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양의이치
들판에 있는 언덕을 예로 들 수 있다. 그 언덕엔 이미 오르막과 내리막이 내재되어 있다. 그러나 어둠 속에선 그것을 볼 수 없으므로 그냥 혼돈 속의 무극 상태로 인식이 된다. 그러나 그 언덕에 해나 달이 뜨면 명암이 생기면서 그림자가 생기게 마련이다. 이 상태가 바로 태극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또한 그 그림자의 크기는 해와 달의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음과 양의 예를 들어보면, 낮은 양이라 활동적이며 기운이 위로 올라간다. 밤은 음이라 정적이며 기운이 아래로 내려간다. 양의 계절인 봄여름은 새싹이 하늘을 향해 자라지만 음의 계절인 가을겨울은 낙엽이 땅을 향해 떨어진다. 기운이 위로 올라가 상체가 발달한 남자는 양에 속하고, 기운이 밑으로 내려가 하체가 발달한 여자는 음에 속한다. 이렇게 하나(道)는 ‘음양’의 둘로 나뉘어 존재한다.
동쪽은 해가 떠오르므로 양, 서쪽은 해가 지므로 음에 해당한다. 동양인은 기운이 위로 올라와서 얼굴이 둥글둥글하다. 서양인은 기운이 아래로 내려가서 얼굴 윤곽이 뚜렷해진다. 또 동양은 양이라서 음을 동경하여 대개 우묵한 곳에 집을 짓고, 서양은 음이라서 양을 동경하여 주로 높은 곳에 뾰족한 모습으로 집을 짓는다.
소[丑]와 말[午]은 하나는 음이고, 하나는 양이다. 양의 성질은 동(動)하는 것이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말의 속성에 비유해서 이런 얘기를 한다. 천방지축으로 날뛰는 여자를 말괄량이라고 하고, 또 풀어놓은 망아지 같다는 얘기한다. 그런데 소라는 것은 음입이다. 정적이고 유순하다. 조그만 꼬마가 소를 끌고 가도 소는 그저 느릿느릿 따라간다. 발굽을 봐도 말은 양적인 동물이라 하나인 통굽으로 되어 있고, 소는 음에 배속되는 동물이라 소 발굽은 두 개로 갈라져 있다.
1 3 5 7 9 홀수는 양의 수(數)이고, 2 4 6 8 10 짝수는 짝이 있어 안정이 되어있는 음의 수다. 이런 음양의 이치로 양인 말은 발굽도 홀수인 하나로 되어 있고, 음인 소는 발굽도 짝수인 두 개로 되어 있다. 이렇게 대자연 삼라만상에는 모두 음과 양의 이치가 들어 있다.
이렇게 우주는 음과 양으로 펼쳐져 있는데,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음양은 끊임없이 순환한다. 달이 지면 해가 뜨고, 해가 지면 달이 뜬다. 이처럼 ‘대자연의 변화는 사이클이 있다. 이것이 동양의 시간관이다.
대자연의 변화란 직선적으로 흘러가는 게 아니라, 음과 양이 서로 머리꼬리가 되어 순환하면서 끊임없이 변화한다. 낮시간이 가장 긴 하지가 지나면 점점 밤시간이 길어지기 시작하고, 반대로 밤시간이 가장 긴 동지를 지나면 거꾸로 낮이 점점 길어지기 시작한다. 이렇게 음의 변화가 극에 이르면 양의 변화를 낳고, 또 양의 변화가 극에 이르면 다시 음의 변화를 낳는다. 그런 오묘한 변화의 이치를 상징적으로 나타낸 게 바로 태극이다.
음양의 가장 큰 주체는 하늘과 땅이다.하늘은 생명을 내려주고 땅은 생명을 낳고 길러낸다. 그래서 이 천지를 만물 생명의 근원이라고 한다.
이 하늘과 땅을 대행하는 것이 해와 달이다. 해는 뜨거운 불기운(火)을 던져주고 달은 차가운 물기운(水)을 던져주면서 이 일월의 변화로 낮과 밤이라는 하루의 변화주기가 생성됨으로써 만물은 이 수화기운을 바탕으로 삶을 영위하게 된다. 즉 한서(寒暑)의 교류를 통하여 모든 사물의 변화가 일어기 때문이다.
양인 하늘(天)과 해(日)의 양기운에 의해 남자가 태어나고, 음인 땅(地)과 달(月)의 음기운에 의해 여자가 태어난다.
인간의 몸도 유형인 육체와 무형인 정신으로 구성되어 있고, 정신도 유형인 정(精)과 무형인 신(神)이 결합된 것이다. 이 정과 신이 일체가 되어서 인간 생명 운동의 중심축인 호흡운동과 기혈운동이 이뤄진다.
호흡呼吸도 호는 양운동 흡은 음운동을 하고, 혈맥도 동맥은 양운동, 정맥은 음운동을 하고 있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동물은 기혈운동을 음양으로 해야만이 정신을 창조하면서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음양의 이치로 사물에는 겉과 속이 있고, 안과 밖이 있다. 공간은 위아래, 앞뒤, 좌우가 있다. 모두 음양이다. 시간은 하루주기로 낮과 밤의 음양순환이 있고, 1년 주기로 봄 여름과 가을 겨울이 음양으로 영원히 순환반복한다.
동쪽은 양인 정신문화가 발달하고, 서쪽은 음인 물질문명이 발달했다. 그래서 동양은 정신문화의 상징인 철학과 종교가 발달하고, 서양은 물질문명의 상징인 과학 기술문명이 발달했다.
그것에 따라서 거기서 사는 사람들의 문화도 다 다르다. 동양에선 춤을 춰도 팔을 이용해서 주로 어깨춤을 추는데 비해서, 서양에선 주로 발로 추는 스텝 춤이 발달해 있다. 그리고 글을 쓸 때도 동양은 위에서 아래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쓴다. 그래서 옛날 신문은 전부 위에서 아래로 썼다. 그런데 서양은 좌측에서 우측으로 썼다. 현재 대부분 서양식으로 쓰고 있다. 이와 같이 음양의 이치는 서로 상대적이다.
그리고 또 모든 만물은 극미의 소립자 세계로 들어가 보면 +인 양성자와 -인 음전자가 기본 단위로 되어 있다. 이렇게 우주 안의 모든 것이 크게는 천지일월부터 작게는 극미의 소립자 세계까지 모두가 다 음양으로 존재하며 변해가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