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강이 지나니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합니다.
겨울 운동복을 꺼내 입으며 계절의 변화를 몸으로 느낍니다.
들판의 나무와 풀들도 모두 겨울채비에 들어갑니다.
감나무는 잎을 다 떨구고 맨 먼저 월동준비를 마쳤습니다.
벌레 한 마리, 새 한 마리까지도 이맘때면
남은 곡식과 과일을 찾아 들판을 분주히 오갑니다.
올해는 어느 해보다 뜻깊은 해였습니다.
‘반(半) 귀촌, 반(半) 귀농’을 실천하며
고향 땅에서 본격적인 농사를 시작했습니다.
우선 농막을 짓고, 각종 농기구를 새로 장만했습니다.
칠십이 넘은 나이에 서울에서 김천까지,
왕복 열 시간을 넘나드는 길을 수차례 오갔습니다.
한 번 내려오면 사흘, 나흘은 머물며 밭일을 했습니다.
경비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애초부터 농사로 본전을 뽑겠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저 땀 흘려 일하고, 자연과 함께 숨 쉬며,
내 손으로 무언가를 길러낸다는 그 자체가 기쁨이었습니다.
어제는 한 해의 결실을 마당에 펼쳐놓았습니다.
고구마, 감, 땅콩이 생각보다 풍성합니다.
수확의 기쁨보다 더 큰 행복은
이 결실을 친지들과 나눌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박스에 정성껏 담고, 우체국으로 가져가며
받는 이들의 건강과 평안을 마음속으로 빌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몇 달은 그야말로 ‘풀과의 전쟁’이었습니다.
그 질긴 생명력과 맞서 싸우며,
나 역시 한결 단단해졌음을 느낍니다.
탐스러운 결실을 바라보며
“칠십 노인도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이 조용히 밀려옵니다.
오늘은 내게 추수감사절입니다.
이 모든 결실이 내 힘이 아닌,
주님께서 주신 햇살과 비, 그리고 은혜의 손길이었음을 고백합니다.
한 알의 씨앗이 싹을 틔워 열매 맺기까지
주님의 손길이 머물지 않은 곳이 없었습니다.
이제 남은 날들에도,
거두어들인 곡식처럼 내 마음을 정돈하고,
감사의 삶으로 살아가길 소망합니다.
추수의 주인이신 주님,
한 해 동안 지켜주신 은혜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내게 맡기신 이 삶의 밭에서도
늘 순종과 감사의 열매가 맺히게 하소서.
첫댓글 드디어 가을걷이를 끝냈습니다.
"농사는 아무나 짓나"
이 말이 이제야 실감이 납니다.
이번 주 내내 고구마를 캤더니 온 몸이 소리를 냅니다.
하지만 기분좋은 통증입니다.
벌써부터
새 봄이 기다려집니다.
가을걷이를 끝냈습니다.
본격적으로 농사를 지어 보려고
반귀촌 반귀농을 실천해 왔습니다.
농사철에는 거의 고향 농막에서 지냈습니다.
틈틈이 주말농장을 하면서 농법을 익혀왔는데 300평 정도의 밭을 혼자 관리하기가 보통 힘든 것이 아니었습니다.
"농사는 아무나 짓나"
이 말의 뜻을 실감하게 됩니다.
한데, 초보 농사꾼 치고는 풍성한 수확을 거두었습니다.
특히, 고구마와 단감은 현지 농사꾼도 감탄할 정도입니다.
농막에서 색소폰, 기타, 장구, 오카리나를 마음껏 연주하고 책도 실컷 읽었습니다.
그리고 근처 골프장 등 레저시설에서 저렴하게 운동도 즐길 수 있으니 이게 노후의 천국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동안 농막일기를 꾸준히 써왔는데 열 번째로 마감을 합니다.
카친 여러분
아침 저녁으로 제법 쌀쌀합니다.
건강들 유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