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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 04
S#1. 집 앞
서진 : 그렇게 잘 알아? 안다면 이것도 알고 있겠군. (혜영을 벽에 붙이고 확 키스를 시도하는)
혜영 : (얼떨결에 힘에 밀리고)
서진 : (그녀에게 격정적인 키스)
혜영 : (저항하지만 그의 분노가 전해진다)
그렇게 키스를 하고 있는 서진, 저항하는 혜영.
밀어붙이는 서진.
뭔가를 보는 혜영. 뒤에 서 있는 상식.
눈이 잠깐 마주친 혜영.
상식 잠깐 상황 파악 중. 알 수 없는 감정. (순간 정적)
혜영 순간 포기.
상식 당황과 놀라움. 순간적으로 자신도 모르게 급 외면. 서둘러 비번 누르고 들어간다.
벽에 붙여져 키스하던 혜영의 눈에 상식이 들어가는 뒷모습. 문이 닫히는 모습이 보여지고.
혜영 저항하지 않고 체념한 듯 응대.
서진 : 너 정말 진심이구나. (비참)
혜영 : ...네. 진심이에요. 이제 오지 마세요.
S#2. 상식의 집, 혜영 화장실, 집 앞
상식 들어와 생태찌개 끓이는 중. 요리하는 것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아 보일 수도.
기척에 신경 쓰여 쳐다보는 상식.
서진 계속 서 있고 혜영 화장실에서 울고 있다. (그래도 사랑했던, 사랑하는 서진에게 매몰차게 대한 게 가슴 아픔)
E 차 소리가 들린다.
S#3. 집 앞
서진 차 가고 있다.
S#4. 상식의 집
밥 먹는다. 건너편 자리 비워 있고.
S#5. 집 앞 (N)
상식 생태찌개 들고 나와서 옆집으로 간다. 찌개 문 앞에 놓는다. (따뜻하게 데워 드세요 라는 메모)
S#6. 집 인서트
밤에서 새벽으로. 찌개 냄비 위에 눈이 쌓이고.
S#7. 혜영의 집 앞
생태찌개 놓여 있다. ‘따뜻하게 데워 드세요’ 메모.
찌개 냄비 보다가 들고 들어가는 혜영.
S#8. 혜영의 집 (밤)
밥 먹으려는 혜영, 옷은 외출복. 욱 하고 올라온다. 숟가락 놓는다.
S#9. 도로
혜영 혼란스럽다. 음악을 큰 소리로 틀고 차를 밟는다. (찌그러진 채)
앞에 걸리적거리는 차가 있자 클랙션 울려가며 차선변경 하면서 달려간다. 차선 변경하며 달리는 혜영.
그 때 뒤에서 달려오는 경찰차. 혜영의 차에 따라붙어 경고등을 켠다.
못 보고 그냥 달리는 혜영. 경찰차가 혜영의 차 앞으로 끼어들어 경고등을 켠다.
혜영 : (고개를 젓는다)
경찰 : (준석) 면허증 좀 봅시다.
혜영 : (핸드백을 뒤지는데 안정감이 없다. 뭔가 약 먹은 사람 같다.
잘 안보이자 핸드백을 확 뒤집어 조수석에 내용물 마구 쏟아내더니 면허증을 찾기 시작한다. ...찾아서 건네고)
준석 : 신호위반입니다. (딱지 떼는 중)
혜영 : (멍)
준석 : 신호위반이라구요.
혜영 : 네?
준석 : (이 여자 정상 아닌데?) 술 먹었어요?
혜영 : (고개 젓는다)
준석 : (면허증 받아 들고) 내려요.
혜영 : (내린다. 얼굴 하얗다)
준석 : (음주 측정기 들이 대면서) 불어요.
혜영 : (불다가 우욱! 그 자리에 주저앉아 토 나온다)
준석 : (입덧인 듯한 그녀를 난감하게 보는데)
혜영 : (길가로 가면서 한 번 더 토한다)
준석 : (차 안을 보면 박스 위로 이미 과속 딱지, 엉망으로 쏟아진 소지품들. 토하고 있는 혜영 뒷모습.
딱지 떼려던 것 에잇 하고 접는다)
혜영 : (일어나면)
준석 : 어디까지 가세요?
혜영 : 한국병원이요. (동네 바꾼다면 알아서)
준석 : (약간 거들먹거리며) 한 3키로 남았네. 딱지는 이번 한 번은 봐 줄 테니까 다음 부턴 절대 이러지 말아요. 네?
혜영 : 네.
준석 : 그냥 보내드릴 테니까 앞서서 가요. 뒤에서 따라 갈 테니까.
아 그리고 도착하면 꼭 병원부터 가 봐요. 안색이 아주 안 좋아요.
혜영 : (우욱... 또 토하려)
S#10. 도로
혜영의 차 뒤를 경찰차가 따라 가고 있다. 이정표가 보이자 사라지는 경찰차.
S#11. 병원 복도 (아침)
걸어가는 혜영 위에 전화벨.
엄마E : 얘 엄마다. 너 아버지 생일 안 잊어 버렸지? 저녁 8시 까지 팔선으로 오면 된다. 그리고 저녁은 느 언니가 내기로 했어.
얘 늬 언니 이번에 새로 이사도 했다니까 못 가볼 거 같거든 그 날 선물이라도 하나 챙기면서 인사는 제대로 해라.
그리고 너 이사 했다는데도 주중에 하루 시간 내서 가 볼 테니까.
혜영 : 여긴 안 오셔도 되요.
엄마E : 그래도 다 큰 딸이 이사를 했다는데.
혜영 : 다 큰 딸이니까 오실 필요 없다구요.
엄마E : 그래도 어떻게 하고 사는지 내 눈으로 확인해야
혜영 : 곰팡이도 안 슬고 볕도 잘 들고 문짝도 잘 맞고 방범창도 잘 돼 있어요. 그러니까 안 오셔도 되요.
24평에 방이 두 개 에요. 맘에 안 드시죠? 근데 병원서 얻어 준 집이니까 그러려니 하세요.
엄마E : 얘.
혜영 : 오면 이사 가 버릴 꺼야. (전화 끊어 버리는)
S#12. 복도
혜영 뒤에 출근하는 상식 보이고 그냥 혜영 뒤 따라 오다가 전화 끊으면 인사한다.
상식 : 안녕하세요.
혜영 : 네.
순간 미묘한 정적.
상식 : 원래 그렇게 걸음이 빨라요? 좀 천천히 걸으세요. 어제 찌개 어땠어요? 저 요리 좀 잘하죠?
혜영 : 못 먹었어요.
상식 : 아 아직 입덧이 심하구나. 이따 오세요. 침 놔 드릴 게요.
혜영 : (딱 멈춰 선다) 앞으로는 이런 참견 안 했으면 좋겠어요. (어젯밤 일도 왠지 신경 쓰일 수도)
상식 : 제가 원래 성격이... 알았어요.
혜영 : 생태도 고맙고 침도 고마운데요. 필요하면 제가 부탁 할테니 신경 꺼주세요. (서둘러 가다 넘어질 뻔)
상식 : 어. (왠지 불안) 조심하세요.
혜영 : 왜 제게 이렇게 친절한 거죠?
상식 : 그냥 좀 불안해보여서.
혜영 : 이웃으로 무난하게 지내려면 그 오지랖 좀 고쳐주세요!
휭 하니 가 버린다. 그 모습이 왠지 불안해 보이는 상식.
S#13. 복도
재석 출근, 그들을 보는데 왠지 티격거리는 느낌이 좀 불안하다.
S#14. 본원 외경
S#15. 재석의 진료실
검사기록지 인서트.
준희 : 한 해 걸러 한 번씩 하면 안 되나? 무슨 건강검진을 매년 하라는 건지.
건강검진이 돈 된다면서? 그래서 매년 하라는 거 아니야? 난 여선생님이 좋은데 왜 이리 보냈대?
재석 : 산부인과두 먹구 살아야지... (검사지) 애기 언제 낳을 거니?
준희 : 우린 애기 안 낳는다니까. 왜들 그렇게 남의 자식농사에 관심이 많은지.
재석 : 준희씨.
준희 : 네.
재석 : 에프에스에이치(FSH) 숫치가 좀 걸리네.
준희 : 그게 뭔데?
재석 : 아이 정말 안 낳을 거야? 경민이 여전해?
준희 : 우린 애 생각 없다니까. 안 믿어져? 그게 뭔데 그래?
재석 : 애기를 안 가질 거라면 상관없지만, 아이를 가질 거라면 서둘러야 한다는 증거를 나타내는 숫치지.
준희 : (멍)
재석 : 난소 기능이 떨어지고 있고, 배란도 안 되고. 생리는?
준희 : 건너뛰었어. 두세 달에 한 번.
재석 : 양도 줄고?
