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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13 장/ 쓰레기들 1>------------
그리고 새벽.....!
휘이이이..... 저녁부터 내렸던 눈발은 점점 드세져 이젠 거의 한 치 눈앞을 가
릴수 없을 만큼 사나운 폭설로 변하고 있었다.
삼라만상이 온통 은백색으로 새하얗고 밤 사이 내린 눈은 정강이까지 묻혀 들
어갈 정도로 쌓인 상태.....!
"헉헉.....!"
그러한 눈속을 언제부터인가 손운과 난향은 숨이 턱에 차오를 만큼 뛰고 있었다.
구해 주겠다.....!
그러했다.
어찌된 영문인지는 확연치 않아도 상황을 보면 이들은 지금 분명 모두가 잠든
틈을 이용해 어디론가 도주를 하고 있는 것임이 분명했다. 미루어 보아 흐느끼던
난향이 결국 손운의 어떤 제의를 받아들였음이 확실한 것.....!
이때, 무릅까지 푹푹 빠져드는 눈밭을 달리던 손운의 눈에 문득, 저만치 아직
날조차 밝지않은 길 앞에 하나의 작은 내(川)를 가로지런 돌다리가 서 있음이 보
였다.
"마침내 석수교(石水橋)요! 저곳만 건너면 이제 조금은 안심할 수 있소.....!"
순간 손운의 얼굴에 크다란 기쁨의 빛이 떠올랐다.
"헉헉..... 하늘이 우릴 돕는 것 같구료. 때마춰 눈까지 내리고..... 아무런 기
척이 없는 것을 보면 다행히 놈들도 아직 눈치를 채지 못한것 같소."
하지만 그러한 기쁨도 잠깐, 손운은 곧 다시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듯한 충격
을 받고 말았다.
석수교라고 했었던가?
마치 그러한 그의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급한 달음질을 재촉해 그들이 이윽고
초입까지 다가가자 돌연 돌다리의 주위에 스무여 명 남짓한 시커먼 인영들이 어
른거리며 다음과 같은 섬뜩한 웃음이 그의 귓전을 파고 든 것이다.
"흐흐흐..... 천만에! 절대 그렇지 않다, 가소롭기 이럴데 없는 놈! 네까짓 놈이
재주를 피워야.....!"
"허헉! 뭐..... 뭐라고.....!?"
이에 손운과 난향이 뛰던 걸음을 멈추며 주춤하는 사이, 나타난 이십여 인영
들은 급기야 모습을 확연히 두 사람 앞에 나타내었는데 거기에는 가히 전신이
마비될만한 끔찍한 얼굴이 있었다.
바로 지난 저녁, 난향이 몸담았던 춘화옥의 골방에서 골패짝을 쪼이던 비둔해
보이는 육 척 체구의 오십 대 화복사내! 바로 그의 섬뜩한, 살기(殺氣) 그득한 모
습이 두 사람의 동공을 쑤시고 확 파고 든 것이었다.
그 밖에 나타난 사내들은 저마다 손에 칼과 큼직한 몽둥이 등의 흉기들을 들고
있었다.
"철노이(鐵老二).....!"
순간 손운과 난향이 안색이 백짓장 같이 하얗게 변해 계속 몸을 주춤거리자
..... 철노이! 그렇게 불린 화복사내는 만면에 끔찍스런 살기를 부숴뜨리며 순
식간에 일당들과 함께 두 사람 앞으로 닥쳐들었다.
"크흐흐..... 씹어죽여 마땅한 놈! 내 필경 이런 일이 있을 줄 알았다! 해서 미
리 대비를 해둔 터이었지!"
금시라도 두 사람을 때려죽일 듯한 흉흉한 기세!
"헉.....!"
난향의 입술이 순간 파랗게 핏기를 잃었다. 급급히 손운을 가로막으며 외쳤다.
"아..... 아니에요 나으리! 이분께는 전혀 죄가 없어요! 모든것은 소녀가 부추긴
것으로.....!"
화복사내 철노이는 입가에 한 줄기 진득한 살기어린 흉소(凶笑)를 떠올렸다.
