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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성인은 인위적인 지혜에 힘쓰지 않는다>
夫子問於老聃曰(부자문어노담왈)
공자가 노담에게 물었다.
有人治道若相放(유인치도약상방)
"도를 닦음에 있어 서로 본받아,
可不可(불가불) 然不然(연불연)
옳지 않는 것을 옳다고 하고 그렇지 않은 것을 그렇다고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辯者有言曰(변자유언왈) 離堅白若縣宇(이견백약현우)
변론가들이 ‘돌이 굳은 것과 흰 것이 서로 분리됨은 마치 별세계와 같다’고 말했습니다.
若是則可謂聖人乎(약시즉가위성인호)
만일 이와 같다면 성인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老聃曰(노담왈)
노담이 말했다.
是胥易技係(시서이기계) 勞形怵心者也(노형출심자야)
"이는 지혜만 앞선 채 재주에 얽매여, 몸을 지치게 하고 마음을 피곤하게 하는 자이다.
執狸之狗成思(집리지구성사) 猿狙之便自山林來(원저지편자산림래)
살쾡이를 잡는 개는 줄에 묶이고, 날렵한 원숭이도 산림에서 사로잡혀 온다.
丘(구) 予告若(여고약) 而所不能聞與而所不能言(이소불능문여이소불능언)
구(丘)야, 나는 네가 들을 수도 말할 수도 없었던 것을 네게 말해 주겠다.
凡有首有趾无心无耳者衆(범유수유지무심무이자중)
모름지기 머리가 있고 발은 있어도 마음이나 귀가 없는 자가 많다.
有形者與无形无狀而皆存者盡无(유형자여무형무상이개존자진무)
형체가 있으면서도 형체도 모습도 없는 것과 동시에 존재하는 자는 거의 없다.
其動止也(기동지야) 其死生也(기사생야)
그 움직임과 멈춤, 그 죽음과 삶,
其廢起也(기폐기야) 此又非其所以也(차우비기소이야)
그 쇠퇴와 흥함, 또한 그 작용 때문은 아니다.
有治在人(유치재인)
그것을 다스리려 함은 사람의 짓이다.
忘乎物(망호물) 忘乎天(망호천) 其名爲忘己(기명위망기)
사물을 잊고 하늘(천지자연의 이법)을 잊는 것을 일컬어 ‘자기를 잊는 것(忘己)’이라 한다.
忘己之人(망기지인) 是之謂入於天(시지위입어천)
자기를 잊는 자야말로, 이것을 ‘하늘에 들어 간다’고 하는 것이다.
10. <최상의 정치란 모든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것이다>
蔣閭葂見季徹曰(장려면견계철왈)
장려면(蔣閭葂)이 계철(季徹)을 만나 말했다.
魯君謂면也曰(노군위면야왈) 請受敎(청수교)
"노나라 임금이 저에게 가르침을 받고 싶다 하기에,
辭不獲命(사불획명) 旣已告矣(기이고의)
사양했으나 용납되지 않아, 말해 버렸습니다.
未知中否(미지중부) 請嘗薦之(청상천지)
맞는지 그른지 알 수가 없으니, 부디 가르쳐 주십시오.
吾謂魯君曰(오위로군왈)
제가 노나라 임금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必服恭儉(필복공검)
‘반드시 공손함과 검소함을 실천하고,
拔出公忠之屬而无阿私(발출공충지속이무아사)
공평하고 곧은 사람을 발탁하여 사심이 없게 하면,
民孰敢不輯(민숙감부집)
백성은 누구나 모두 유순하게 따를 것입니다’라고 말입니다"
季徹局局然笑曰(계철국국연소왈)
계철은 껄껄 웃으며 말했다.
