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이 전세계 외신에 톱을 장식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이 톱을 장식을 한 것이 한두번이 아니지만 말이다. 좀 멋진 일로 세계 외신의 톱자리에 오르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이번에도 그런 것은 아닌 모양이다. 한국의 대통령이 한 말을 두고 중국과 러시아가 강력하게 들고 나왔다. 거의 선전포고 수준이라는 표현이다. 중국과 러시아와는 한국이 적대국이 아니다. 단지 체제상 다른 시스템을 가지고 있고 지금 세계 패권을 겨루는 과정에 한국이 애매한 위치에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중국과 러시아에게 선전포고에 준하는 표현을 주고 받아야할 만큼 그런 상황은 전혀 아니다. 또한 중국이 타이완을 침공하는냐 그리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이 합당하느냐 여부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하지만 한국의 최고 권력자는 하여튼 그런 언급을 잇따라 내놓았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중국과 러시아와의 외교 문제로 비화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힘을 통한 타이완 해협의 현상 변경을 반대한다는 한국 대통령의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 대해 중국은 참견 말라는 날 선 반응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중국 외교부장은 타이완 문제에 대해 불장난 하는 사람은 타죽을 것이라면서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장은 타이완이 중국에 반환된 것은 2차 대전 이후 포츠담 선언에 따른 국제질서의 일부라면서 일방적으로 현상을 바꾸고, 타이완의 안정을 파괴하려는 것은 중국이 아니라 타이완 독립 분열 세력과 타이완 독립을 이용하려는 소수 국가라고 주장했다. 이런 세력가운데 미국과 한국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얼마전까지는 미국이 이 세력에 앞장섰다면 며칠전부터 한국도 그 세력 핵심에 놓이게 된 것이다.
중국의 언론들은 한층 높은 수위의 표현을 쏟아내고 있다. 한국이 미국에 아첨하기 위해 중국과의 관계를 희생해서는 안 된다며 한중관계를 긴밀한 한미 관계 형성을 위한 충성의 표시로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한미 동맹은 불공평하다며 한국을 종속국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굴욕적인 외교로 더 많은 것을 내놔야할 가능성이 높다는 언급도 하고 있다. 중국 언론은 미국의 경우 자국의 이득을 위해 언제든 한국을 희생시킬 수 있는 나라라며 최근 전기차 보조금 문제를 사례로 들기도 했다.
러시아는 중국보다 더욱 강하게 한국을 몰아붙이고 있다. 우크라아나에 대한 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하는 한국 대통령의 발언때문이다. 러시아 정부관계자들은 물론 러시아 언론도 한국 대통령의 발언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드리는 상황이다. 러시아 언론은 한국 대통령의 발언을 일제히 톱 뉴스로 보도하며 상황을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상황에 따라 한국을 군사적으로 강하게 위협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위기도 전하고 있다. 러시아 고위관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은 적대적인 반 러시아 행위로 간주한다고 이미 밝힌바 있다.이와관련해 러시아에 있는 현지 한국 교민들의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단순한 불안감을 넘어 내일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우려사항이라고 전하고 있다. 러시아가 보복 카드를 꺼낼 경우 교민들과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상당한 아니 결정적인 타격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참으로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안그래도 균형외교에서 일방 외교로 전환된 뒤 이런 저런 우려가 제기되었는데 최고 권력자의 결정적인 언급으로 상황이 상당히 복잡하게 꼬이고 있는 상황이다. 외교상 이 정도 발언을 할 경우 중국의 타이완 침범때는 당연히 참전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고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적극 가담하겠다는 뜻을 러시아에 표명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하지만 지금 한국이 그런 힘이 있는가. 그런 군사력이 존재하는가. 중국과 러시아는 세계 군사력 2위 3위국이다. 핵무기도 엄청나게 많이 가지고 있다. 중국의 경우 경제력과 인구도 한국과는 비교자체가 되지 않는다. 설령 비교가 된다해도 해당 당사국이 아닌 나라에서 왜 대놓고 해당국에 대해 강력한 언급을 하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모양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미국밖에는 없는 듯하다. 하지만 미국은 한국이 아니다. 아무리 친하다도 해도 미국은 한국이 될 수가 없다. 한국은 한국일 뿐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북한 하나로도 버겁다. 재래식 무기로 전쟁을 할 경우에는 이길 가능성도 있겠지만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전세계가 공식적으로 인정을 하지 않고 있지만 내심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으로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북한을 한국이 전쟁에서 이긴다고 할 수 있을까. 결코 그렇지 못하다. 그런데 북한보다 군사력 그리고 경제력 인구적인 측면에서 비교가 안되는 중국과 러시아 등과 위험한 발언을 주고 받을 이유가 과연 있을까. 한국전쟁때 이승만 한국 전 대통령이 미국만 믿고 전쟁준비에 소홀했다가 미국이 애치슨 라인이라는 요상한 카드를 꺼내들자 마자 남침을 당하지 않았는가. 왜 그때 미국은 그런 요상한 정책을 내놓았을까. 남한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왜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했는가. 아프간이 사용가치가 상대적으로 없다고 여겼기 때문 아니겠는가.
지금으로는 미국이 그럴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되지만 국제 정치 그리고 국제 전쟁사에서는 생각치도 못한 상황이 급격하게 발생하는 법이다. 지금의 판단에 의존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고 그에 대한 만반의 대비를 하지 않으면 생각조차 못한 곳에서 아 소리도 못하고 당할 수 있다는 것을 국제 전쟁사에서 아니 한반도 전쟁사에서 숱하게 봐온 것 아닌가. 그렇다면 한국의 군사력으로 버틸 수밖에 없는데 과연 한국이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로, 아니 북한을 상대로 이길 자신감이 있는가.
외교는 생각나는데로 표현하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나라의 최고 책임자는 더욱 그렇다. 비록 틀린 말은 아니라고 해도 나라의 입장과 나라가 처한 위치 그리고 나라의 능력을 두루두루 감안해 판단하고 언급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이 아닌가. 또한 아무리 자신이 있어도 한국과 직접적인 위협 관계가 아니라면 이웃나라들의 행동에 적당하게 보조를 맞추면서 상대적 소극주의로 임하는 것이 한국처럼 그다지 가진 것이 없는 나라가 가져야할 외교적 자세이다. 결코 비굴해지자는 것이 아니라 나라의 국민들의 앞날을 위해 적당히 참고 비굴한 느낌을 누르는 것도 나라의 최고 책임자가 가져야 할 덕목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고 자칫 불상사가 생길 경우 그 뒷감당은 최고 권력자나 사회 지도층이 아니고 항상 이 나라 국민들이 감당했다는 것을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
2023년 4월 21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