준희 : 네.
재석 : 이 상태라면 올 해 내년 지나면 임신을 못 할 수도 있어.
준희 : (당황, 충격 두둥)
재석E : 경민이 하고 진지하게 상의해.
E 응급콜
S#16. 복도
대기실에 앉은 환자들 사이를 급하게 뛰어가는 혜영.
S#17. 응급실 밖
앰뷸런스에서 실려 내리는 환자. 배가 부른 산모다.
혜영과 응급의학과 닥터가 대기 중이다. 환자에게 달려든다!
응급대원E : 머리외상 환잡니다. 중앙선을 넘은 차량과 충돌했습니다.
차량을 절단하고 꺼내왔는데 바이탈이 잡히지 않고 현재 임신상태입니다.
S#18. 응급실
응급의학과 달라붙어 처치. 머리에 출혈 있음.
모니터 연결 혈압, 맥박, 호흡 확인, 자발호흡 없음 기도삽관 시행. 씨라인 잡음.
혜영은 그 와중에 응급실의 간이 초음파로 아기 상태를 살피는 중.
신경외과 : 뇌출혈로 의식 불명으로 당장 응급수술 해야 합니다. 아기는요?
혜영 : 안정적입니다. 아직까진 무사해요.
신경외과 : 그럼? 제왕절개를 먼저 하시겠어요?
혜영 : 아이 신경 쓰지 말고 산모부터 살리세요.
신경외과 : 씨티나 엠알아이나 써서는 안 될 약품이나
혜영 : 그런 거 없어요. 산모가 살아야 아기도 삽니다. 아기는 일단 산모부터 살려놓고 그때 평가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아기는 현재 400그램밖에 되지 않아요. 당장 제왕절개를 해도 소생 가능성 미약합니다. 산모를 살리세요.
신경외과 : 그럼 뇌수술 바로 들어가겠습니다. 보호자 어딨어요?
S#19. 응급실 밖
친정 엄마, 시부모 등도 몰려와 이걸 어째 어쩌면 좋아 울고
신경외과의 급하게 달려온 보호자 준석과 이야기 나누고 있다.
S#20.
E 전화 온다.
혜영 : 네.
E : 신경외관데요. 산모 수술 끝났는데 태아 상태 확인 부탁드립니다.
S#21. 중환자실
환자는 의식 불명 상태. 머리에 붕대. 기도삽관 되어 있음.
신경외과 : 뇌사입니다.
혜영 : (산모를 본다. 초음파로 아기를 진찰하는 혜영)
S#22. 대기실
의장 있는 남편 준석.
환자 시부모와 친정 부모들이 몰려오고. 그들 중에 누군가는 남편의 어깨를 두드려 준다.
친정모 : 이게 무슨 날벼락이라니. 그래서 어떻게 된대?
시모 : 신부님한테 연락했어? 아직 안 오셨니?
준석 : 지금 신부님이 문제에요. (신경외과의 나온다) 아내는 어떻습니까, 선생님?
신경외과 : 뇌출혈이 심해 수술로 혈종을 제거하였지만... 동공반사 없고 자발 호흡이 없는 상태로
가족동의하에 호흡기를 제거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준석 : 호흡기 제거요? 그럼 이 사람은?
시모 : 죽었다는 거에요?
친정모 : 아이구 주님 주님 (어질) 아이고 경란아 경란아.
신경외과 : ...
답답하고 먹먹한 분위기. 가족들 침울하고 초상집 분위기다.
신경외과 : 이런 경우 보통 생명유지 장치를 제거하지만... 이 경우는 아직 아기가...
준석 : ?
친정모 : 애기는요?
신경외과 : (혜영 쳐다본다)
혜영 : 아직까진 무사합니다. (남편의 반응, 가족들의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는 얼굴들이 보여진다)
아이는 사고와 대수술에도 안정적으로 버텨 주고 있어요.
준석 : 애기를 낳고 가라는? 5개월 밖에 안 됐는데?
혜영 : 현재 태아는 23주에서 사흘이 빠집니다. 미국이라면 24주에 생존 확률이 50%에 이릅니다.
22의 태아도 살려낸 사례가 있거든요.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23주 태아의 생존률은 10% 미만입니다.
그런데 태아는 23주가 채 되지 않았습니다.
준석 : 그래서요?
혜영 : 산모가 생명 유지 장치를 유지한 채로 일주일만 더 버텨준다면 태아의 생존 확률은 10% 이상으로 높아집니다.
시부 : 죽은 엄마 몸속에 애를 두자고요?
혜영E : 라인을 통해 인공적으로 음식물이 공급하면 태아에게 필요한 영양소는
시부 : 영양분만 있다고 애가 큽니까? 애가 무슨 벌레에요? 시체나 다름없는 몸속에서...
준석 : 아버지.
혜영 : ...
친정모 : 그러면 살릴 수는 있어요? 애기를
혜영 : 산모가 열흘만 아니 일주일만 이라도 버텨준다면 태아가 생존 할 확률은 계속 높아져 가죠.
산모가 얼마나 버텨주느냐에 달렸습니다.
친정모 : 아이고, 아가.
시모 : 돈은 둘째 치고 이미 죽은 엄마 뱃속에서 애가 정상으로 자란다고 장담할 수 있어요? 선생님!
정상적으로 태어나지 못하면 그 책임 선생님이 지실 건가요? (가족들 모두 쳐다보는데)
혜영 : 아뇨.
가족들 : (벙)
혜영 : 건강한 산모에게도 그런 장담은 하지 않습니다.
가족들 : (쇼크 받은 얼굴 하나하나 보여지고)
혜영 : 가족분들 끼리 의논해 보구 결정해주세요.
S#23. 교실 (합동 컨퍼런스 하는 곳)
프로젝트 빔을 쏘면서 혜영이 준석의 부인 케이스를 설명하고 있다.
경우 : 32세 박경란 환잡니다. 티에이(TA, 교통사고)로 사고 30분 뒤 이알(ER, 응급실) 내원.
엔에스(NS, 신경외과)에서 감압술을 시행하였으나 브레인데쓰(뇌사) 상태입니다.
태아는 22주이며 무게는 약 400그램이고 현재로서는 별 다른 문제는 없습니다.
산모도 현재로서는 바이탈이 안정적이고 정맥을 통해 영양공급을 하고 있습니다.
주임과장 : 산모는 얼마나 버틸 것 같나?
혜영 : 환자의 심장조절 기능, 체온조절, 호르몬 분비 기능이 망가졌기 때문에 언제든지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길어야 일주일이겠죠.
주임과장 : 일주일을 버티면 23주면 생존 확률이 좀 높아지겠군.
교수1 : 낳기로 했나?
혜영 : 아직 보호자가 결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임과장 : 낳는다면 국내 최촌가?
혜영 : 03년도에 분당에서 한 건 있었습니다.
센터장 : 빅 파이브에서도 접하기 힘든 케이스야. 놓치긴 아깝군. 경력에도 큰 도움이 되겠고.
잘 설득해 보는 게 좋겠군.
재석 : 그래봐야 23주인데 소아과에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상식 : 낳는다면 최선을 다 해야죠.
혜영 : 상태가 악화되면 이틀도 못 버팁니다. 그럼 22주 밖에 되지 않습니다.
상식 : 국내에서도 22주 483그램을 살린 적이 있습니다.
혜영 : 너무 어려운 결정이니 아이 부모에게 맡길 문제입니다.
상식 : 중요한 선택이므로 전문가의 정보는 충분히 주어져야 하지요.
혜영 : 중요한 정보라는 건 22주에 태어났을 때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어떤 결과가 올 수 있는지
건강하게 자랄 확률이 얼마나 낮은지도 포함 되겠지요. 그리고 아기가 태어난다면 케어 하실 분이니
선생님이 그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면 되겠네요.
상식 : (순순하게) 아 그럼요. 제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요.
센터장 : 서선생?
혜영 : 네.
센터장 : 혹시 설득할 자신이 없거나 그럴 생각이 없다면 여기 다른 과장님들께도 설득할 기회를 넘기는 건 어떤가?
(케이스를 넘기고 손 떼라는 뜻)
정과장 : (침을 꼴깍 삼키는 표정)
혜영 : 그 산모는 제가 돌보겠습니다.
정과장 : 아... (탄식)
센터장 : 오자마자 참 훌륭한 케이스를 맡는군.
주임과장 :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잡는 거지. 보니까 5시면 출근하고 주말에도 퇴근을 안 하니
저런 케이스는 다 쓸어가는 게 아니겠나.
센터장 : (상식에게) 소아과장님.
상식 : 네.
센터장 : 보호자를 이선생에게도 보낼 테니까 적극적인 치료 의지를 보여주세요.
