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와 같은 투자자가 늘면서 시중에 단기성 자금이 넘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대표적 단기 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 설정액은 16일 현재 70조7310억원이다. 10월 말의 66조9700억원보다 3조원 이상, 9월 말의 56조2900억원보다 14조원 이상 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단기성 자금으로 볼 수 있는 M1(협의의 통화, 현금통화·요구불예금·수시입출금식 저축성 예금의 합계) 역시 최근 지속적으로 증가해 9월 말 현재 425조1960억원(평균잔액 기준)에 달했다. 일부에서는 여기에 양도성예금증서(CD)·종합자산관리계좌(CMA)·환매조건부채권(RP)·증권사예탁금 등을 합쳐 시중 단기 부동자금이 640조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한국경제연구원 안순권 박사는 “최근 단기성 자금이 증가하는 것은 향후 전망을 불투명하게 보고, 시장을 관망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 아래서의 투자 전략에 대해 4대 은행의 베테랑 PB들은 공통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고 안전자산에 집중하며 부동산은 좀 더 기다리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들은 당분간 경기가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내년 2분기 또는 3분기 이후(국민·신한) 국내외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거나 2013년 이후(우리·하나)에나 좋아질 것이란 예상이다.
각 은행 간판 PB들이 옆에서 지켜본 부자 고객들 또한 시장을 어둡게 보고 있으며, 일단 생존하는 것이 중요하기에 역시 안전자산을 늘리고 싶어 한다. 부자 고객들은 얼마를 더 벌었느냐보다는 단 1%라도 원금 손해는 보지 않겠다는 자세다. 자산 규모가 수십억원 이상 되는 초우량 고객은 여전히 부동산을 선호하지만 쉽게 투자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위기가 기회’일 수 있다는 판단 아래,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가 기회가 왔을 때 과감히 투자하겠다는 태도다.
유동성 확보에 3개월 예금 상품 요긴
주식은 수익성보다는 안정성·유동성 확보 위주로 투자한다. 투자상품이나 종목 수는 최소화해 위기 때에 바로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투자 기간이나 수익·손실 한도는 미리 일정 구간(밴드) 안으로 정해 놓는다. 개별 종목에 직접 투자할 때는 재무 안정성을 가장 먼저 보고, 삼성전자·현대자동차처럼 분야별 1위 기업 위주로 한다. 간접투자는 해외펀드보다는 국내펀드를 추천한다. 시장 움직임을 보고 바로바로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 테마성 펀드보다는 인덱스 펀드가 낫다.
부동산은 현재의 침체국면이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지만 부분적으로는 회복 신호도 감지된다. 투자를 한다면 상가·오피스텔 같은 수익형 부동산이 유망하다. 실수요자라면 경기도 분당 등 제1기 신도시 권역 및 지하철 9호선 연장선 인근 서울 강동 지역의 30평형대 주거용 아파트 급매물도 고려해 본다.
채권은 금융위기 우려로 금리 동결 또는 인하 가능성이 있기에 신용등급이 높은 채권 투자를 검토해 볼 만하다. 금리가 상승으로 돌아서면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해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어 유동성 확보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예금은 3개월짜리 상품을 활용한다. 이들 상품은 금리가 수시입출금과 1년짜리 예금 금리의 중간으로 유동성 확보에 유리하다. 3개월짜리 상품에 가입할 때는 금액을 나눠서 넣으면 중간에 자금이 필요할 경우, 필요 금액만큼만 해지해서 이자 손실을 막을 수 있다.
국민은행 신동일 PB,서울 압구정 PB센터 팀장·투자상담사
안전자산 60% 이상으로 늘려야
4분기 주식시장은 유럽 재정위기 해결 정도에 따라 1900 선 안팎에서 지루한 변동성 장세를 보일 것이다. 이런 가운데 외국인은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국내 주식을 팔면서도 경기 방어주는 제한적으로 살 것으로 전망된다. KT&G·LG화학 등을 유망하게 보고 있다. 지금처럼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는 직접 투자보다는 간접 투자 상품이 유리하다. 금융 자산의 10% 정도는 유동자산으로 보유하다 주식시장이 급락할 때 투자하는 전략도 고려한다.
