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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10 장/ 추적자(追跡者) >--
열흘 후, 강소 진강성의 지방관사(地方官舍).
"처음뵙겠소 합하(閤下).....!"
자사(刺史) 야차불(爺次佛)은 크게 당황했다.
안그래도 쾌활림의 난변으로 가뜩이나 심기가 어지러운 판에 전혀 뜻밖의 한
청년의 방문을 맞이한 때문이었다.
청년은 바로 철병 영호충.
천소표국 이후, 신궁희연의 사인(死因)을 찾아 흑보살을 뒤쫓던 그가 급기
야 소문을 듣고 이곳까지 치달려온 것이다.
지금 그의 신분은 천하 모든 관리에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도위부의 즙포순찰
(楫捕巡察)!
"어..... 어서 오시오 백호사, 이미 아랫것들에게 전갈받았소. 도찰원의 즙
포사자이시라고.....!"
이에 야차불은 서둘러 그를 성내 자신의 집무실로 안내한 후 옷매무새를 바
로잡았다.
실로 한갖 지방성주 (地方城主)인 그로서는 여간 맞이하기 어려운 존재가 아
닌 것이다.
"하온데 이렇게 높으신 분이 진강에는 어인일로.....!"
"흠, 그야 당연히 용무가 있으니 온것이 아니겠읍니까."
영호충은 특유의 앳된 웃음을 띄우며 그를 똑바로 직시했다.
"한데 무척이나 긴장하시는 모습이군요. 혹시 그래야할 무슨 잘못이라도 있
으신가요?"
흠칫.....! 순간 야차불의 얼굴에 한 줄기 찔리는 듯한 기색이 떠올랐다.
기실 털어 먼지 안날 사람은 있을 수 없다.
이에 그는 곧 급급히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허허..... 설마 그럴리가......! 본관으로 말씀드릴것 같으면 진강자사로서
지금껏 단 하루도 맡은 바 직무를 게을리 한적이 없사온데 어찌 그런 말씀을 하
시오이까? 다만 즙포사의 방문이 너무 뜻밖이었던 터이라서.....!"
영호충은 가볍게 실소지었다.
"하기사 지방관구에 나같은 불청객은 결코 달갑지 않은 손님이지. 어쨌건 불
초가 이곳으로 온 것은 한 사내를 뒤쫓아서였소."
하다면 일단 업무를 감찰하러 온것이 아닌것만은 분명한 것, 야차불의 얼굴
에 금시 화기가 감돌았다.
"하오면 그 사내란.....?"
영호충은 계속 그의 표정에서 눈을 떼지않고 간략하게 말했다.
"흑보살(黑菩薩)이라 불리는 사내이지요."
쿵! 순간 야차불은 다시 한 번 가슴이 주저앉았다.
기실 흑보살이라면 마문기의 쾌활림에서 엄청난 혈겁을 일으켜 현재 진강바
닥이 온통 발칵 뒤집혀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상태이니 역시 캥기는 점이 적지
않는 것이다.
"아는 점이 있으신가요?"
"아, 그...... 그야 물론.....!"
"밖에 게 아무도 없느냐! 어서 관천소(關天素) 등 관내 포두들을 좀 들라 일
러라!"
이에 야차불은 안색이 급변해 급급히 바깥을 향해 소리쳤다.
* * *
반 시진 후,
영호충은 야차불 및 휘하의 여러 포두들과 마침내 살겁이 일어난 쾌활림의
도박장으로 들어섰다.
그 중에는 진청도 있었다.
그러자 도박장은 들어서는 입구부터 무참.....! 한 마디로 그렇게 밖에 볼
수 없는 상태가 빚어져 있었다.
어느정도 정리를 한 듯 비록 시체는 보이지 않았으나 도처에 뿌려져 시커멓
게 말라붙은 선혈과 부숴진 집기들하며...... 역겨운 피비린내는 발을 들이밀기
무섭게 코를 찔렀다.
단적으로 그 날 발생했던 싸움이 얼마나 치열했었던가를 극명히 보여주는 상
황이었다.
도박을 벌였던 밀실의 정경은 더더욱 그러했다.
여기엔 피가 뿌려진 정도가 아니라 아예 쏟아부운것처럼 바닥이 아직도 온통
검붉은 선혈로 질퍽거리고 있었을 정도였다.
