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날의 낭만 잔치를 함께한 신예주 학생에게
몇 해 전 TV에 방영된 ‘응답하라 1988’은 저에게 큰 감명을 주었습니다. 그 시절 골목길에서 이웃과 정겹게 살아가는 모습은 사회사업가로 이루고자 하는 이상과 같았습니다. 작년 추석 때 아파트 승강기 앞과 주민의 집에서 전 부쳐 먹는 추석 잔치를 이루었습니다. 정겨웠습니다. 짧은 시간 아파트를 다니며 묻고 의논하고 부탁했을 뿐인데 모임이 풍성했습니다. 아무 일도 안하고 추석 잔치 때처럼 동네를 다니며 활동하고 싶었습니다. 이 일을 사회사업 실무학교로 이루고자 계획하고 한여름 날의 낭만 잔치를 준비했습니다.
예주를 구슬 6기에서 처음 만난 듯합니다. 정보원 학습여행에서 먼저 만난 것 같기도 합니다. 지현 병창 신의가 있는 충남대 두리번에서 선배들 따라 열심히 공부하고 배우던 후배들이 많았습니다. 예주도 좋은 선배의 영향을 받아 공무원 준비를 많이 하는 충남대에서 현장을 꿈꾸고 준비했습니다. 짧은 시간 구슬 6기와 함께 했지만 그곳에서 예주의 모습은 지금과 같았습니다. 천천히 여러번 씹으며 밥을 먹듯, 사회사업 여러 책들도 곱씹으며 공부하고 익혔습니다. 손발이 차다는 예주는 추운 겨울날 소백산을 한걸음씩 힘차게 걸었습니다. 공부는 유익했고 소백산은 아름다웠습니다. 새하얀 눈꽃을 동료와 함께 걸으니 얼마나 신나고 즐거운 일인가요.
사회사업 실무학교를 준비하며 충남대학교에 홍보를 갔습니다. 이야기를 마치고 모두들 큐시트를 적어서 저에게 읽어주었습니다. 그 때도 제일 마지막까지 정성스레 글을 쓰고 저에게 편지를 읽어주었습니다. 눈에 선합니다. 이런 예주가 방화11에서 실습을 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기뻤습니다. 함께 할 날이 기대되었습니다.
예주는 한여름 날의 낭만 잔치를 잘 이루었습니다. 3주 동안 실인원 40명, 연인원 131명이라는 주민을 만났습니다. 1103동 150 가구 중에 1/3에 가까운 주민과 이번 한여름 날의 낭만 잔치를 이룬 겁니다. 양원석 선생님과 사회사업 실천단계를 공부한 적이 있습니다. 사회적 변화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뜻있는 사람 3명이 모여서 시작하거나 구성원의 20%가 이루어야 티핑포인트, 임계점, 사회적 창발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한여름 밤의 낭만 잔치는 3명 이상의 주민이 서로 자신의 것을 나누고 만나는 소박한 잔치를 다섯 번이나 이루었습니다. 15층의 잔치는 소박하다는 말이 무색하게 40여 명의 사람이 모여서 하루종일 전 부쳐 먹으며 어울렸습니다. 1103동의 30% 가까운 주민과 이 잔치를 이루었으니, 1103동 안에서의 영향력을 실로 놀라울 정도로 클겁니다.
흙속에 미생물처럼. 이 말은 사회사업 선배들이 많이 외친 문장입니다. 김세진 선생님께서 쓰신 「사회복지사가 말하는 사회복지사」 책에는 ‘지렁이가 땅을 살리듯 사회를 살리는 사회복지사’로 표현했습니다. 흙속에 미생물인 지렁이가 척박한 땅을 쉼없이 헤집고 다니며 맑은 공기와 빗물을 유통하며 흙을 살리듯, 사회사업가인 우리도 마을 이곳 저곳을 다니며 이웃과 인정을 살리는 일을 이루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예주는 흙속의 지렁이처럼 3주 동안 1103동을 두루 다니며 이웃과 인정의 숨통을 트었습니다.
예주과 세경이 1103동을 두루 다니며 이웃의 사랑을 많이 받기를 바랐습니다. 처음부터 마을 이웃이 주시는 여러 음식을 배불리 먹으며 살이 찌리라 예상했습니다. 살이 찌는 건 그만큼 동네 곳곳을 다녔다는 뜻이고, 나누고 베푸고자 하는 어른다움을 사랑으로 받았다는 뜻입니다. 예주의 찌는 살 만큼 이웃과 인정은 더욱 풍성해졌을 겁니다. 5kg이 쪘다는 예주의 말을 들으며 예주가 얼마나 이웃의 사랑을 받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예주는 잘했습니다. 세경 언니와 좋은 호흡을 이루었습니다. 처음에는 언니의 실천과 자세를 보며 배웠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회사업가답게 성장했습니다. 주민에게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며 한여름밤의 낭만잔치를 이루었습니다. 두리번에서 멋진 선배들이 졸업하고 지금은 예주가 후배들에게 멋진 선배가 되었듯이, 예주도 세경처럼 멋진 사회복지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사회사업은 모방에서 시작합니다. 앞서 이룬 선배와 전임자의 실천기록을 살피고 그 뒤를 이어가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사회사업가 예주. 그동안 많은 배움에 더해 이제 예주의 색깔을 덧입혀 사회사업 인생을 신명나게 걸어가기를 응원합니다.
느림의 미학을 보여준 예주. 느리지만 예주가 지나간 길은 확실합니다. “선생님, 잠시만요. 생각 좀 정리할게요.” 실천에 앞서서 생각을 정리하고 곱씹으며 마음에 새깁니다. 그렇게 준비하니 예주의 실천과 기록은 깊습니다. 정확합니다. 지나온 길을 성찰하고 가야 할 길을 바라보는 예주에게 저에게 없는 여유와 여백을 배웠습니다.
예주와 함께한 시간이 즐겁습니다. 처음에는 단어 하나하나 긴장하며 사용하고 몸에 힘이 들어갔습니다. 예민한 만큼 잠자리도 적응해야 편하게 잔다고 했습니다. 이런 예주는 금세 적응했습니다. 노고단에서 환하게 웃던 예주가 떠오릅니다. 예주의 미소를 보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언니 오빠와 함께 합숙을 하며 예쁜 몸짓으로 막내 노릇 톡톡히 했습니다. 이제 주말에 예림 언니 집에 가더라도 금세 잠들 정도로 동료와 공간에 적응했습니다. 대전에서 올라온 예주. 한 번도 집에 내려가지 않고 온전히 실습에 집중했습니다. 한걸음 한걸음 천천히 걸으며 열정으로 실습에 임하는 예주를 보며 저도 실습을 더 잘 이루고 싶었습니다. 힘이 났습니다. 고맙습니다.
이번 방화11 사회사업 실무학교 한 달의 시간이 예주의 인생에 큰 추억과 낭만, 힘이 되기를 축복하고 응원합니다. 함께 해주어 고맙습니다.
2019년 8월 20일
신예주 학생을 응원하는 방화11종합사회복지관 선배사회사업가 권대익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