부동산 시장은 하락세가 지속할 것으로 보이지만 30억~100억원 규모의 수익형 부동산에는 제한적이지만 투자가 이어질 것이다. 투자 목적이 아닌 실주거용인 경우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급매 아파트는 적극적으로 매수를 검토한다. 채권은 당분간 적극 투자는 피하지만,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2~3년 만기의 장기채를 자산의 20% 이내에서 보유하는 것은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금융자산 가운데 안전자산의 비중은 60% 이상으로 늘려야 하는 시기다. 다만 저금리 상품보다는 정기예금보다 1% 내외 금리가 좋은 기업어음(CP)이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상품을 적극 활용한다. 비과세 상품이 없다면 자산의 10% 정도를 연금저축이나 저축보험·변액보험에 넣어 연말 소득공제 혜택을 노리고 노후 은퇴자금도 마련한다.
신한은행 박태종 PB,서울 압구정 PB센터 팀장·재무설계사
신용등급 AA+ 이상 채권에 투자
주식은 정보기술(IT)주, 엔화 강세 수혜주, 발전플랜트 관련주를 유망하게 보고 있다. 변동성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간접상품을 추천한다. 업종 대표주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 적립식 투자 전략을 펼치고, 원금 보전을 위해 주가지수연동예금(ELD)·주가연계펀드(ELF)와 같은 보수적 상품을 권한다.
부동산은 글로벌 금융위기·경기침체에 서울시의 부동산 정책 변화가 예상되기에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자산가치 상승에 따른 이익보다는 안정적인 수익률을 원할 경우, 역세권 오피스텔이나 소형 아파트 투자를 권한다. 채권 수익률은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괜찮을 것이다. 고액 자산가의 경우 세제 혜택 등을 고려해 직접 채권 투자를 권한다. 신용등급 AA+ 이상의 우량채권과 물가연동 채권을 주 종목으로 한다. 소액 투자의 경우 국내외 우량 회사채에 투자하는 간접펀드가 좋다. 예금은 3개월짜리 정기예금, 월복리 예금을 활용한다.
현재 온스당 1700달러 선인 금은 약간의 조정 후 2000~22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골드뱅킹(은행의 적립식 금 구입 상품)을 통해 분할 매수를 권한다.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 투자도 고려한다. 전체적으로는 현금 비중 확대를 통한 유동성 확보를 권유하고 있지만 중장기 여유 자금의 경우에는 분할 매수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
하나은행 배종우 PB,서울 청담동 PB센터 팀장·재무설계사
큰 아파트 팔고 소형 주택에 관심을
주식시장이 불투명하지만 IT·자동차·바이오는 유망 분야로 본다. 시장이 불안한 만큼 본격적인 투자는 내년 하반기께를 권한다. 부동산 시장 전망도 밝지 않다.
중대형 아파트 및 재건축 시장은 앞으로 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본다. 따라서 부동산에 투자를 원할 경우 전용면적 60㎡ 이하의 소형 아파트, 도시형 생활주택(세대당 주거 전용면적 12~50㎡ 이하인 원룸형, 전용면적 7~30㎡의 기숙사형 등)이 좋다.
위치가 좋은 상가도 고려한다. 대형 아파트는 팔아서 안전한 채권이나 엔화 등에 투자하는 것이 부동산 가치 하락에 따른 손실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다.
채권은 정기 예금보다 1~2% 정도 높은 수준의 비교적 안정적인 채권이 좋다. 직접 투자보다는 간접 투자가 바람직하다. 안정적인 채권, 글로벌 고수익 채권, 글로벌 국·공채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투자한다.
예금은 금리가 오르기 쉽지 않기 때문에 1년짜리 특별판매 예금, 원금이 보장되는 주가지수연동예금(ELD)을 권하고 있다. 금은 많이 올랐고, 앞으로 전망도 좋을 것으로 보이나 글로벌 경기 상황을 볼 때 변동성을 감안해 신중히 투자한다.
전체적으로는 안정성이 높은 예금, 신용등급이 높은 채권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지만, 일부는 현금화 해 주식시장 등에서 기회를 엿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