- 살인자(殺人者) 흑보살(黑菩薩)!
또한 한 쪽 벽면에는 흡사 내가 이런 일을 저지런 범인이니 잡아가기라도 하
라는 듯 크다랗게 이같은 여섯자의 글이 끔찍하게 핏물로 휘갈겨 써여져 있었다.
문득 동행해온 포두중 하나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곳이 현장입니다. 어떻게 생긴 놈인지는 모르나 실로 끔찍한 사내......!
이곳에서 그는 혼자서 무려 백여 명의 무사들을 상대로 혈투를 벌였고, 도착하
니 벌써 이꼴이었소."
포두의 이름은 관천소(關天素)였다.
"하나 결코 직무를 태만히 했던것은 아님을 알아주시오. 이미 보셨겠지만 지
금도 천여 명의 관군들이 물샐 틈 없이 도처를 지키며 수색을 계속 하고 있소이
다. 하나 대체 어디로 사라졌는지 놈은 계속 오리무중(五里霧中)인 상태이고..!"
'백루에서의 경우와 똑같군.....!'
이에 영호충은 자신도 모르게 나직한 신음을 발했다.
실로 처음 사건이 일어났었던 무창에서도 그러했지만, 백루가 피가 씻기워진
이래 당시에도 무창의 관군들이 거의 총 동원되다 싶이 해 성을 에워싸고 추적
을 한바 있는 것으로 그는 기억하고 있었다.
하나 결과는 이곳과 똑같았고 혈겁을 일으킨 흑보살, 즉 왕우진은 연기처럼
사라졌었다.
'하지만 이곳의 경우라면.....!'
동시에 그는 다시 이렇게 생각했다.
실로 백루의 경우는 그들이 자객집단이라는 범법자들이었기에 싸움이 벌어졌
으도 관(官)에 발고를 할 입장이 아니였었고, 이에 추적을 시작한 것은 혈겁이
벌어져 모두가 죽은 이후. 거의 하루가 지난 상태였었다.
그러나 이곳의 경우는 싸움이 시작되는 즉시 관군들이 출동을 한 상태, 따
라서 그에게 날개가 달리지 않은 이상 아직 이 진강을 빠져나가지 못했을 가능
성이 크다고 생각한 것이다.
요는 그가 어떻게 생긴 사내인지 용모를 파기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
관천소가 계속 사건을 설명했다.
"또 싸움의 동기는...... 그자가 여기에서 도박을 했었던 것 같았소. 그러던
중 시비가 붙어 혈투가 벌어졌던것 같고.....!"
'응.....?'
그러자 영호충은 일순 묘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기실 자신이 아는 한 이 흑보살이란 사내는 천하에서 둘 째 가라면 서러워할
정도의 무서운 자객이었다.
한데 누구보다 더 스스로의 감정을 철저히 절제해야 하는 자객이 도박을 하
다니.....!
실로 도저히 이치에 합당한 일이 아니지 않는가?
이에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것은 어딘가 좀.....! 하다면 죽은 사람은.....?"
"도합 백이십 칠 명이외다. 모두 여기에 소속된 무사들이었소."
영호충은 다시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이곳의 주인은?"
"양홍이라는 자인데 역시 함께 살해되었소. 신주삼패의 한 사람인 인혈월 마
문기라는 자의 수하인데.....!"
"신주삼패(新州三覇).....?"
"이 쾌활림의 수뇌가 되는 자로 역시 같이 죽었소. 당시 이곳에 와 있었던
듯.....!"
'가만.....! 그렇다면 이건.....?'
번뜩! 순간 영호충의 뇌리에는 다시 번개같이 짚히는 일 말의 생각이 있었다.
기실 이미 앞서도 생각했듯 중원전역, 같은 살수집단에서 조차 두렵게 생각
하는 공포적인 초일급의 자객이 일없이 도박을 하고 다닌다는 것은 도저히 사리
에 맞지않는 일이었다.
한데 당시 이곳에 쾌활림의 수뇌까지 와 있었을 정도라면.....!
'혹시 그는 저 마문기라는 자를 이곳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일부로 도박을 했
었던게 아닐까.....?'
이에 영호충은 급급히 염두를 굴리며 다시 물었다.
