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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 가섭암지(迦葉庵址)
1. 지정명 : 가섭암지 마애삼존불 : 보물 제 530호(지정일자 : 1971. 7. 7)
2. 소재지 : 경상남도 거창군 위천면 상천리 산 6-2
3. 가는 길
진주-대전간 고속도로를 타다가 함양을 지나 지곡 인터체인지로 접어들어 3번 국도를 타고 거창 방향으로 진입하면 마리삼거리가 나온다. 신호등이 있는 마리삼거리에서 무주로 난 37번 국도로 좌회전하면 좌측 편에 농협 하나로마트와 우측 편에 마리우체국이 보인다. 여기서 3.8㎞ 더 가면 장풍교가 있는 장풍삼거리에 이른다. 장풍삼거리에서 왼쪽 위천으로 난 마을길을 따라 2.5㎞ 가면 길 앞에 SK중앙주유소가 있는 삼거리가 보는 곳에서 왼쪽 위천 면소재지인 장기리로 난 길로 접어들어 약 300m 가면 장기교가 나온다.
장기교를 건너 바로 왼쪽으로 금원산 자연휴양림으로 가는 5번 군도로가 나오는데 이 길을 따라 가다보면 도로 좌․우측 편에 자연석에 상천마을․덕거마을 이름을 표시한 이정표가 보이고, 그 다음 마을이 강남(江南) 마을인데 장기교에서 2㎞ 정도이다. 이곳에는 오늘날 역사의 장에서 사라진 강남사(江南寺)라는 대찰이 있었으나 절터는 경작지로 변하였고 자연석으로 사용된 석축은 대부분 논둑의 축대로 사용되고, 파손된 석불(石佛) 1기만이 경작지 안에 복원되어 절터의 흔적을 나타내고 있다.
이 마을에서 1.8㎞ 더 가면 금원산 매표소에 닿는다. 매표소를 지나 200m 쯤 오르면 길 오른쪽에 매점이 있고 길이 두 갈래로 가라진다. 매점 앞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400m 정도 가면 15여대의 승용차가 주차할 수 있는 층단식 주차장이 3개소가 나온다.
가섭암지 삼존마애불로 갈려면 이곳에서 주차하여 두고 산길을 따라 250m 정도 오르면 문바위(門巖)를 지나고, 여기서 150m 더 오르면 근래에 지은 정면 3칸×측면 1칸의 근래에 지은 맛배지붕 목조 집이 보인다. 건물 중앙칸에 가섭사지 마애삼존불상 관리사라는 작은 현판을 걸었다. 이 좌측 편으로 난 자연석 계단을 따라 오르면 10평이 못되는 자연적인 석굴 형식의 바위 면에 가섭암지 마애삼존불상(보물 제 530호)을 새겼다. 가섭암지는 이 주변 일대의 작은 암자로 추정된다.
또 1940년경 위천초등학교에서 가섭암지로 소풍가서 허물어져 있든 3층 석탑 1기를 발견하여 지역 주민과 교사들에 의하여 당시 위천초등학교 교정으로 옮겨져 있었으나, 1999년 7월 11일 밤에 도난 되어 1999년 8월 21일 도난자로부터 남하면 둔마리 신촌마을 앞 목장 위 도로가에 두었으니 찾아가라는 연락을 받고 경찰이 현장에 도착, 발견되어 다시 위천초등학교로 이전되는 수난을 겪었다.