"흐흐흐..... 구태여 변명할 필요도 없이..... 너에게는 아무런 잘못도 없음을
잘 알고 있다 난향, 실상 너는 그 동안 잘 일해왔고..... 이 모든것은 필시 다 저
쳐죽일 놈의 문사 나부랑이 녀석이 마음을 흔들어 놓았던 때문이겠지!"
섬뜩히 손운을 가로막은 그녀를 촉으며 말을 이었다.
"자, 그럼 너는 이만 이쪽으로 물러 서도록 해라!"
"아..... 안돼요 나으리! 제발.....!"
그러나 난향은 물러설 기색을 보이지 않고 결사적으로 팔을 벌려 손운을 막
으며 소리쳤다.
"제발 그전에 먼저 이분을 그대로 돌려보내 주시겠다고 약속해 주세요.....!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저는 어떻게 되어도 좋으니까..... 더욱 열심히 일해드릴테
니까.....!"
외침은 호소에 가까왔고 부르짖는 얼굴에 마구 눈물이 흘러내렸다.
하나 여인의 눈물에 이미 익숙해 있는 듯, 철노이는 냉혹했다.
"흐흐흐..... 우습게도.....! 보아하니 뜻밖에 네게도 정(情)이 있었던 모
양.....! 몸을 파는 주제에 그런 따위를 가졌다가는 안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도.....!"
이어 그는 한 번 더 그들 둘을 촉어본 후 다시 둘러선 장한들을 향해 섬뜩히
말했다.
"둘 다 때려죽여라! 저런 이상..... 남겨둬봐야 어차피 후환거리에 지나지 않아!"
"흐흐..... 가소로운 것들이.....!"
순간 에워싼 장한들은 칼, 몽둥이 등 흉기를 치켜든 채 급기야 눈에 끔찍한 살
기를 번들거리며 두 사람에게로 다가서기 시작했다.
"헉.....!"
이에 손운과 난향은 사색이 된채 그저 주춤거리며 공포에 찬 눈으로 장한들을
바라보고만 있을 수 밖에 없었는데..... 실로 하나는 여자, 또 하나는 힘없는 문
사의 몸으로 무려 스물이나 되는 장한들을 감당해낼 길이란 추호도 있을 수 없다.
그런 그들을 섬뜩한 눈으로 보며, 철노이는 계속 끔찍한 명령을 내렸다.
"무엇들 하느냐! 어서 쳐죽이지 않고!"
한데 바로 이때,
"아니..... 그런짓은 그만둬라. 무슨 죄가 있는지는 몰라도 사람을 몽둥이로 때
려죽이다니 그것이 어디 있을 법 하기나 한 일이더냐?"
막 장한들의 몽둥이가 두 사람의 몸에 쏟아지려는 찰나 펑펑 눈이 쏟아지는
어두운 돌다리를 건너 한 흰옷의 죽립사내가 천천히 걸어오고 있는게 언뜻 모
두의 눈에 들어왔다.
얼마나 오랫동안 밤길을 걸었던지 수북히 죽립과 어깨에 쌓인 눈과 허리춤에
꽂은 한 자루의 때묻은 장검을 꽂은 허무한 모습.....!
흑보살 왕우진 이었다.
"흐흐흐..... 이건 또 뭔가.....?"
그러나 어둠이 그의 모습을 가려, 이 무서운 살인자의 진면모를 제대로 간파하
지 못한 철노이나 장한들의 눈에는 그가 그저 한낱 성가신 방해자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흣흐흐..... 보아하니 오늘밤은 정말 골고루도 우습군! 주제에 이건 또 어디서
나타난 뼈다귀같은 협객이랍시고.....!"
이에 철노이는 눈에 한 번 더 진득한 살기를 번뜩였다.
"대체 네놈은 누구냐? 언감생심, 행여 우리의 일을 방해라도 할 생각이냐?"
"초대면에 네놈이라....."
왕우진은 두어번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쨌건 구태여 방해할 생각은 없었지.....! 하나 지나다 보니 너희의 처사는 다
소 심한바가 있는 듯이 보여..... 무슨 죄를 지었는지는 모르나 보상은 내가 할테
니 그대로 보내주는게 어떻겠는가?"
"흐흐흐..... 보상.....?"