"그 마문기라는 자에 대해서 좀 이야기해 보게! 그는 언제나 그렇게 도박장
에 와있는 편인가?"
관천소는 가볍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마 그렇지는.....! 본시 그는 치외법권인 무림 (武林)에서도 상당한 이름
을 지닌 자로서 평소에는 백여 리 밖의 신주삼가(新州三家)라는 자신의 집안에
서 지낸 것으로 알고 있소. 그랬던 자가 왜 하필 그날따라 이곳에 와 있었던지
는 알 수 없지만.....!"
'역시!'
찰나 영호충은 또 한 번 자신의 추측이 맞아들어간 듯한 느낌으로, 다시 속
으로 짧막한 외침을 터뜨렸다.
즉, 마문기가 정말 무림에서도 상당한 명망을 지닐 정도로 힘있는 일 파의
수뇌일 것 같으면 제 아무리 초일급의 살수인 흑보살일지라도 그런 사내를 집안
에서는 암살해내기 힘들다.
따라서 그가 전혀 신분에 걸맞지 않게 도박을 벌인것은 그러한 그를 이곳으
로 끌어들이기 위함이었고, 결국 그의 목적은 바로 인혈월 마문기를 노렸던 것
이기 쉬웠던 것이다.
또한 천소표국에서 알아낸 바, 만약 이게 진짜 신궁희연의 죽음에 대한 흑보
살의 복수행각이었다면 청부뒤에는 분명 신주삼패라는 존재가 관련되어 있기 쉽
다는 것.....!
'그래! 과연 그렇군.....!'
이에 영호충은 마침내 자신이 신궁희연의 사인(死因)에 성큼 한 걸음 더 가
까이 다가섰음을 깨닫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하다면 그 마문기라는 사내는.....? 대체 어떤 자인가?"
관천소는 차분히 다시 설명했다.
"치외법권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 수 없으나 어쨌건 신주삼패로 더 잘 알려져
있소이다. 또한 셋이 모두 형제로서 각자 이 강소의 진강(鎭江)과 소주(蘇州),
그리고 또한 절강의 항주(杭州) 등지에서 쾌활림 등 적지않은 일을 벌이고 있소.
나머지 둘의 이름은 천금월 (天金月) 마고신(馬高信)과 지은월(地銀月) 마후돈
(馬厚敦)이고."
"출신내력이나 행적은?"
"말씀드렸듯 출신같은 것은 역시 무림의 일이라 별로 아는바가 없소. 또 행
적도 도박장 따위나 운영하는 자가 당연히 좋을리 없지요. 교묘하게 법을 피해
왔기로 근거가 없었을 뿐, 제대로 하자면 벌써 백 번은 더 잡아 쳐넣었으야 할
놈들이라고 볼 수 밖에는....."
'똑같이 죽어 마땅한 놈들이로군.....'
영호충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시체를 볼 수 있겠나?"
그러자 잠자코 있던 현감 야차불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아니..... 이미 이곳에 없소이다. 소관이 벌써 사인 (死因)과 더불어 그
의 두 형에게 보내준 까닭으로.....!"
"두 형에게로.....?"
이에 영호충이 흠칫하자 마침내 침묵을 지키던 진청이 굳은 표정으로 나섰다.
"그렇소! 그것은 소관의 생각으로 나름대로 머리를 쓴것이오!"
영호충의 눈에 언뜻 기광이 스쳤다.
"머리를 썼다면.....?"
"별것은 아니오만 소관의 눈에 비친 그는 분명히 버러지였소! 이미 관포두께
서도 언급하셨듯 놈은 분명 치외법권인 무림에 적(籍)을 둔 추접한 악당! 잡아
넣을 구실이나 증거가 없었을 뿐이지 그간 암암리에 죽여온 양민들도 부지기수
일것이고....... 해서 보낸 까닭은 어차피 이 모두가 자객, 효웅 등, 도적같은
무림 놈들의 짓에 손이 못미칠 바에야 놈들끼리라도 서로 죽고 죽이도록 만들기
위함이었소!"
음성은 강직했다.
"두고 보시오! 이렇게 일을 꾸민 이상 이제 곧 죽은 자의 두 형이 대대적인
추적을 시작할게 틀림없고, 그 자는 결국 쫓기다 산산조각이 날 터이니! 물론
모조리 함께 죽어주면 더 바랄나위도 없소이다만."
