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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탈원전판 참여연대’ 무서워… 공기업·대기업, 年 수백만원씩 냈다
文때 출범 ‘에너지전환포럼’ 논란
김형원 기자
김태준 기자
입력 2023.06.15. 03:00 업데이트 2023.06.15. 06:54
https://www.chosun.com/politics/assembly/2023/06/15/4MF2WSN63VD4DKC2H4YUEYYS5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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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5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회관에서 열린 에너지전환포럼 출범식에서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앞 줄 왼쪽에서 둘째부터), 안병옥 당시 환경부 차관,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장, 이인호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차관과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2018년 4월 5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회관에서 열린 에너지전환포럼 출범식에서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앞 줄 왼쪽에서 둘째부터), 안병옥 당시 환경부 차관,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장, 이인호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차관과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국내 주요 에너지 관련 공기업·대기업들이 최근까지도 탈(脫)원전 시민 단체인 에너지전환포럼에 해마다 수백만 원씩 회원비를 납부하고 있는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이 단체 핵심 인사들은 ‘탈원전 돌격대장’ 격으로 활동하면서 문재인 정권에서 에너지·환경 정책을 다루는 요직으로 중용되기도 했다. 이렇게 구축된 생태계를 바탕으로 에너지전환포럼은 출범 5년 만에 ‘탈원전판 참여연대’라고 불릴 만큼 영향력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너지전환포럼에 회원으로 가입된 한 민간 에너지 기업 관계자는 “우리 스스로도 회비를 ‘탈원전 조공’이라고 생각했었다”고 했다.
이날 국민의힘 양금희 의원실이 에너지 공기업·공공 기관에서 받은 예산 내역을 분석한 결과, 2018년부터 올해까지 약 1억9000만원이 에너지전환포럼의 가입비·회원비·행사비로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전력은 2019년 가입비 300만원을 시작으로, 해마다 연회비를 500만원씩 꼬박꼬박 에너지전환포럼에 납부하고 있다. 한전의 자회사인 한국동서발전·한국서부발전은 이와 별도로 연회비를 500만원씩 내고 있다. 한국지역난방공사·한국에너지공단·한국에너지재단은 에너지전환포럼 출범 첫해인 2018년부터 가입비·연회비를 주고 있다. 공공 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은 탈원전 시민 단체 에너지전환포럼과 공동으로 주최·주관한 행사비 명목으로 9700만원에 이르는 예산을 집행했다.
그래픽=김현국
최소 31개에 이르는 민간 기업·공공 협회 등도 에너전환포럼에 회원으로 가입한 것으로 파악된다. 회원 모집 시 에너지전환포럼은 기업 규모에 따라 연회비 단가를 다르게 매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민간 에너지 대기업은 해마다 500만원씩 탈원전 시민 단체에 회원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에너지전환포럼에 회원으로 가입한 민간 에너지 기업 관계자들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탈원전을 내걸고 수금(收金)하는데 배겨낼 재간이 없었다” “‘손목 비틀기'에 당해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돈만 냈다” “우리 산업 망하라고 저주하는 단체지만, 그때는 ‘회원 못 하겠다’고 말 할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했다.
에너지전환포럼은 “공허한 원전 수출 업적 쌓기 중단하라(4월 28일)” “에너지 전환에 역주행하는 한국 정부(작년 8월 17일)” 논평으로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한전 등은 탈원전 폐기를 공약으로 내세운 윤석열 정권이 출범한 이후에도 여전히 에너지전환포럼에 회비를 납부하고 있다. 이 에너지 공기업·공공 기관 대표들의 상당수가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알박기 인사다.
그래픽=김현국
현재 대표적인 탈원전 시민 단체로 자리매김한 에너지전환포럼은 2018년 4월에 정식으로 출범했다. 실적도, 명성도 없이 갓 출범한 시민 단체에 내로라하는 공기업·대기업들이 앞다투어 후원금을 쏟아낸 것은 이례적이다. 여기에는 탈원전 정책을 전면에 내세운 문재인 정부의 후원이 있었다는 분석이 많다.
에너지전환포럼 간부로 활동하던 사람들은 문재인 정권에 발탁되거나, 여당인 민주당 국회의원으로 진출하기도 했다.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 출신인 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이 대표적이다. 에너지전환포럼은 21대 총선 약 한 달 전인 2020년 3월 16일 양이원영 사무처장 이름이 포함된 ‘더불어민주당 그린뉴딜 총선 공약 환영-미래통합당, 민생당도 응답해야’라는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이로부터 일주일 뒤인 3월 23일 민주당이 주도하는 비례 정당(더불어시민당)은 당선권인 비례대표 9번으로 양이원영 에너지전화포럼 사무처장을 공천한다고 밝혔다.
현재 에너지전환포럼 이사인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에 의해 대통령 직속 2050탄소중립위원회 초대 민간위원장으로 임명됐었다. 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인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도 지난 정부에서 4대강 조사·평가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국민의힘 양금희 의원은 “에너지전환포럼은 탈원전판 참여연대나 다름없었던 셈”이라며 “공기업·대기업에 빨대 꽂아서 구축한 이들의 ‘탈원전 진지’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