若夫子之言(약부자지언) 於帝王之德(어제왕지덕)
"그대가 한 말은 제왕의 덕과 비교하면,
猶螳螂之怒臂而當車轍(유당랑지노비이당거철)
마치 사마귀가 화를 내며 팔뚝을 휘둘러 수레바퀴에 맞서는 것과 같아서,
則必不勝任矣(즉필불승임의) 且若是(차약시)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것이오. 또 그런 짓을 하다가는,
則其自爲處危(즉기자위처위) 其觀壹多物(기관일다물)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리게 되고, 집안에 번거로운 일이 많아지며,
將往投迹者衆(장주투적자중)
장차 모여드는 자가 많아질 것이오"
蔣閭葂覰覰然驚曰(장려면처처연경왈)
장려면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
葂也汒若於夫子之所言矣(면야망약어부자지소언의)
"면은 선생의 말씀에 정신이 어리둥절 해졌습니다.
雖然(수연) 願先生之言其風也(원선생지언기풍야)
그렇지만, 대강이라도 선생의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季徹曰(계철왈)
계철이 말했다.
大聖之治天下也(대성지치천하야) 搖蕩民心(요탕민심)
"대성인이 천하를 다스리면, 민심을 자유로이 풀어 주어,
使之成敎易俗(사지성교이속)
그들 스스로가 교화를 이룩하고 풍속을 고치도록 만드오.
擧滅其賊心而皆進其獨志(거멸기적심이개진기독지)
그들이 나쁜 마음을 모두 없애고 모두가 한가지 뜻을 바라고 나아 가지만,
若性之自爲(약성지자위)
마치 본성에 따라 저절로 그러는 것 같고,
而民不知其所由然(이민부지기소유연)
그러면서도 백성은 왜 그렇게 되는지를 모르오.
若然者(약연자) 豈兄堯舜之敎民(기형요순지교민)
이러한데 어찌 요순(堯舜)의 백성 교화에 비교하여,
溟涬然弟之哉(명재연제지재)
그 같은 짓을 하겠는가.
欲同乎德而心居矣(욕동호덕이심거의)
참된 덕과 하나가 되어 마음 편히 있기를 바랄 뿐인 것이오"
11. <기계가 발달하면 기계에 지배 당한다>
子貢南遊於楚(자공남유어초) 反於晉(반어진)
자공(子貢)이 남쪽의 초(楚)나라를 유람하고 진(晉)나라로 돌아 오면서,
過漢陰見一丈人方將爲圃畦(과한음견일장인방장위포휴)
한수(漢水)의 남쪽을 지나다가 한 노인이 채소밭에서 일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鑿隧而入井(착수이입정) 抱擁而出灌(포옹이출관)
땅에 굴을 파고 우물에 들어가 물동이를 안고 나와서는 밭에 물을 주고 있었다.
滑滑淵用力甚多而見功寡(활활연용력심다이견공과)
끙끙대며 몹시 힘을 들이고는 있었으나 그 효과는 적었다.
子貢曰(자공왈)
자공이 말했다.
有械於此(유계어차) 一日浸百畦(일일침백휴)
하루에 백 고랑을 적실 수 있는 기계가 있습니다.
用力甚寡而見功多(용력심과이견공다)
힘을 적게 들이고도 그 효과는 매우 큽니다.
夫子不欲乎(부자불욕호)
노인장께서는 이를 쓰지 않으시렵니까?"
爲圃者仰而視之曰(위포자앙이시지왈)
포자(圃者)가 고개를 들어 쳐다 보더니 말했다.
奈何(내하)
"어떻게?"
曰(왈)
자공이 대답했다.
鑿木爲機(착목위기) 後重前輕(후중전경)
"나무를 깎아 만든 기계인데, 뒤는 무겁고 앞은 가볍게 합니다.
挈水若抽(설수약추) 數如泆湯(수여일탕)
물을 뽑아 올리듯 끌어 올리는데, 그 빠르기가 끓어 넘치는 물 같습니다.
其名爲橰(기명위고)
그 이름을 용두레라고 합니다"
爲圃者忿然作色而笑曰(위포자분연작색이소왈)
포자는 불끈 낯빛을 붉혔다가 곧 웃으면서 말했다.
吾聞之吾師(오문지오사) 有機械者心有機事(유기계자심유기사)
"내 우리 스승께 듣기로, 기계가 있으면 반드시 기계를 쓸 일이 생기고,
有機事者必有機心(유기사자필유기심)
그런 일이 생기면 반드시 기계에 사로 잡히는 마음이 생기게 마련이오.
