현 들어가자. (율주를 데리고 들어가려는데)
율주 태현씨.. 이제 나 데리러 오지 마.
태현 왜.
율주 나.. 자격이 없는 거 같아.
태현 무슨 자격.
율주 나 태현씨 한테 이런 사랑 받을 자격 없어. 너무 과분해.
태현 (순간 인상 써지고)
율주 ……
태현 과분하다니, 그게 무슨 뜻이야. 누가 누구한테 과분하고 말고가 어딨어.
그런 소리 하지 마.
율주 태현씨, 나 진심이야.
태현 (보는)
율주 자꾸 그런 생각이 들어.
태현 내가 너한테 과분한 게 아냐. 굳이 따지면, 니가 나한테 과분한거지.
내가 결혼해달라고 했으니까.
율주 (본다.)
태현 너, ..모든 사실을 알고 나니까, 결혼이 후회라도 되는 거니?
율주 태현씨.
태현 (저도 미치겠는)
율주 그런 뜻 아냐 태현씨.
태현 율주야.
율주 나 너무 미안해서 그래.. 아무래도 내가 태현씨 한테 해가 될 거 같아서,
태현 무슨 해.
율주 (대답 않는)
태현 너, 지금 무슨 생각하고 있는 거니.
율주 ……
태현 응?
율주 .. 태현씨.. 내가 다시 죄 값 받으면.. 강욱이 전과기록 없애 줄 수 있는거 지.
태현 (굳는)
율주 나 그렇게 하고 싶어.
태현 안 돼.
율주 (보는)
태현 너, 실형 받을 수도 있어. 나보고 그걸 보라고?
율주 그럼, 나더러 이렇게 살라고?
태현 잊으면 되잖아.
율주 어떻게 잊어.
태현 율주야, 니 마음 충분히 아는데, 너한테 하루아침에 잊으라고 안 해.
같이, 천천히 노력해서 잊자, 우리.
율주 나.. 못 잊어.
태현 무슨 뜻이야?
율주 오해 하지 마. 강욱이를 못 잊는다는 거 아냐, 이 기막힌 사실을 잊을 수 가 없는 거야.
태현 그게 그 소리 아니니?
율주 (보면)
태현 (시선 돌려 버린다.)
율주 .. 그래서 내가 태현씨 사랑 받을 자격이 없다는 거야. 이렇게 계속 태현씨 마음 아프고,
힘들게 하니까.. 나는 어쩌지를 못하겠고.. 태현씨는 계속 오 해를 할 수 밖에 없고..
율주, 더 이상 말 않고 집으로 들어가 버린다.
태현 (무겁게 바라보는)
씬45. 태현, 율주의 방/밤
율주, 침대에 앉아서 빨래를 개고 있다. 태현의 빨래들이다.
율주 (보는)
율주, 입에서 깊은 한 숨이 나온다.
씬46. 동네 포장마차/밤
태현, 술을 마시고 있다. 잔에 술을 따라서 마시고 마시고 하는..
태현 (마음 무겁고)
씬47. 병원 복도/밤
자경이 급하게 뛰어온다.
씬48. 응급실/밤
산소 호흡기를 단 인자가 누워있다.
인자 호흡기를 달고도 기도가 막히는지 계속 숨을 쌕쌕거리고 있다.
강욱 (옆에서 인자의 손을 꼭 쥐고 있는)
자경 할머니..
강욱 (고개를 숙이고 기도하듯 인자를 보고 있고)
씬49. 태현, 율주의 방/밤
율주, 침대 위에 안아 있다. 시계를 본다.
새벽 두시가 넘어섰다.
씬50. 태현의 집/밤
태현, 비틀거리면서 걸어오고 있다. 율주, 대문 앞에 앉아 있다가 일어선 다.
율주 (다가오는 태현을 보면)
태현 (율주 보는)
율주, 태현 앞으로 다가와 선다.
