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글쓰기
손 원
얼마전 부터 휴대폰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동안 원고지에서 컴퓨터, 휴대폰 위주로 바뀌었다. 그렇다면 글의 양과 질에 변화는 없었을까? 휴대폰 글쓰기 초기에는 글이 짧아졌고 깊은 사고가 요구되는 글쓰기가 줄어드는 듯했다. 또한 장르 측면에서 주로 소식 전하기, 일기, 일상의 기록, 단상이 주가 되고, 깊이 있는 에세이는 거의 쓰질 못했다. 휴대폰 글쓰기에 익숙해진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편리하기에 그때그때 내용을 추가하기도 쉬워 복잡한 글, 장문의 글도 휴대폰으로 쓸 수가 있게 되었다.
나는 지하철을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막히지 않고 목적지까지 정확한 시간에 도착이 가능하고 무엇보다도 자리에 앉은 시간만큼은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낼까를 생각해 보고, 주위를 둘러본다. 모두가 손바닥에 휴대폰을 올려놓고 들여다보고 있다. 가끔은 책을 보는 이도 있다. 이 공간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한정적이다. 무료하게 있기보다는 휴대폰이라도 보고 있으면 지루할 틈도 없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탑승 중 지루함을 잊는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수시로 보는 휴대폰이지만 30여 분 여유가 있다면 글쓰기를 시도 해 본다. 휴대폰을 이용한 글쓰기는 너무 편리하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만 먹으면 가능하다. 지금의 글쓰기는 대부분 휴대폰으로 이뤄진다. 동호회 인터넷 카페에 글쓰기 기능을 활용하기도 하고 카톡으로도 가능하다. 카페글 쓰기는 카톡보다 화면이 다소 넓어 편리하다. 글을 쓰려면 주제가 있어야 하기에 어떤 때는 카페에 올라 온 글을 읽기만 하기도 한다. 장시간 지하철을 탈 때 자리에 앉자마자 바로 글제가 떠올라 거침없이 시작하기도 하지만 그런 경우는 잘 없다. 지하철 내에서는 잡념도 없어 글쓰기에 좋다. 글쓰기에 집중하다 보면 지루할수도 있는 시간이 훅 지나가 버리고 내려야 한다. 오늘은 탑승 시 바로 글제가 떠올라 글쓰기에 몰입했다. 30분 정도 걸려 반쯤은 완성했다. 돌아올 때 또 30분을 할애한다면 상당한 분량의 글이 된다. 이동 시간을 활용하여 수필 한 편을 쓴다고 생각하니 뿌듯하다.
지하철은 정숙한 편이다. 글쓰기에 좋은 조건은 아니지만 그만하면 괜찮은 편이다. 가끔은 옆자리 손님이 오래도록 통화하여 거슬리기도 한다. 그럴 때는 다른 빈자리를 찾아 이동하기도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시민의식도 함양되어 요즘은 정숙한 공간이다. 차의 흔들림도 적어 자판 터치에는 별문제가 없다. 때에 따라 각기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고 있다. 가까운 시내는 버스, 혼잡하거나 거리가 멀다면 지하철, 지역을 잇는 먼 거리는 시외버스 또는 철도, 교통편이 마땅치 않으면 어쩔 수 없이 자가용을 이용한다. 그중에서도 지하철이나 철도를 탔을 때 안락하여 여유를 갖는다. 그러다 보면 잠이 들어 꿀잠을 자기도 한다. 그래도 시간이 남으면 휴대폰을 꺼낸다. 지루함을 잊기 위해서는 글쓰기가 제격이다. 무의미하게 보낼 수밖에 없는 탑승 시간에 글을 써 본다. 한 점의 작품을 남길 수가 있어 보람도 크다. 무료함을 달랠 방법이 글쓰기뿐이겠냐마는 글쓰기가 가장 값어치가 있다. 영상물 시청, 문자 주고받기 등으로 무료함을 달래기도 하지만 한 편의 글을 작성하는 것에 미치지 못한다. 이렇게 작성한 글을 동호회 카페에 올리면 읽어 보고 공감을 해주는 이도 많다.
좋은 글은 어떻게 쓰일까? 어떤 환경에서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까? 왕도는 없는 듯하다. 사람에 따라 감성을 느끼는 환경이 다양하기 때문일 것이다. 산 새소리, 물소리가 들리는 산골짝일 수도 있고, 파도가 철썩이는 갯바위, 고요한 산사 등일 수도 있다. 반면에 생활 현장과 가까운 북적거리는 시장, 복잡한 식당에서 영감이 잘 떠오른다고 하는 이도 있다. 디지털 시대인 만큼 휴대전화로 자신이 선호하는 곳에서 편리하게 창작을 할 수가 있다. 영감이 떠오르는 환경을 자신도 잘 모르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는 다양한 환경을 경험 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불후의 명작은 일정한 준비된 조건에서만 가능하기보다 다양성 있게 시도하다 보면 이룰 수 있다. 공부는 책상에서 창작은 서재에서 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책상에 엎어져 단잠을 잘 수가 있듯이 일정한 조건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디지털 시대인 만큼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 다양성 있게 시도함이 바람직하다. 책상 위 엎어져 단잠을 자듯 커피숍에서 달리는 지하철 객석에서도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휴대폰 글쓰기는 무엇보다 편리하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아무 때나 쓸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처음에는 느긋한 자세로 깊이 있는 사고가 반영된 글쓰기가 쉽지 않지만 오래되지 않아 쉽게 극복되었다. 즉 글쓰기 매체가 글의 장르, 내용을 직접적으로 결정하고 반영한다고도 하지만 작가는 적응의 달인이기에 극복되는 듯싶다. 만약 휴대폰이 아니었다면 지속적인 글쓰기가 가능했을까? 사람이란 본디 편리한 것을 찾게 되어 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여서 글 쓸 때마다 번거롭게 컴퓨터 앞에 앉기가 쉽지 않을 테니 분명 휴대폰이 꾸준한 글쓰기의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2023. 4. 9.)
첫댓글
저는 휴대폰 메모 기능은 많이 이용하는데 글쓰기는 해 보지 않았습니다.
어떤 매체를 사용하든 내공이 튼튼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직도 B연필로 밑그림을 그립니다.ㅎ ㅎ
손선생님 처럼 쓸 수 있다면 쪽잠을 자듯 효율성이 대단히 높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글을 쓰는데 휴대폰을 이용하면 편리하겠습니다. 지하철에서 무료하지도 않고 일석이조입니다. 저는 연필로 대강의 줄거리를 잡습니다. 휴대폰의 문서 편집은 무엇으로 하나요? 플레이 스토어에서 다운로드 하면 온통 광고가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