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대촌마을 잔치가 흥겹게 끝났습니다. 어르신들께 받았던 것들이 너무 많아 후련하기 보다는 죄송한 마음, 감사한 마음, 시원섭섭한 마음이 복잡하게 들었습니다. 참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아침에 편지지를 김신민 실습생과 함께 구상해서 만들었습니다. 어머님들께서 우리의 얼굴도 잊지 않으시고 기억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에 얼굴을 편집해서 붙였습니다.
ppt로 편집하여서 가운데 빈 공간에는 손 글씨로 썼습니다. 컴퓨터 글씨로 작성하는 것도 깔끔해 보이겠지만, 마음을 전할 때는 손 글씨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열심히 마음을 담았습니다.
영자 어머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12분 중 딱 한 분의 성함을 못 여쭤봐서입니다. 어머니께 전화를 드려서 인사드렸습니다.
“어머니~ 안녕하세요. 저 김제사회복지관에서 활동하러 왔었던 한희예요.”
어머니께서는 반갑다는 듯이 “아~~ 어~~ 그래. 그래.”라며 대답해주셨습니다.
“어머니. 뭐하고 계셔요~”
“응~ 경로당 와서 놀고 있어.”
“다름이 아니고 어제 더우신데 땀 흘려 가시면서 팥 물 끓여주셨던 것 감사한 마음 전해드리려고 전화드렸어요~”
평소에 말 수 없으셨던 영자어머니께서 호호 하며 웃으셨습니다. 칭찬에 기분좋아하시는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으니 절로 웃음이 났습니다.
“어머니. 혹시 어제 팥 물 같이 끓였던 어머님 성함 알 수 있을까요? 왜 소금으로 설탕으로 간 봐주셨던 분 계시잖아요~”
“아~ 몰러. 밥만 하러 와서.”
단호하게 모르신다고 하시는 어머니의 대답에 당황했지만, 그간 더 당황스러웠던 일들이 많았기에 침착하며 다시 여쭤봤습니다.
“어머님. 그러시면 혹시 주변에 계신 어르신들께 한번 여쭤봐주실 수 있으신가요? 회장님이나 다른 어머님들께...”
잠시 말씀이 없으시다가 대답해주셨습니다.
“최현숙.”
“최 현자 숙자 맞으세요?”
“응~”
“아유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일 와~”
“네. 내일 밥 먹으러 꼭 갈게요.”
“응~ 그려. 내일 보게~”
영자어머니께서는 내일 꼭 밥 먹으러 오라고 하셨습니다. 감사했습니다. 내일 감사한 마음을 잘 전달해드리러 복지관에서 부지런히 준비했습니다.
생건마을 잔치에 놀러갔습니다. 잔치국수가 너무 맛있었습니다. 생건마을 잔치가 끝나고 나오는 길에 영자어머니께 전화가 왔었습니다. 부재중이 찍혀있어 다시 전화를 드렸습니다.
“네 어머니~”
“낮에 뜨거운디 밖에 돌아다니고 있어?”
“아~ 아니요. 잠깐 밥 먹느라고 전화를 못 받았었어요~”
“아~ 그랬었어? 저기 뭐야 내일 누구 누구와?”
“내일 매일 같이 다니던 신민오빠랑 같이 둘이서만 가요~”
“응~ 그러면 내일 아로니에 주스 한 통 준비해줄게.”
“어머니 드셔야지요!”
“아녀. 내일 줄게. 자전거 타고와?”
“네. 자전거 타고 가려고요.”
“그럼 가방 챙겨와.”
“네. 가방 챙겨갈게요. 어머니. 챙겨주셔서 감사드려요.”
“저기 뭐야. 고구마 말린 것도 가져갈래?”
“아유. 챙겨주시면 잘 먹지요.”
“예뻐서 주고 싶어.”
“어머니. 정말 감사드려요. 챙겨주셔서 감사해요. 정말.”
마지막 감사인사를 드리기 직전까지도 영자어머니께서는 먹을 것을 챙겨주시며 덥진 않냐고 걱정해주셨습니다. 참 감사합니다. 잠깐 본 학생들에게 금세 정을 주시는 어머님께 감사한 마음이 정말 컸습니다.
복지관에 돌아와서 사진을 고르고 포토프린터기로 뽑았습니다. 사진 한 장씩 볼 때마다 그 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났습니다. 어머님들께서 보시며 좋아하실 반응을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어르신들 한 분, 한 분께 편지를 쓰는 와중에 우리에게 어떤 고마움을 주셨는지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처음 쭈뼛대며 어르신들께 인사드렸던 때와 팥 칼국수를 먹으며 벌써 마지막이냐고 아쉬워했던 순간까지 머릿속에 지나갔습니다. 그런 과정 속에서도 항상 어르신들께서는 사랑을 주시고 예뻐해 주셨습니다. 받기만 한 마음이 참 부담되기도 하고 무거워지기만 했습니다.
김신민 실습생에게 이런 마음을 이야기 했습니다. 편지를 쓰면서 감사했던 일들이 너무 많게 느껴져서 마음이 참 부담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김신민 실습생은 저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어르신들께서는 그저 우리를 진짜 손주처럼, 딸처럼 아들처럼 편하게 대해주신 것일 수도 있어. 우리가 어르신들께 받았던 대로 우리의 다음 세대들에게 전해준다고 생각하면 그래도 마음이 조금 편해지지 않을까?”
그 말을 들으니 복잡했던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진심으로 고민을 들어준 김신민 실습생에게 고마웠습니다. 어머님들께서 우리에게 해주신 사랑을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혹은 우리의 다음 세대들에게 전해주면 됩니다. 그런 내리 사랑을 실천하면 됩니다. 사랑의 가치에 대해서 알려주면 됩니다.
내일 어머님들께서 편지와 사진을 받으실 모습을 그려봅니다. 벌써부터 기분이 이상해져옵니다. 참 좋아하시겠다는 생각이 들며 설레어옵니다. 반면에 한동안은 대촌마을이 그리워질거란 생각에 가슴이 허전해집니다. 감사했던 마음이 이 편지와 사진만으로 전해질까 걱정되는 마음도 듭니다.
기분이 이상한 날입니다.
첫댓글 "처음 쭈뼛대며 어르신들께 인사드렸던 때와 팥 칼국수를 먹으며 벌써 마지막이냐고 아쉬워했던 순간까지 머릿속에 지나갔습니다."
"그런 과정 속에서도 항상 어르신들께서는 사랑을 주시고 예뻐해 주셨습니다. 받기만 한 마음이 참 부담되기도 하고 무거워지기만 했습니다."
한희가 어르신들에게 사랑을 많이 받았나 봅니다. 어쩌면 어르신들을 진심으로 만났기에 그 마음이 전해졌는지 모르겠어요. 더운 날에 땀흘리며 자전거 타고 즐겁게 마을에 갔던 이유를 알겠어요.
"죄송한 마음, 감사한 마음, 시원섭섭한 마음이 복잡하게 들었습니다. 참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단기사회사업팀은 짧게 활동하고 떠나지요. 기간이 짧으니 만나는 시간마다 정이 깊어지는 것 같아요. 그 시간이 귀하고, 소중하고.
여름활동이 끝나도 가끔 연락드려 소식 전해도 좋겠어요. 단기사회사업이 관계의 시작일 수 있겠다 싶어요.
한희 글 읽으니 제 마음도 참 이상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