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갑산 정상에서,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챔프, 인샬라, 메아리 대장, 승연, 해피, 상고대,
덕산, 대간거사, 악수, 온내, 다훤, 산아, 버들, 더산
내가 왔던 길 되돌아보니
눈부시게 아름다워 나는 그만 어지럽습니다
이 고비를 넘기면 산길은 마침내 드러누워
나를 감싸 안을 것이니 내가 지금 길에 얽매이지 않고
길을 거느리거나 다스려서 올라가야 합니다
――― 이성부(1942~2012), 「깔딱고개」
▶ 산행일시 : 2014년 11월 15일(토), 맑음
▶ 산행인원 : 15명(영희언니, 버들, 다훤, 산아, 악수, 더산, 대간거사, 챔프, 온내, 상고대,
해피, 인샬라, 덕산, 승연, 메아리)
▶ 산행시간 : 6시간 43분
▶ 산행거리 : 도상 15.6㎞
▶ 교 통 편 : 두메 님 25인승 버스
▶ 구간별 시간
06 : 30 – 동서울터미널 출발
09 : 33 – 공주시 신풍면 쌍대리 짐대울고개, 산행시작
09 : 56 – 한티, 386m봉
10 : 27 – 말티고개
10 : 54 – 471m봉
11 : 11 – 대덕봉(大德峰, △476.8m)
11 : 57 ~ 12 : 57 – 한치(대치), 점심
13 : 56 – 칠갑산(七甲山, △560.6m)
14 : 25 – 459m봉
14 : 51 - ┤자 갈림길, 왼쪽은 장곡사 가는 길, 직진은 자연휴양림 4.0㎞
15 : 07 – 344m봉
15 : 16 - 334m봉
15 : 40 - △395m봉
15 : 54 - ┣자 갈림길 안부
16 : 16 – 청양군 대치면 광대리 칠갑산자연휴양림 주차장, 산행종료
1. 대덕봉 가기 전 암봉인 471m봉에서 동남쪽 조망, 멀리 희미한 산은 계룡산
▶ 대덕봉(大德峰, △476.8m)
특히 고갯마루에서 산행을 시작할 때는 지도와 나침반을 보고 진행방향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
다. 까딱하면 반대방향으로 간다. 짐대울고개 고갯마루도 그렇다. 나 먼저 부지런 떨어 오른쪽
잘 손질한 무덤 위로 가려다 다수의 만류로 걸음 멈추고 왼쪽 임도로 간다. 임도는 곧 산허리
돌아가고 우리는 흐릿한 소로 따라 직등한다.
어느덧 초동만추다. 당진터미널에 들려 산아 님 태우고 여기 올 때 들녘에는 서리가 하얬었다.
낙엽은 그 잔해로 축축하여 여간 미끄럽지 않다. 명감가시덩굴과 산초나무가 심심찮게 꼬집듯
건들고 예전에 간벌한 흔적이 남아 있어 야산의 냄새가 물씬 난다. 더하여 산행 초장부터 봉봉
오르내리는 굴곡이 제법 심하다.
한티는 Y자 능선이 분기하는 386m봉이다. 오른쪽 능선으로 들어 내리다 양지바른 무덤이 나
와 신가이버 님은 고향에 시제 지내러 갔다 고(告)하고 그 옆에서 탁주 입산주 나눈다. 안주는
버들 님이 어제 직접 쑤었다는 도토리묵이다. 쉬운 산이 없다지만 하여튼 산을 어렵게 간다.
안주발 받아 연거푸 탁주를 들이켜니 발걸음이 휘청거릴 수밖에.
뚝 떨어져 내린 안부는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지나는 말티고개다. 다수 일행은 대덕봉 오르는
뚜렷한 등로 따라 골짜기 왼쪽 지능선을 오르고, 대간거사 님은 생사면 누벼 오르고, 상고대
님, 승연 님과 나는 인적 뜸한 마루금을 훑는다. 메아리 대장님이 산행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
아 등로 옆에서 캔 대물 더덕 한 수-그것뿐이었다-가 여러 눈을 버려놓았다.