철노이의 눈에 다시 섬칫한 살기가 떠올랐다.
"흐흐..... 미친놈이 삶에 회의를 느낀 모양이군! 하기사 어차피 우리의 일을 보
고 말았으니 그냥 보낼수 조차 없다만서도.....!"
벌컥 장한들을 향해 소리쳤다.
"운수 사나운 놈! 함께 없애버렷! 부득히 쳐죽이는 수 밖에 없다!"
"네 이놈!"
실로 장난이 아니었다.
순간 손운과 난향을 둘러쌌던 사내들중 한 무리가 우루루 왕우진에게도 몰려든
것!
그리고는 곧 다시 들고 있던 칼과 몽둥이 등 흉기로 마구잡이로 왕우진을 후려
쳐오기 시작했다.
"죽어라!"
하나 그래봐야 고작 한두 수의 적수공권(赤手空拳)이나 익힌 건달 패거리들! 그
런 서투런 칼질이 왕우진에게 먹혀들 까닭이 없다.
바로 그 순간 스스스..... 왕우진의 모습이 유령같이 그들의 눈앞에서 자취를 감
추고.....!
"하는 짓들을 보니 쓰레기들이로군.....! 초면의 사람을 때려 죽이려는 너희에
게 살 가치가 있느냐?"
번쩍! 다음 순간 눈발을 헤집고 진저리쳐질 정도로 섬찍한 칼바람이 일어났다.
"크아아아아악.....!"
찰나 그 즉시 터지는 비명과 은백색의 흰 눈을 적시며 선열하게 사방으로 튀
어오르는 저 섬찍한 피!
정당방위라고나 해야할지..... 또 다시 왕우진의 살인이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그 시간은 별로 길지가 않았다.
"아아아악.....!"
왕우진이 칼을 뽑고, 덮쳐든 이십여 명의 사내들중 마지막 하나가 피를 뿌리며
고꾸라지기 까지 걸린 시각은 불과 촌각! 기실 애초부터 상대가 되지않는 무리들
였던 것.....!
"허헉.....! 아니.....?"
이에 그 무서운 광경을 본 철노이의 얼굴색이 보랏빛으로 변했다. 아무리 자신
이 이끌고 온 무리가 보잘것없는 시중건달이라고는 해도 무려 이십이 넘는 인원
이 그에 맞서 불과 일 각도 채 넘기지 못하다니.....!
특히 자신이 아는 한 게중에는 제법 권법에 조예를 가진 녀석도 있었다. 이에
제 딴에는 자신이 있어 보상을 하겠다는 제의를 묵살하고 함께 쳐죽이라는 명령
을 내렸었던 터이었는데 저 무서운 사내는 그런 자신을 비웃기라도 하듯 눈깜박
할 사이에 대동한 아랫것들을 모조리 베어내고 만것이니.....!
하지만 그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끼놈!"
뿌려진 피에 이미 눈이 뒤집혀져 있었던 그는 앞뒤 가리지도 못하고 그대로 죽
어 나자빠진자 하나가 내던진 장검을 집어들고 왕우진에게로 닥쳐들었다.
하지만 그래봐야 그 뿐.....
퍽!
"크아아.....!"
그 찰나 왕우진의 장검이 한 번 더 어둠속의 눈발을 갈랐고 그는 허리가 절반이
나 베어져 나가는 저 섬뜩한 죽음의 감촉을 느껴야만 했는데.....
한데 또한 바로 그 순간!
푸욱!
"아아악.....!"
"허헉! 아니.....!?"
장내에는 또 한 번 미처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으니.....
난향!
그러했다. 막 왕우진의 칼을 맞고 쓰러져 가던 그의 곁에는 공교롭게도 손운과
함께 필사의 도주를 해왔던 난향이 서 있었으며, 그랬던 그녀의 가슴을 쓰러지던
철노이가 들고 있던 장검으로 찌르고 만 것!
"크흐흐..... 네 년.....! 도망자는 결단코 살려두지 않는다는 불문율..... 죽어
도 함께 죽는다.....!"
그리고 그제서야 철노이는 이 말과 함께 피투성이의 난향과 함께 쿵, 눈밭에
쓰러졌는데.....!