상식 : (뜻은 같으나 이거 왠지 불순한 일에 휘말리는 느낌) 제 양심에 거리끼지 않는 범위 안에서 그렇게 하겠습니다.
혜영, 정과장, 센터장, 상식의 표정이 교차되면서.
센터장 : (핸드폰 문자 확인하며, 주임과장에게) 본원에서 장비 들여온 걸 보러 왔어요. 기조 실장 도착했다니까 같이 가시죠.
혜영 : (기조실장이라는 말에 표정)
S#24. 병원 일각
센터장의 안내로 장비 들여오는 것, 혹은 새로 설치한 장비를 보고 있거나, 이동 중인 서진 일행.
센터장은 장비 설명하고 있고, 서진은 누군가를 찾는 듯 두리번거린다. 그러나 혜영을 볼 수 없다.
S#25. 복도
준석과 부모 싸우는 중이다.
시모 : 아직 혼인신고도 안 했잖아.
준석 : 무슨 말씀 하시는 거에요?
시모 : 아직 법적으로 넌
준석 : (자르며) 그렇게 반대하시더니 이 지경 돼서 좋으세요?
시부 : 이 자식이 어디 부모 앞에서 눈을 희번덕거려.
준석 : 어른답게 행동하세요, 그럼.
시모 : 쟤 사고 난 게 내 책임이냐?
준석 : 참견 마세요, 그러니까.
시모 : 너는 내 자식이야, 어떻게 참견을 안 해.
준석 : 저기 누워 있는 사람은 제 자식을 가진 제 처라구요.
혜영, 못들은 척 지나간다. 인간이 그렇지 그럼...
영미 안타깝고 경우 무표정하게 지나간다.
S#26. 중환자실
박경란 산모(준석의 처) 누워 있다.
혜영 산모의 상태를 체크하고 나온다. 경우 영미도 따라붙어 있다.
혜영 : 엔에스티(NST) 하루 두 번씩 하고 랩 결과도 챙겨. 아직 보호자가 결정하진 못했지만,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니까.
(산모를 케어 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안쓰럽다. 산모의 손, 얼굴 등을 보다가 배를 보더니 감정이 울컥하는 듯)
영미 : 애기 불쌍해서 어떡해요...
경우 : 후... (한숨 처음 겪는 일이 아닌 듯)
주임과장 : (들어오며) 산모는 좀 어때요?
S#27. 중환자실 앞 복도
혜영 걸어오는 중.
준석 : 선생님.
혜영 : 네.
준석 : 선생님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준석E : 애가 살 수 있을지 건강할지 장담할 수 없다면서요? 그럼 어쩌시겠냐구요?
나보단 많이 배웠을 거고 젠장, 그리고 미숙아로 태어난 애들도 많이 봤을 거 아닙니까?
그러니 속 시원하게 말 해 달라구요.
혜영 : 속 시원할 수가 없는 문제에요.
준석 : 그렇게 고상한 척 말하지 말고 솔직하게 말 해 달라 이겁니다. 자신 없으세요?
혜영 : (작정한 듯) 가시죠.
S#28. 중환자실
박경란 산모 누워 있다.
혜영E : 생명을 놓고 자신 있는 의사는 없어요. 최선을 다 할 뿐이죠.
환자 옆에 밤낮 붙어 있을 수 있어요. 어떻게든 무너지는 밸런스를 잡으려고 최선을 다 할 겁니다.
하루 라도 아이를 엄마 몸속에 더 있도록 해 주는 거, 그것도 길어봐야 일주일이에요.
S#29. 신생아 중환자실
애기 돌보던 상식, 들어오는 혜영과 준석 보고,
아기들 호스와 호흡기 등 보여지면서,
혜영E : 의사는 그 일주일 매달리고 산모가 떠난 후엔 점점 잊어버릴 겁니다. 저는 부모가 아니거든요.
병원 생활을 오래 하고 일반 신생아보다 감염의 우려가 몇 배가 되는 위험을 감수할 건 아이 몫이고,
막대한 병원비를 내면서 잠 못 자고 노심초사 해야 하는 건 의사가 아닙니다.
S#30. 분만실 근처 회의실
혜영, 영미, 수선생, 준석, 상식.
혜영E : 이 아이가 평생 건강하게 자라줄지, 장애는 생기지 않을지,
장애가 남을 경우, 도대체 이 나라는 장애아 키우기가 왜 이렇게 힘이든지,
복지 정책은 왜 이 모양인지 분개하고, 재산 정리해서 다른 나라로 이민가야 하는 건 아닌지,
얘를 돌보기 위해 동생을 하나 더 낳아야 하는 건지. 엄마의 자리를 메워줄 여자가 필요하지는 않을지,
낳은 엄마도 버거워했을 일을 과연 기꺼이 감당해 줄 여자가 있을지 이런 고민을 의사가 할 것 같으세요?
경악하는 준석, 상식을 본다.
상식 : (할 말 없고)
혜영 : 그래서 이런 결정은 의사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준석 : (아니라고 말 해 달라고 상식을 본다)
상식 : (뭐라고 말해야 할지)
준석 : 장애가 남습니까?
상식 : 일반 신생아보다는 가능성이 높습니다.
준석 : (절망)
상식 : (뭔가 말해야 할 듯)
준석 : 살 수는 있는 겁니까? 그럼? 장애가 남는다 해도?
상식 : 지금 나오면 3% 미만입니다.
준석 : (절망) 거기서 그 고생을 하다 살아나는 아이가 3% 라구요? 3%?
장애아가 될지도 모르는 3% 그런데 남의 아이라니까 낳으라는 거군요? 장애가 얼마나 심하든 말든 이민을 가든 말든?
혜영 : ...
상식 : 아기가 제 손에 오는 순간부터 저는 최선을 다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젠 힘들겠구나 마음으로 체념했는데, 아기가 살아줍니다. 포기했던 제 자신이 부끄럽게요.
준석,혜영 : (표정)
상식 : 기적이라고 밖에는 말 할 수 없는 일이죠. 힘든 결정이신 거 알지만 제 입장은 그렇습니다.
기적을 봤는데, 포기가 되겠습니까.
준석 : (표정)
경우 : (표정)
혜영 : (표정)
S#31. 분만실 스테이션
수선생 : 아우 어떻게 크면 말투가 다 저래? 다아 맞는 말인데 왜 협박처럼 들리는 거니? 나만 그러니?
저 소리 듣구 애 낳겠니? 낳지 말라 소리지이~
영미 : 꼭 그런 건 아니던데요?
수선생 : 낳지 말라 소리야 얘. 아우 적응 안 돼.
경우 : 적응 하셔야죠.
수선생 : 난 평생 적응 안 될 거 같어.
경우 : (크크)
영미 : 그건 그냥 고초가 많은 것이니 맘 단단히 먹어라아.
거기다 이 선생님이 마무리 멋지게 하셨잖아요. 기적이 있는 한 나는 최선을 다 한다!
재석 들어오고.
수선생 : 근데 뭐 솔직히 틀린 말은 아니지. 너 같음 혹시나 바라고 낳겠니.
말이 좋아 기적이지. 잘못되면 서선생 말처럼 의사가 책임지니? 엄마두 없구 새엄마 얻어?
말은 진짜 살벌하게 잘 해. 나두 내 동생이면 절대 못 낳게 한다.
영미 : 전 안 말려요.
경우,수선생 : (뜨아)
영미 : 저두 기적을 믿어요.
두사람 : (뜨악)
재석 : 나두 믿어.
두사람 : (더 뜨악)
수선생 : 지옥은 안 믿어요?
재석 : 믿지.
일행 : (반응)
재석 : 나 오늘 새벽같이 성당 갔다 왔수.
수선생 : 오늘도 낯선 언니하고 놀았습니다. 용서해 주세요?
재석 : (차트 보면서) 응.
E 전화
재석 : 어 준희씨? 울어?
S#32. 재석 진료실
재석 : 아니 왜 울고 그래. (냅킨 통 가져다주면서) 자, 울지 말고 뚝!
준희 : 재석씨. (울었는지 시커먼 눈물 자국이 흘러내린 채)
재석 : 아이 착하다. 내가 너무 겁 줬구나. 아직 시간 있어요. 임신 가능해요. 겁먹지 말고 자.
준희 : (훌쩍이던 것이 잦아진다. 코를 팽 푼다) 짐 싸서 나갔어요.
재석 : (헉!)
준희 : 애초에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나는 어렸고, 애 키울 자신도 없었고, 경민씨를 사랑 했으니까
아이 없어도 괜찮다 싶어서 결혼 했구요. 그이가 워낙 어렵게 큰 거 아니까.
재석 : 5남1녀에 다섯째 아들이잖아요.
준희 : 내가 그 사람 감싸면서 살아야지, 그 사람만 있으면 된다 싶었는데,
막상 내가 아이를 앞으로 낳지 못할지도 모른다 생각하니까
재석 : 생각이 달라지죠.
