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저 계급 사회에 던지는 20가지 질문 - 불평등 체제를 유지하는 강력한 도구. 한국에서 불평등 이데올로기는 어떻게 승리하고 있는가?
북유럽 복지를 원하는 한국인은 왜 미국식 경제를 추구하는가. 데이터가 말하는 불평등•불공정 공화국의 실체!
세계불평등 데이터베이스의 국가별 소득 분포 자료를 보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제 몫보다 더 벌어가는 사람은 10% 정도인데 제 몫보다 덜 버는 사람은 70%나 된다. 소득 상위 10% 집단은 대체로 자기 몫의 3~4배 정도를 버는데, 미국에서는 자기 몫의 5배를 벌며 국민소득의 절반을 가져간다.
피케티는 그의 저서 <21세기 자본>에서 자본주의 사회는 불평등을 피할 수 없고 오히려 악화시키는데, 소득보다 자산 쪽 불평등이 심하다고 주장했다. 선진 자본주의 사회들부터 저성장 단계로 진입하면서 소득 격차로 자산 불평등이 심해지고, 불평등이 대물림되는 세습 자본주의의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주장한다.
피케티는 '왜, 어떻게 소수만 혜택을 누리고 다수를 피해자로 만드는 불평등한 사회가 유지될 수 있을까?' 에 대한 해답으로 '이데올로기'를 들고 있다.
피케티의 또 다른 저서 <자본과 이데올로기>에서 이데올로기는 사람들이 세상과 자신의 위치를 해석하는 믿음, 관념, 성장의 결합체로서 특정 집단의 사람들을 결속하며 그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그들은 이데올로기가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특정 집단에 의해 형성•유포되는 경향성이 큰데, 그 중심에 자본계급이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마르크스의 '계급투쟁의 역사'에서는 계급투쟁에서 승리한 계급, 즉 자본계급이 사회 경제 질서를 결정하면서 자본주의 사회가 형성•유지된다. 한편 피케티의 '이데올로기 투쟁의 역사'에서는 계급 간 투쟁이 이데올로기 투쟁으로 전개되며 투쟁에서 승리한 이데올로기가 사회 경제 질서를 형성한다. 불평등 체제를 놓고 '불평등 이데올로기'와 '평등 이데올로기'가 투쟁하는데, 전자는 자본계급을 중심으로 한 지배 세력의 이데올로기인 반면 후자는 노동계급을 중심으로 한 피지배 세력의 이데올로기다. 자본주의의 사회들도 이데올로기 투쟁의 결과에 따라 더 불평등해질 수도 있고, 더 평등해질 수도 있다. 그것이 보수 경제학 출신의 피케티가 역설하는 '이데올로기 투쟁의 역사' 관점이다.
한국은 평등한 자유 원칙 및 차등의 원칙과 관련해서 미국과 이행 수준이 비슷하게 낮지만, 기회균등 원칙의 경우 이행 수준이 미국보다 더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롤스의 공정성 원칙들의 이행 수준을 종합 평가하면, 스웨덴이 가장 앞서고 한국과 미국이 최하위권에 속하는데, 한국은 미국에도 조금 뒤진다.
한국인들은 평등한 복지국가를 희망하면서도 북유럽 모델보다 미국식 모델을 더 선호하고, 사회복지 확대를 위한 증세 부담을 거부하는 비율이 절반 이상이다. 스웨덴도 오늘날의 스웨덴 모델을 만들기까지 100년 이상 걸렸다. 스웨덴을 벤치마킹하되 우리사회의 객관적 조건을 고려하여 장기적 전망에서 점진적 변화를 추진하는 접근법이 필요하다. 그것이 자본주의 시장지배 체제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 개혁을 추진하되 개혁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보다 높은 수준의 변혁을 지향하는 '비개혁주의적 개혁'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