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하늘을 보았습니다.
하얗게 은하수가 펼쳤고,
반짝이는 별들 사이로 별똥별이 떨어지는 하늘.
별똥별 하나씩 떨어질 때마다 소원 하나씩 빌고
별똥별 하나씩 떨어질 때 마다 추억 한 가지씩 떠올렸습니다.
별똥별이 떨어지는 여름 하늘을 우러러보면
누구나 다 꿈꾸는 사람이 됩니다.
내일은 광복절
28살의 어린 나이에,
광복을 6개월 앞두고
후쿠오카 형무소서 옥사한
아름다운 청년 윤동주
그가 꾸었던 꿈을 어떤 꿈이었을까
곰곰히 생각해 보는 아침입니다
별 헤는 밤 /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헬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憧憬)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 소녀
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
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잼', '라이너 마
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