그러자 영호충은 언뜻 기이한 느낌이 들었다.
진청! 기실 그도 그럴게 이 사내의 말에는 웬지 영문을 알 수 없는 분노같은
것이 스며있지 않는가?
이에 그는 내심 크게 의아하여 넌즈시 진문했다.
"실로 대단한 말을 하는구먼. 조금전 관포두의 말에서도 조금 기이한 점을
느꼈지만, 아무리 그들이 교묘히 법망을 피해왔다 하더라도 정말 쳐넣을 생각을
했더라면 전혀 못할바도 없었을 것이 아닌가? 한데 이번에 또 손이 미치지 못한
다함은.....?"
진청은 싸늘히 냉소지었다.
"소관은 이미 옷을 벗을 각오를 하고 있는 몸이외다. 자세한 것은 강소태수
(江蘇太守)에게 가셔서 한 번 물어보도록 하시오!"
강소태수--
순간 영호충은 다시 한 번 얼핏 뇌리에 집히는 것이 있었다. 이 사내는 지금
분명 자신에게 뭔가 일종의 암시를 한 것, 하다면 이들이 그들을 색출하지 못하
고 있었던 이유란 바로.....!
"흠, 뭐 그렇게 까지 말한다면야 일단 참고는 하겠네만.....!"
이에 그는 곧 한 줄기 재미있다는 듯한 웃음을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구린 냄새가 나는 것이다.
"하다면 그밖에 목격자는? 현장이 도박장이었던 만큼 누구라도 그를 본 사
람이 있었을게 아닌가?"
진청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한 사람있소. 노목삼이라는 인근의 토호인데 그가 이 흑보살이라는 자와 어
울려 함께 도박을 했었던 모양이오. 하나 단지 우연이었을 뿐, 살인과는 전혀
무관한 자이었던지라 태형(笞刑)에 범칙금을 부과하고 돌려보냈소. 모두 수석관
포인 소관의 재량으로 한 일이었소."
"흠, 노목삼이라.....!"
이에 영호충은 더 이상 이것저것 따져물을 생각을 하지않고 빙그레 흡족히
미소지었다.
드물게 보는 강직한 사내였다.
실로 진청은 여러일을 모조리 혼자서 떠맡으려 하는 태도였으니.....!
"잘 알겠네. 보아하니 일은 여러가지로 잘 처리된 같고... 또 합하께서는 합
하대로 덕이 높으신분 같으니, 나로서는 그저 협조에 감사해야 할 수 밖에."
"별 말씀을.....!"
그러자 야차불 등 모두의 얼굴에 비로서 환한 빛이 떠올랐다.
이 어려운 방문자로 인해 긴장되었던 마음이 그제서야 다소 풀리는 듯한 느
낌이었던 것이다.
* * *
이즈음, 비록 같은 강소성에 위치했으나 그로부터 수 천 리 밖에 위치한 소
주(蘇州).
백루가 근거했던 지난 호북 무창에 동정호(洞庭湖)가 있었다면 이곳 역시 중
원 오대호의 하나인 태호(太湖)가 있었다.
말이 호수일 따름이지 흡사 바다인양 그 끝을 헤아릴 수 없는 망막한 호수,
더불어 이 태호의 옆에는 궁륭(穹隆)이라 불리우는 산(山)이 하나 있었다.
벽옥(碧玉)처럼 푸른 단애벽령(斷崖碧嶺)에 명경(明鏡)같이 맑은 태호를 끼
고 선 수려하기 그지없는 산.
한데 서(西) 소주와 근접한, 이 궁륭산의 기슭을 따라 또한 얼마간 산곡을
거슬러 올라가자면 신주대가(新州大家)이라 불리우는 높은 성벽(城壁)에 둘러싸
인 기이한 장원이 하나 나타난다.
둘래만도 무려 십오 리에 이르는 대장원.....
세워진 것은 약 십 년 전 쯤이나, 어떤 부호의 집인지 그 어마어마한 규모는
단순히 대가(大家)라 하기보다 차라리 개별적인 한 개의 성(城)이라 해도 과언
이 아닌 그런 곳이었다.