준희 : 못 낳는 거하구 안 낳는 게 이렇게 다를 줄 몰랐어요.
재석 : 근데 집은 왜 나갔대요?
준희 : 내가 맘이 변했거든요. 사랑하는 그이 자식을 앞으로 못 낳는다 생각하니 불행해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꼭 그이 닮은 아이를 하나쯤 낳아야겠다 절실해 지더라구요.
아이를 낳아야겠다고 나를 택하면 아이도 택해야 한다고 그랬더니 그냥 말도 없이 짐을 싸더라구요.
재석 : 미친 놈! (답답 한숨. 전화기 들고 전화한다) 어 경민아. 오랜만이지.
어, 그래, 오늘? 어 그래 나? 아 나야 괜찮지. 그래그래, 어디서?
준희 : (통화하는 거 빤히 본다)
재석 : 만나볼께요.
준희 : (겨우 다스렸던 울음 다시 터진다) 이틀째 전화두 안 받구 문자 해두 답두 없어요.
S#33. 중환자실
혜영 준석의 처 경란 옆에서 지켜본다. 혈압이 낮아지며 경고음 들린다.
혜영 : (간호사에게) 도파 20마이크로로 올려주세요.
S#34. 바
가슴 큰 레이싱걸 타입의 여자가 앉아 있다.
재석 들어오다가 자리를 쓰윽 훑어보더니 가슴에 성호를 긋고 그 여자 옆으로.
재석 : (앉으며) 카프리 하나.
레이싱 : (눈길 힐끗 줬다가 훑어보는데 재석과 잠깐 눈길 마주치지만 눈길 돌린다. 관심 껐다)
재석 : (병맥주 나왔고 마시며 아무렇지도 않게 시선 준다)
레이싱 : (잉? 가슴 내려다본다. 노출이 좀 있는 복장)
바텐더 : (헉!!)
레이싱 : 어딜 쳐다봐요? 아 뭐야! (짜증 팍 나는 말투로 바텐더에게)
바텐더 : (재석에게) 아 손님.
재석 : (시선 가볍게 맥주로 돌려서 무심하게) 목 아프지 않으세요?
레이싱 : ? (얘 뭐야?)
재석 : (무심하게 맥주만)
레이싱 : 어떻게 아세요? (약간 경계 호기심)
재석 : 가슴이 크면 그 무게로 인해 체중이 앞쪽으로 쏠려서 목이나 허리가 아프고, 심한 경우엔 척추변형도 오죠.
레이싱 : (경계 풀고) 의사세요?
재석 : (대답 않고 맥주 마시며 한 템포 쉰다)
레이싱 : (초조)
재석 : 네.
레이싱 : (경계 풀었고 약간의 호감모드) 아아 어쩐지 제가 어깨가 특히 이쪽이 결렸는데 그래서 그랬구나.
이거 병원가면 고쳐줘요?
재석 : (무심히) 맛사지만 잘 해도 좀 낫죠.
레이싱 : 아~ 맛사지!
경민 들어오며 재석 노닥거리는 걸 본다.
경민 : (재석 쪽으로 앉는다)
재석 : 일행이 왔네요.
레이싱 : (아쉽다)
경민 : 좀 늦었다.
재석 : 더 늦지 그랬어.
경민 : 그러게. 누가 이런 미인과 있는 줄 알았나?
레이싱 : (백 들고 일어난다)
재석 : (보면)
레이싱 : (냅킨 밀어준다. 냅킨에 적힌 전화번호. 총총 나가는)
경민 : 안 챙겨?
재석 : (이미 흥미를 잃은 듯) 별로... 기다리기 지루해서...
경민 : 배가 불렀어.
재석 : 제수씨 말이다.
경민 : 너 찾아갔디? (재석 반응) 집안일이야, 신경 꺼.
재석 : 난 의사야 넌 보호자고.
경민 : (코웃음) 준희가 환자니?
그 때 준희가 들어온다.
경민 : 너? (일어나려)
재석 : (잡아 앉힌다) 앉어.
경민 : 내일 보자. 내일 병원으로 갈게. 지금은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아.
재석 : 몇 시에 올 건데?
경민 : 5시.
S#35. 복도 스테이션
주임과장 : (가다가 스테이션에 서서) 아 내가 그림을 하나 샀어. 여기 삭막한 중환자실 복도에 걸면 딱 좋을 거 같아서 말야.
일동 : (공포)
S#36. 복도
누군가 주임과장의 지시에 따라 이리저리 그림 위치를 잡고 있다.
일행 둘러서서.
주임과장 : 너무 낮잖아?
간호 : 눈높이에 맞추는 게 기본이죠.
일동 : 맞아요. 그래요. 찬성이에요.
주임과장 : 그런가? 서선생 그런가?
혜영 : 제 생각은 저기 문틀에 높이에 맞추는 게 통일감 있어 보일 거 같은데요.
일동 : (짜증 저 눈치 없는 여자 누구냐? 왜 나서 등등 입으로. 왕짜증)
혜영 : 아 전 중환자실에 가던 중이라서요. (혜영 들어가고)
주임과장 : 어, 그래 그래요. 아 그 환자가 박경란 환잔가?
혜영 : 네, 그렇습니다.
주임과장 : (혜영에게 가며) 상태가 어떤가?
일동 : (안도)
S#37. 중환자실
환자 옆에 의자를 놓고 앉아 검사지를 보는 혜영. 주임과장 같이 지켜본다.
주임과장 : 상태 나빠지면 결정이고 뭐고 할 수가 없잖아. 가족들이 마음으로 결정할 시간은 줘야지. 끌 수 있겠어요?
혜영 : 제가 끄는 게 아니고 산모가 버티는 거죠.
주임과장 : 더 늦기 전에 가족이 결정을 해야 할 텐데 말이요.
어떻게 한 이걸 뭐 다수결로 할 수도 없는 문제고. 참 어렵네. 고생해요.
혜영 : 네, 과장님.
S#38. 중환자실
경란의 누운 모습 위로 혜영 약물과 바이탈 다시 조절한다.
준석 들어오다 그런 혜영을 본다.
혜영 : (경우에게) 상태 안 좋아지면 나한테 바로 전화해. 새벽 두시든 세시든 상관없으니까.
경우 : 네.
혜영 : (나간다)
준석 : (그런 혜영을 본다)
S#39. 혜영 집 앞 (N)
상식 자전거 매다가 혜영 차 들어오는 걸 본다.
상식 : 늦으셨네요. 박경란 환자 상태가 별로 안 좋다고 들었는데.
혜영 : 스테이블해졌어요.
상식 : (환하게) 고생하셨어요.
혜영 : 몇 시간이나 버텨 줄지...
상식 : 식사는 하셨어요?
혜영 : (답하려다 욱!)
상식 : (당황하고 미안한 표정)
S#40. 상식의 집
소파에 앉아 침을 조로록 꽂고 있는 혜영. 아늑하고 편한 분위기의 실내.
상식은 냉장고에서 재료를 이것저것 꺼내고 있다. 미리 준비해둔 스테이크 재료인 듯.
혜영 고기에 눈길이 간다. 잉?
상식 약간 말린 듯한 고기의 겉 부분을 베어내 유리통에 담는다.
혜영의 시선으로 고기 클로즈업. 쉽고도 수월하게 스테이크 양념 하는 중.
상식 : (혜영이 쳐다보자) 지인이 양평 사는데 한우라고 좀 보냈는데.
그릴을 달구고 기름을 바르고 지글지글 스테이크를 얹는 모습.
혜영 : (못 참겠다) 저 먹을래요!
상식 : ?
혜영 : 스테이크라고 진작 말했으면 먹는다고 했을 거에요.
상식 : 아 하나 더 굽죠 뭐. (아무렇지도 않다. 고기를 하나 더 얹는다)
스테이크 아귀아귀 잘 먹는 혜영. 상식 의외다.
상식 : 진짜 잘 드시네? 부족하면 이거 좀 더 드실래요?
혜영 : (상식의 접시를 넘겨다본다) 네.
상식 : (표정) 아 네. (상식 고기 저쪽 바로 썰어 넘겨준다)
혜영 : 솜씨만도 아닌 것 같고, 고기만도 아닌 것 같고, 맛이 아주 좋은데, 왜 그래요?
상식 : 하하 비결이 있죠. 이게 고기가 좀 흔한 지역에서 쓰던 방법인데요.
고기를 한 보름 정도 숙성 시키면서 거죽을 말려요. 그리고 나서 꾸덕꾸덕 해지면 겉면을 좀 벗겨내요. 그리고 굽는 거죠.
혜영 : 육즙도 안 빠지겠네요.
상식 : 그렇죠. 원래 고길 좋아하세요?
혜영 : 네.