한가롭던 등로가 기지개 펴고 일어선다. 가파른 바윗길이 나온다. 낙엽 쓸어 슬랩 오르고 암봉
인 471m봉이다. 남동쪽으로 조망이 훤히 트인다. 하늘금은 계룡산 연봉일 것. 소나무 숲길 다
시 한 차례 길게 내렸다가 바짝 오르면 너른 헬기장인 대덕봉 정상이다. 삼각점은 청양 304,
79.3 재설. 쉬느니 으레 술추렴이다. 이 산의 이름에서 오늘 처음 오지산행에 나온 덕산 님의
이름을 땄다.
칠갑산이 나무숲 베일에 가린 채 눈에 잡힌다. 대덕봉에서 마루금 좇아 한치(대치) 칠갑문 가
는 길이 어렵다. 봉마다 그럴 듯한 능선이 갈린다. 목측은 그다지 믿을 것이 못된다. 나침반 지
도 정치하여 들여다보고 간다. 468m봉에서 남동진해야 당초 계획한 점심골인데 시간이 빠듯
하여 직진한다. Y자 분기봉에서 왼쪽으로 틀어 무덤 지나고 임도로 내리니 한치 약간 못 미친
산모롱이 쉼터다.
2. 예산 주변 산들, 짐대울고개 가는 길에서
3. 짐대울고개 올라 바로 만나는 307m봉
4. 307m봉 지나며 북쪽 조망, 예산
5. 등로, 명감가시나무 덩굴, 산초나무가 흔하여 야산의 냄새가 난다.
6. 대덕봉 가기 전 암봉인 471m봉에서 동남쪽 조망
7. 대덕봉 가기 전 암봉인 471m봉에서 동남쪽 조망
8. 대덕봉 정상에서 휴식
▶ 칠갑산(七甲山, △560.6m)
칠갑정에 올라 우아하게 점심 먹기 좋다마는 중인환시 중에 버너 불 피워 주꾸미 잔치 벌이다
가 쫓겨날라 아까 보아 둔 산모롱이 쉼터로 간다. 우선 산아 님이 서산에서 가져온 생굴로 입
맛 돋우고, 버너 불 피워 남당 님이 우정 그 먼 남당에서 당진터미널까지 갖다 준 주꾸미를 바
지락 국물에 살짝살짝 데친다. 주꾸미 머리는 푹 익힌다. 해물 손질은 서산이 고향이라는 해피
님이 능숙하다.
알배기 주꾸미는 삼사월이 한철이지만 지금 맛도 그에 못지않다. 더구나 산중이다. 여러 술 동
내고 만복 어르며 일어난다. 그러고 보니 오늘 산행은 먹거리가 풍성하다. 산소리 님이 보내온
청송사과-산소리 님의 아내의 작은 아버지(?)가 청송에서 사과 과수원을 경영한다-로 아침요
기하다시피 먹고 산행 중 쉴 때마다 간식하였다. 금방 입안에 가득한 달콤한 과즙에 캑캑 사레
들어 가면서.
칠갑산 가는 길. 한치에서 정상까지 3㎞를 대로인 임도가 간다. 임도는 능선 마루금이거나 마
루금과 이웃하며 간다. 최익현 선생 동상 알현하고, 콩밭 매는 아낙네상 지난다. 이 고장 사람
들은 가벼운 옷차림으로 칠갑산을 오가는데 중무장한 우리 차림이 유별나다.
우리 일행 중 자미정에 오른 이는 대간거사 님뿐이다. 이왕 카메라를 들었으니 사진은 발로 찍
으려는 프로적 열정이리라. 등로는 칠갑산 정상에 임박해서 가팔라지고 긴 데크계단이 놓였
다. 계단 수는 숨 가쁜 257개다. 칠갑산 정상은 너른 헬기장이다. 줄서서 정상 표지석 배경하
여 기념사진 찍는다. 헬기장 가장자리 데크 전망대에 서니 사방 조망이 훤히 트인다.
