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의 비빔밥 한 그릇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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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대타협을 위해서는 깨끗한 정치가 필요합니다 |
머릿말
여긴 일본입니다. 오늘은 주말에 가족이 함께 근처 쇼핑몰에 다녀왔습니다. 쟈스코와 에온이라는 곳이 함께 있는 곳으로 한국의 이마트와 비슷합니다만 이곳은 좀더 크기가 큽니다. 주변에서도 이만큼 큰 쇼핑몰이 없습니다.
이곳의 푸트코트에서는 한국의 비빔밥코너에서 일본의 우동이며 인도카레, 오무라이스 전문점에 라면 전문점 등등의 가게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습니다. 한 그릇의 스파게티와 한 그릇의 갈비가 들어간 돌솥비빔밥의 가격은 얼마일까요? 590엔과 680엔입니다. 먹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7월 3일기준으로 100엔이 775원이니까 한국돈으론 4580원과 5270원이로 군요. 가격이란 질에 민감한 법인데 질이란 주관적입니다. 그런데 제 주관적 기준으로 보면 한국에서도 이정도 가격은 보통이거나 오히려 한국이 비쌉니다. 한국에서의 4500원짜리 스파게티의 질이 보통 어떠한가는 주관적이지만 제 기준으로는 그렇다는 겁니다.
한국의 국민소득이 일본을 능가하는게 아닌데 음식점 가격이 이러니 결국은 한국물가가 훨씬 비싸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부동산이야기로 야단입니다. 한국의 집값이 정상이냐 아니냐로 말이많지요. 확실한 건 부동산에 들어가는 돈, 다시말해 살기위해 써야 하는 돈이 한국에서 많이 든다는 겁니다. 의식주가 비쌉니다. 이러니 월급쟁이들의 생활이 힘겹지 않을리가 없습니다.
미국은 어떤가. 미국의 의식주도 물론 질에 크게 좌우됩니다. 다시말해 유기농산물에 고급차에 고급아파트에 살려면 미국에서의 물가도 매우 비쌉니다. 그러나 미국에서 그냥 먹고살고자 하면 사실 한국보다 싸게드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집값은 뉴욕이나 보스톤 같은곳이 비싸긴 하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다들 뉴욕이나 보스톤에 사는게 아니니까요. 우리나라처럼 서울 도시하나가 교육, 상업, 문화 모든것의 중심을 혼자하는 나라하고는 다릅니다.
부자나라의 비밀
미국과 일본의 물가가 이렇듯 쌀 수 있는 이유를 나는 모릅니다. 하지만 여러나라를 겪어본 결과 잘사는 나라로 가는 방법은 한가지 밖에는 없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건 강력한 사회주의적 원칙을 도입하되 경쟁력 기준에 의해 시장이 돌아가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 둘은 서로 밀접히 연관이 되어있습니다. 무한경쟁만 허용하면 거대 자본이나 거대 권력들이 독점으로 착취하는 경제가 되고 결국 빈민층의 양산에 인력생산이 중단됩니다. 그럼 국가 경쟁력은 결국 낮아집니다. 그러나 시장논리를 포기하고 경쟁력의 차이를 인정하지 못하게 하면 결국 그 피해는 전체 시민에게 번져갑니다.
부자나라가 되려면 이 두가지를 동시에 실시해야 합니다. 그걸 못하면 결국 선진국 입구에서 헤매다 추락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일본은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배울것이 없습니다만 그 일본에서의 부자들과 엘리트 계층도 한국보다는 훨씬 더 많은 사회적 책임을 집니다.
거대자본 체인의 양과 음
미국에서 맥도널드는 소위 쓰레기음식이라는 뜻의 정크푸드의 대명사입니다. 그러나 맥도널드는 미국은 물론 세계로 번져 나갔습니다. 분명 작고 개성있는 수많은 동네 햄버거 가게들이 이때문에 다 망했을 겁니다. 이들은 거대자본의 습격에 항의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격경쟁력으로 보아 시민들은 맥도널드의 손을 들어 주었습니다. 그정도의 햄버거를 그정도의 서비스로 제공하려면 일반 작은 햄버거 가게는 몇배의 가격을 받지 않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항생제 덩어리이며 건강에 매우 해로운 음식이라지만 그 음식이 먹여살리는 시민들도 분명 있습니다.
일본에는 체인점이 너무 많아서 동네가 거의 비슷비슷해 보입니다. 슈퍼로는 이토요카도라는 이마트 비슷한 가게가 들어와 있고 국수체인, 일식체인, 회전초밥체인, 중식체인.... 이렇다 보니 역전 풍경은 어느 동네나 비슷할 지경인겁니다. 이런 획일화를 거부하고 싫어할 사람도 많을 겁니다. 저도 싫습니다. 그러나 세상에는 저보다 경제력이 안되는 사람이 많고 그들에겐 저렴하면서 어느정도의 서비스가 되는 쪽이 좋은 겁니다.
한국에서도 이마트 문제로 야단인걸로 알고 있습니다. 쓸데없는 오해를 피하게 위해 써두자면 옳은 답은 저도 모르며 각각의 경우에 다 다르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가지는 인정할 수 밖에 없으며 그것 때문에 신세계 주가는 상종가를 치고있고 이 분란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건 상인이 아닌 그 지역주민들은 이마트를 원한다는 겁니다. 누군가의 것을 지키는 것도 좋지만 그러나 동시에 누군가도 무언가 빼앗기는 것도 진실입니다.
