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부동산 대기업 항다집단(에버그란데)에서 심각한 경영위기가 표면화된 지 약 2년. 이 회사는 7월 17일 밤 공개를 연기했던 2021년과 2022년의 통기 결산을 발표했다. 이들에 따르면 2년간의 순손실은 단순 합계 8120억 3000만 위안(약 15조 7021억엔)에 달해 항대집단의 상처 깊이가 새삼 부각됐다.
거액 적자의 주요 원인은 보유 부동산 및 금융자산의 감손 손실이다.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헝대집단의 2022년 말 기준 총자산은 약 1조 8400억 위안(약 35조 5797억엔)다. 경영위기가 표면화되기 전인 2020년 말 기준 약 2조 3000억 위안(약 44조 4746억 엔)에서 2년 새 20%나 축소됐다.
한편 이 회사의 2022년 말 기준 총부채는 약 2조 4400억 위안(약 47조 1818억엔)에 달해 총부채가 자산총액을 웃도는 채무초과에 빠져 있다. 그 액수는 2021년 말 기준 9조 1482억엔(11조 5847억엔)에서 2022년 말 5991억 위안(약 4731억 위안)로 증가했다.
■ 시스템 리스크 유발 우려
항대집단은 2021년 초부터 대량의 어음 상환이 정체되기 시작한 것을 계기로, (금융기관의 융자 인상등으로) 자금 사정이 급속히 악화. 그해 후반에는 개인투자자 등에게 판매하던 이 회사의 이재상품(고수익 자산운용상품)을 제때 상환할 수 없게 돼 경영난이 누구의 눈에도 드러났다.
그 배경에는 항대집단이 부동산 개발 규모를 급팽창시키기 위해 오랜 세월 재무 레버리지 극대화에 매진해온 것이 있다. 중국 시장 관계자들 사이에는 동사의 채무의 거대함 때문에 경영 위기가 (관련 업계나 금융 시스템에 널리 파급되는) 시스테믹 리스크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었다.
예를 들어 항대집단은 대부분의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를 착공하면서 건설회사나 자재 납품업자와 '일괄 도급방식' 계약을 맺고 있었다.
이 방식으로는 건설사나 납품업체가 자체 자금을 투입해 먼저 공사에 착수하고, 항대집단은 대금을 후불하거나 (훗날 지급을 약속하는) 어음으로 결제한다. 때문에 항대집단의 지불이 밀리면 위기가 금세 거래처로 파급되는 것이다.
이번에 공개된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항대집단의 거래처에 대한 미지급금은 2020년 말 기준 16조335억엔(약 1조 위안)에서 2022년 말에는 19조 3368억엔(약 8291억 7000만위안)로 증가했다. 이 중 건설자재 미지급금은 2022년 말 기준 5961억 6000만 위안(약 11조5278억엔)에 달한다.
■ 회계감사인은 '의견 불표명'
유의해야 할 것은 이번에 공개된 결산보고서가 항대집단의 재무실태를 반드시 정확하게 반영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항다그룹은 2023년 1월 이 회사의 새로운 회계감사인으로 홍콩 감사법인 上会栢誠과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게다가 上会栢誠는 항다집단의 2021년과 2022년 결산에 대해 그들의 적정성을 증명할 수 없는 '의견 불표명' 판단을 제시했다.
항대집단 사업의 계속성에는 다수의 불확정 요소가 존재한다. 회계감사원은 항대집단의 결산 기수잔액이나 재무숫자 비교에 관한 충분한 증거를 취득하지 못했으며 이 숫자들은 부정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