상식 : 아.
혜영 : 고기 먹고 자면 스트레스가 싹 풀려요.
상식 : 혹시 무라림파니라고 아세요?
혜영 : 아뇨.
상식 : 피아니스튼데, 그 양반이 음악 인생이 난관도 많고 암도 걸리고 그랬는데, 그래도 연주는 잘했어요.
비결이 뭐냐니까 고기 잘 먹고 잠 잘 자는 거라고 하하하. (혜영 대꾸 없자 뻘쭘)
이름도 특이하죠? 예명이래요. 피아니스트답게 고친 예명.
혜영 : (딴 생각 중)
상식 : 서 선생님?
혜영 : 네?
상식 : 아, 열심히 설명했는데...
혜영 : 엄마도 없이, 가족들이 자신을 짐처럼 여긴다면, 아이 인생이 행복할까요?
엄마 없이 장애가 남을지도 모를 아이를 키우는 그 아버진요?
상식 : 다 갖췄다고 행복한가요?
혜영 : 장애가 남을 가능성이 너무 큰 주수에요. 더구나 케어 할 엄마도 없고. (고민 중)
상식 : 선택이란 이런 게 아닐까요? 어떤 사람은 좀 더 가치 있는 것을 고를 테고 누군가는 좀 더 버리기 쉬운 걸 포기하겠죠.
모든 걸 걸고 지키고 싶은 게 있는 사람도 있고, 댓가를 치르는 게 두려워 정작 중요한 걸 놓치기도 하죠.
혜영 : (이 말이 남에게 하는 말 같지 않다)
상식 : 그러나 확실한 건, 모든 걸 걸더라도 지킬 대상이 있는 사람은,
지킬 것도 없고 두려운 것도 없는 사람보단 행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해요.
혜영 : (뭔가 약간은 느껴지는)
상식 : 그래서 전 투표를 열심히 합니다.
혜영 : ?
상식 : 복지예산 늘려서 그런 아이들에 대한 사회적 비용을 아끼지 않는 그런 사회를 만들어 줄 사람 잘 골라서요.
그러면 한 20년 뒤에는 그 아이들이 살만한 나라가 되어 있지 않겠습니까?
혜영 : (순수한 건지. 무모한 건지 알 수 없는 사람)
E 전화벨
혜영 : (깨어나는 느낌. 전화기 본다. 서진의 전화다. 망설이는데 끊어진다)
S#41. 집 앞 (N)
혜영 나오고 상식 나와서 배웅한다.
혜영 : 잘 먹었어요. 다음엔 제가 답례할게요.
재석E : 데이트 신청 하냐?
혜영 : (본다.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재석)
재석 : 온 지 며칠이나 됐다고 벌써 정분이 난 거야?
상식 : 아니예요.
재석 : (혜영 보며) 둘이 언제 눈이 맞은 거지? 생물학적인 끌림은 역시 3초면 충분한 건가?
혜영 : 어휴 철 좀 들어. (문 열리는데 전화가 온다. 받는다) 어, 어, 알았어. 또? 아냐, 금방 갈게.
재석 : 어디가?
혜영 : 박경란 환자.
상식,재석 : (서둘러 가는 혜영을 본다)
재석 : 쟤는 의사 안했음 무슨 낙으로 살았을 거야, 대체.
상식 : 고기 먹는 낙으로요.
재석 : (헉) 언제 벌써? 그런 거까지?
S#42. 도로
혜영의 차 멈춘다.
S#43. 편의점 앞 (혹은 등)
혜영 들어갔다가 뭔가 사들고 나온다. 편의점 앞 테이블에 안주도 없이 팩소주를 마시는 준석.
혜영 지나가는데 준석과 마주친다. 혜영 지나치려는데.
준석 : 선생님 전 이제 뭐 하면 되죠?
혜영 : 이런 중대한 결정을 술기운에 하려구요? (가려는)
준석 : 에이, 맨 정신에 어떻게 버텨요 그럼. 마누라하고 자식을 한 번에 다 잃을지도 모르는데.
합석한 두 사람.
혜영 : 저도 한 잔 주세요.
준석 : 드시지 마세요.
혜영 : 왜요?
준석 : 입덧하시잖아요.
혜영 : (주위를 두리번) 아니, 이 동네 사람들은 임신한 사람 알아보는 천리안 가졌어요? 왜들 이래?
준석 : 고속도로에서 토하는 걸 보니 우리 와이프랑 똑같더라구요.
혜영 : (보면... 고속도로 그 경찰인가?)
준석 : 아... 저는 이제 뭘 할까요?
혜영 : ...보험 드셨어요?
준석 : 네.
혜영 종이를 꺼내 조목조목 적기 시작한다.
혜영 : 첫째, 일단 현재 산모가 잘 버텨준다는 전제하에 생명유지 장치 비용만 일주일에 천 만원 정도 들구요.
그렇게 아기가 태어나도 34주 이전의 태아를 엄마 몸 밖에서 인공적인 장치에 의존해서 살려내려면
기간에 따라 수천 만원에서 1억 정도 들고.
준석 : (듣는 중이다)
혜영 : 기분 나쁘세요?
준석 : ...아니요.
혜영 : 내 동생이라면 어떻게 하실 거냐고 했잖아요. 현실적인 것도 체크해야죠.
보험은 들었어도 28주 이하는 보험회사에서 생명으로 치지 않을 거에요.
저런 케이스 신생아는 해당 안 되는 경우가 많을 테니까 약관 꼼꼼하게 다 체크하시구요.
준석 : (좀 의외의...)
혜영 : 둘째, 현재 아이는 엄마 몸속에서 영양은 공급받지만 정서적 반응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어요.
엄마를 대신해서 책도 읽어주고 음악도 틀어주고 얘기도 걸어주고 사랑한다고도 해주세요.
준석 : 하루 종일요?
혜영 : 직장 안 나가면 애는 어떻게 키우시게요?
S#44. 병원 마당
혜영의 차가 들어와 서고.
준석 : 고맙습니다. (혜영이 적어준 종이를 본다)
혜영 : 결심하셨어요?
준석 : 내가 다쳐서 저 자리에 있고 경란이가 살았다면 그 사람은 애기를 낳았을 거에요.
그렇게 생각하니까 고민한 게 부끄럽더군요. (문을 닫고 휘적휘적 계단을 올라 현관문으로)
차 안에서 준석의 뒷모습을 보는 혜영.
S#45. 중환자실
경우 옆에서 안절부절 하고 혜영 다시 바이탈 잡는다.
경우 : 죄송합니다.
혜영 : 잘 살펴. 상태 나빠지면 가족 대신 우리가 결정 해버리는 게 되잖아.
경우 : 네.
S#46. 주차장
혜영 나오는데 서진 차 있다.
S#47. 차 안
서진 : (한숨) 생각을 하면 할수록 이해가 안 돼.
혜영 : (표정) 이제 그만 오세요.
서진 : 아무 때나 병원만 오면 니가 있는데 그게 될 거 같아?
혜영 : ...그런 시절이 있었죠. 병원에서 몇 날 며칠 밤을 새도 더 열심히 하라고 채찍질 하던 사람.
맘 놓고 잘난 척해도 받아줄 만큼 잘난 사람. 그런 사람이 아무 때나 병원에만 가면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아니에요. 불편해요.
서진 : ...나한테 화가 났군.
혜영 : 누구한테인지 왜인지 다 모르겠지만 화가 나요.
서진 : 난 화난 여자 무섭다.
혜영 : ...
서진 : 이상하지, 전에 별거하자던 그 여자도 너도 만날 땐 화난 여자들이 아니었는데
난 꼭 화난 여자하고 헤어지게 되드라. ...몸은 좀 어때?
혜영 : ...
서진 : 아이 낳고 싶니?
혜영 : ...
서진 : 밤 새 생각을 해 봤어. 너 없인 안 되겠다. 낳고 싶으면 낳자. 낳아 보자.
혜영 : (서진을 본다. 이 사람이 진심인가 해보는 소린가? 어쩌자는 건가? 놀래서 듣다가 문 열려)
E 문 잠기는 소리
서진 : (문 잠근다) 잘 생각해봐. 언제나 도망가는 건 너지 내가 아니었어. 이젠 도망치는 거 그만 해.
혜영 : (의외의 말에 당황스럽지만) 문 열어주세요.
서진 : (문 연다) 연락할게.
혜영 : 어느 쪽이든 생각이 정리되면 전화할게요. (문 열고 나온다)
서진 : 화 풀어. 전화도 받고.
S#48. 혜영의 집
논문 쓰거나 자료 보는 혜영 책을 찾는데 책 사이에서 나오는 자필 엽서나 두 사람 사진. 행복했던 한 때의 사진.
