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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3. 10. 나무날. 날씨: 꽃샘추위다. 바람이 차다. 아침열기-6학년 영어-수학-점심-청소-해금/사물놀이-5,6학년 영어-마침회-교사회의-상담
[태양광발전량을 그래프로]
아침 걷기로 조금 길게 마을을 둘러보다 지난해 하리공원에 새로 생긴 운동시설을 모두 해보고, 올해 들어설 어린이소공원을 살펴보고 교실로 들어왔다. 요즘은 날마다 부는 피리 곡으로 봄과 바위섬이다. 천자문 읽기 마치고 조금 길게 영어 공부를 한다. 한글과 영어 발음을 견주며 파닉스를 익히는데 아이들이 배꼽을 잡고 웃는다. 홑소리에 닿소리를 넣어 하는 한글 발음이 나름 웃겨서 그렇다. ㅛ, ㅠ, ㅡ,ㅣ를 번갈아 하니 자꾸 웃는다. 발음 덕분에 즐거운 시간이 된다. 날마다 요일과 숫자와 날씨를 익히고 새로운 표현들을 배우고, 영어 동화 시디를 틀어 같이 노래 부르고 함께 따라 읽어간다. 2월부터 6학년 공부를 들어갔는데 3월쯤 되니 쉬는 시간이 짧아도 익숙해가고, 집중하는 힘도 모두 좋다. 두 해 줄곧 한 모둠을 맡는 장점이 살아나 학습과 관계에 탄력이 붙는다. 집중하는 힘만큼 알맞게 풀어내는 여유가 같이 가도록 살필 일이지만 당분간 흐름을 탈 필요가 있어 3월에 예정된 학교살이까지 살려가야겠다. 수학 시간에는 분수와 소수 사칙연산을 연습한 뒤 수업계획으로 잡은 태양광발전기 발전량을 그래프로 만드는 공부를 한다. 내일이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난지 5년째가 되는 날이라 지난 주부터 줄곧 공부를 해왔는데 올해 모두 공부로 잡은 에너지 이야기를 우리 모둠에서는 고물상을 다닌 끝에 마련한 태양광발전기를 다루기로 한 것이다. 우리가 고물상을 다니며 번 돈으로 마련한 태양광발전기로 우리는 전기를 생산하는 학교이다. 태양광발전기가 있어 전기세가 줄어들어 살림살이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지난해 3월 24일 설치한 때부터 아이들이 줄곧 번갈아가며 시간마다 발전량을 날마다 기록해왔는데 이것을 그래프로 갈무리해 모두에게도 보여주고, 꺾은선 그래프를 만들어보며 기준과 축을 이해하는 기회가 된다. 달마다 발전량 평균을 내는 것은 다음에 막대그래프나 원그래프로 한 번 더하기로 하고 달마다 가장 높은 발전량을 표시한 꺾은선그래프로 표시하는데, 얼마전에 고물상에 다녀온 뒤 일 년 동안 고물상 기록을 정리해 그래프로 만들어본 힘 덕분에 훨씬 쉽게 해낸다. 어느 시간대가 가장 높은 발전량을 기록했는지도 한 번 더 정리하기로 했다. 달을 기준으로 하니 예상보다 다른 계절보다 봄 발전량이 높게 나왔다. 올해 더 꼼꼼히 기록하면 또 달라질 것 같다. 낮 수업은 5, 6학년이 함께 하는 해금과 사물놀이고 영어 수업도 있어 줄곧 5, 6학년이 같이 한다. 첫 해금 수업을 하는 5학년 아이들 설렘과 새로운 해금 선생님을 만나는 기대감이 모두 아이들 얼굴에 드러난다. 그런데 해금 선생님 사정이 생겨 다음 주부터 새 선생님으로 바뀌게 되어 만나자마자 이별이다. 해금 잡는 법과 소리 내는 법을 익히고 한 해 줄곧 맡아서 쓸 해금 가방과 해금 악보집까지 챙기는 것으로 첫 수업을 마친다. 이어진 사물놀이는 쇠를 빼놓고는 돌아가면서 치고 싶은 악기를 친다. 날이 풀리면 소리가 크게 나도 상관없는 곳에서 제대로 꽹과리를 칠 수 있으니 학교에서 하는 동안은 참기로 한 것이다. 설장구를 쳐 온 힘이 있어 사물놀이 장단도 금세 익혀서 올해 사물놀이패 공연도 멋질 것 같다. 징잡이로 나선 본준이가 장단을 잘 맞춰 칭찬을 하니 싱글벙글 웃는다. 저마다 치고 싶은 악기를 마음껏 칠 수 있는 실내 공간이 늘 아쉽다. 5학년이 반겨하는 영어 수업도 아주 즐겁게 한 시간을 하고 나니 배가 고프다. 아무래도 말을 배우는 공부는 말을 많이 하게 되니 배가 금세 고플 수 밖에. 교사회의에서는 날마다 아이들 이야기를 많이 한다. 모둠마다 아이마다 무슨 일이 있었고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서로 알고 함께 의논을 하곤 한다. 작은 학교지만 바람 잘 날 없는 게 날마다 삶이다. 고요하면 그게 어디 어린이 세상이던가. 날마다 웃고 울고 뛰고 달리고 떠들석하게 자신을 내보이며 살아간다. 날마다 보면 모르다가도 어느새 훌쩍 자라있는 걸 보기도 하고, 날마다 자라는 모습이 보일 때도 있다. 그 속에서 철들어가는 게 선생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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