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명- 월간 문학 635
저-한국문인협회
독정-2022년 1월 1일
<동백꽃>-김초혜
떨어져 누운 꽃은
나무의 꽃을 바라보고
나무의 꽃은
떨어져 주운 꽃을 본다
그대는 내가 되어라
나는 그대가 되리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장면이다.
◉ 꽃말이 기다림인 동백꽃 동백나무는 꼭 섬자락 아니면 산등성이에서 유년 시절을 두고 떠난 사람을 기다리듯 꽃잎은 늘 붉게 타고 있다. 기다림의 무게로 꽃몸 전체로 툭 떨어진다. 사람드은 숙명처럼 새 곳을 향해 고향을 떠난다. 세월이 자날수록 떠나온 곳에 대한 그림움을 숙명처럼 안고 살며 예술가들은 그 유년 시절이 기다리는 고향으로 귀향을 꿈꾸며, 음악이나 글, 그림으로 그리움을 승화시킨다. 충남 태안 천리포수목원은 한국인이 아닌 이국인(개명-민병갈)이 땅을 사드여 나무를 심고 수목원을 조성하였다.
목공예가는 기다림을 수용하고 인정하는 마음이 있어야 좋은 가구를 만든다. 더 많은 과장과 시간을 들임으로 완성되는 종은 목가구는 기술도 공구도 난무도 아닌 시간이다.-오복순 <기다림에 대한 단상>
◉ 지그재그의 미학-엄현옥
계단의 영화라고 할 만한 <기생충>에서 계단은 권력을 상징하는 특별한 장치였다. 박 사장의 집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오르막과 계단을 올라야 했다. 집 안에서도 계단을 통해 거실로 나왔다. 그와 반대로 몰락산 소시민 기택(송강호 분)이 가족이 집에 가기 위해서는 지하세계로 이어질 듯한 계단을 내려갔다. 그들의 수직 상승의 욕망은 치밀한 작전에도 자신이 올라간 만큼 촉우 속에서 처절하게 내려와야 했다. <조커joker>의 명 장면도 계단과 밀접하다. 주인공 아서는 세상 질시와 고통을 참으며 아픈 어머니를 돌본다. 무시당하며 사회적 죽임을 당한 그는 계단에서 춤추며 조커로 다시 태어난다. 그의 어머니께 학대받은 과거를 알게 된 고통과 사회적 약자의 분노를 기괴한 춤사위로 표출했다. 아서가 조커로 변할 때마다 계단은 변환점의 무대로 등장했다. 그가 모든 고통을 내려놓고 계단을 내려오며 춤추던 장면은 관객에게 야릇한 해방감을 안겨주었다. 삐에로 분장과 오래된 계단의 절묘한 조화는 범죄를 유발한 조이ᅟᅵᆫ이었으나 내면의 페이소스를 대변하며 파고들었다. <마틴 에덴>에도 보이지 않는 계단이 있다. 잘생긴 선박 노동자 마틴 에덴은 어느 날 선착장에서 공격을 당하던 남자를 구애훈 이녀으로 그의 집에 초대된다. 그곳에서 남자의 누이 엘래나를 만나 사랑하나 헤어져 후에 마틴이 엘레나 집에 벽 그림보고 “글미이 아름다워서 가까이 다가갔는데 얼룩밖에 안 보이네요.”한다. 성공한 마틴의 삶도 가까이 보년 얼룩만 보인다.엔딩에 마틴의 자살을 암시하듯 바닷가 태양쪽으로 헬엄치던 장념은 목적을 위해 살아가지 않겠다는 냉소주의적 태도가 담겨 있다. 인간은 탄탄대로이길 바라지만 시련과 좌절에 마음 모시러기 닿으며 조금씩 위로 올라가다가 부침을 겪으며 지그제그 모양으로 굽어지고 꺾인다. 산을 오를 때 힘이 부치면 완만한 곳으로 방향을 바꿔 갈지자를 닮은 길을 오른다. 오르는 일은 내려감을 전제한다. 인ㅁ간 삶이 죽음에 다가가는 일이듯 한 걸음씩 계단으ㅡ로 오르는 일도 사실은 한 발씩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 전통 문화 속에 꽃핀 오징어 게임-최보일
오징어 게임을 보면서 가난했던 어린 시절, 변변한 놀이기구 하나 없이 학교 운동장이 우리들의 놀이터였던 때를 생각한다. 구슬치기, 술래잡기,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딱지치기, 땅따먹기 등 설탕을 쪽자에 녹여 만든 ‘달고나’ ‘고무줄 놀이“ 활쏘기, 눈싸움, 전쟁놀이, 연날리기 딱지나 구슬치기에서 이겨 따면 상자에 보물처럼 간수해두고 들여다보며 흡족해했다.