혜영 사진을 책 위에 놓는다. (완전히 버리지 않는, 그렇다고 아직 받아들일 수도 없는)
S#49. 병원 외경 아침
S#50. 중환자실 입구
준석의 부인 경란의 병실 밖 가족사진이 놓여 있고 준석은 동화책을 읽고 있는 모습 보인다.
혜영 복도에서 그 모습 본다.
S#51. 중환자실 (면회 시간)
준석 : (오바해서 동화책을 읽어 준다) 두더지가 말했습니다. 그건 내거야, 갖구 놀지 마. 흥! 너하구 안 놀아.
(동화책) 이상하죠?
혜영 : (들어온다) 목소리가 아주 귀여운데요.
준석 : (쑥스럽다)
혜영 : 선물이예요. NTS라는 건데요. 아기 심박동수가 기록되는 거에요. 자 보세요.
그래프가 그려진다. 엠피쓰리나 핸드폰으로 락음악을 틀어준다.
혜영 : 그래프가 그려지죠? 보이세요 반응이? (태아가 음악에 반응하는 모습이 그래프로 보여진다)
준석 : 오오. (신기하네)
혜영 : 태아들도 락음악에는 적극적으로 반응하죠? 엄마가 이렇게 정적인 상태니까 외부적인 자극을 줘야 하니까,
이걸로 아기 반응 봐 가면서 좋아하는 걸 틀어 주세요. 앞으로는 보호자 면회시간에 맞춰서 이 검사를 할게요.
S#52. 로비
준희 앉아있다. 입구를 자꾸 쳐다본다. 경민이 들어오나 아니다 또 아니다.
S#53. 병실
준석이 NST 기계로 발랄하고 경쾌한 음악 틀어준다. 태아의 반응을 기대하는 표정이다.
그런데 그래프에 아무것도 찍히지 않는다.
급하게 산모의 배를 만져보는 준석. 산모는 평온한 표정으로 잠들어 있는데.
E 긴장감을 주는 둔중한 코드
그때 시모 들어온다.
시모 : 왜 그러니? 왜 무슨 일 있니?
준석 : (대답 않고 시모를 무시한 채 그냥 나가버린다)
시모 : (아이의 상태를 보면 태아가 움직이질 않는다) 아이고 아가야. 여보 여보. (밖을 향해)
S#54. 복도
급하게 뛰어오는 혜영과 준석.
S#55. 입원실
시부모들 역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산모의 손을 잡고 주물러주고
혜영 집중해서 기계를 체크한다.
준석 : 움직임이 없어요. 아무리 시끄러운 음악을 틀어줘도 반응이 없고...
혜영 : 얼마나 됐어요?
준석 : 두어 시간?
혜영 : ...
준석 : 어떻게 된 거죠? 어제까지 건강했잖아요? 갑자기 이럴 수도 있나요?
혜영 : (집중해서 청진한다. 한숨 쉰다. 혜영만 쳐다보는 가족들의 얼굴들) 자네요.
준석 : 네?
혜영 : 애기가 잔다구요.
준석 : 자요?
혜영 : 그럼요. 애기두 잠을 자야죠. 자면서 자세를 바꿨나 보네.
가족들 : (긴장감이 풀어지는... 안도하는...)
시모 : 너 오늘부터 집에 들어가 자라.
준석 : ?
시모 : 임신해서 혼자 힘들어 할 땐 그 놈의 경찰이 뭐라구 그렇게 새벽까지 충성하더니
이제 와 이런다구 얘가 고맙다구 할 줄 아니.
준석 : ...
친정모 : (표정)
시모 : 밉다 밉다 하니까 끝까지 애미 속을 썩이네.
준석 : 엄마.
시모 : 오늘은 내가 있을 테니까. 넌 들어가 자고 출근해라.
넌 너 그 좋아하는 일이라도 해야 복남이 병원비 걱정 없이 키울 거 아냐.
준석 : 복남이가 누구야?
시모 : 아, 니 아들이 복남이지 누군 누구야.
준석 : 나 싫어요. 촌스러...
시모 : 태명은 그런 거야. 사돈도 맘에 안 들어요?
친정모 : 전 맘에 쏙 들어요.
혜영 : (그들의 거친 애정 표현들... 낯설다)
S#56. 로비
준희 기다리다가 경민을 보고 얼굴이 펴진다.
S#57. 카페테리아
준희 : 누가 6명 낳재? 하나면 돼 딱 한명.
경민 : 자신 없어.
재석 : 야, 임마. 니가 사랑하는 그 여자가 애가 낳고 싶다잖아. 앞으로 더 늦으면 못 낳을 수도 있다구 영영.
너야 맘 바뀌면 아무 때나 낳을 수 있지만 고준희는 아니라고. 올 해 넘기면 내년만 되도 어려울 수 있어.
여자가 평생 영영 아이 하나 못 낳는 게 그것도 그렇게 갖고 싶은 남자 아이 못 낳는 게 어떤 건줄 알어?
경민 : 그렇게 절실하다니 내가 떠나준다고.
준희,재석 : (이런 벽창호)
준희 : 난 경민씨 아이를 낳고 싶다구! 경민씨 나 사랑하잖아. 내가 다 키울게. 그냥 낳게만 해줘.
밤에 기저귀 갈아라 분유 타라 안 할게. 놀러 가자고도 안 할게.
경민 : 니가 애 키우면 일은 어쩔 건데.
준희 : 그냥 고정 안 하고 파트로 하면 돼.
경민 : 봐 벌써 이게 희생이잖아. 난 그렇게 살기 싫다구. 애초에 약속했지? 이러지 않기루.
준희 : 마음이 변했어.
경민 : 그래, 마음은 변할 수 있지.
준희 : 경민씨 아이를 꼭 갖고 싶어. 그럴 수 없다는 생각만으로도 너무 불행해 견딜 수가 없어.
내가 이렇게 불행해도 괜찮아?
경민 : (후~) 난 말야 준희야. 니가 아이 없어도 나 하나로 충분하다고 해서 결혼했어.
재석 : (뜨아)
준희 : 무슨 뜻이야?
경민 : 니가 다른 여자들처럼 아이가 없어도 괜찮다고 동의해서 너하고 결혼했다고.
준희 : 그게 무슨.
경민 : 널 가장 사랑해서 결혼한 게 아니라구! 다른 여자들은 아이를 원했고 넌 아이를 원하지 않아서 결혼했다구.
준희 : (경악)
재석 : 미친 놈!
경민 : 가정사야, 끼지 마.
준희 : 어어 그런 거였어? 그래서 나더러 드라마 하구 싶다는데 죽어도 스포츠 특집 시키면서 안정된 일 하라구 그런 거였어?
내 꿈 같은 건 별로 중요하지도 않았던 거 그런 이유였어?
경민 : 넌 재능이 부족해.
준희 : (급 쓸쓸함+좌절+절망감)
재석 : (비아냥) 넌 싸가지가 없네. (벌떡) 너 일어나. 안 일어나?
경민 : 왜 한 대 치게? 니가 날 때릴 자격이나 있냐?
재석 : (고개 떨구며 한숨) 어, 없지... 근데! (퍽 올려친다) 그래도 넌 맞아야겠다 어.
경민 : (입에서 피가 흐른다. 물컵에 피를 뱉는다)
준희 : 경민씨.
경민 : 나 이걸로 때운다. (옷 들고 일어난다)
재석 : 어, 일루 와 어딜 가.
S#58. 복도 (세트촬영)
우루루 몇몇 인물들 몰려간다. 수선생 경우 등등.
상식 : ?
영미 : 왕 선생님이 보호자한테 맞고 있대요.
혜영 : 미쳐. (같이 가는)
S#59. 카페테리아 근처 공간
재석과 경민 싸움질하면서 씩씩대는 상태로.
준희 : 여보, 그만 해! 그만 해! (경민을 말리다 경민이 뿌리치자 밀려서 넘어진다. 혜영의 발치로)
경민 재석을 때리려 팔을 드는데 누군가 탁 잡는다. 혜영이다.
경민 : 놔... (팔 빼려는데 안 빠진다) 요!
혜영 : (붙잡고) 말로 하시죠.
재석 : (그 사이에 일어나 경민을 치려고)
상식 : (혜영을 말린다) 선생님! 제발, 제발!
경민 : (기가 찬데 팔 힘이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말리러 온 여자를 때릴 수도 없고)
상식 : (경민에게) 선생님, 이 분 치면 절대 안 되요. 차라리 날 때려요! (안절부절)
보안요원들 몰려와 경민과 혜영 재석 등을 말린다.
재석 : (얼씨구나!) 혜영아, 저 새끼 때려줘. 빨리 한 대 때려줘. 너 죽었어, 쟤 공인 11단이야.
일동 : (한심해서 재석 보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 재석)
혜영 : (잡고 있던 팔을 놓는다)
S#60. 응급실 (처치실)
두 사람 좀 떨어져 앉아 치료 중이다.