機心存於胸中(기심존어흉중) 則純白不備(즉순백불비)
그런 마음이 가슴속에 있게 되면 곧 순진결백한 마음이 없어지게 되고,
純白不備(순백불비) 則神生不定(즉신생부정)
그것이 없어지면, 정신이나 본성의 작용이 안정을 잃게 되오.
神生不定者(신생부정자) 道之所不載也(도지소부재야)
정신과 본성이 안정되지 않은 자에게는, 도가 깃들이지 않는다고 하오.
吾非不知(오비부지) 羞而不爲也(수이불위야)
내 이를 알지 못하여서가 아니라 부끄러워서 쓰지 않는 것이오"
子貢瞞然慙(자공만연참) 俯而不對(부이부대) 有閒(유한)
망연해진 자공이 부끄러워 고개를 숙인 채 대답을 못하자, 잠시 후,
爲圃者曰(위포자왈)
포자가 말했다.
子奚爲者邪(자해위자야)
"그대는 무얼 하는 사람이오?"
曰(왈)
자공이 대답했다.
孔丘之徒也(공구지도야)
"공자(孔子)의 제자입니다"
爲圃者曰(위포자왈)
포자가 말했다.
子非夫博學以擬聖(자비부박학이의성) 於于以蓋衆(어우이개중)
"그대는 박학(博學)으로 성인인 체하고, 허튼 말로 사람들의 눈을 가리고,
獨弦哀歌以賣名聲於天下者乎(독현애가이매명성어천하자호)
홀로 악기를 타고 슬픈 노래를 불러 그 명성을 천하에 파는 자가 아니오?
汝方將妄汝神氣(여방장망여신기)
이제 그대는 그대의 허황된 마음을 버리고,
墮汝形骸(타여형해) 而庶幾乎(이서기호)
정신이 없는 빈 껍질인 육체를 버리면, 도와 가까워질 것이오.
汝身不能治(여신불능치) 而何暇治天下乎(이하가치천하호)
자기의 몸도 다스리지 못하면서, 천하를 다스릴 겨를이 있겠소.
子往矣(자왕의) 無乏吾事(무핍오사)
그만 가시오. 내 일을 방해하지 말고"
子貢卑陬失色(자공비추실색)
자공은 부끄러움에 얼굴빛이 창백해져서,
頊頊然不自得(욱욱연부자득) 行三十里而後愈(행삼십리이후유)
멍해 있다가 30리를 간 뒤에야 제정신이 들었다.
其弟子曰(기제자왈)
그의 제자가 물었다.
向之人何爲者邪(향지인하위자야)
"아까 그 분은 누구십니까?
夫子何故見之變容失色(부자하고견지변용실색) 終日不自反邪(종일부자반야)
선생님은 그를 보고 어찌 얼굴빛이 창백해져 하루 종일 정신을 잃고 계십니까?"
曰(왈)
자공이 말했다.
始吾以夫子爲天下一人耳(시오이부자위천하일인이)
"처음에 나는 우리 선생님을 천하에 오직 한 분밖에 없는 줄 알았다.
不知復有夫人也(부지복유부인야)
그런 분이 또 있는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吾聞之夫子(오문지부자)
내가 선생님께 들은 바로는,
事求可(사구가) 功求成(공구성)
‘일은 옳은 것을 구하고, 공은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을 구하며,
用力少(용력소) 見功多者(견공다자) 聖人之道(성인지도)
힘은 적게 들이고도 효과가 큰 것이 성인의 도’라는 것이었다.
今徒不然(금도불연)
그런데 이제 그렇지가 않음을 알았다.
執道者德全(집도자덕전) 德全者形全(덕전자형전)
도를 굳게 지키는 자는 덕이 온전하고, 덕이 온전한 자는 형체가 온전하고,
形全者神全(형전자신전)
형체가 온전한 자는 정신이 온전하고,
神全者(신전자) 聖人之道也(성인지도야)
정신이 온전한 것이, 곧 성인의 도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託生與民竝行而不知其所之(탁생여민병행이부지기소지)
삶을 맡긴 채 백성과 더불어 행동하지만 그 가는 곳을 알지 못한다.
