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랫길은 언덕배기의 학교터를 지나 큰 섬을 우회할 수 있도록 조성됐지만 정작 이를 이용하는 주민들은 드물다. 오솔길은 톱으로 나무를 잘라 만들었다.
해안선을 따라 걷도록 되어 있어 도시인의 피로를 푸는 청량제 역할을 하기에는 충분하다.
호도쪽 갯바위에는 낚시꾼들이 많이 모인다.
물때만 맞으면 대물을 낚는 것도 가능하다.
■ 섬의 변신은 무죄
최근 남해군은 이 외딴 섬을 '다이어트섬'으로 개발하겠다고 나섰다.
고달픈 현대인의 심신을 치유할 수 있는 특화된 생태관광지를 조성하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군은 올해부터 오는 2017년까지 4년간 국비 100억 원과 지방비 136억 원 등
모두 236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접안시설 확충, 어촌체험센터 인근에 다이어트센터 건립,
큰 섬 야산에 숲속명상센터 조성 등이 포함되어 있다.
또 호도에는 짚 트랙, 모험스포츠 관리시설, 전망대, 접안시설, 주차장 등의 기반시설이 들어선다.
군은 민간자본도 유치해 해수스파시설, 스파빌라, 수상가옥, 서바이벌게임장, 암벽장 등을 만든 뒤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섬 개발의 전체 윤곽은 건강휴양형과 문화체험형, 모험레포츠형 등을 혼합한 형식이다.
수익증대를 위해 주민들도 체험이나 자연음식 만들기 등에 참가할 수 있다.
군은 올해 기본계획과 실시설계를 의뢰하고 연내에 인허가 절차와 실시계획 승인을 완료한 뒤
늦어도 내년초에는 공사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를 위한 올해 예산 10억 원(국비 5억 원, 도비 1억5000만 원, 군비 3억5000만 원)은 이미 확보된 상태다.
구체적으로는 용역비 8억 원, 사전영향성검토비 2억 원 등이다.
사업의 추진 경과에 따라 올 추경에 부지매입비 20억 원도 반영하기로 했다.
남해군청 박진평 관광개발팀장은 "조도·호도는 자연환경의 보존상태가 양호하고 접근성이 좋으면서도 섬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힐링체험지로는 다른 곳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수하다"며 "외지인에게는 치유와 휴식의 공간으로, 주민들에게는 새로운 관광상품으로 만들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어르신들 불편없이 살피는게 제 일"
■ 남해군 섬마을 여성이장 1호 허복희 씨
- 1985년 미조면으로 시집와 인연 시작돼 - 부녀회 사회단체도 활발한 참여 마당발 - 16년간 이장했던 시아버지 대물림한 셈
"대다수의 섬마을이 그렇듯이 우리 마을도 주민들의 대부분이
고령인 데다 50~60대의 젊은 주민들은 뱃일에 바쁘다 보니
이장을 맡을 사람을 찾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마을 어르신들의 부탁으로 얼떨결에 이장을 맡아 지난 2년동안
열심히 다니기는 했는데 워낙 오지이다 보니 어려운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네요".
지난 2011년말 마을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이장에 추대된 허복희(50) 씨.
그는 남해군 섬마을의 여성 이장 1호다.
거창이 고향인 허 이장은 지난 1985년 미조면에서 직장에 다니는 남편을 만나 이곳으로 시집을 왔다.
지금은 조도의 작은 섬에서 어업을 하는 시부모님을 모시고 산다.
이제 영락없는 섬 아낙이다.
허 이장은 미조면에서 마당발로 통한다.
산골에서 이곳으로 시집와 섬마을 '억순이'가 된 그는 뱃일이나 집안일은 물론
부녀회나 사회단체 등에도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지난 2005년부터 6년 동안 미조면 소재지인 사항마을 서기(총무)를 맡았는데, 마을 어르신들이
'남해에서 가장 큰 마을의 서기를 했으니 우리 마을 이장을 맡아라'라고 등을 떠밀어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고 웃음을 터뜨렸다.
조도에 살고 있는 시아버지(80)도 16년 가까이 이장을 했다.
며느리가 시아버지의 업무를 대물림한 셈이다.
허 이장이 이 일을 하면서 가장 신경을 쓰는 분야는
혼자 살거나 외롭게 지내는 어르신들의 건강을 챙기는 것이다.
대부분 70세가 넘는 고령인 데다 젊어서부터 고생을 많이 해 몸이 허약한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뱃길로 10여 분 거리인 미조와 조도를 하루에도 1~2차례 오가면서
마을 대소사를 챙기거나 어르신을 돌본다.
이 뿐만 아니라 면사무소나 군청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행사나 교육에도 빠지지 않는다.
마을을 위한 좋은 정보나 주민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이 시행되면 마을에 알려야 하기 때문이다.
허 이장은 "마을 어르신들이 호응을 잘 해줘 이장이 할 일이 없을 정도"라며
"앞으로도 마을 일을 좀 더 꼼꼼하게 챙기고 어르신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보살피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