율주 (태현의 팔을 부축하며) 들어가자.
태현 율주야.
율주 (보기만)
태현 내가, 어떻게 해줄까.
율주 ……
태현 잊으라는 말이 싫으면 뭐라고 해줄까.
율주 ……
태현 너 그거 아니? 내가.. 이 사실 알았을 때.. 태어나 처음으로..
열패감이라는 걸 느껴본 거?
율주 (보는)
태현 내가 못한 것을.. 그 쬐끄만 녀석이 했구나.. 나 정말 기막혔다.
율주 ……
태현 율주야.. 말해 봐.. 내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는지.
율주 (지그시 보는)
태현 나도 정말 답답하다.. 겨우 잊으라는 말 밖에 할 수 없는 내가,
정말 답답하다.
율주 (잠시 보다가) 어서 들어가자. (태현을 부축하고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태현, 율주를 와락 안는다. 안은 채 서있는..
율주도 그대로 태현에게 안긴 채 말없이 서있다.
율주 (마음 아프고)
씬51. 응급실/밤
정신을 잃고 있던 인자, 손으로 호흡기를 떼려고 한다.
강욱 왜 할머니, 답답해?
인자 (떼라고 한다.)
강욱 안 돼 할머니.. 하고 있어야 돼..
의사 (마지막임을 알고) 할 말이 있으신 거 같습니다.
의사, 호흡기를 떼 준다.
강욱 (순간 낯빛이 변하는데)
인자 (강욱의 손을 잡으며 숨이 거의 넘어가는 소리로) 강욱아..
강욱 (애써 밝게) 할머니, 지치면 안돼.. 조금만 참아.. 응?
인자 강욱아.. 착하게 살아줘서.. 고맙다.
강욱 !
인자 (강욱의 얼굴을 천천히 쓰다듬는다.)
강욱 할머니.
인자 내 새끼.. 불쌍해서 어쩌나.. 불쌍한 내 새끼..
강욱 할머니, 지금 죽으려는 거 아니지? 그럼 안 돼. 나 그럼 착하게 안살거야..
인자 (뭔가 말을 하려고 하지만)
강욱 할머니!
강욱의 뺨을 만지고 있던 인자의 손이 떨어진다.
강욱 (인자의 떨어진 손을 보는)
자경 (옆에서) 할머니!
강욱 (핏기 없는 인자의 손만 보는)
강욱, 인자의 손을 잡는다. 인자의 얼굴을 본다. 인자 눈을 감고 있다.
옆에서 들려오는 자경의 울음소리.
강욱 (인자 보는/울지 않고 멍히 보기만)
씬56. 장례식장/오전-
인자의 영정이 모셔져 있는 쓸쓸한 장례식 장.
강욱, 인자 옆에 넋이 나간 얼굴로 가만 앉아있다.
<플래시 컷> -인자의 “금팔찌도 해줘” 하던 모습
강욱, 천천히 일어나서 나온다.
자경 (어디가나 싶은데)
강욱 (말없이 나가고)
씬56-1. 금은방/밤
강욱이 들어온다.
주인 어서 오세요.
강욱, 진열대에 있는 금팔찌를 바라본다.
씬56-2. 거리/밤
강욱, 손에 금팔찌를 들고서 추적추적 걸어간다.
강욱 (눈물 맺힌)
강욱, 갑자기 전봇대를 붙잡고 오열하기 시작한다.
인자가 죽었을 때에도 흘리지 않던 눈물. 금팔찌를 든 손으로 눈물을 닦으 며 오열하고,
씬57. 태현의 집 앞/오전
태현과 율주, 주차장으로 가고 있다.
같이 출근하는 길이다. 율주의 전화벨이 울린다.
율주 (액정 보고 받으며) 어 자경아.
자경E (곱지 않은 목소리로) 강욱이 할머니 돌아가셨어요.
율주 (놀라서) 뭐?