4. 연혁
가섭암지는 금원산 동쪽 계곡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데 언제 폐사가 되었는지는 정확한 기록이 남아있지 않으나 <화림지(花林誌)>에 의하면
금원산에는 높이 300m 가량의 큰 바위가 있는데 이 바위를 금원암(金猿岩)이라 한다. 옛날 중국에 도가 놓은 고승인 성문대사(星文大師)가 있었는데, 어느 날 밤 꿈속에서 해동국(海東國) 어느 산에 황금빛 원숭이가 살고 있는 것을 보고 꿈에 본 산을 찾아 이곳까지 와서 지형을 살펴보니 산 속에 있는 황금빛 원숭이가 빛을 내뿜으며 위천지방(渭川地方)에는 큰 부자가 많이 나고, 황금빛 원숭이의 빛을 막으면 현명한 인재가 많이 난다하여 성문대사가 금원을 잡아 큰바위 속에 밀어 넣고 메워 빛을 뿜어내지 못하게 하였다하여, 지금도 이 바위를 납바위(申岩) 또는 원암(猿岩)이라 하고 산 이름도 금원산(金猿山)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가섭암(迦葉岩)에 관한 기록이 보이는데 가섭암은 현의 북쪽 45리 밖 금원 산중에 있는데 숙종 을축년에 창건하였다. 이곳에는 배암(背岩)과 면암(面岩) 큰바위 두 개가 있는데, 배암은 산봉우리에서 내려와 암자의 집을 내려 덮는 듯하고, 그 바위 사이엣 물이 솟아나 이름 있는 샘이 되었다. 면암은 높이가 4~5장(丈) 넓이가 5~6장(丈)이나 되어 암자를 가로막고 서 잇는데 전설에 의하면 가섭암에 도가 높은 신승(神僧)이 한 분 계시면서 금원산 산허리에 괴물이 누워 머리를 쳐들고 땅에는 용이 누워 머리를 들어 암자를 엿보기 때문에 그들의 눈을 가리기 위하여 면암(面岩)을 세웠다고 기록하였다.
5. 주변현황
덕유산의 한줄기가 남쪽으로 내려와 월봉산(月峰山)을 이루고 다시 남행하면서 좌․우로 심진동천(尋眞洞天)과 원학동천(猿鶴洞天)을 양쪽으로 끼고 금원산(金猿山)을 솟구쳐 놓고 이어서 기백산(箕白山)으로 흘러 내려간다.
이 부근은 자연경관이 수려한 울창한 숲과 계곡, 폭포 등이 있으며 문바위을 비롯하여 비가 올 것을 알려주는 지우암(知雨岩), 호랑이 바위(虎岩), 서문씨(西門氏)의 시조가 나왔다는 상혈암(上穴岩), 고려의 충신 이원달(李元達)이 불사이군(不事二君)의 충절을 지킨 금달암(金達岩), 효자 반전(潘전)이 자기 아버지를 업고 무릎으로 기어서 피를 흘리며 올라갔다는 마슬봉(磨膝峰)등 숱한 전설과 사연들이 깃들어 있는 거대한 바위들이 많이 있는 명승지인데 지금은 금원산 휴양림을 조성 개발하여 자연환경이 많이 훼손되어 있다.
마애삼존불상으로 오르는 입구에는 관리사라는 간판이 붙은 3칸의 맛배형 기와집 좌측으로 난 계단을 오르면 절문을 지키는 인왕상처럼 양쪽으로 마주보며 버티고 선 큰 암반 사이 좁은 입구를 들어가면 마애불상이 새겨진 자연적인 바위굴에 이른다. 석굴 안에는 여름이라 참배객들을 위한 평상 하나와 금고형 불전함이 놓여 있는데, 어느 참배객이 삼존불에게 예(禮)를 표하기 위하여 불상 앞 탁자 위에는 병뚜껑이 열려 있는 소주 2병 곁에는 과자와 사탕이 올려 져 있는 것을 보면서 실소를 금치 못했으나, 한편으로는 종교를 갖지 못한 사람이 조상에게 예를 표하는 것처럼 삼존불에게 절을 한 것에 대하여 아미타불의 깊은 뜻이 궁금할 따름이다.