칠갑산이 1973년에 충청남도의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는데 그 사유가 궁금하다. 여느 도립공
원이나 군립공원에 비해 내세울 경관이나 특미가 별로 눈에 띄지 않아서다. 김형수도 그러한
점을 의식했는지 그의『韓國400山行記』에서 칠갑산의 소개가 다소 궁색하게 보인다.
“산이 수려하다는 것은 능선과 계곡, 기암과 수림 등이 자연적으로 조화롭게 형성된 상태를
두고 말한다. 그러나 칠갑산은 큰 바위 하나 구경하기조차 쉽지 않은 육산인데도 불구하고 많
은 사람들이 찾아드는 것은 수수하고 순박하며 부담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올라갈 수 있는 산
세가 주민과 궁합이 맞고, 온 군민이 합심하여 내 고장 진산을 가꾸어 왔기 때문에 명산으로
부상한 산이다.”
김장호는 『명산행각』(월간 산, 1996.5월호)에서 칠갑산이 그 어쭙잖은 높이를 가지고서도,
여느 고산 못지않게 외진 데다가 또 후미지기로 이름이 나 있는 것은 온전히 그 놓임새 때문임
을 들고 있다. 또한 그로 말미암아 칠갑산 언저리는 치열한 항쟁의 장이었다.
가까이는 3․1운동이 유독 이 고장에서 치열하였고, 한말 때 격렬한 항일운동을 벌인 최익현이
그의 고향인 포천을 버리고 이 곳 청양 땅에 와서 의병할동을 벌였고, 또 임진왜란 때는 굶주
림을 참다못해 들고 일어난 여러 민란 중 컸던 이몽학(李夢鶴)의 난의 이몽학이 이 산을 넘어
정산에까지 쳐들었고, 더 거슬러 올라가면 삼국시대 말기 나당(羅唐) 침공에 대한 백제부흥군
의 저항이 이 고장에서 치열했다.
한편 칠갑산이란 산 이름에 대하여 신정일은『새로 쓰는 택리지 9』에서 “차령산맥에 속하는
칠갑산은 청양군의 중심부에 있는 산이다. 계곡이 깊고 급하며 지천과 잉화달천이 계곡을 싸
고돌아 일곱 곳에 명당이 생겼다 하여 칠갑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하는데, 나는 칠갑산이
고래로 항쟁이 치열했던 산인만큼 ‘피로 칠갑이 된 산’이었다 해서 칠갑이란 이름이 붙지 않았
을까 생각한다.
9. 한치(대치) 가기 전 산모롱이 쉼터, 여기서 점심에 생굴과 주꾸미 잔치 벌였다
10. 칠갑산 가는 길
11. 칠갑산 가는 길, 뒤는 대간거사 님
12. 산아 님과 영희언니
13. 칠갑산 정상에서 북서쪽 조망, 멀리는 가야산(?)
14. 칠갑산 정상에서 조망, 왼쪽 멀리는 오서산(?)
15. 칠갑산 정상에서 조망, 남산(367m)
16. 칠갑산 정상에서 지나온 능선 조망, 대덕봉
▶ 칠갑산자연휴양림
하산시간이 이를 것이어서 쉬는 횟수와 쉬는 시간이 넉넉하다. 칠갑산자연휴양림 쪽을 향한다.
잠시 남서진하였다가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방향 틀어 북서진한다. 장곡사 가는 길이기도 하
여 탄탄대로다. 봉봉을 돌아 넘는다. 길이 그렇게 났다. 쭈욱 내리던 중 459m봉을 대깍 넘고
더 떨어진다. 296m봉 넘고 ┤자 갈림길 안부에서 바닥 친다.