경민 : (저 쪽에서 간단 치료 받고 종이컵에 입에 나오는 피 뱉는 중이다)
준희 : (마음 아파 어쩔 줄 몰라 한다)
재석 쪽.
상식 : (치료도구 가져와 수발들고) 성형외과로 가야 하지 않아요? 얼굴인데.
재석 : (고개로 혜영 가리키며) 자로 잰 거 같아요.
상식 : 아.
재석 : (혜영을 우러러 보는 각도. 혜영이 급 멋져 보인다. 심각하게) 혜영아! 아무래도 난 너 없인 안 될거 같애.
일동 : (피식, 한심, 기가 찬 반응)
혜영 : 닥쳐. 지그재그로 박아버리기 전에.
영미 : 왜 싸우신 거에요?
경우 : (한심한 표정) 언젠가 이런 일 터질 줄 알았어요. 유부녀는 좀 가리셨어야죠.
재석 : (억울 그러나 얼굴을 꿰매고 있어 말도 못하고)
경민 : 좋겠다 넌. 완전히 친정오래비네.
준희 : 미안해, 아파?
경민 : 그럼 안 아프냐?
완벽하고 깔끔하고 겉으로 봉합 부분이 거의 보이지 않는 슈처 솜씨.
영미,상식 : (놀래는)
영미 : 정말 유부녀 꼬신 거에요?
재석 : 날 뭘로보구. (보며) 혜영아, 애 낳기 싫으냐?
혜영 : (헉)
상식 : (재석이 임신 사실을 아는구나 싶다)
재석 : 이 선생두 애 낳기 싫어요?
상식 : 다다익선이죠.
응급실 베드에 벌렁 누운 경민.
S#61. 응급실 복도
재석 나가는데 준희가 나온다.
준희 : 재석씨.
재석 : 아 왜.
준희 : 미안해요.
재석 : 내가 죽일 놈이지, 눈이 삐었어.
준희 : 아냐.
재석 : 됐어. 미움 받지 말고 가 봐. 걔 질투의 화신이다 얼른 가.
준희 : (돌아선다)
62. 스테이션
재석과 이야기 중이다.
영미 : 어머 어머.
수선생 : 남자가 너무 계산적이고 여자는 너무 희생적이네. 그거 밸런스가 안 맞으면 참 피곤한 건데.
경우 : 그럼 애초에 약속을 하지 말던가.
수선생 : 사랑하지 않는 거지. 그래서 이혼한대요?
영미 : 불쌍해서 어뜩해요.
수선생 : 아니, 왕선생은 어떻게 그런 놈을 소개해줬어?
재석 : 나중엔 나도 말렸지, 근데 듣질 않더라구.
경우 : 딱 보면 모르나? 자길 사랑하지도 않는 인간한테 왜 목을 매?
영미 : (복잡한 시선으로 쳐다보고)
수선생 : 그 죄를 다 어떡할 거야? 그래?
재석 : 지옥에라도 떨어져야지 뭐. 내가 죽일 놈이라니까. 쟤, 못 헤어질 거 같지?
경우 : 네.
재석 : 콘돔에 구멍 뚫어 놓으라 할까? 임신되면 지가 어쩔 거야?
경우 : 임신 돼서 이혼당하면 더 골치 아파요. 책임지실 거 아님 괜히 참견 마세요.
혜영 : 남잔 그 약속을 중요한 대전제로 삼고 결혼을 한 거잖아. 남의 인생 그렇게 엉망으로 흐트러 놓으면 안 되는 거지.
재석 : 야 그게 엉망이냐? 지 자식 낳는 게? 막상 임신하면 달라질지 아냐?
혜영 : 그 남자는 전혀 준비가 안 되어 있잖아. 그 상태로 여자는 사랑의 결실이라 행복하겠지만
남자에게도 같은 감정을 강요할 순 없어. 그건 서로에게 재앙이야.
먼저 퇴근합니다. 박경란 환자 상태 나빠지면 바로 콜 해요.
수선생 : 진짜 적응 안 된다. (재석에게) 원래 저래?
재석 : 많이 나아진 거야.
일동 : (헐)
주임과장 : (들어온다)
일동 : 오셨어요?
주임과장 : 왕 선생 황야의 결투를 했다며?
재석 : 아 죄송합니다 주임과장님 그게 저...
주임과장 : (재석 얼굴 들여다보다가) 묵사발 될 뻔한 걸 서선생이 짜잔 하고 나타나서 구했다며?
(재석 그렇다고 할 수도 아니라고 할 수도) 그래도 흉은 안 지겠다.
일동 : (반응)
주임과장 : 거 서선생은 어디서 배웠대 그런 걸?
일동 : (뜨아)
63. 휴게실 (세트)
혜영 나와서 커피 마시는데.
E 전화벨
혜영 : (보면 윤서진 실장. 망설인다. 받는다)
서진 : 나야. 뭐 좀 먹었니?
혜영 : 아직이요.
서진 : 나와. 잘 못 먹고 있을 거 같은데, 스테이크 먹을래?
혜영 : (망설이는데)
서진 : 그 옆에 곱창도 잘해.
혜영 : (표정 풀리고)
서진 : 그 옆에 떡볶이하고 순대도 포장해가자.
혜영 : (피식)
64. 감자탕이나 곱창집 골목
혜영이 걸어오다 멈추고.
서진 : (혜영 보다가) 얼굴이 반쪽이 됐구나.
- 서진 한 손으로 혜영의 얼굴 살짝 애틋하게 만지려는데,
- 혜영 약간 어색하게 그 손 치우려하고
- 서진 그 치우려는 손 잡아 그대로 자기 코트 주머니에 넣어버린다. 걸으면서
서진 : 손도 찬 사람이 왜 장갑도 안 끼고 다녀.
혜영 : 금방이잖아요. (코트 주머니에 손 잡힌 채로. 낭만적인 느낌일 것)
서진 : 꽁꽁 얼었잖아.
65. 감자탕집
- 주문한 감자탕 나오고.
서진 : 먹을 수 있겠어? 먹기 싫어지면 다른 거 사줄게.
혜영 : (떠 먹으면서) 맛있는데요.
E 전화
서진 : 병원에서 온 거네. 잠깐 통화 좀 하고 올게. (일어나 나가고)
- 주문한 감자탕이 끓고 있다.
- 서진 문 밖에서 통화중.
- 그 때 한 무리의 일행이 다른 탁자로 들어와 앉고
- 서진 들어오는데
감자탕일행1 : 어 윤박사 여긴 웬일이야.
서진 : (잠깐 앗 했다가) 어 누굴 만나기로 했는데.
일행2 : 아 그렇군.
서진 : (둘러보다가 혜영과 눈이 마주치고) 아 이 집이 아닌가본데.
일행1 : 골목에 비슷한 간판이 많지 그래도 여기가 원조라구.
서진 : 다음에 식사나 하지. (나가려는데)
일행2 : 집으로 들어갔다며?
서진 : (주춤) 어 애들 때문에.
일행2 : 애들 중요하지. 8년만인가? 그 친군 다른 병원 갔다며?
서진 : (얼굴 굳고)
혜영 : (표정)
서진 : 이만 가 볼게. 약속이 있어서 다음에 보자구. (서둘러 나간다)
//
일행1 : 재결합? 장인 때문인 거야?
일행2 : 장인 아니어도 잘 나갔잖아. 자식 때문인 게 맞겠지.
- 혜영 차분하게 감자탕을 먹으며 그 소리 듣고 있다.
66. 골목
- 전화하는 서진.
서진 : 나와.
67. 감자탕집 안
혜영 : 맛이 괜찮네요. 마저 먹고 일어날께요.
일행1 : 복은 참 많아. 실컷 놀다 돌아가도 받아주는 마누라에. 든든한 장인에, 자식들이 공부도 잘 한 대.
일행2 : 또 있잖아. 적당히 놀다 순순히 떨어져 주는 여자까지. 그런 여자 어디 또 없나?
일행1 : 당신이 인물만 좀 더 됐어도 가능하지. (자기들끼리 뒷담화에 웃음에 화기애애)
- 그들 틈에서 감자탕을 차분하게 먹는다.
- 서글픈 것도 아니고 참담한 것도 아니고 억울한 것도 아닌데 미묘하게 가슴이 시리다.
- 가끔 혼자 앉아 먹는 그녀를 힐끗거리는 사람도 있고
- 국물 떠먹고 고기 뜯어 먹고 할 거 다 하는 혜영.
68. 골목
- 그런 그녀를 보면서 역시 가슴이 묘하게 아리는 서진.
69. 그 근처 일각 (찻집이어도 상관없고 장소는 적당히)
서진 : 거기서 그렇게 먹을 게 뭐야. 포장해 달라면 되지. (미안함 섞였다)
혜영 : ...