汒乎淳備哉(망호순비재)
아무런 구애도 없이 순박하고 완전하다.
功利機巧必忘夫人之心(공리기교필망부인지심)
공명과 이익 그리고 기교 같은 것은 분명그의 마음에는 잊혀지고 없다.
若夫人者非其志不之(약부인자비기지부지)
그와 같은 사람은 그의 뜻이 아니면 가지 아니하고,
非其心不爲(비기심불위) 雖以天下譽之(수이천하예지)
그의 마음이 아니면 하지 아니한다. 비록 온 천하가 칭찬하고,
得其所謂(득기소위) 謷然不顧(오연불고)
그가 말하는 대로 된다 하더라도, 초연히 돌아보지 않고,
以天下非之(이천하비지) 失其所謂(실기소위)
온 천하가 그를 비난하고 그가 말하는 대로,
儻然不受(당연불수)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태연히 받아들이지 않는다.
天下之非譽(천하지비예)
천하의 비난이나 칭찬이,
无益損焉(무익손언)
그에게 아무런 이익이나 손해될 것이 없기 때문이다.
是謂全德之人哉(시위전덕지인재)
이를 온전한 덕을 지닌 사람이라 한다면,
我之謂風波之民(아지위풍파지민)
나는 바람에 출렁이는 물결과 같은 사람이라 할 것이다"
反於魯(반어노) 以告孔子(이고공자) 孔子曰(공자왈)
노나라에 돌아와, 공자에게 그 포자의 이야기를 아뢰자, 공자는 말했다.
彼假修混沌氏之術者也(피가수혼돈씨지술자야)
"그는 혼돈씨의 술법을 빌려 수양하고 있는 사람이다.
識其一(식기일) 不知其二(부지기이)
하나를 알되, 둘은 모르며,
治其內(치기내) 而不治其外(이불치기외)
안은 다스리되, 밖은 다스리지 못한다.
夫明白太素(부명백태소)
무릇 명백한 마음으로 소박함으로 들어갔고,
无爲復朴(무위복박)
무위로써 질박함으로 돌아가,
體性拘神(체성구신)
본성을 체득하고 순수한 정신을 품에 안은 채,
以遊世俗之間者(이유세속지간자) 汝將固驚邪(여장고경야)
속세에서 노는 자가 있다면, 너는 정말 놀랄 것이다.
且混沌氏之術(차혼돈씨지술)
또 혼돈씨의 술법이라는 것을,
予與汝何足以識之哉(여여여하족이식지재)
나나 네가 이해할 수가 있겠느냐"
12. <성인(聖人)과 덕인(德人)과 신인(神人)>
諄芒將東之大壑(순망장동지대학)
순망(諄芒)이 동쪽의 큰 바다(大壑)로 가다가,
適遇苑風於東海之濱(적우원풍어동해지빈) 苑風曰(원풍왈)
동쪽 바닷가에서 우연히 원풍(苑風)을 만났다. 원풍이 물었다.
子將奚之(자장해지)
"선생은 어디로 가시오?"
曰(왈) 將之大壑(장지대학)
"대학으로 가려 하오"
曰(왈) 奚爲焉(해위언)
"무엇하러 가시오?"
曰(왈) 夫大壑之爲物也(부대학지위물야)
"저 대학의 됨됨이는,
注焉而不滿(주언이불만) 酌焉而不竭(작언이불갈)
부어도 차지 않고, 퍼내도 마르지 않소.
吾將遊焉(오장유언)
나는 거기서 노닐고자 하오"
苑風曰(원풍왈)
원풍이 다시 물었다.
夫子无意於橫目之民乎(부자무의어횡목지민호)
"선생은 백성들에게는 관심이 없으십니까?
願聞聖治(원문성치)
성인의 다스림에 관하여 듣고 싶습니다"
諄芒曰(순망왈)
순망이 말했다.
聖治乎(성치호)
"성인의 다스림 말이오.
