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날과 대림절 단상”
오늘 아침부터 하늘이 회색빛에 우중충하다. 겨울 한기가 느껴진다. 뭔가 올 것 같다는 느낌이다. 심심해서 자전거를 타고 새로 개업한 동네 커피& 제빵소에 갔다. 바람이 차다. 그래도 바람을 맞닥뜨리며 페달을 밟았다. 커피 한 잔을 시키면서 “죄송합니다. 이웃 사람인데 늦게 찾아뵈어서 미안합니다.”라고 능청맞게 농담을 건넸다. 생면부지의 손님에게 “죄송하긴요. 자주 찾아주세요.” 하며 상냥하게 대답한다. 기분 좋았다. 과천 관문 체육공원이 내다보이는 2층에 앉아 잠시 상념에 빠져있는데, 발코니 창밖으로 싸리 눈이 찬 바람에 좀 세차게 내린다. 카페 안의 여유와 커피 향이 너그러운 마음으로 눈 내리는 광경을 한참 쳐다보게 했다. 을씨년스러운 그러나 멋진 겨울 풍경이다. 근데 갑자기 카페 문밖에 세워둔 자전거가 생각이 났다. 안장을 촉촉이 젖었을 것이고 저걸 타고 집에 가면 눈을 옴팍 맞겠지. 바람도 세차고 옷도 젖고, 머리엔 하얀 가발을 뒤집어쓰겠지. 페달을 밟고 부지런히 집에 돌아왔다. 집안의 온기가 옷과 머리의 눈을 녹인다. 안경을 닦으니 모든 게 환하다.
눈 내리는 광경을 보니 갑작스레 이사야서의 한 말씀이 떠올랐다. 몇 자 적어본다. 이사야서 2부는 40장에서 시작하고 55장에서 끝을 맺는다. 첫 장인 40장과 마지막 장인 55장은 흥미로운 주제로 시작하고 끝을 맺는다. 일종의 수미쌍관 주제다. 즉 하나님의 말씀은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견디고 서고 이루고 성취한다는 내용이다. 40장 8절에 “하나님의 말씀은 영원히 서리라”라는 단호한 선언이 나온다. 55장 11절에선 “내 입에서 나간 말은 헛되이 돌아오는 법이 없다!”라고 강하게 말씀하신다.
“내 입에서 나가는 말은 헛되이 내게로 돌아오지 않는다.”라는 말씀하시며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는 예를 든다. 비와 눈 이야기다. 마치 어린아이들에게 이야기하듯 말이다. “애들아, 하늘에서 눈이 내려오는 것을 봤지?” “봤지요. 멋져요. 신나요. 강아지가 꼬리치고 뱅글뱅글 돌아요.” “그런데 말이다. 하늘에서 내려오던 눈송이 한 녀석이 내려오다 갑자기 멈추는 거야.” “그래서요?” “다시 올라가겠다는 거야” “아니 왜요?” “자기 엄마 아빠에게 작별 인사도 못 하고 왔다나.” “예이, 그럴 수가 없어요!” “그렇지? 눈이나 비가 하늘에서 내려오다가 다시 올라갈 수 없지?” “그럼 왜 눈이나 비가 하늘에서 내려오니?” “에이, 그거야, 아주 쉽네요. 비와 눈이 와야 농사를 지을 수 있잖아요. 농사가 잘되면 곡식이 많아지고 사람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지요.” 착한 어린이들이구나. 누구든 이 아이들 같지 않으면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고 했다지. 요즘 빤질빤질한 어른 신자들이 너무 많아!
눈과 비는 하늘에서 사명과 임무를 받고 내려온다. 심심해서 내리는 게 아니다. 땅을 흠뻑 적시어 싹이 돋아 자라게 하며 씨뿌린 사람에게 씨앗과 먹을 양식을 내준다. 이처럼 하나님의 입에서 나온 모든 말씀은 이 땅에 사는 모든 사람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삶의 의미를 준다.
대림절(Advent Season)에 우리는 이 세상에 내려온 하나님의 말씀, 예수 그리스도를 기억해보자. 예수는 심심해서 이 세상에 마실 오신 것이 아니다. 그가 이 땅에 내려오신 목적은 모든 사람이 그를 받아들여 풍성한 삶(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시고자 하심이다. 그의 “오심”(Advent)은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썩고 죽어 많은 열매를 맺음과 같다(참조, 요 12:24~26). 여기서 “땅에 떨어져 썩고 죽어 곡식을 맺는다.”라는 말은 분명 예수 그리스도의 지상 사역 전체를 일목요연하게 요약해주는 문구다. 그가 공생애 기간에 하신 모든 일들, 즉 복음서에 기록된 그의 행적과 사역, 그의 가르침과 심방과 치유, 먹이심과 싸매심과 돌보심, 긍휼과 자비는 온갖 저항과 박해와 시기와 시련에도 굳세게 견디어 섰다. 아마 이것이 이사야 40장 8절에 “우리 하나님의 말씀은 영원히 서 있으리라!”라는 뜻일 것이다.
이렇게 사 40장과 55장은 서로 메아리친다. 이렇게 이사야서 2부는 끝을 맺는다. 하지만 이 멋진 “말씀의 신학”은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으로 그 충만한 뜻이 드러난다.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 전체 그림을 보고 알려면 복음서를 읽어야 하겠다. 대림절에 복음서를 곱씹어 읽으며 하늘에서 내리는 눈과 비를 연상해보고, 그분이 가져올 영원한 생명과 삶을 기대하고 기도해보자. 대림절 단상이었습니다.
첫댓글 그분의 오심...
그분이 가져올 영원한 생명과 삶을 오늘도 기대하며 기도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