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꼼수 동원 입법 폭주 민주당, 전세 사기 대책 법엔 무관심
조선일보
입력 2023.04.20. 03:16
https://www.chosun.com/opinion/editorial/2023/04/20/7QTTPGRQXNGD5JER5JLIJZB7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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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전세 사기 피해자의 극단적 선택이 잇따르자 여야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19일 전세 사기 피해 대책을 논의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20일에는 긴급 당정회의를 열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대책을 발표했다. 첫 번째 전세 사기 피해자가 나온 게 2월이다. 그 뒤로 두 달 새 3명이 숨졌다. 지금까지 정치권은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피해자들은 해당 주택 우선매수권, 경매 시 전세 보증금을 우선 보전받을 권리 등을 요구하고 있다. 둘 다 국회 입법 사항이다. 169석으로 국회를 완전 장악한 민주당 책임이 크다. 민주당은 처음 사건이 터지자 전세 사기 피해자 보호 및 지원 기구 설치 의무화 법안,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 한도 확대 법안 등을 쏟아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대부분 관련 상임위에서 잠자고 있다. 유행처럼 법안을 내고는 나 몰라라 한 것이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전세 사기 피해자 구제 특별법을 조속히 통과시키자”고 했는데 민주당이 성의가 있고 의지가 있었다면 벌써 통과됐을 것이다. 별 관심도 없었으면서 일이 터지자 정부 탓만 한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전세 사기 사태에 대해서는 언급 없이 “27일 본회의에서 대장동·김건희 특검법을 처리해 입법부의 본분을 다하겠다”고 했다. 정치 공세를 위한 특검법은 본분이고 서민들 생존권과 관련된 전세 사기 대책은 본분이 아닌가.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세사기 대책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3.4.19/뉴스1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의 입법 우선순위는 언제나 표를 위한 선심성 ‘퍼주기’ 아니면 정쟁을 유발해 지지층을 결집하는 ‘편 가르기’ 법안이었다. 1조원 이상 세금을 들여 남는 쌀을 사주고 기초연금을 월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올리며 일정 소득 이하의 청년에게 매월 10만~20만원의 수당을 지급하자고 했다. 가덕도 신공항과 한전공대 등 문 정부 사업에도 수십조원이 들어간다. 공영방송 경영진을 쉽게 바꾸지 못하게 하는 방송법, 불법 파업을 조장하는 ‘노란봉투법’, ‘대장동·김건희 특검법’, 의사와 간호사 싸움 붙이는 간호사법 등은 편 가르기를 위한 법안이다.
최근에는 모든 대학생 1000원 아침밥을 주장하더니 ‘대학생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까지 통과시켰다. 이자 면제로 인한 도덕적 해이, 고졸 대출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지적됐지만 밀어붙였다. 그 과정에서 무소속 민형배 의원을 또다시 안건조정위에 투입하는 꼼수를 썼다. 헌법재판소가 이렇게 하지 말라고 해도 무시한다.
민주당은 ‘핼러윈 참사’에 특검과 검경 수사, 감사원 감사를 강제할 수 있는 법안을 추진하면서 “법 통과 방법이 굉장히 많다. 국민의힘은 쓸데없이 지연시키거나 막지 말라”고 했다. 전세 사기 대책법을 이런 식으로 밀어붙였으면 세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진짜 국민의 생존이 걸린 일은 뒷전이고 혈세 퍼주기나 편 가르기 법안은 ‘필수 입법 사안’이라고 한다.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