官施而不失其宜(관시이불실기의)
관직에 임명하고 법령을 공포함에 있어 정당함을 잃지 않고,
拔擧而不失其能(발거이불실기능)
인재를 발탁함에 있어 적재적소에 배치하며,
畢見情事而行其所爲(필견정사이행기소위)
모든 일의 사정을 속속들이 살펴 그 행할 바를 행하고,
行言自爲而天下化(행언자위이천하화)
말과 행동을 자연스럽게 하면 천하는 저절로 감화될 것이오.
手撓顧指(수요고지)
다만 손을 들어 가리키고 턱을 끄덕이기만 하여도,
四方之民莫不俱至(사방지민막불구지)
천하의 백성들이 모두 따르게 될 것이니,
此之謂聖治(차지위성치)
이를 일러 성인의 다스림이라 하오"
願聞德人(원문덕인)
"그럼 덕인(德人)에 관하여 듣고 싶습니다"
曰(왈) 德人者(덕인자) 居无思(거무사)
"덕인은 가만히 있어도 생각하는 바가 없고,
行无慮(행무려)
행동하여도 생각이 없으며,
不藏是非美惡(부장시비미악)
옳고 그르니 좋고 나쁘니 하는 마음도 간직하지 않소.
四海之內共利之之謂悅(사해지내공리지지위열)
천하 사람들과 이익을 같이 하는 것을 기뻐하고,
共給之之謂安(공급지지위안)
다 함께 넉넉해 지는 것을 편안함으로 여기오.
怊乎若嬰兒之失其母也(초호약영아지실기모야)
슬퍼하는 모양은 마치 갓난애가 어머니를 여읜 듯하고,
儻乎若行而失其道也(당호약행이실기도야)
뜻을 잃은 모양은 길을 가다가 길을 잃은 듯하오.
財用有餘而不知其所自來(재용유여이부지기소자래)
재물을 쓰되 여유가 있으나 그것이 어디서 생기는지 모르며,
飮食取足而不知其所從(음식취족이부지기소종)
배부르게 먹는 음식 또한 어디서 생기는지 모르오.
此謂德人之容(차위덕인지용)
이런 사람을 덕인의 모습이라고 하오"
願聞神人(원문신인)
"신인(神人)에 관하여 듣고 싶습니다"
曰(왈) 上神乘光(상신승광) 與形滅亡(여형멸망)
"신과 같이 빛을 타면서도 형체가 없으니,
此謂照曠(차위조광)
이를 일러 빛나면서도 공허한 것을 조광(照曠)이라 하오.
致命盡情(치명진정)
생명의 근원에 이르고 만물의 실정에 깊이 미쳐,
天地樂而萬事銷亡(천지락이만사쇄망)
천지와 함께 즐기고 만물이 녹아 내려,
萬物復情(만물복정)
모든 것을 오로지 그 본디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하오.
此之謂混冥(차지위혼명)
이것을 혼명(混冥)이라 하는 것이오"
13. <다스리는 것은 다스리지 않는 것만 못하다>
門無鬼與赤張滿稽觀於武王之師(문무귀여적장만계관어무왕지사)
문무귀(門無鬼)가 적장만계(赤張滿稽)와 함께 무왕의 군대를 구경했다.
赤張滿稽曰(적장만계왈)
적장만계가 말했다.
不及有虞氏乎(불급유우씨호) 故離此患也(고리차환야)
"순임금에게는 미치지 못하는군. 그러니까 이런 근심을 만나게 된 거야"
門無鬼曰(문무귀왈)
문무귀가 말했다.
天下均治而有虞氏治之邪(천하균치이유우씨치지야)
"천하가 골고루 다스려지고서 순임금이 다스린 것인가.
其亂而後治之與(기란이후치지여)
아니면 어지러워진 뒤에 다스릴 것인가?"
赤張滿稽曰(적장만계왈)
적장만계가 대답했다.
天下均治之爲願(천하균치지위원)
"천하가 소원대로 고루 다스려 졌다면,
而何計以有虞氏爲(이하계이유우씨위)
어찌 순임금으로 하여금 다스리게 하였겠는가.