6. 유구현황
산기슭에 위치한 이 불상은 양식적으로는 삼국시대 불상의 고졸(古拙)한 맛을 계승하였으나 세부에서 여러 가지 도식적인 특징이 나타나고 있어 고려시대 불상으로 추정된다. 당초에는 바위 면의 위쪽에 삼존불 아래로 빗물이 흘러내리지 않게 삿갓모양의 형태에 홈을 파 놓았으나, 물의 양이 조금 많으면 삼존불 쪽 아래로 넘쳐 내려오는 것을 막기 위하여 근래 누군가가 홈을 따라 실리콘으로 1㎝ 정도 약간 높여 놓아 삼존불 아래로 빗물이 내려오는 것을 방지하도록 배려하여 놓았다. 이 실리콘은 아래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삼존불의 입상은 얕게 양각으로 조각하고 오른쪽에는 불상조성에 관한 명문(名文)을 새기기 위하여 장방형의 홈을 파고 그 안에 글자를 기록하였으나 마모 상태가 심하여 식별하기 어려우나, 1989년 김길웅 선생의 조사보고서의 내용을 살펴보면, 마애삼존불상의 조상기는 가로 70㎝×세로 88㎝*깊이 약 2㎝로 직립한 암반 면을 파낸 후 1행 26자에 총 540여자(字 : 2.5㎝)를 음각하였다.
판독된 명문은 다음과 같다.
若夫赴感福緣照 至濟旣□鹿□遐迹無所來鑑堤福法師法曇
沈苦逆須越□逼萬換興萬季 □□如慧設歸與在風月夜月八
日按造節□□□□□□□□□□千慶元年十月節日開而興
太□□□□□□□□□□□□□□□□□□□□□心浴□欲
報□思□□□□□□□□□□□□□□一人□□以筵□□節
念亡母以□恩□□□□□□□□□□歡諸□期之□□□石聽
石山以他□□□□□理舍□□□□起淪月성黙□□□以此鴉
□□□延年□□□□智□□□□□□定□□□□□□□丘山
□□□只內面□□□然盤 設□□□大海龍泊□□□□正於
萬代心邈出 □□□□□□國內人道絶言讀□觀□□□□主
歡喜風雨順時安康□□□□□□寶之□□□□□□□□□自
卽□□願□□□□□□□萬善□□百朔□□□羽□□□□
調音涅槃長전歡□之□果 □如泛江無□□智觀□□□□□
死□□榮新善願如悉□甲寅及□승有微讚□□□□□□□□
目□□□□王節□□□□□□□□□□□□□似戊戌□□□
□□造成竣功時寂無왕碍歡緣□寶□□□□□□□□□□□
□□斤蘿□□□□□□□□□□□□□□□聲密箸□□□
道乎□□□□□□□□□□□□□□□□□□□□□□□□
이 조상기는 오랜 세월이 지나는 동안 마모에 의하여 근래에는 육안으로 식별하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우측 제 1행부터 마지막 21행으로 가면서 마모가 더욱 심하여 현재까지는 제 18행까지 판독을 하였을 뿐 제 19행부터는 판독을 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 판독은 약 200여자가 되고 있는데, 판독에 의하면 이 불상의 조성년대는 “천경원년십월(千慶元年十月)”으로 즉 1111년(고려 숙종 6)이고 불상조성과 관련된 인물로는 “제복법사 법운(堤福法師法曇)”과 또 ‘왕(王)’자도 나타나고 있어 이 불상의 조성이 고려 왕실과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또한 “속보(欲報)”, “염망모이□은(念亡母以□恩)” 등의 구절로 미루어 보아 불상조성의 직접적인 동기가 고려 국왕이 망모(亡母)의 극락왕생을 발원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중앙의 본존불의 높이는 대좌의 아래에서 광배의 상부까지 298㎝이며, 본존불의 키는 180㎝이다. 머리에는 육계를 두고 원만한 얼굴상에 삼각형의 코 아래로 인중(人中)를 새겼다. 전체적으로 풍기는 얼굴상은 일자형의 감은듯한 눈과 굳게 다문 입이 속세의 번뇌를 다 짊어지고 있는 듯 하며, 평면형의 얼굴에 도톰한 양 볼 아래의 둥근 턱 선과 어깨까지 늘어진 귀는 원만하게 보이나 불공을 드리려 오는 사람에게 자신의 지은 죄를 꾸짖는 듯한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있는 토속적인 불상의 멋을 보여주고 있다.
얼굴에 나타나는 번뇌의 표정 처리는 신체에서도 일부에도 반영되어 힘이 들어간 사각형 어깨와 무릎 아래로 들어 난 정강이와 두 다리를 벌리고 떡 버티고 선 자세가 불공을 드리려 온 사람에게는 경외심을 느끼게 충분하다.
