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한 야그나, 스포츠의 장점은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것이리라.
세상을 오래 살다 보니, 웬만한 영화나 드라마는 어떤 결말이 예상되는데도,
예를 들자면, 동양관객을 끌어들이려는 마케팅이란 의혹이 들 정도로,
예컨대, 현대 헐리우드 액션영화의 경우 엑스트라는 한방에 픽픽 쓰러지도록 총포를 갈기다,
주인공들은 중국 무협영화식으로 칼부림, 마지막으로 맨손 격투를 벌리는 것이 정형화되다시피 하여
무수한 총포세례와 칼부림 속에서도 죽지 않을 정도로 다치며, 최후의 승리를 거둔다는 식이니,
식상하기 이를데 없으나, 흥행이 잘되고 있으니 대중의 수요를 잘 짚어내긴 한 것이다.
스포츠의 세계도 적극적으로 도박사들과 짜든가,
폭력범죄조직의 협박에 강요된 각본 있는 드라마일 경우가 심심찮게 터져 나오곤 하나,
프로야구 같은 경우, 아직은 건전한 것 같다.
와일드 카드를 잡은 에스케이와 넥센의 어제 경기가 그 실증이라고나 할까?
최강타자 넥센의 박병호가 맥을 못추는가 하면, 에스케이가 다 잡은 경기를 놓친 역전 재역전의 드라마가 그렇다.
특히 마지막 어이없는 행운의 안타랄지 수비실책이랄지 결말은 허무하기 까지 하다.
이러한 각본없는 스토리의 전개는 야구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진실성이 살아있다.
때아닌 유도질문에 넘어간 돌출발언인지? 나름 소신에 따른 각본있는 드라마인지? 모르겠으나,
여야 정치꾼들과 교육계. 좌우 운동권 인사들과 안보 책임자들 그리고 공안검찰출신들은,
틈만 나면 벌리는 역사논쟁과 이념논쟁이 식상하지도 않나보다.
사실관계는 야구경기처럼, 엎치락 뒤치락, 앞서거니 뒤서거니, 좌로 우로 왔다 갔다 하는게,
인간사회의 이념이고 역사라 하겠다.
어떠한 정치.사회.경제.문화적 발언이나 행동이더라도,
어느 시점의 지식인들이나 대중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더라도,
다른 시점, 달라진 지식인들. 대중들에게는 틀린 것으로 비판 받게 마련이다.
좌우를 막론, 불과 백여년의 현대사를 가지고, 5 천년 한국사의 맥을 휘어잡으려든다거나,
길어야 만년에 불과한 5 천년 한민족의 역사를 가지고, 세계사를 고쳐쓰려는 시도나
그 부실한 근거에 따른 허망함이 짝이 없으나,
정치인들과 추종자들은 자신들의 처방이 만병통치약인거 처럼 입에 거품을 물며 설친다.
게다가 소위 지식인이라는 교수들이나 종교인들까지 가세해서 설치는 것은 가관이다 못해 서글프기 까지 하다.
누구나 조금 유명해지면, 거짓이 횡행하는 무식한 정치판에 끼어들고 싶은지 인간성에 회의를 느끼게 한다.
그래서 그나마 각본 없는 드라마이고, 사전에 정해진 규칙에 따른 경기결과에 의해 승패가 갈리며,
승자나 패자나 다음의 더 좋은 경기를 기약하며 헤어지고 분발하는 스포츠의 세계가
양식있는 대중들의 위안처가 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