有虞氏之藥瘍也(유우씨지약양야)
순임금의 다스림은 부스럼을 약으로 고친 것으로,
禿而施髢(독이시체) 病而求醫(병이구의)
머리가 빠지면 가발을 씌우고, 병이 나면 의원을 부른 격이네.
孝子操藥以修慈父(효자조약이수자부)
효자는 자애로운 아버지에게 약을 들고 드릴 때는,
其色燋然(기색초연) 聖人羞之(성인수지)
그 얼굴 빛이 초췌하고, 성인도 이것을 부끄러워 한다네.
至德之世(지덕지세) 不尙賢(불상현)
덕이 지극한 세상에서는 현자라고 숭상하지 않았고,
不使能(불사능) 上如標枝(상여표기)
재능이 있다고 쓰지 않았으며, 윗사람은 높이 솟은 나뭇가지 같았고,
民如野鹿(민여야록)
백성들은 들판의 사슴과 같았네.
端正而不知以爲義(단정이부지이위의)
단정하더라도 그것이 의(義)인 줄 모르고,
相愛而不知以爲仁(상애이부지이위인)
서로 사랑하더라도 그것이 인(仁)인 줄 모르고,
實而不知以爲忠(실이부지위충)
성실하더라도 그것이 충(忠)인 줄 모르고,
當而不知以爲信(당이부지이위신)
말과 행동이 마땅하더라도 그것이 신(信)인 줄 모르고,
蠢動而相使(준동이상사) 不以爲賜(불이위사)
꿈틀거리며 움직여 남을 위해 일해도, 그것이 은혜라고 여기지 않았네.
是故行而無迹(시고행이무적) 事而無傳(사이무전)
이 때문에 행하여도 자취가 없고, 일이 있어도 전해지는 것이 없었네"
14. <세상 사람들의 판단은 미혹되어 있다>
孝子不諛其親(효자불유기친) 忠臣不諂其君(충신불첨기군)
효자는 그 어버이에게 어첨하지 않고, 충신은 그 군주에게 아부하지 않는 것이,
臣子之盛也(신자지성야)
신하되고 자식된 자로서의 훌륭한 태도이다.
親之所言而然(친지소언이연) 所行而善(소행이선)
어버이가 하는 말은 모두 옳다고 하고, 어버이가 행하는 것은 모두 좋다고 한다면,
則世俗謂之不肖子(즉세속위지불초자)
세상에서는 이른바 불초한 자식이라고 한다.
君之所言而然(군지소언이연) 所行而善(소행이선)
임금이 하는 말은 모두 옳다고 하고, 임금이 행하는 것을 모두 좋다고 한다면,
則世俗謂之不肖臣(즉세속위지불초신)
세상에서는 이른바 불초한 신하라고 한다.
而未知此其必然邪(이미지차기필연야)
그러나 그것이 반드시 옳다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世俗之所謂然而然之(세속지소위연이연지)
세상에서 옳다고 하는 것을 옳다고 하고,
所謂善而善之(소위선이선지)
좋다고 하는 것을 좋다고 하더라도,
則不謂之道諛之人也(즉불위지도유지인야)
아부하는 사람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然則俗故嚴於親而尊於君邪(연즉속고엄어친이존어군야)
그렇다면 세상이 어버이보다 엄하고 임금보다 존귀하다는 것일까.
謂己道人(위기도인) 則勃然作色(즉발연작색)
자기를 아부꾼이라 말하면, 발끈하여 안색이 달라지고,
謂己諛人(위기유인) 則怫然作色(즉불연작색)
자기를 아첨꾼이라 하면, 불쾌하게 생각하여 안색이 달라 지면서도,
而終身道人也(이종신도인야) 終身諛人也(종신유인야)
평생 아부꾼 노릇을 하고, 평생 아첨꾼 노릇을 한다.
合譬飾辭聚衆也(합비식사취중야)
온갖 비유와 교묘한 수식으로 뭇사람을 모으지만,
是終始本末不相罪坐(시종시본말불상죄좌)
세상으로부터 아첨꾼이라고 비난받는 일이 전혀 없다.