"나..... 난향.....!"
순간 손운은 그만 낯빛이 하얗게 질려 주춤거렸다.
"저 자가.....?"
왕우진 조차도 이 뜻밖의 광경에 그만 몸을 멈칫거렸다.
실로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노릇.....!
"으아아아.....!"
잇달아 장내에는 곧 쓰러진 난향을 부둥켜 안은 손운의 참혹의 극에 달한 야
수와 같은 처절한 울부짖음이 터지기 시작했다.
죽은 것이다. 기구한 운명이 그러했던지 지금껏 뭇 사내들에게 몸과 웃음을
팔아왔던 한 여인의 허망한 죽음.....!
"크흐흐..... 난향..... 난향! 이제서야 겨우 널 구했다고 생각했는데.....! 제발
좀 눈을 떠 줘!"
손운은 계속 죽은 난향을 부둥켜 안고 처절히 절규를 토해냈다.
'그만 서투런 짓을 했군.....! 설마 이렇게 지독한 놈이리라고는.....!'
왕우진은 침통히 고개를 가로젖고 말았다. 퍼붓던 눈발이 차츰 약해지고 있었다.
* * *
그로부터 반 시진 후,
"..........!"
왕우진과 손운은 극도로 침통한 표정으로 석수교 건너의 한 숲속에다 모닥불을
피워놓고 마주앉았다. 옆에는 돌무더기를 쌓아만든 여인의 무덤이 섰고, 비록 여
전히 눈물을 흘리기는 했으나 그나마라도 손운은 어느정도 안정을 뒤찾고 있었다.
어느새 기승을 부렸던 눈보라는 그쳤으나 날은 아직도 채 밝지 않은 상태.....!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
문득 왕우진이 품속에서 조그마한 술병을 꺼내 한 모금 들이킨후 손운에게로
내밀었다.
"자..... 이젠 그만.....! 받으시오. 독한 술이 조금쯤은 슬픔을 덜어 줄터이니
.....!"
둘 다 연인을 죽게 한 사내.....!
손운은 떨군 얼굴에 계속 눈물을 흘리며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아니.....! 고맙지만 이젠 술을 끊을 생각이오.....!"
왕우진은 무겁게 그를 응시했다.
"사랑하셨던 분이셨소.....?"
손운은 턱을 주억였다.
"그렇소..... 그리고 또 그보다는 동정을 더.....!"
왕우진은 흠칫 그를 향했다.
"동정이라 하신 것이오.....?"
"틀림없이.....!"
손운은 다시 턱을 주억였다.
"그러고 보니..... 아직 은인에게 미처 감사하다는 인사조차 드리지 못했구료..
...! 미천한 불초는 손운이라고 하오. 그리고 죽은 여인은 난향..... 이곳 항주
갑구(閘口)의 사창가에 몸담은 여인이었소.....!"
순간 왕우진은 자신도 모르게 놀란 눈을 떴다.
"사창가라고.....? 그럼.....?"
"그렇소..... 모두가 흔히들 말하는 거리의 여인이었던 것이지.....!"
손운의 음성은 비애로 떨려나오고 있었다.
"하나 그럴지언정 천박한 여인이 아니었었소..... 그런 여인이 되고 싶어서 된
것도, 가난으로 인해 팔려왔던 것도 아니었고 더욱이 도적의 여식도 아니었는
데.....!"
"그럼 대체 어쩌다.....?"
"그녀는 강탈되어 왔었던 것이오이다. 바로 저 악독한 인신매매꾼들에게.....!"
"인신매매ㅡ!?"
흠칫! 순간 왕우진의 눈이 한 번 더 어떤 전율에 휩뜨여졌다.
손운의 어깨가 경련을 일으켰다.
"그랬었소이다.....! 물론 그녀는 이런 이야기를 입에 담기 조차 꺼려했지만 지
난 일 년간 주위의 사람들로 부터 조금씩알아낸 기막힌 이야기에 의하면.....!"
피가 흐를 정도로 입술을 깨물었다.