태현 (보는)
자경E (마치 강욱이 인생이 꼬인 것을 원망하듯) 할머니 돌아가셨다고요.
율주 ! (놀란 표정으로 천천히 전화를 끊는)
태현 (이상하게 본다.)
씬58. 장례식장/낮
강욱, 인자의 사진을 뚫어져라 보고 있다.
인자 사진 앞에 금팔찌가 놓여져 있는.. 율주와 태현이 들어선다.
율주 (강욱 보는)
강욱 (인자만 보고 있는)
태현과 율주가 국화를 인자 앞에 놓고는 뒤로 물러선다.
절을 하는 태현과 율주.
율주 (인자의 사진을 보며 울컥하지만 참는)
태현과 율주, 강욱과 마주본다.
율주 (울컥한 눈으로 강욱 보는)
강욱 (태현, 율주 보는)
세 사람, 서로 맞절을 하고 일어선다.
율주 (고개 들어 강욱 보면)
강욱 (시선 맞추지 않고 고개 숙이고 있고)
씬59. 장례식장 앞/낮
태현과 율주가 나온다. 자경이 배웅하고 있다.
자경 (태현에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태현 네. 그럼.. (인사하고 차 쪽으로 간다.)
자경 (율주 보는 눈 곱지 않다.)
율주 (그 표정 읽었지만 엷게 웃어주고는 돌아선다.)
자경 (잠시 보다가 안으로 들어간다.)
차 쪽으로 가던 율주, 쉬이 떠나지 못하겠다.
율주 (입구를 다시 본다.)
태현 (보면)
율주, 뭔가 두고가는 듯한 마음으로 차를 탄다.
태현의 차가 밖으로 빠져나가고,
율주 (창밖으로 시선 돌리는/참았던 눈물이 솟는데)
태현 (모르는 척)
율주 (태현에게 안보이려고 손등으로 눈물 닦고)
씬60. 레스토랑/오후
율주, 구석진 테이블에 우두커니 앉아있다.
율주 (밖을 보며 멍한데)
수진 (소리) 율주야.
율주 (돌아보며) 네?
수진 아까부터 왜 그렇게 멍하게 있어.
율주 (천천히 일어서면)
수진 어디 아프니?
율주 아뇨.
수진 너 요즘 아픈 거 같은데, 왜 그래?
율주 아뇨.. 괜찮아요.
수진 아프면 일찍 들어가고, 나, 나간다.
율주 네.
수진 일찍 들어와라. (나간다.)
율주, 천천히 다시 테이블 앞에 앉는다.
율주 (여전히 멍한)
율주, 안되겠다. 일어나 가방을 챙겨들고 빠르게 나간다.
씬60-1. 춘천식당/오후
문 닫힌 춘천 식당 앞.
율주가 다가온다. 손에 작은 화분을 하나 들고 있다.
식당 앞, 신문과 전단지들이 떨어져 있는..
율주, 그것들을 줍는다. 둘러보니, 누군가 버린 우유팩과 과자봉지도 떨어 져있다. 깨끗이 줍는다.
율주, 들고 온 화분을 닫힌 문 앞에 놓는..
율주E (옆에 쭈그려 앉고는 잠시 말이 없다가) 할머니.. 죄송해요.. 내가.. 강욱이 인생을
살았어요.. 할머니.. 강욱이 이제 어쩌면 좋아요.. 할머니가 없어서 어쩌면 좋아요.. 나도 없는데..
강욱이한테.. 아직 고맙다는 말도 못했는데.. 어쩌면 좋아요 할머니..
씬61. 검찰청 외부 일각/오후
수봉과 태현이 마주 앉아있다.
태현 (굳어진)
수봉 좀더 일찍 얘기해 줬으면 좋았을 걸 그랬다.
태현 죄송합니다. 진작에 말씀 못 드려서,
수봉 이제 율주도 알았다고,
태현 네.
수봉 이것 참..