한데 바로 이 신주대가의 중앙에 위치한 삼백여 평 규모의 웅장한 대 대전(
大展),
현재 이곳에는 하나의 검은 색 관(棺)이 놓여져 있었다.
그리고 관 옆에는 삼십 중반을 넘긴, 그 기도가 실로 심상치 않은 두 명의
청년이 가신(家臣)인 듯한 수 백의 청의무사들에게 둘러싸인채 격분한 표정으로
주먹을 움켜쥐고 서 있었다.
뚝뚝, 핏물이 떨어질 듯 충혈된 눈에 흡사 금시라도 대전 전체를 태워버릴
듯 처절한 분노를 뿌려내며.....
또한 관이 놓인 대전의 맞은 편에는 긴 옥주렴이 쳐져 있고, 그 뒤로 한 인
물이 시커멓게 태사의같은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도 보였다.
한데 놀라운 것은 바로 관속에 들어있는 시체였다.
이미 부패되기 시작해 인내가 역겹게 코를 찌르는 상태였으나 한 팔과 목이
떨어진 채 들어있는 그 모습은 분명 열흘 전 왕우진의 손에 의해 죽은 인혈월
마문기가 아닌가?
"흑보살(黑菩薩) 이놈.....! 대체 무엇 때문이더냐.....!"
문득 관 옆에서 죽은 그의 모습을 보며 어스러지게 주먹을 움켜쥐고 있던
있던 청년중 우측에 선 인물의 입술을 비집고 폐장을 집어짜듯 한 음성이 흘러
나왔다.
"실로 우리는 지금껏 일면일식도 없는 처지로 이렇게 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터이거늘.....!"
무려 팔 척에 가까운 훌쩍한 키에 지나칠 정도로 새하예 마치 얼굴에 분칠을
한 듯한 느낌을 주는 인상!
그의 이름은 천금월(天金月) 마고신(馬高信)이라는 했다.
결국 죽은 마문기의 큰 형이자 신주삼패(新州三覇)의 맞이가 되는 셈!
동시에, 주렴뒤에 앉은 흑의인영의 것인 듯 장내에는 몹시 비위에 거슬리는
기이한 웃음을 흘렸다.
"히히히..... 모르긴 해도 아마 백루혈겁의 연장일게다. 듣자니 그자는 이
일이 있기 전 백루부터 먼저 피로 씻어낸 바, 필시 그와 무관하다고 할 수는 없
을테지."
그러자 마고신 옆, 오척 반 쯤의 작은 키에 떡 벌어진 완강한 어깨를 가진
청년이 부드득 이를 갈며 입을 열었다.
"그러한들.... 역시 우리와는 관계가 없읍니다. 그 일이라면 놈들이 자파간
에 상잔을 일으킨게 분명할진데 어찌 이 일과 견주어.....!"
그는 중은월(中銀月) 마후돈(馬厚敦)이었다.
죽은 마문기의 둘째 형!
"히히.... 하나 그는 청부살수이다. 따라서 금전만 받으면 누구라도 죽일 것
이고, 이에 혹여 보복조치로 놈이 그를 별도로 고용하지 않았다는 보장이 없지.
감히 네가 간과할 수 있느냐?"
"그건.....!"
이에 마후돈이 흠칫 대답을 머뭇거리자 흑의인영은 다시 기이하게 웃었다.
"히히히..... 거봐라. 더우기 이를 입증하는 것은 바로 놈의 태도이지. 본시
그는 옛 부터 딸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게 생각할 정도로 끔찍하게 사랑했지.
한데 그런 여식을 잃은 그가 왜 아직도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느냐? 결국 뭔
가가 있어도 분명히 있는 것이지."
딸을 잃은 그.....! 신궁파오를 말하는 것일까.....?
그러자 천금월 마고신이 핏발선 눈으로 주렴을 향했다.
"하오면 사부님의 뜻은.....?"
사부(師父) --
"히히..... 만약 짐작이 틀리지 않는다면..... 그자는 분명 문기에 이어 너희
둘을 노리고 다시 찾아올거다. 아마 그 계집애를 청부한 사유를 캐고자 하겠지.
또 그리되면 모든 것이 확실시 되겠고.....!"
흑의인영은 계속 기괴하게 웃었다.