"본시 불초는 이 항주의 사람이 아니었소. 원래는 운남 곤명의 한 가난한 유
생가의 출신..... 한데 그랬던 불초가 이곳으로 온것은 지난 해 초, 삼 년에 한
번씩 열리는 조정의 과거시험을 치루고자 했었던 것이었소이다.....! 하나 도착
한 날자는 보름이나 일렀고 내친김에 호기심으로 천하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이
항주의 설흔여섯 내교방에 잠시 들린적이 있었는데, 또한 운이 지지리도 나빴던
지 그날 불초는 공교롭게도 내교방 모두에서퇴박을 맞고 말았었지요."
그러했다. 이는 분명 언젠가 항주 제일내교방에서 명기 설군을 만났을 때 들
은바가 있었던 그 이야기.....!
"해서 그 날..... 불초는 울적한 마음도 달랠겸 저 유명한 전당강(錢塘江)의 야
경(夜景)도 볼겸 잠시 강변으로 나갔었지요. 그리고 그때 호객행위를 하러나온
난향을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었는데 그때의 느낌은 한 마디로 충격이었다고나
할까요.....!"
꾸욱..... 으스러지게 주먹을 움켜쥐었다.
"허허..... 설마 그만한 여인이..... 정말이지 크게 놀랐었소이다. 한갖 거리에
서 몸을 파는 여인치고는 너무도 아름다와 가히 절색이라 할 수 있는 미모도
미모였지만, 특히 양뺨에 난 저 끔찍한 칼자욱 하고.....! 해서 아무래도 무슨 사
연이 있는 듯 하여 그 날 난 그녀와 잠자리를 같이 하게 되었고, 여러가지를
물었소이다. 그런 일을 하게 된 사연과 얼굴의 흉터등에 대해.....! 하지만 그녀는
끝까지 그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더구료."
눈물이 계속 얼굴을 적셨다.
"그리고는 그녀와 일차 헤어졌었지만, 아무래도 그 모습이 눈앞에서 사라지지
를 않아 계속 주위를 맴돌며 그녀에 대해 여러가지를 수소문 하게 되었었지요.
이후 나는 급기야 그녀가 인신매매범들에 납치당해 왔다는 것과, 그들에 의해
얼굴에 칼자욱이 새겨지고 강제로 몸을 팔게 되었다는 사실 등, 실로 전에는 가
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많은 것을 알게 되었었는데..... 한 마디로 내막을
알고나니 정신이 돌것만 같더구료....!"
비틀린 얼굴로 웃었다.
"허허..... 대충 들은바에 의하면 이런 경우의 여인은 대개가 어느날 갑자기 자
다말고 보쌈을 당하거나 거리에서 납치를 당한다고 하더구료.....! 그런후 놈들
의 소굴로 끌려가 패거리에게 수도 헤아릴수 없을 만큼, 차마 이루 말할수 조차
없는 능욕을 당하고 갖은 잔학한 폭력과 뭇매 속에서 웃음을 팔것을 강요당한
다고 하더이다.....! 결과 견디다 못해 혀를 깨물고 자살을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
또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어떻게던 기회를 봐서 도망치려다 말고 망가져 가는
자신의 몸과 눈물속에 자학해 끝내는 인간시장에 몸을 내던지는 처참한 산 송장
이 되고 만다고들 하던데..... 난향의 경우가 결국 그것이더구료.....!"
인간시장(人間市場).....!
왕우진은 잠시 말을 잊었다. 천천히..... 순간적으로 속에서 도저히 억제할
수 없는 어떤 불덩이 같은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하다면 당신은 대체 왜 이런 사실을 알고도 관(官)의 힘을 빌리지 않았소!"
순간 손운의 목이 컥컥 하게 메어졌다.
"그런 따위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기 때문이었소이다.....! 역시 들은 이야기지
만..... 실은 언제인가도 한 번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하더구료. 나와 유사한 한
사내가 그런 사실을 알고는 관아에 도움을 청했었다는.....!"
질겅질겅 입술을 짓씹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끔찍했소. 이 짐승같은 놈들은 도처에 뇌물을 뿌리고 있었
기에 관아에서는 즉시 수사에 나서지 않았고, 더불어 그가 좋아한 여인은 직후
바로 목메어 자살한 시체로 발견되었으니 결과는 증거불충분.....! 또한 발고한
사내까지 몇 일 후에는 누군가에게 몽둥이로 맞아 전신이 으스러진 시체가 되어
강변에 떠올랐다고 하니, 결국 놈들의 소행이 분명한 것이오.....!"
