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파벨 하스 콰르텟의 연주는 단순한 기교의 합을 넘어선, 이타심의 미학을 구현했습니다.
여타 콰르텟들이 흔히 빠지기 쉬운 프리마돈나적 자기 주장의 함정을 이들은 철저히 경계하며, 네 명의 연주자가 서로 약한 음을 더 약하게 내는 데 집중하는 역설적인 완벽함을 선보였습니다. 규칙 속의 자유, 정리된 분방함이라는 독보적인 스타일을 미묘한 호흡과 배려로 증명한 무대였습니다.
ppp와 같은 극도로 여린 다이내믹에서도 한 올도 흐트러지지 않는 신기에 가까운 호흡은 듣는 이를 숨죽이게 만들었습니다. 낮게 숨죽인 소리였지만 오히려 풍부한 음색과 강렬한 응집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음량을 한껏 내려놓았다가 군데군데 폭발시키는 패시지를 활용하여 다이내믹 스펙트럼을 극단까지 펼쳐 놓았습니다. 파벨 하스 콰르텟만이 지닌 독보적인 사운드 퀄리티와 넓고 유연한 다이내믹 레인지의 정점입니다.
각 연주자는 개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앙상블을 해치지 않고 구조의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제1 바이올린: 멜로디를 지저귀는 새처럼 자유롭게 이끌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유려하게 앙상블 속으로 녹아들며 활력을 불어넣었습니다.
첼로: 단순히 '가벼운 보잉'을 넘어, 육중하고 강력한 울림을 가진 베이스를 견지하며 곡 전체의 무게중심을 완벽하게 잡아주었습니다. 첼로의 견고하고 풍부한 사운드는 파벨 하스 콰르텟 특유의 폭발적인 에너지와 야성적인 힘을 지탱하는 근간이었습니다.
제2 바이올린과 비올라: 전면에 나서지 않으면서도 견고한 구조적 지지대 역할을 수행하며, 이들이 만들어내는 단단한 화음과 치밀한 조직력은 앙상블을 흔들림 없이 유지하는 콰르텟의 심장이며, 네 연주자가 나누는 지적인 대화의 토대였습니다.
네 악기의 아티큘레이션과 프레이징이 한치의 오차없이 어울리는 기이한 현상을 보고 왔습니다. 지음의 경지란 이런무대가 아닌가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