"히히히..... 하니 너희는 우선 그자의 측근에서 눈을 떼지 않는게 급선무다.
어차피 흑보살은 많은 사람을 해쳐 현재 관(官)과 동료 자객들이 함께 뒤쫓고
있을 뿐더러 죽지 않는 한 가만있어도 제발로 사지를 찾아올테니.....!"
마후돈이 눈에서 무시무시한 살광을 쏟아냈다.
"하오나 빗나갈 수도 있사온즉 수하들을 풀어 뒤쫓게 하겠읍니다. 어떻게던
행적을 알아 제자들의 손으로.....!"
흑의인영의 웃음이 가래끓듯이 변했다.
"히히..... 그것도 좋고! 너희나 나나..... 어차피 형제를 해친 놈은 용납할
수는 없으니.....!"
그러자 대화는 일단 여기에서 끝이났다.
동시에 신궁희연의 죽음에 대한 진상이 비로소 한 꺼풀 옷을 벗는 듯도 했는
데.....!
일단 이들이 그녀를 죽게 한것은 그 아비 신궁파오와의 어떤 갈등으로 인한
것이었음을 희미하게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 * *
또 한편 같은 시각,
"저런! 이게 누구신가요? 바로 진포두님이 아니시오이까?"
진강의 노목삼은 이 무렵 뜻밖의 두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바로 영호충과 가벼운 태형 정도로 자신을 쾌활림의 사건에서 헤어날 수 있
도록 손써 준 수석관포 진청의 일행이었다.
열흘 전, 본시 그는 왕우진과의 대화를 끝으로 진청에 의해 진강관사로 압송
되었었다.
또한 그 직후, 그는 곧바로 쾌활림의 사건에 연계되어 관사의 상당한 문초를
받기 시작했으나 이미 살인과는 관련이 없음을 설명한 터이었고, 또한 적지않은
금전을 들이미는 등, 미리 손을 써둔게 있었기에 태형 (笞刑) 삼십 대에 가벼운
벌금을 물어낸 후 이튿날로 곧 풀려날 수가 있었다.
물론 진청의 입김이 작용했음은 두 말할 여지도 없는 것이었다.
이에 그는 곧 그를 영호충과 함께 안채로 모셔들었다.
"헛헛..... 일전에는 정말 큰 신세를.....! 실로 진포두의 도움이 아니셨다면
큰 봉변을 당할 뻔 했었소이다."
진청은 변함없이 강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운이 좋았던게지. 태형을 맞은 곳은 좀 어떤가?"
노목삼은 엉덩이께를 문지르며 미소지었다.
"고통스럽긴 해도 많이 좋아진 터입지요. 자칫하면 목이 달아날 뻔한 판국이
었는데 이 정도쯤이야.....!"
진청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다행이로군. 한데 듣자니 요즘 이것저것 가산(家産)을 정리하고 있
다던데 어찌된 속셈인가?"
노목삼은 힐끗 영호충을 한 번 바라본 후 곧 다시 미소지었다.
"허허..... 실은 이곳을 떠날 생각을 하고 있소이다. 기실 그 사건이 있은 후
부터 소인에게는 줄곳 도박꾼이라는 손가락질이 끊이지 않는데다가, 가족들에게
까지 주위의 곱지않은 시선들이 미치고 있사옵기에.....! 해서 본향으로 내려가자
는 내자(內子)의 뜻에 따르기로 한것이옵지요."
"딴은 있을 법한 일이로군.....!"
이에 진청은 별 의심없이 턱을 주억이며 영호충을 가리켰다.
"어쨌건인사드리도록 하게. 중앙관사에서 내려오신 분인데 자네에게 몇 가지
물을게 있으시다 해서 모셔온 것이니.....!"
"목삼이라 하오이다."
이에 노목삼이 읍을 하자 영호충은 비로소 특유의 여성적인 웃음을 지었다.
"흠, 불초는 영호충이라 하지요. 한데 혈겁을 일으킨 흑보살이라는 자와 함께
도박을 하셨다고요?"
노목삼은 침착히 대답했다.
"허허.....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읍지요. 설마 그렇게 무서운 사람일줄은
꿈에서 조차 모르고.....!"
영호충은 다시 웃었다.