왼쪽은 장곡사로 간다. 장곡리 깊은 산골 안쪽에 자리 잡았다. 장곡사보다는 장곡리가 더 낯이
익다. 이문구의 소설 『장곡리 고욤나무』에서 정들었기 때문이다. 선생의 사실 같은 소설-실
제 사실이 아닐까 한다-『매월당 김시습』,『관촌수필』,『장한몽』,『우리동네』,『산넘어
남촌』,『내 몸은 너무 오래 서 있거나 걸어왔다』,『다갈라 불망비』,『유자소전』,『글밭을
일구는 사람들』등등은 나로 하여금 한때 숱한 날 밤을 패게 했다. 이제는 선생이 가고 없으니
농촌이 더욱 쓸쓸하다.
직진은 ‘자연휴양림 4㎞’라며 입산통제 팻말 걸어놓았다. 고개 갸웃하며 들어간다. 등로가 한
갓지다. 낮지만 당찬 봉우리 오르내린다. 334m봉이 준봉이다. 돌탑에 돌 하나 더 보태고 내린
다. 수북하게 쌓인 햇낙엽 지친다. 산의 시인인 이성부의 「길 아닌 곳에 들다」를 똑 닮았다.
수북이 잠자는 낙엽들 뒤흔들어
깨워놓고 가는 내 발걸음 송구스럽다
놀라지들 말거라
나도 이파리 하나
슬픔을 아는 미물일 따름이니
Y자 능선이 분기하는 △395m봉에서 갈 길 헷갈려 좌왕우왕하다 좌로 간다. 길게 내려 ┣자
갈림길 안부다. 오른쪽은 골짜기 타고 휴양림으로 곧장 가고 직진은 산등성이 2㎞ 돌아 휴양
림으로 간다. 파장이다. 오른쪽 골짜기로 내린다. 산그늘지고 고즈넉한 산길이다. 와작와작 낙
엽 밟는 소리가 산골을 울린다. 사방댐 나오고 휴양림 철망문이 열렸다. 우리 오도록 늦가을을
붙들고 있는 메타스퀘어 숲길을 내려 주차장이다.
17. 버들 님과 상고대 님
18. 칠갑산 정상 내려 장곡사 쪽으로 가는 등로
19. 혹시 더덕이 아닐까 다시 보고
20. 칠갑산자연휴양림 구내
21. 칠갑산자연휴양림 구내
22. 만추
첫댓글 같은 산행이라도 정사와 야사는 이렇게 차이가 나는군요.
악수님의 정갈한 글 많이 즐기고 갑니다.
가을 햇살이
만상을 비추고
산꾼들
그 속에서 오손도손
억새꽃
그 햇살 받아
눈부시게 빛날 때
빛 바랜 잎,줄기
은빛 치장을 돕는구나!
악수님은 정사담당이니 산행기를 주욱 날짜순으로 열거하면 오지팀의
편년체 역사서가 되는 거네요.
야사 담당 온내님 산행기는 그러면 어느 역사서와 비교되나요?
마지막 휴양림의 만추가 가을을 더욱 그립게 만들것 같습니다..제가 지나갈 때는 안보이더니 작가님이 지나가니 나타났군요^^
사진으로 보면 내가 다녀온 산이 맞는 건지 헛갈립니다.
사진으로 보면 예술인데
직접봤을 때는 그저 그런 풍경이였던 것 같습니다.
사진빨에 속지 말자....ㅋ
악수님의 산행기에 제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정말 좋겠네...악수님의 멋진 작품속에 한컷,멋진 글속에 제이름이 한번씩은 담겨지는 순간들이 자주 있었으면 참 행복하겠습니다.2~3년만에 오지팀과의 산행은 저를 많이도 안타깝게 합니다.?
산아님 뵈어서 기쁨이 더한 산행이였습니다.
가끔 뵙도록해요....^^
@인샬라(정도환) 고맙습니다 인샬라님^^ 1년에 2~3번정도는 함께 하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산아 저야 영광이죠
그렇게 되길 기대합니다
저도 되도록 산아님 스케줄에 맞추어야
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