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음력 정월 대보름날이다.
새해 들어 처음으로 맞는 보름날로 옛날 농경사회에서는 달에 의존하여 농사를 지었으므로
달은 농사를 관장하는 여신으로 또한 음의 여신으로 받들어 모셔졌다.
정월에 맞는 보름날을 상원(上元), 칠월 백중날을 중원(中元), 시월 보름날을 하원(下元)이라
제일 먼저 맞이하는 정월 대보름에 큰 의미를 부여하였다.
정월 대보름에는 오곡밥(찹쌀,차조,붉은 팥,찰수수,검은콩)과 나물을 하여 집안 가신에게 올린 다음
식구와 이웃간에 나눠 먹는 풍습이 있었다.
내가 어릴 때는 양재기를 들고 이웃집에 밥을 얻으러 가곤 하였다.
일곱집 이상 밥을 얻으먹으면 그 해 재수가 있다는 속설 때문이기도 하였다.
그 때 어머니가 해주셨던 아주까리잎 나물과 호박 우거리와 들깨가루를 넣고 끓인 국이 지금도 생각난다.
동네에서는 아침 나절부터 농악대가 각 가정을 돌면서 풍악을 울렸다.
농악대는 꼬깔모자를 쓰고 긴 머릿줄을 돌리기도 하고 벅구치는 이는
벅구를 치면서 뺑뺑이 돌기 묘기를 보이기도 했다. 말하자면 마당에서 한바탕 굿판을 벌이면
집안에 숨어 있던 악귀들이 다 도망을 간다고 했다.
그러면 집주인은 술상을 내어와 농악대를 대접하고 금일봉을 내어 놓았다.
오후에는 달집 짓기 위해서 산에 올라가 소나무와 대나무를 베어다 날랐다.
해가 지기 전에 달집을 지어 놓고 달이 뜨기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었다.
달이 올라오면 달집에 불을 붙이고 할머니들은 두 손을 모아 달님에게 각자의 소원을 빌었다.
달집 꼭대기에는 대나무에 아이들이 날리던 연을 매달았다. 보름이 지난 후에는 농삿일을 해야하기 때문에 연을
날릴며 놀 수가 없었다. 달집이 타면서 청솔가지와 대나무에서 연기는 물론 폭음이 나기도 했다.
불곷이 훨훨 타오르면 둘러선 사람들은 불을 쬐다가 숯불에 다리미에 콩을 부어와 볶아 먹기도 하였다.
달집이 다 타고 나면 아해들은 깡통에 구멍을 내고 줄을 매어 타고난 잿불을 담아 빙빙 돌리면서
논두렁을 태우면서 쥐불을 놓았다. 논두렁에는 마른 풀들이 있어서 불을 붙이면 쉽게 잘 붙었다.
또 정월 대보름날에는 귀밝기 술이라고 한잔 씩 했는데 어린 아해들도 조금씩 마시게 허락하셨다.
아해들은 귀가 더 밝아질리가 없으므로 보름날 술을 마시면 재수가 있어 꿩알을 줍게 되리라고 했다.
몇번 보름날 술을 마시긴했어도 꿩알을 주워보진 못했다.
해운대 백사장에선 해마다 정월 보름날에 달집 태우기 행사를 진행해 왔는데
올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행사가 취소되었다고 한다.
그렇찮아도 경기가 좋지 않다고 야단들인데 코로나 바이러스까지 휩슬고 있으니 상인들은 죽을 맛이다.
아직 기세가 꺾였다는 소식이 없고 또 언제까지 갈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니 더욱 불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