일본에서의 소규모 상인들의 생존방식
일본의 소규모 상인들은 두가지 방식으로 살아남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전문화입니다. 전통을 자랑하고 그 질을 자랑하는 겁니다. 그래서 훨씬 비싼 가격을 합리화 하는 거지요. 일본에는 체인 천지지만 또한 찾아보면 조그마한 동네가게도 있습니다. 이런 우동집이며 꼬치집들은 대개 비싼만큼 질이 우수합니다. 다른 일면은 나이든 분들이 장인정신식으로 유지하는 것도 있습니다만.
또다른 하나는 지역에 결합한달까요? 이것도 말하자면 대량생산에 대항하는 것으로 개개의 손님들에게 친분을 유지하고 그들의 개인적 취향에 맞춰주는 겁니다. 동네의 조그마한 술집이며 커피전문점은 거의 단골고객이 먹여살리는 곳입니다. 질도 우수하지만 그대신 거의 가족적인 분위기의 단골중심이 그가게들을 유지하게 만들어 주는 것같습니다.
이 둘다 할 수 없다면? 그래서 서비스 수준도 음식이나 물건 수준도 거대자본과 다른게 없는데 값은 비싸게 받아야만 한다면? 그런데도 나는 살아남아야만 하겠다고 주장하는게 과연 자본주의사회에서 통할까요?
한국사회의 과제
결국 한국 앞에 있는 커다란 과제는 사회적 대타협을 만들어 내는 겁니다. 시장경쟁력 기준을 받아들이되 사회적으로 돈 많이 번 사람들이 돈을 많이 내는 겁니다. 그 돈으로 정부는 탈락하는 시민이 없도록 떠받들어 주는 거지요.
그런데 이게 잘 안됩니다. 이제까지의 정부나 공무원사회는 부패로 얼룩지고 이권에 매몰되어 부자편만 든다고 하니 서민들은 그런거 안믿습니다. 부자들은 인력난에 시달리고 사업하자고 하면 시장논리에 상관없는 항의로 사업못하게 된다고 불만입니다.
조중동은 연일 부자들 논리만 대변하면서 선진국에 비하면 형편없는 부자의 책임조차 깍아내리려고 안달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또한 선진국에 대응하는 질을 국민들에게 요구합니다. 왜 대학은 세계 제일이 아니고 교수들은 세계최고의 수준이 아닌가? 왜 학생들은 이모양인가? 왜 시민들은 이모양인가? 왜 정치가는 이모양인가? 그들이 비판하지 않는 것은 오직 언론수준뿐입니다. 사실 언론수준이야 말로 세계 최저입니다만.
이제는 복지가 문제입니다. 성장이냐 복지냐는 논리는 통하지 않습니다. 웃기지 마십시요, 세상이 시장논리로 돌아가는데 성장 후에 분배한다는 말은 하는 사람도 믿지않는 헛소리입니다. 정경유착으로 큰 재벌들입니다. 그 가문 사람들이 이게 우리 돈이 아니라 우리 국민돈이라고 생각할 것 같습니까? 정주영씨가 죽을 때 상속세를 제대로 냈습니까? 사회환원을 했습니까? 미리 돈 다 빼돌리고 사회환원은 당연히 하나도 없지요. 공익 목적을 위한 연구소 하나, 공원 하나, 도서관 하나, 세워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복지가 문제인데 그 선결조건은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한거고 그걸 위해서는 깨끗한 정치가 필요하고 원칙에 흔들리지 않는 시스템이 필요한 것입니다. 약속을 깨지 않는 정치가가 필요하지요.
맺는말
한나라당은 자기말도 자기가 뒤집는 인간들입니다. 정치가로 정말 실격중의 실격이며 공평한 중재자가 될 자격이 전혀 없습니다. 아직도 운하나 파고 성장해서 분배하겠다는 소리나 합니다. 아이엠에프로 이미 보여주었습니다만 나라 망해 먹을 집단들입니다.
열린우리당의 대부분의 정치가들은 반성해야 합니다. 당신들이 정치가가 되고 당선된 의미를 알아야 하며 지난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국민에게 약속한게 뭔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무슨소리를 하면서 어떤 맥락에서 당선되었습니까?
진성당원제에 기반한 새정치 그리고 현정부가 하는 개혁의 기반이 되는 것이 당신들의 소임입니다. 이제와 진성당원제는 실패고, 정부는 실패했다고 당신들이 공격합니까? 그럼 전부 정계은퇴하십시요. 집지키라고 개 사왔더니, 개가 나는 요리하겠다고 나서면 요리시켜야합니까?
국민과의 약속을 헌신짝 처럼 버리는 당신들이 과연 국민통합과 선진국으로가는 대타협을 이뤄낼수 있겠습니까? 언제까지 우리는 자본과 언론이 하나가 되서 일반시민과 싸우고 앉아있는 이 구도를 유지해야 합니까?
올해가 대선입니다. 우리는 올바른 정치가 뭔지를 지금 한국이 필요한 정치가 뭔지를 알아야 겠습니다.
ⓒ 산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