<기생충> 영화가 미국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등을 싹쓸이했고 올해 아ᄏᆞ데미 시상식에서는 <미나리>에서 윤여정 배우가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ㅣ 병아리 감별사로 이민 가 정착하기 위해 고생하던 한국인 2세의 관ㄴ과 따뜻한 가족애를 엮은 작품이다. 어느새 한국이 세계 콘텐츠 시장에서 헐리우드와 경쟁할 수 있는 드라마와 영화를 만드는 역량을 갖추었다. 성악이나 피아노, 바이올린에서 세계에 명성을 떨친 한국인, 유럽에서 오폐라 무요ᅟᅧᆼ단 수석 무용수, 각종 예술 분야의 실력을 자랑하는 배달겨레의 위상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중남미와 영미와 유럽에서도 정상급으로 지난 4월 미니 앨범 발매 직후 미국 빌보드와 영국 오피셜 차트 1위를 차지했다. 골프 야구계의 스포츠 영웅과 US 여자 오픈에서 우승하여 한국골프의 전설이 돤 박세리는 ‘하면 된다는 불굴의 의지를 심어주었다.
◉ 목화꽃 사랑- 한연희
목화꽃이 소박하게 피었다. 엷은 미색으로 잎새에 숨어 하얀 봉우리를 내밀려 피는 목화꽃은 차분하고 순박하다. 하냔 미색에서 분홍꽃으로 마무리하며 둥그런 열매 망울로 마지막 면화 갈무리에 들어갔다. 터질 듯한 열매에는 따뜻한 하얀 솜꽃이 피기 시작했다.
◉ 고철이라는 이름-문애순
내 이름은 고철입니다
옛날 이름치고 오랫동안 한 번도 바꾼 적 없는 이름이지요
무엇이든 강한 게 좋은 거라고 믿을 때 있었으니까
그래도 고철이라는 이름이 좋았습니다
길가 언덕 위에서 바람에 흔들리며
피어난 금계국을 보았을 때는
내 몸을 감싸는 뻣뻣한 근육을 원망도 했지요
말뚝처럼 단단한 내 몸은 여전합니다.
때대로 구부려야 통하는 상황이 올 때는 당황하기도 했지만요
구부러지지 않으려 버티는 허리부터
구러지지 않는 마음까지
저는 온통 녹슬어버린 못이었지요
사람들이 지나가다 구부러진 나를 주워들고 살피며
허리를 펴 주는 마음을 만났습니다.
그 마음 생각하면
내가 고철인 게 퍽이나 다행입니다.
고철이라는 걸 감추고 싶을 때
얼굴에 분을 바르며 나를 가려 보려 했지만
이제 당신 눈에 들었으니
녹꽃 피어도
그냥 고철인 게 좋아요
<진지하게 지는 꽃>-양창식
(중략) 아버지라는 무게는
진지하게 지는 꽃이었던가
필 때 두근거렸던 만큼이나
질 때도 설레게 될 줄 알았더라면
아버지처럼 삐걱거리면서
남은 꿈을 뒤적여보는 그 마당
<홀로 가는 길>이순자
어차피 누구나 혼자 걷는 길
서서히 다가오는 쓸쓸한 종착여
이별은 언제나 애달파 눈물 짓누르지
긴긴 밤 뒤척이다. 돌아보는 뒤안길
뼈마디가 닳고 닳아 욱신거려도
샘물처럼 솟는 자식 사랑 끝이 없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