垂衣裳(수의상) 設采色(설채색) 動容貌(동용모)
화려한 옷을 몸에 드리우고, 고운 빛깔로 꾸미고, 얼굴 표정을 바꾸어,
以媚一世(이미일세) 而不自謂道諛(이부자위도유)
세상 비위를 맞추면서도 자신은 아첨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與夫人之爲徒(여부인지위도) 通是非(통시비)
세상 사람들과 무리를 이루어, 옳거니 그르니 하면서,
而不自謂衆人(이부자위중인) 愚之至也(우지지야)
자기는 그런 무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참으로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일이다.
知其愚者(지기우자) 非大愚也(비대우야)
자신의 어리석음을 아는 자는, 크게 어리석은 것이 아니고,
知其惑者(지기혹자) 非大惑也(비대혹야)
자신의 미혹을 아는 자는, 크게 미혹된 것이 아니다.
大惑者(대혹자) 終身不解(종신불해)
크게 미혹된 자는, 죽을 때 까지 깨닫지를 못하고,
大愚者(대우자) 終身不靈(종신불령)
크게 어리석은 자는, 죽을 때 까지 알지를 못한다.
15. <미혹되면 되는 일이 없다>
三人行而一人惑(삼인행이일인혹) 所適者猶可致也(소적자유가치야)
셋이 길을 가는데 한 사람이 미혹되어도 목적지에 이를 수는 있다.
惑者少也(혹자소야)
미혹된 자가 적기 때문이다.
二人惑則勞而不至(이인혹즉로이부지) 惑者勝也(혹자승야)
둘이 미혹되면 애써도 이르지 못한다. 미혹된 자가 많기 때문이다.
而今也以天下惑(이금야이천하혹)
그런데 지금 온 천하가 미혹되어 있어,
予雖有祈嚮(여수유기향) 不可得也(불가득야)
나만이 비록 가고자 하는 방향이 있어도 갈 수가 없다.
不亦悲乎(불역비호)
참으로 슬픈 일이 아니겠는가?
大聲不入於里耳(대성불입어리이)
훌륭한 음악은 속인의 귀에는 들리지 않지만,
折楊皇荂(절양황과) 則嗑然而笑(즉개연이소)
절양(折楊)이나 황과(皇荂) 같은, 속곡(俗曲)은 깔깔대며 웃어댄다.
是故高言不止於衆人之心(시고고언부지어중인지심)
이런 까닭에 고상한 말은 뭇사람의 마음에는 받아 들여지지 않는 것이다.
至言不出(지언불출) 俗言勝也(속언승야)
지극한 말이 세상에 나타나지 않는 것은, 속된 말이 성하기 때문이다.
以二缶鐘惑(이이부종혹) 而所適不得矣(이소적부득의)
두 갈림길에서 미혹됨이 더해지면, 가고자 하는 곳에 이르지 못한다.
而今也以天下惑(이금야이천하혹)
지금은 천하가 미혹되어 있는데,
予雖有祈嚮(여수유기향) 其庸可得邪(기용가득야)
나만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 있어도 어찌 이를 수 있겠는가.
知其不可得而强之(지기불가득이강지) 又一惑也(우일혹야)
이를 수 없음을 알면서도 억지로 한다면, 그 또한 하나의 미혹이다.
故莫若釋之而不推(고막약석지이불추)
그러므로 그대로 놓아둔 채 억지로 밀지 않느니만 못하고,
不推(불추) 誰其比憂(수기비우)
밀지 않으면, 누가 근심을 함께 하겠는가.
厲之人夜半生其子(여지인야반생기자) 遽取火而視之(거취화이시지)
문둥이는 밤중에 그 자식을 낳으면, 급히 불을 비추어 이를 본다.
汲汲然唯恐其似己也(급급연유공기사기야)
허둥지둥 오로지 자기를 닮았을까 두려워 하기 때문이다.
16. <사람은 본성대로 살아야 한다>
百年之木(백년지목) 破爲犧樽(파위희준)
백 년 묵은 나무라도 쪼개어 제사에 쓸 술통을 만들고,
靑黃而文之(청황이문지) 其斷在溝中(기단재구중)
청색과 황색으로 무늬를 그리고 나면 그 부스러기는 도랑에 버려진다.