凸형 대좌는 하단의 길이가 110㎝이며 높이는 43㎝이다. 중국의 금동불상의 대좌나 우리나라에서 고구려의 매산리 사신총 현실 북벽에 앉아 있는 인물의 좌상(座床)이나 쌍영총 후실 북벽에 앉아 있는 인물의 좌상 등의 고분벽화에서나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있는 특이한 양식이다. 대좌 위에는 높이 25㎝의 불꽃 문양 형식이 다섯 개가 보이는데 중앙의 불꽃심은 똑바로 향하고 있으나 좌측의 불꽃심은 좌측으로, 우측의 불꽃심은 우측으로 향하고 있는 좌․우 대칭형의 불꽃 위에 본존불이 서 있는 특이한 예이다.
양 어깨에 걸친 법의는 통견(通絹)으로 가슴 아래로 늘어진 U자형의 옷주름은 잘 표현되었고, 팔목에서 걸쳐진 소매자락은 발 아래로 자연스럽게 늘어지면서 펼쳐진다. 무릎 바로 밑에서 끝난 법의는 발목 이상이 많이 노출되고 있는 특이한 예이다. 가슴에는 엄액의(掩掖衣)의 줄이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나타나고 있다.
수인(手印)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아 손바닥이 밖으로 보이도록 하고, 두 손 모두 엄지와 검지인지, 엄지와 중지를 맞대고 있는지 명확하지 않으나 아미타구품인(阿彌陀九品印)중 하나를 짓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특히 중앙 본존불의 머리에 복숭아처럼 생긴 두광(頭光)인 보주형(寶珠形) 광배는 삼국시대의 고풍스런 불상양식을 계승하고 있다.
중앙의 본존불이 아미타인의 수인을 취한 것으로 보아 양 협시(兩脇侍) 보살은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로 추정된다.
입구 우측보살상의 높이는 204㎝이며 보살상의 키는 160㎝이다. 얼굴은 본존불상과 비슷하게 조각하였으며, 코밑에는 인중(人中)을 두고 머리에는 화관(花冠)을 쓰고 있다. 보발(寶髮)이 양어깨까지 늘어져 있고 가슴에는 목걸이 장식이 있다. 왼손은 허리에서 가볍게 천의 자락을 잡고 있고 오른손은 가슴에 올려 연꽃줄기(확인)를 잡아서 연봉 끝은 왼쪽 어깨위로 걸쳐져 있다. 양발은 본존불상과 마찬가지로 좌우로 벌리고 있다. 천의는 양어깨에서부터 반전을 보이면서 양옆으로 여러 갈래로 뻗치게 처리한 옷자락에는 구슬로 장식한 영락을 매달고 배에서 다리 중앙으로 내려오는 화려하고 번잡한 장식성 치장은 중앙의 본존불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두광(頭光)은 본존불상과는 다르게 56㎝의 원형이고, 대좌의 폭은 50㎝정도의 연꽃 모양으로 잎 앞부분이 약간 뾰쪽하고 길이가 일정하지 않는 투박한 형상을 취하고 있다.
내부 좌측보살상도 우측의 보살상의 전체 높이와 조각기법이 비슷한데 다만 오른손으로 천의의 오른쪽 허리자락을 가볍게 잡고 있고 왼손을 가슴에 올려 연꽃줄기를 들고 있지 않는 것이 다를 뿐이다.
이상의 삼존불(三尊佛)은 두광이나 법의 및 대좌의 형태 등이 모두 중국 남북조시대의 북위양식(北魏樣式)의 기법을 많이 나타내고 있는데 특히 본존불의 다리를 그대로 노출시킨 점과 양다리를 벌리고 있는 점이 비슷하다. 이 불상은 삼국시대 불상의 양식을 계승하면서도 고려적인 요소가 반영된 마애불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2004. 4. 13.
첫댓글 감사합니다. 선생님!
가섭암지 마애삼존불, 눈에 꼭꼭 새기어 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