서진 : 미안해. 감자탕 한 그릇 맘 편하게 못 먹이고. 춥다. 따뜻한 데 가자.
혜영 : 다른데 가서 아는 사람 또 만나면요?
서진 : ...
혜영 : 나 안 낳아요.
서진 : (선뜻 그러라고도 낳자고 매달릴 수도 없는) 원하지 않는데 억지로 낳으라는 건 아니었어. (자신 없다)
혜영 : (본다)
서진 : (보고)
혜영 : 꼭 낳자는 게 아니라는 거 알고 있었어요. 그래도 흔들렸어요.
그래, 참 멋지고, 존경할만한 의사였지. 그런 사람이었지. 그래, 난 그런 사람을 사랑했었지.
잠시나마 그때 기억이 떠올랐어요. 그래서 애써 현실을 외면했어요. 근데 이게 현실이에요.
서진 : 혜영아.
혜영 : 아이를 낳으면요? 아는 사람 만날 때마다 남겨두고 피할 건가요? 꽁꽁 싸매서 눈에 안 띄게 키울 건가요?
나중에 후회할지 몰라요. 그래도 지금은 이게 내 진심이에요.
나 아이 안 낳아요. 이게 당신을 사랑한 댓가라면 기꺼이 치를께요. 아이 안 낳아요. 낳기 싫어요.
서진 : (당황스럽고 미안하고) 혜영아.
70. 도로
- 택시 안에서 보이는 산부인과 간판. 전화번호도 보인다.
71. 집 근처
- 내려서 걷는 혜영.
- 좀 걷다가 구두가 계단 근처나 보도블럭에 끼인다.
- 잘 안 빠지자 신발 벗고 잡아당기는 혜영.
-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
- 신발을 잡아 뽑으면서 눈물이 난다. 왜 안 뽑아지는 거야.
- 혜영 계단에 주저앉아 운다.
- 자전거 타고 들어오던 상식 혜영이 우는 모습을 본다.
- 그러나 선뜻 나서지 못하고 서 있거나 근처에 앉아 있다.
- 혜영 계단에 주저앉아 좀 울다가 눈물 닦고 신발 빼낸다.
- 집 안으로 들어가고.
- 상식 조용히 집 쪽으로 움직이다가 구두가 걸렸던 자리를 본다.
72. 혜영의 집 안 (밤)
- 서진과 함께 찍은 사진 속의 혜영 환하게 웃고 있다. (서진과 혜영 다 가운 입고 있습니다)
- 그 사진 뒤집고 침대로 가서 눕는 혜영.
//
E 호출기 소리.
간호사E : 선생님 박경란 환자 혈압이 계속 떨어지고 유지가 안 된답니다.
더 이상 유지가 불가능할 것 같아요. 제왕절개 해야 될 거 같은데요.
73. 집 앞 (N)
- 후다닥 나오는 혜영.
- 상식 집 쪽을 보면, 상식도 급하게 나오는 중이다.
혜영 : (상식을 보고) 병원에 가시는 거죠?
상식 : 네.
혜영 : 타세요.
상식 : (손 내민다)
혜영 : (망설이다 열쇠 건네준다)
74. 차 안
- 상식 운전 중이고 혜영 옆자리에 조용히 눈 감고 앉아 있다.
75. 병원 복도
- 서둘러 들어오는 두 사람.
- 조용히 혼자 고개를 박고 앉아 있는 준석.
준석 : (발소리에 고개 든다. 초조하고 긴장되고 두렵다) 선생님.
혜영 : (준석의 손 잡았다 놓고 몇 걸음 가다 돌아본다) 같이 참관하시겠어요?
준석 : 네?
76. 수술실 앞
-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나타난 혜영.
- 준석도 수술복 입고 같이 들어온다.
81. 수술실
- 마취의 준석을 보고
- 준석은 누워서 의식 없는 경란을 본다.
- 뇌사지만 아기 때문에 컨디션을 유지시켜야 하므로 마취 기계들은 움직인다.
- 손을 잡아주는 준석.
혜영 : 시작하겠습니다. (수술 시작하는 혜영)
- 상식 인큐베이터 가지고 들어온다.
경우 : 과장님이 오셨네요.
상식 : 기적을 바라려면 최선을 다해야잖아요.
- 아내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가슴 졸이는 준석.
//
- 수술 중.
- 수술 중에 배가 땡기는지 허리에 팔을 대고 굽혔다 펴는 혜영.
- 상식 그런 혜영을 주시한다.
마취 : 괜찮으세요?
혜영 : 네 괜찮아요.
마취 : 뇌압이 계속 상승중입니다.
혜영 : 후드 준비 됐어요?
간호사 : 네.
혜영 : 나옵니다.
아기가 나온다. 아주 작은 아기다. 혜영의 손에서 옮겨진다.
- 영미 시계를 보고 있다가.
영미 : (아버지에게) 10시 40분이에요. (출생시각 알려주는 것)
- 혜영 아기 보면서 상식에게 건네준다.
- 산모는 수술 후 응급한 상황이 아니므로 아기 건네는 동안 그냥 두어도 좋다.
- 혜영 상식이 아기 처치중인 걸 고개 돌려 지켜봐도 된다.
상식 : (상식이 아기를 받는다. 기도를 석션 해주고 바로 인큐베이터에 넣고 태아 상태를 나타내는 숫치들 몇 가지 불러준다)
E 미약한 울음소리
상식 : 허, 이 녀석 봐라. 이렇게 작은데 우는데요. 크라잉 있고 호흡 괜찮습니다.
준석 : (안도인지 모를 묘한 감정)
일동 : (리액션과 반응들 혜영의 표정)
- 앰부를 짜고 인큐베이터에 넣으려.
경우 : 산모 배는 어떻게 할까요?
혜영 : 예쁘게 봉합해 줘. (배를 닫으려는데)
마취과 : 그럼 호흡기 제거하겠습니다.
준석 : (순간 얼어붙고 눈물이 쏟아진다)
일순 분위기 묘해지는.
혜영 : 잠시만요. 선생님. (마취과 소아과 둘 다에게)
상식 : ?
혜영 : 옮기기 전에 할 일이 있어요.
상식 계속 앰부를 짜고 혜영 아기를 조심조심 산모 경란에게 데려간다.
아기를 의식이 없는 경란의 가슴에 대 주는. 아주 작지만 엄마 가슴 위에서 꼬물거리는 아기.
혜영 : 2010년 2월 11일 10시 40분 박경란 산모의 아기 아들입니다. (산모에게 해주는 말. 준석을 본다)
준석 : (눈물 애써 참고 그 아기를 경란에게 댄 채로) 여보... 걱정 마. 내가 잘 키울게. 맘 편하게 가. 잘 키울게.
(참았던 눈물이 쏟아진다)
일행 : (눈물이 글썽이거나 숙연해지고)
혜영 : (그 모습 보면서)
경란 : (희미한 미소...)
아기는 준석과 혜영에게서 상식의 손으로 옮겨지고 인큐베이터 안으로 들어간다.
- 마취과 산모의 호흡기 제거한다.
- 일직선으로 떨어지는 마취과 호흡 체크 기계들.
- 다른 기계들도 주루룩 멈추는 기분이 들 것.
혜영 : 2010년 2월 11일 10시 43분 박경란씨 사망하셨습니다.
- 기계들이 멈추면서 준석은 아내 손을 잡거나 신체를 붙잡고 운다.
- 오열이든 이를 악 물든
상식 : 아기는 빨리 데려가겠습니다. (인큐베이터 끌고 서둘러 나간다)
- 혜영, 상식과 함께 수술실에서 따라 나온다.
82. 수술실 앞
- 씬 추가
- 상식 수술실 앞에서 저쪽 복도로 서둘러 이동 중이다.
- 신생아 중환자실 표시 등이 있거나 어떤 삶의 느낌이 있는 느낌의 이정표들 보이고 그 쪽으로 밀고 간다.
- 수술실에서 아득하게 멀어지는 느낌.
- 저 쪽 복도 끝이 좀 밝고 뭔가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는 듯한 느낌.
(만약 복도가 여의치 않다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문이 좌악 닫혀도 좋습니다. 그리고 올라가는 것으로)
83. 수술실 안
- 씬 추가
- 배를 꿰매고 있는 경우와 아내의 손을 꼭 잡고 있는 준석.
- 멈춰 있는 기계 얼굴에 덮힌 흰 천 등.
84. 수술실, 수술실 앞, 복도 (화면분할)
- 씬 추가
- 혜영이 문 앞에 서 있고, 수술실로 돌아가려다 다시 아이 쪽을 돌아본다.
- 멀어지는 아기와 수술실의 엄마와 준석,
- 그리고 그 앞에 서서 돌아서는 혜영에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