比犧樽於溝中之斷(비희준어구중지단)
제사용 술통과 도랑 속에 버려진 부스러기를 비교해 보면,
則美惡有間矣(즉미악유간의)
아름답고 추함에는 차이가 있다.
其於失性一也(기어실성일야)
그러나 그 본성을 잃었다는 점에서는 똑같다.
跖與曾史(척여증사) 行義有間矣(행의유간의)
걸왕,도척과 증삼,사추는, 의로움을 행함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지만,
然其失性均也(연기실성균야)
그 본성을 잃었다는 점에서는 똑같다.
且夫失性有五(차부실성유오)
그리고 본성을 잃는 데는 다섯 가지가 있는데,
一曰五色亂目(일일오색란목) 使目不明(사목불명)
하나는 오색(五色)이 눈을 어지럽혀 시야를 흐리게 하는 것이고,
二曰五聲亂耳(이일오성란이) 使耳不聰(사이불총)
둘째는 오성(五聲)이 귀를 어둡게 하는 것이고,
三曰五臭薰鼻(삼일오취훈비) 困惾中顙(인수중상)
셋째는 오취(五臭)가 코를 자극하여 코가 막히고 머리를 아프게 하는 것이고,
四曰五味濁口(사왈오미탁구) 使口厲爽(사구려상)
넷째는 오미(五味)가 입을 더럽혀 입이 맛을 모르게 하는 것이고,
五曰趣舍滑心(오일취사골심) 使性飛揚(사성비양)
다섯째는 취사선택의 마음이 혼란되어 본성이 흩어져 날아가게 하는 것이다
此五者(차오자) 皆生之害也(개생지해야)
이 다섯 가지는 모두 생명을 해롭게 하는 것이다.
而楊墨乃始離跂自以爲得(이양묵내시리지자이위득)
그런데 양주나 묵적은 홀로 동떨어져 행동하여 스스로 본성을 찾는 것이라 하지만,
非吾所謂得也(비오소위득야)
내가 말하는 본성을 찾는 것은 아니다.
夫得者困(부득자인) 可以爲得乎(가이위득호)
저 본성을 찾았다는 것이 자기를 괴롭게 하면서도 본성을 찾았다고 한다면,
則鳩鴞之在於籠也(즉구효지재어롱야)
비둘기나 올빼미가 새장 속에 갖혀 있는 것도,
亦可以爲得矣(역가이위득의)
역시 그 본성을 찾았다고 할 수 있으리라.
且夫趣舍聲色以柴其內(차부취사성색)
또한 취사선택의 마음, 소리와 색깔로 그 안을 막고,
皮弁鷸冠縉笏紳修以約其外(피변휼관진홀신수이약기외)
가죽관이나 물총새의 깃으로 장식한 관을 쓰고 홀을 꽂고 큰 띠를 두르며, 옷자락이 긴 옷으로 몸을 밖으로 얽어 맨다.
內支盈於柴柵外重纆繳(내지영어시책외중묵격)
안은 울타리를 쳐서 막고 바깥은 노끈으로 겹겹이 감고 묶인 채로,
睆睆然在纆繳之中而自以爲得(환환연재묵격지중이자이위득)
몸이 죄어 든다. 그리하여 이것으로써 본성을 스스로 찾았다고 한다면,
則是罪人交臂歷指而虎豹在於囊檻(즉시비인교비력지이호표재어낭함)
이는 곧 죄인이 팔을 뒷결박당해 손가락이 겹쳐 매어지고, 호랑이나 표범이 우리나 자루 속에 있는 것도,
亦可以爲得矣(역가이위득의)
또한 본성을 찾는 것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첫댓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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莊子 外編의 天地篇에
孝子不諛其親(효자불유기친), 효자는 그 어버이에게 어첨하지 않고,
忠臣不諂其君(충신불첨기군), 충신은 그 군주에게 아부하지 않는 것이다.
공부 잘 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