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서는 길에 키가 점점 줄어들었네.
나는 장다리도 아니고 꺼꾸리도 아니지만
자꾸 비틀거리다가 결국은,
조금 낯선 높이에서 당신을 보게 되었지.
모두가 동의하는 높이에서,
오늘의 강수량을 측정하는 방법은 이렇다.
수많은 빗방울들에게 계급과 역할을 분배하고,
모든 빗방울들 가운데 가장 빗방울다운 것을
선택한 뒤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는 거야. 언제나
조금 늦거나 빠르게 오는 것들이 있네. 가령
당신...... 고백...... 죽어가는 이들은 조금씩
늦거나 빠르게 죽어갔다.
평균수명은 점점 늘어났으나,
나의 미래에는 무수한 사람들이 먼저
도달해 있을 거야. 가까운 친구, 왕자와 거지,
파푸아뉴기니인, 세상의 모든 사람들일지도
모르지. 나의 사랑스러운 인파들, 인파들......
하지만 나는 사람들을 헤치고 나아가겠다.
나아가고 또 나아가겠다. 당신을 찾아내겠다.
이제 막 공항의 탑승구로 사라지려는 당신을......
정오와 자정 같은 단어로 이루어진 그런
시간이 흘러가. 강수량은 늘어나고 또 늘어나고
드디어...... 둑이 무너지는 순간,
두터운 구름장을 뚫고 비행기 한 대가,
음속으로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