"물론 그러셨겠지요. 아무튼 불초가 여쭙고자 하는것은 그때의 일입니다. 한
자리에서 도박을 하신만큼 뭔가 들으신것도 있을 것 같고 해서.....!"
노목삼은 가볍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허허..... 하다면 잘못 오신 것 같읍니다. 실로 소인은 그 날, 우연히 그자와
맞대면을 하긴 했사오나 단 한 번도 그가 입을 열거나 하는 것을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지요. 전신에서 마치 찬바람이 도는 듯한 느낌의 젊은이였사온데 깊숙히 눌
러쓴 죽립으로 인해 그나마 얼굴조차도 자세히 보지못했소이다."
전형적인 자객들의 행색..... 영호충은 가볍게 이마를 주억였다.
"전혀 말이 없었다는 이야기인가요?"
"그렇소이다. 있었다 해야 그저, 당신차례다, 내가 이겼군 하는 정도였을 뿐
으로.....! 그밖에 아는 것은 막대한 금자를 몸에 지닌채 소인이 일어서기까지
엄청날 정도의 재물을 따고 있었다는 것이었지요."
"도박장을 상대로 말씀인가요?"
"그렇소이다. 상대는 이규라로 불리우는 도박사였는데 아마도 그 이상의 실력
이었던 듯..... 차후에 듣자니 이규는 패배한 책임으로 손가락을 잘리우고 어디론
가로 사라졌다 하던군요."
"흠, 손가락까지.....!"
영호충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밖에는 들으신 것은 또.....?"
"격분한 양홍이 죽은 마림주와 천마성에게 연락을 취하는 눈치 같았소이다. 실
로 그 본인이 지닌 금전만 해도 막대한 것이었을 뿐만아니라, 그때까지 그가 딴
액수가 거의 천 금에 가까운 액수였으니 당연히 눈이 뒤집힐 수 밖에요."
'역시 마문기를 끌어내는게 목적이었군.....! 하다면 확실히 신주삼패가 관련
된 것이 분명하다!'
이에 영호충은 결국 자신의 추측이 맞아 들어갔음을 깨닫고 고개를 끄덕였다.
남은 것은 이제 사실을 증명하기 서둘러 흑보살만 찾아내면 되는 것!
그와 함께 그는 갑자기 심정이 타는 듯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기실 여태까지 자신이 알아온바,
상황이 이렇게 되면 이 기묘한 살인자는 이제 관(官)과 동료자객들 뿐만이 아
니라 신주삼패의 무리들에게도 쫓기는 입장이 되어버린 셈이었다. 따라서 자신이
그를 찾아내기 보다 먼저 저들이 그를 찾아 격돌이 일어난다면 결코 살아남으리
라는 보장이 없고, 또한 신궁희연의 사인(死因)은 미궁에 묻히고 마는 것이다.
'어떻게던 그를 먼저 찾아내야 한다.....!'
이에 그는 지체없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잘 알겠읍니다. 그럼 불초들은 이만.....!"
한데 바로 이때, 실내의 문이 소리없이 열리며 그들의 앞에 눈부시게 아름다
운 한 처녀가 살풋 차쟁반을 받쳐들고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바로 노운설이었다.
"손님들께 차를.....!"
'시간이 없다.....!'
그러나 영호충은 차를 마실 여가도 없이 초조하기 그지없게 노목삼의 집을
나설수 밖에 없었다.
역시 다른 추적자들 보다 앞서 왕우진을 따라잡아야 했었기 때문인데.....!
철병 영호충!
하지만 이 지혜로운 젊은이가 여기에서 조금만 더 침착하게 사리를 판단해 노
목삼이 서둘러 가산을 정리해 이곳을 떠나려했던 이유나 사건의 규모에 비해 그
가 그토록 쉽게 관사에서 풀려날 수 있었던 까닭
을 생각했었다면.....!
그는 결코 왕우진을 찾아내기가 그다지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실로 그가 대화를 나누던 그 시간만 해도 왕우진은 그로부터 지척지간인 노목
삼의 집에 같이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
첫댓글 즐~~~감!
감사합니다
즐독입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았습니다.
즐독 입니다
즐감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즐감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즐독입니다
왕우진과 ㅇ영호충이 한집에서 만날뻔 했는데~~~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 오늘도 잘보고 있습니다~~~
즐독이랍니다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