태현 율주가 그 친구 전과를 풀어줄 생각을 하는 거 같습니다.
수봉 (무거운)
태현 아버지.. 이런 경우, 집행유예로 끝날 수도 있는 거죠.
수봉 그거야 모르지..
태현 엄마 아시면, 율주랑 헤어지라고 하실 겁니다.
수봉 (깊은 한숨만)
태현 아버지께서 도와주세요.
수봉 (잠시 생각하다가) 니가 그 청년을 한번 만나보는 게 어떻겠니..
법적으로 어떻게 할 생각을 하고 있는지.
태현 .. 알겠습니다.
씬62. 장례식장/저녁
여전히 쓸쓸한 장례식장.
강욱, 인자의 사진을 뚫어지게 보고 있다.
강욱을 보는 시선.. 율주 멀리서 보고 있다.
율주 (아픈/다가가지 못하고 보기만)
강욱 (인자만을 바라보고 있고)
율주 (보는)
강욱 (어느 순간 시선 돌리면)
율주, 몸을 숨긴다.
율주 (차마 가까이 가지는 못하겠고)
조문객 한명, 영정 앞으로 간다. 강욱, 조문객과 맞절을 하고,
율주, 강욱이 보이지 않는 곳,
영정이 차려진 방안 입구에 서 있는다.
율주 (마음 아픈)
율주, 가려고 천천히 몸을 돌린다.
순간, 율주 앞으로 걸어오는 현철과 그의 심복.
현철, 율주를 툭 친다.
그 바람에 율주, 가방이 쏟아지고,
현철 아 죄송합니다.
율주 괜찮습니다. (가방을 줍는)
현철, 율주에게 꾸벅 인사하고는 장례식 장 안으로 들어간다.
율주 (무심코 돌아보고)
현철 (고개 빳빳이 들고 장례식장안으로 가는)
심복 (밖에서 기다리고)
현철, 영정 앞에 절을 한다.
강욱 (현철을 쏘아보고 있는)
현철 (강욱에게 절을 하려는데)
강욱 (거부하고 고개만 까닥)
현철 (히죽 웃으며) 내가 은혜 갚을 게.
강욱 ……
씬63. 버스 정류장/밤
율주, 앉아있다.
율주 (중얼거리는) 그때 말할 걸.. 고맙다고………….
그럼 강욱이가 좀.. 덜 아팠을지도 모르는데..
씬64. 강욱의 집 마당/낮
오래도록 치우지 않은 흔적이 보인다. 마당에 나뒹굴고 있는 세수대야,
바람이 불었는지 여기저기 떨어진 빨래..
여기 한 짝 저기 한 짝 떨어진 인자의 신발.
강욱 방에서 나온다. 초점 없는 눈으로 마당을 본다.
인자의 신발을 줍는다. 가지런히 놓는다.
강욱 (멀거니 인자의 신발을 바라보는)
강욱, 인자의 신발을 신어본다. 작아서 들어가지 않는다.
강욱 야.. 우리 할머니 발 디게 짝았네.
씬66. 태현의 집 이층 거실/밤
율주가 생각에 빠져 앉아있다. 태현이 방에서 나와 마주 앉는다.
태현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율주 (잠시 보다가) 태현씨.
태현 (보면)
율주 내가.. 생각해 봤는데.. (어렵게) 아무래도 나.. 강욱이 전과 풀어줘야 될 거 같아..
태현 ……
율주 ……
태현 율주야.. 니가.. 서강욱씨 전과를 풀어주는 걸로 마음의 짐을 덜 수 있으 면, 그렇게 해.
율주 (보면)
태현 그걸로 서강욱씨에 대해서 완전히 정리 될 수만 있다면, 그건 니 선택에 따를게. 대신,
이걸로 매듭짓는 다고 약속해.
율주 (보면)
태현 서강욱씨에 대한 모든 것, 이걸로 정리 하자.