왕우진의 눈이 피빛이 되었다.
"개같은 새끼들이.....! 이곳의 관아도 썩었군!"
"그런 셈이지요.....!"
손운의 음성은 더더욱 비분으로 떨렸다.
"하나 더욱이 보다 어처구니없는 점은..... 대개의 사람들이 이런 일을 단순히
사회악(社會惡)이라고 보고 있다는 것이올시다. 즉 인류의 사상 가장 크고도 오래
된 욕망이 곧 식욕(食慾)과 색욕(色慾)이라는 점..... 이에 벼슬아치들 조차 말로
는 환락가를 단속한다고 하지만 실상은 완전히 뿌리를 뽑으려 하지 않을뿐더러
, 또한 이런짓을 하는 놈들을 잡아들인다고 해도 법정최고의 극형을 때리지 않고
있으니.....!"
웃었다.
"이유는 아마도 환락가를 없앰으로서, 더 많은 양가의 부녀자들이 폭행을 당할
것이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일 것.....!하지만 이런짓을 하는 놈들에게 극형을 선
고하지 않는 이유..... 그것만큼은 도저히 이해를 할 수가 없더구료. 까닭은 그게
일급살인(一級殺人)에 해당하는 죄가 아니라는 이유 때문인데..... 하나 엄격히 말
하자면 반드시 사람을 죽여야만 살인(殺人)이 되는 것은 아니지 않겠소? 수많은
여인들을 납치해 정신을 죽이고 몸을 썩히고..... 오히려 이런 경우야 말로 살
인치고도 가장 무서운 살인이거늘.....!"
사실이었다.
실제로 숨이 끊어지는 것은 한 순간의 고통에 지나지 않는 것! 멀쩡히 두 눈을
뜨고서 스스로의 망가져 가는 인생을 바라보는 한 인격체의 그 비참함이야.....!
"허허.....! 만약 그 자신들의 딸이나 아내가 납치되어 이런 끔찍한 꼴을 당해도
..... 과연 그때도 최고형을 때리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
이어 손운은 급기야 처참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허허..... 어쨌거나 워낙 모진게 인간의 생명이라..... 은인께는 진심으로 감사
드리고 있소. 차마 스스로 산 목숨을 끊지못하고 있었던 난향도 아마 지금쯤은
무척이나 감사하고 있을거고..... 이로서 마침내 완전한 자유를 뒤찾았으니 다
시 태어난다면 새가 되겠지.....!"
왕우진은 여전히 피빛이 된 눈으로 앉은 채 그에게 물었다.
"한데 대체..... 여기에서 이런 추악한 짓을 일삼는 패거리가 누구요?"
손운은 비척비척 걸음을 옮기며 넋나간 사람인양 웃었다.
"허허허..... 신주삼패(新州三覇)! 그 중 둘째 중은월(中銀月) 마후돈(馬厚敦)
의 패거리라 들었소.....!"
"중은월 마후돈.....?"
쿵! 순간 왕우진의 안면이 참혹하게 일그러졌다.
"신주삼패.....! 설마하니 네놈들이 인두겁을 뒤집어써고 이런 짐승같은 짓까지
하고 있었더냐.....!"
두 주먹이 으스러지게 움켜쥐어지고 부들부들 양 어깨가 경련을 일으켰다.
"거머리같이 추악한 것들.....! 그렇기에 죽어야해 네놈들은..... 지옥의 불구
덩이속에서 영원히 그 추악한 몸을 태워야 할것이다.....!"
피빛 선열한 음성.....! 아직도 날은 밝지 않고 있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사회악...슬퍼요
감사합니다
즐독하였습니다.
즐~~~감!
즐독입니다
즐감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감니다
즐감합니다
즐독 입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즐독입니다
신주삼패의 둘째 중은월 마후돈~~~
감사합니다. 오늘도 잘보고 있습니다~~~
즐독이랍니다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