율주 (보는)
태현 왜 대답 안 해?
율주 ……
태현 이율주.
율주 (겨우) .. 그래.
태현 (나가려는데)
율주 태현씨,
태현 (돌아보면)
율주 태현씨랑 아버님은 어떻게 되는 거야?
태현 그건 중요하지 않아. 니가, 이걸로 정말 다 정리할 수 있는지 그게 중요하 지. (나가버리고)
율주 ……
씬67. 태현의 사무실/낮
태현, 책상 앞에 앉아서 뭔가 고민하고 있다.
강욱에게 전화를 건다.
E 꺼져있다는 메시지.
태현 ……
씬68. 강욱의 방/오후
강욱의 표정 말이 아니다. 곧 쓰러질 것처럼 초췌해진..
자경 (그 모습 보고 서있는)
강욱 ……
자경 강욱아.
강욱 ……
자경 강욱아~
강욱 (그제 서야 초점 없는 눈으로 자경 보면)
자경 (화난) 왜이래 너, 죽으려고 이래?
강욱 ……
자경 서강욱.
강욱 ……
자경 (강욱을 부여잡고) 이러지 마.. 너 이러는 거 나 못 보겠어. 제발 이러지 마..
강욱 ……
자경 강욱아.
강욱 (힘없이) 자경아..
자경 (보면)
강욱 혼자 있게 해줘.
자경 !
강욱 (엷게 웃으며) 혼자 있고 싶어.
자경 강욱아.
강욱 가라 제발.
자경 !
강욱 ……
씬69. 락커 룸/오후
율주, 한쪽에 식탁 테이블보와 앞치마, 수건들을 쌓아놓고 개고 있다.
영길이 들어온다.
영길 (보곤) 그걸 왜 지배인이 해.
율주 (미소만)
영길 (락커에서 앞치마를 하나 꺼내는데)
율주 주방장님..
영길 어.
율주 강욱이 좀 만나보셨어요?
영길 매일 전화 해보는데, 며칠 째 연락이 안 되네.
율주 (아픈)
영길 곧 괜찮아지겠지 뭐.. (나가고)
율주 (멍해지면서 빨래를 접던 손을 놓고)
씬70. 거리/오후
태현의 차가 달리고 있다.
태현 (운전하면서 전화하는) 어 율주야.. 어디니? 레스토랑 아닌 거 같네?
씬71. 강욱의 집 일각 거리/오후
율주, 먹을 것이 든 봉지(죽, 과일 등)를 들고 강욱의 집을 향해서 가고 있 다.
율주 (태현의 전화를 받고 있는) 어.. 잠깐 밖에 나왔어.
태현E 어딘데,
율주 (순간적으로) 친구가 찾아와서.. 알았어. 나중에 전화할게. (끊는다.)
잠시 숨 호흡을 하고 강욱의 집을 향해 걸어가는데.,
자경의 차가 지나간다.
율주 (보는)
율주, 강욱의 집을 향해 걸어간다.
씬72. 강욱의 집 일각 거리/오후
태현의 차가 올라가고 있다.
씬73. 강욱의 집/오후
강욱, 마당에 앉아있다. 율주, 들어와 선다.
강욱 (보는)
율주 (애써 미소 보이고)
강욱 (무표정하게 보면)
율주 잘 있었어?
강욱 (시선 돌린다.)
율주, 마당을 본다. 어질러져 있다. 들고 온 것을 마루에 넣고는
얼른 치우기 시작한다.
강욱 그만 두세요.
율주 금방 끝나.. (치우는데)
강욱, 율주의 팔을 잡는다.
율주 (보면)
강욱 (보는)
율주 (엷게 웃는데)
율주, 문득 옆으로 시선 돌리다가 굳어진다. 태현이 대문 앞에 서있다.
태현 (굳고)
율주 (굳고)
강욱 (천천히 태현 보는)
서 있는 세 사람. 그 모습에서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